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92)
그래서 진짜인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그런 방법이 이용된다는 우스갯소리였다.
“저 여자가 저걸 한꺼번에 들고 다닌다는 건 그걸 한꺼번에 샀다는 건데, 말이나 돼?”
물론 상대적으로 싼 가격의 물건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싼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저 나이의 20대 여성이 사기에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인 것은 당연한 일.
“저거 하나당 200만 잡아도 1,200만 원이거든!”
명품 브랜드에 대해서 손채림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의 집은 무척이나 잘살았고, 손채림의 어머니는 명품을 끼고 살았다고 하니 말이다.
“합의금 벌써 준 거야?”
“그럴 리가.”
변호사까지 낀 상황에서 자신들끼리 합의가 이루어졌을 리 없다. 설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변호사에게 알렸을 것이다.
“그럼 말이 안 되잖아?”
노형진은 그 여자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강간당했다고 말하는 여자의 행동치고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인 데다가 그녀가 발견된 장소 또한 이상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명품가라니.
‘이러니 못 찾지.’
어떻게 해서든 합의를 보려고 오성식은 그녀를 찾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런데 그녀를 찾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강간당했다는 여자가 명품가에서 쇼핑하고 다닐 거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이상한 여자이기는 하네.”
“그리고 의심스럽고 말이지.”
노형진은 자신의 의심이 확신으로 변해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확신에 못을 박는 일은 그녀를 따라간 집에서 벌어졌다.
“얼마요?”
“4,500에 120.”
“지금 이 오피스텔 가격이 그렇다는 겁니까?”
“그렇다니까요.”
그녀가 돌아간 집.
그곳으로 짐을 가지고 들어간 것을 확인한 노형진과 손채림은 바로 그곳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곳의 경비원이 해 준 말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이 오피스텔이 그렇게 비싸요?”
“네. 그럼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오피스텔이 싸겠어요?”
오피스텔 가격이 무려 보증금 4,500만 원에 월세 120만 원. 사건을 위해서 빌렸다는 그곳보다 훨씬 비싼 가격.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사건을 저지르기 위해서 유혹을 위해서 범죄 현장을 잠시 빌린 거라 생각한 노형진이다. 그곳의 터무니없는 가격에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은 그곳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냥 숙박용이 아니라 최고급이라서 비싸요.”
심지어 히죽거리면서 말하는 경비원.
노형진은 왠지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기존에 알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
“혹시 이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세요?”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자신조차도 이런 곳에 살아 보지 못했다. 아니, 살 수가 없었다. 그 정도 재산이 있는 집이라면 여자를 그렇게 쉽게 내보내지 않을 테니까.
“글쎄요.”
그런데 웃는 경비원의 미소가 왠지 어색하다는 걸 느낀 노형진은 슬쩍 그에게 다가갔다.
“어차피 누구한테 말했는지 알려질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슬쩍 경비원의 주머니에 만 원짜리 몇 장을 찔러 넣는 노형진.
이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이 부자라고 해서 그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도 부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크흠…… 이러면 곤란한데.”
그는 주변을 스윽 둘러봤다.
사실 어떤 개인 정보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입주민들이 어떤 타입인지 알려 주는 거야 중요한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렇게 쉽게 이야기한 것인데, 그 말에 노형진은 멍해졌다.
“이 건물에 사는 여자들 대부분 나가요 애들이에요.”
“나가요?”
손채림은 그 단어가 뭔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지만 노형진은 뒤통수를 크게 맞은 느낌이었다.
>3장. 나가요? 그래, 나가>
“나가요는 좀 오래된 말인데, 화류계에서 일하는 여자들을 표현하는 말이야.”
“헐.”
“그 경비원 나이가 있으니 ‘나가요’라는 단어를 쓰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
나가요 걸들. 화류계에서 일하는 여자들.
정확하게는 2차, 즉 성매매까지 하는 애들을 뜻하는 은어다. 2차를 나간다고 해서 ‘나가요’라고 불리던 것이 은어로 굳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아파트는 나가요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하니 이상하지……요?”
노형진은 어색하게 존댓말을 붙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말하는 상대방이 손채림뿐이기는 하지만 공식적인 회의 석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어찌 되었건 공적인 일이다 보니 둘 다 존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까 나가요라는 게 몸을 파는 여자들이라는 거지……요?”
손채림조차도 어색한 듯했지만 일단 존댓말을 했다.
“그렇지……요?”
“거참…….”
듣고 있던 무태식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면 그 여자 역시 나가요라고 봐야 할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기는 합니다. 일반적으로 보증금 4,500에 월 120만 원짜리 집이라면 일반 여성이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심한 경우 여성들의 일자리 임금이 12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그런 집에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그렇게 높게 형성된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겁니다.”
해당 오피스텔은 유흥가에서 무척이나 가깝다. 그리고 그 유흥가 주변은 엄청난 가격으로 인해서 주변에 숙소로 삼을 만한 곳이 별로 없다.
“아무래도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퇴근 후에 멀리 가는 데 한계가 있지요.”
그곳에서 술을 마신 다음에 멀리 가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가까운 곳에 숙소를 구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2차를 나가는 여성의 경우라면 월 120 정도는 부담 없이 벌 수 있는 사람들이다.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가는군요.”
그 여자가 따로 집을 구한 것도, 그리고 그렇게 돈을 펑펑 쓰면서 다니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잘 버는 사람이 꽃뱀 노릇을 하려고 할 이유가 없는데요?”
무태식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알기로는 그녀들은 보통 한 달에 1천만 원 넘게 번다.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말로, 손님은 티코를 타고 나가고 아가씨는 벤츠를 타고 나가는 것이 이 바닥이다. 그런데 꽃뱀이라니?
“단위가 다르니까요.”
“단위가 다르다?”
“오성식쯤 되는 급의 가수라고 하면 한 5억쯤 노리겠지요. 아무리 소성애가 나가요 걸이라고 해도 5억은 적은 돈이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한 달에 1천만 원을 번다고 해도 숙소와 화장품 비용 그리고 미용실 비용 등 나가는 돈을 다 빼고 나면 남는 돈은 대략 600만 원 정도일 것이다. 그걸 다 모아도 1년에 7천 정도.
“그런데 5억이면, 7년 이상 모아야 하는 돈이 한 번에 들어오는 겁니다. 더군다나 인기 있는 시기는 한철이지요.”
그걸 생각하면 10년 이상 해야 5억을 모을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연예인한테 한번 제대로 하고 나면 5억은 순식간이지요.”
“음…….”
대충 상황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정황증거는 이 사건이 모두 꽃뱀 사건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정황증거일 뿐이지 않나요?”
손채림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신이 법을 좀 배웠다고 하지만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맞았다.
“일단 모두 정황증거일 뿐입니다. 설사 그 여자가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라고 할지라도 강간은 전혀 다른 문제이지요.”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여자를 강간하는 것이 합법은 아니다. 성매매는 불법으로 처벌받겠지만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이상 상대방이 누구든 그건 강력 범죄다.
“그러니 뭐든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중요한 증거를 찾는 것. 꽃뱀이라는 증거를 찾는 것.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흠…….”
“쉬운 게 아닌데.”
다들 턱을 쓰다듬으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건마다 난이도가 있지만 상대방이 꽃뱀이라는 증거를 찾는 것이 제일 힘들다. 대부분의 경우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신고를 넣어 볼까요?”
“글쎄요……. 아무래도 그런다고 해서 뭔가 바뀔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일단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신적 압박을 받은 여자들이 실수하고 사실을 말하면 모든 진실은 드러난다.
“하지만 소성애가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반인도 아니고 2차까지 나가는 타입의 여성이라면…….”
그런 사람들은 경찰을 만나 본 경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설사 없다 하더라도 그쪽으로 주워들은 것은 무척이나 많다. 그렇다면 경찰이 압박한다고 한들 신경이나 쓸 것 같지 않다.
“재수 없으면 도리어 무고죄로 역습당할 수 있습니다.”
“흠…….”
“일반인이라면 모르지만 우리 의뢰인은 연예인입니다. 만일 무고까지 엮이면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겁니다.”
물론 지금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무고까지 엮여 버리면 반성할 줄도 모르는 놈 취급받을 것이다.
“그때는 재기는 물 건너갑니다.”
“음…….”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반성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 중 하나이다.
“그러니 고발은 확실한 증거가 나와야 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냥 재판에 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송정한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바로 다음 주면 재판이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증거는 명확한 증거로서는 한계가 있다.
“이걸로 한번 낚아 봐야지요.”
“낚아 본다?”
“네, 재판의 묘미는 낚시 아닙니까?”
아는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 그걸 낚시라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상대방이 걸리는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 * *
“친애하는 재판장님, 피고인 오성식은 피해자 소성애를 ○○월 ○○일경, 자택에서 강제로 강간을 하고…….”
검사의 공격.
노형진은 검사의 공격을 들으면서 눈을 찡그렸다. 완벽하게 완성된 그물에 빠진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보다시피 피해자 소성애의 질 내에서 오성식의 유전자가 검출되었으며 피해자 소성애는 당일 바로 산부인과 병원으로 가서 정액을 채취하고 익일 경찰서에 강간으로 신고하였습니다. 오성식은 그 과정에서 피해자 소성애에게 무력을 행사하여…….”
사건만 봐서는 오성식이 강간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
기자들은 오성식의 몰락을 기대하면서 눈을 부라리고 있었고, 오성식은 완전히 절망적인 얼굴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이에 피고인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하는 바입니다.”
“헉!”
“징역 5년.”
대한민국에서 징역 5년은 작은 형량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징역 3년 미만으로 나오는 게 강간이다. 그런데 초범이 징역 5년이란다.
‘이슈 타고 싶은 거군.’
비릿한 미소를 보내는 검사를 보면서 노형진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검사는 이번 기회에 올바르다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 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 자신에게 나쁜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피고인 측 변호인, 변론하세요.”
검사의 변론을 다 들은 판사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노형진은 왠지 불편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시선은 판사의 시선이 아니라 원숭이가 얼마나 재롱을 떠는지 보고 싶어 하는 관광객의 시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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