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94)
“누가 협박한다거나 하는 건?”
“글쎄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의 직업상 어쩔 수 없이 그 협박에 응할 수도 있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네?”
그런데 손채림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술집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오성식이 거기에 간 시간은 술집의 피크 시간 아닌가요?”
“아…….”
소성애가 어떤 술집에서 일하는지 모르지만 술집이라는 공간은 대부분 똑같은 시간에 열고 똑같은 시간에 닫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진술에 따르면 오성식과 소성애가 만난 시간은 대략 밤 11시경. 한창 술집에 손님이 오는 시간이다.
“우연히 만났다고 하기에는 시간이 이상한데요?”
“그렇군요.”
밤 11시에 그곳에 있다는 건 술집을 쉬고 그곳에 갔다는 건데, 그게 한두 번도 아니고 제법 자주 갔다는 것이다.
아무리 마음에 들었다고 해도 연예인이 처음 보는 여자에게 전화번호를 쉽게 줄 리 없으니 말이다.
오성식의 말로도 그곳에서 최소한 일곱 번 이상 만나고 나서 번호를 줬다고 했으니 말이다.
“누구 하나 걸리라는 심정이었을까요? 솔직히 청담동 술집이면 그래도 잘나가는 곳 아닙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무태식의 의견에 손채림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네?”
“그곳은 청담동입니다. 당연히 부자들이 가지요. 반대로 그런 곳에서 남자를 만나러 가는 여자들 역시 많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아…….”
청담동 술집이라는 곳은 부자들이 많이 간다. 그리고 그런 곳에 남자를 꼬시러 가는 여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누군가는 욕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엄연한 현실이다. 물론 대부분의 부자들은 그들을 반려로 맞이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지만.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 그것도 오성식의 취향에 정확하게 맞았다? 그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흠…….”
“사람을 만나는 건 외모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1차가 외모라면 2차는 대화입니다. 그리고 그런 곳에 다니는 사람 중에 외모만으로 쉽게 넘어올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
노형진은 회귀 전 그곳에 친구들과 몇 번 놀러 간 적이 있다. 그 역시도 잘나가는 억대 연봉의 변호사였고 손님 중에는 부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에 오는 여자 중에는 연예인 뺨치는 미모를 가진 사람도 많았다.
“그럼에도 한 남자만 만났다는 건 뭔가 서로 맞았다는 거죠.”
“그런가?”
“네, 그렇다는 건 한 가지를 뜻합니다. 어떻게 한 건지 모르지만 오성식의 취향을 알아냈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오성식이 사회 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그런 곳에 오는 여자에 대해서 잘 모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 걸 알면서도 그녀를 선택할 만큼 그녀와 잘 맞았다는 소리다.
“그건 이상한데요?”
아무리 소성애가 술집에서 남자들에게 접대하던 접대부라고 하지만 술집 접대와 이성으로서의 접근은 전혀 다르다. 이성으로 접근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흠…….”
여러 가지로 이상한 상황이었다.
도대체 그녀는 어떻게 오성식에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
“그 배후에 누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나?”
“그건 전에 이야기했던 말입니다. 애초에 상해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 있다는 뜻이지요.”
물론 자기 스스로 상해를 입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입힌 상처와 남이 입힌 상처는 그 방식이 전혀 다르다.
“결과적으로 누군가 그녀를 뒤에서 도와주고 있다는 건데.”
문제는 그게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
“흠…….”
“그렇다고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고.”
노형진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경험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스파이인지만 알 수 있어도…….’
하지만 스파이 노릇을 할 사람이 없다. 이유도 없고.
그렇게 회의는 답보 상태를 이어 갔다. 그러던 중 손채림이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게 하나 있어요.”
“이상?”
“그, 처음 만났던 날요.”
손채림은 그때의 기억을 계속 더듬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보다 기억력이 훨씬 좋다. 그래서 그날 있었던 일 중 하나가 계속 그녀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 매니저가 ‘효선’이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그거야 억울해서 말하다 보니 말이 헛나온 것이겠지요.”
무태식은 무심하게 말했다.
노형진은 그 당시 기억이 안 나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워낙 서로 말을 쏟아 내는 중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기억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분명 그랬어요. 효선이라고 불렀어요. 한 번뿐이지만.”
“뭐, 착각했나 보죠.”
무심하게 넘어가는 무태식. 그러나 노형진은 문득 착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 확실한 거야?”
“응? 아…… 그래.”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반말로 물어보자 반말로 대답하는 손채림. 즉, 개인적인 관계이므로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름 한번 잘못 부른 게 뭐 어때서요?”
“아니……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술집에서 자기 본명으로 일하는 여자는 없지 않습니까?”
그 순간 사람들은 등골이 싸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집에서, 그것도 2차를 나가는 술집에서 자기 본명으로 일하는 여자는 없다.
“소성애와 효선은 착각할 수도 없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름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렀을 수도 있지만 회사가 흔들릴 정도의 사건에서 상대방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설마? 하지만 매니저가 함정을 팔 이유가 없지 않나?”
만일 내부자가 매니저라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다.
여기서 알아낸 것은 회사 쪽으로 통지가 가고, 당연히 당사자 중 한 명인 매니저가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매니저는 오성식과 아주 친밀하다. 그의 개인적 취향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매니저라면 언제 오성식이 그 바에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그 바를 소개시켜 준 게 매니저일 수도 있고요.”
“흠…….”
지금까지 비어 있던 퍼즐에 매니저인 황보수라는 조각을 끼워 넣는 순간 모든 것이 완벽하게 풀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는 부족하네. 매니저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겠는가? 황보수는 사실상 오성식을 키워 낸 사람이야. 무명 시절부터 계속 서포트를 해 온 사람이란 말일세. 그런 사람이 왜 갑자기 돌변해서 함정을 파겠는가?”
송정한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돌변한다는 건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글쎄요…….”
확실히 그건 그렇다. 개인적 취향도 다 알고 지낼 만큼 친밀하게 지낸 사이다. 업무적인 관계를 지나서 형, 동생 하면서 지낼 만큼 그들은 가까웠다.
“욕심이 난 거 아닐까요?”
“욕심?”
무태식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무슨 욕심요? 오성식의 그룹인 팔라딘이 한창 잘나가고 있는데.”
“그게 자신의 성공은 아니죠. 회사의 성공이지.”
“아!”
그러고 보니 그들이 망각했던 것. 그건 아무리 팔라딘이 성공한다고 해도 황보수에게 오는 것은 적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월급이 올라가기는 하겠지만 충분한 정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냥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노형진 변호사님 덕분에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기 편해졌잖습니까? 그리고 오성식의 팔라딘을 키울 때 만든 인맥은 여전히 있구요.”
“그렇다면?”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조합에 가입하면 연습실과 여러 가지 지원을 해 준다. 그러니 과거처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초반에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딴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또다시 역사가 바뀐 건가?’
노형진은 약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팔라딘이라는 곳에 대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협회가 지원해 주지 않았다면 황보수가 과연 엉뚱한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다면 이유도 맞습니다. 현재 황보수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뿐이니까요.”
“돈이군.”
아무리 황보수가 경험이 있고 인맥이 있다고 해도 돈이 없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못한다. 그런 만큼 어떻게 해서든 돈을 구해야 한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
노형진은 얼굴을 찡그렸다. 실제로 그런 사건은 무척이나 흔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미국에서조차도 그런 사건은 흔하게 벌어진다. 돈이라는 괴물은 인간을 집어삼키는 데는 아주 능숙하다.
“황보수가 자신을 위해서 저지른 일이라는 것이군요.”
“그렇지요.”
상황이 대충 이해가 가기 시작하자 송정한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면서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황보수는 자신이 한 것에 대한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차라리 새로운 그룹을 키우는 게 더 돈이 될 거라 생각한다는 거지?”
어떤 연예인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매니저의 역량이다. 하지만 상당수 회사에서 매니저란 그냥 심부름이나 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러한 대우에 분노를 느낀 황보수는 자신의 회사를 만드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매니저의 월급이 그렇게 적은가?”
“많아 봐야 아마 250 정도일 겁니다.”
“고작?”
연예인들을 키우기 위해서 로비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맥을 만드는 게 그들의 일이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다른 생각을 했겠지요.”
“황보수가 범인이라면…… 이거, 골치 아프군.”
자신들이 아는 모든 정보는 회사로 갔고 당연히 황보수가 그걸 봤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르라고 해야 하나?”
“안 될 겁니다. 이번 일도 결국은 심증뿐이지 않습니까?”
설사 자른다고 해도 이미 사건은 터졌다. 이쪽에서 합의금을 주지 않는다면 오성식은 상당 기간 교도소에 갈 수밖에 없다.
“곤란하군요.”
물론 오성식은 크게 성공한 가수고 어떻게 해서든 5억이라는 돈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강간범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아이돌이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아이돌을 키운 기업이 과연 새로운 그룹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현대의 사회는 개인의 잘못을 집단에 돌리는 성향이 있다. 물론 그건 틀린 말은 아니다. 연예인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이상 공인이고, 그 인성 교육을 하는 것은 소속사의 책임이니까.
“황보수를 자른다고 해도 사건이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의 가장 큰 카드가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노형진은 머릿속으로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미 조작으로 드러난 이상 단순히 배후에 누가 있다는 심증만으로는 이번 사건을 뒤집을 수 없다.
그런데 다음 순간 노형진은 문득 생각난 게 있었다.
“아까 소성애의 이름이 뭐라고 했지요? 효선?”
“네.”
“혹시 그 여자가 일하던 가게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글쎄요. 황보수에게 물어본다고 이야기할 것 같지는 않은데.”
무태식은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다. 서울에 있는 술집이 얼마나 많은데 어떤 곳인지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난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의외의 방법을 찾아낸 것은 손채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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