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696)
“너희들, 진짜.”
눈을 크게 뜨고 두 사람을 바라보는 소성애.
하지만 이 바닥에 의리라는 게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은 자신 스스로가 알고 있었다.
“깔끔하게 5천 주고 영원히 덮어 버리는 게 훨씬 나을 텐데요? 언니가 절반을 나눠야 하듯이 우리도 절반을 나눠야 한다고요. 우리도 5천 나눠 봐야 2,500만 원뿐인데.”
히죽 웃는 여자들. 소성애는 이를 빠드득 갈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 그러고도 뒤끝이 좋을 줄 알아?”
“어머, 언니도. 언니가 우리 진짜 이름이나 출신을 아는 것도 아닌데 뭘 어쩌려고요? 그리고 그 정도 벌고 다시 이쪽으로 올 것 같지는 않은데. 언니야말로 남자의 순정을 그렇게 밟으면 안 되죠. 오성식인지 뭔지, 그 사람은 딱 봐도 진심인 것 같던데.”
“흥, 내가 알 바 아니지. 다리만 벌려 주면 자기 건 줄 알고 좋아서 방방 뛰는 멍청이 같으니.”
“어머 어머, 남자는 완전 진심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뭐? 그런 멍청이 인생 뒷수습이나 하면서 내가 험하게 살라고? 미쳤냐? 그런 새끼는 뜯어먹고 땡이야. 어차피 딴따라 인생 얼마나 가겠어. 사람 볼 줄도 모르는 멍청이 따위.”
그렇게 말하면서 소성애는 그들 앞으로 가방을 던졌다.
“5천이다. 더 이상 지껄이지 마. 만일 더 이상 지껄이고 다니면 내가 무슨 짓 할지 모르니까.”
“글쎄요.”
그 돈을 받고는 씩 웃는 두 사람.
그런데 소성애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해가 져서 컴컴한 상황이다. 주변에 등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밝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둘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그것도 아주 알이 큰 것으로. 더군다나 모자까지 큰 모자다.
“이 돈은…… 제가 가지면 좋겠지만.”
가방을 확인한 두 사람은 씩 웃으면서 가방을 뒤로 빼돌렸다.
그리고 그 행동을 본 소성애는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아는 그 애들이라면 이런 행동을 할 리 없다.
“이런 쌰앙!”
그녀는 일이 잘못됨을 느끼고 튀어서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뒤에서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소성애 씨, 당신을 협박 혐의로 체포합니다.”
고개를 돌려 보니 다가오는 경찰. 그리고 그 경찰의 손에 들려 있는 수갑.
“이…… 이런…….”
설마 자신을 노리고 함정을 팠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그녀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나…… 난 몰라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이 두 년이 함정을 판 거예요!”
마구 소리를 지르는 소성애.
그러나 박일섭의 뒤에 있던 경찰은 대답하는 대신에 자신의 손에 들린 카메라를 흔들었다.
“글쎄요. 아까 찍은 동영상은 다른 이야기를 하던데요?”
“헉.”
설마 동영상까지 찍혀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그녀는 패닉에 빠졌다.
“이건 함정이야! 함정이라고! 불법이야!”
나름 주워들은 정보로 그녀는 항변했지만 그런 항변이 먹힐 상황이 아니었다.
“범죄자를 체포하기 위해서 함정을 파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그 두 년이 협박한 거야!”
“법적으로 저 두 분은 협박이 아니라 이번 수사를 도와주신 거지요. 당연히 저분들에게 협박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소성애의 팔에 철컥하고 수갑을 채우는 박일섭.
“자세한 이야기는 경찰서로 가서 하지요, 후후후. 어이, 김 형사. 저거 가방 챙겨서 와.”
“네.”
“아, 그리고 두 분은 내일 다시 와서 진술해 주세요.”
“그럴게요.”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걸 본 소성애는 미쳐서 날뛰기 시작했다.
“아니야! 이건 함정이야! 함정이라고!”
“그건 경찰에 가서 이야기하자고, 아가씨. 당신이 아까 지껄인 걸 뭐라고 변명할지는 모르지만.”
“아아악!”
소성애의 비명은 경찰차에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묻혀서 사라졌고, 두 사람은 우두커니 주차장에 남았다.
그리고 사이렌 소리가 멀어지자 다른 차에서 문이 열리더니 노형진과 무태식이 가방을 들고 나왔다.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일이 잘 해결되었네요. 이건 약속한 돈입니다. 1인당 2,500만 원.”
노형진이 가방을 건네주자 잽싸게 그걸 받아 드는 두 사람.
“큰돈인데 받아도 되는 건가요?”
“공식적으로 드리는 건 아닙니다.”
이 두 사람은 그 술집에서 노형진이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소성애를 아는 사람은 몇 명이 있었지만 그중 이 사실을 폭로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한 사람은 이 두 사람뿐이었다.
“어차피 소성애한테 5억 넘게 뜯길 상황이었던 소속사입니다. 5천으로 해결한 거면 싸게 해결한 거죠.”
“그렇다면야.”
잽싸게 돈이 든 가방을 자신들의 차량에 넣는 두 사람.
더군다나 이 돈은 비밀리에 받은 돈이다. 당연히 그녀들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2,500만 원이면 세금도 적지 않으니까.
“그런데 우리 신분은 보장되는 거죠?”
“네, 나가는 영상에서 두 분의 얼굴은 지워질 겁니다. 사실 지우지 않는다고 해도 두 분의 뒷모습만 나타났으니 누군지 알아볼 수는 없겠지요.”
두 사람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바로 차를 타고 떠났다.
노형진은 그들이 떠난 것을 확인하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영상 상태는 어때요?”
“완벽합니다.”
고문학은 씩 웃으면서 화면을 보여 주었다. 화면에는 소성애가 혼자서 떠드는 장면이 그대로 녹화되어 있었다.
“과연 이걸 보고 검사는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군요.”
* * *
“검사님께서는 얼마 전 우리가 조사 중인 것에 관하여 조작이라고 못을 박으셨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영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형진의 말에 검사는 땀을 주르륵 흘렸다.
“그게…….”
얼마 전 그의 귀에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렸다. 소성애가 협박죄로 체포되었으며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항의하러 간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소성애가 아주 대놓고 죄를 인정하는 동영상이었다.
“우리가 뭘 조사하는지 아셨다는 건 결과적으로 소성애의 신분 같은 것에 대해서도 아셨다는 뜻 아닙니까? 그런 상황에서 조작이라고 못을 박아 버리고 피고인 측의 의견은 완전히 묵살하셨지요.”
노형진은 검사를 날카롭게 공격했다.
“사실상 범죄를 은폐하려고 한 거 아닙니까?”
“그건 아닙니다.”
“아니면 무슨 목적이 있었던 거 아닙니까?”
“목적이라니요?”
“그게 아니라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노형진의 공격에 검사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제보가 들어왔고, 자신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그 제보를 믿었다. 사실 새론에서 조사한다면 실제로 그 여자가 꽃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승진이었기 때문에 애써 무시한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결국 그는 그 사실 때문에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은폐한 검사가 되었고, 이는 그의 꿈과는 다르게 그의 커리어가 박살이 나는 효과를 불러왔다.
“재판장님, 이번 사건은 애초에 피해자, 아니 피해자를 가장한 범죄자로부터 발생한 사건입니다. 피고인 오성식은 진지한 만남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그 당시 관계 역시 상호 합의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하나 피해자라 주장하는 소성애는 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허위로 고소하여 피해자의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검찰에서는 이를 알면서도 도리어 범죄를 은폐하여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 내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피고인은 아무런 잘못도 없고 도리어 심적으로 그리고 재산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바, 사건은 마땅히 기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형진이 변론을 마치자 판사는 검사를 불쌍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 노형진을 바라보던 그 시선으로 말이다.
“검사, 더 이상 할 말 있습니까?”
검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사실이 드러났고 자신의 실수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인터넷에서는 이제는 검찰이 썩다 못해 꽃뱀과 붙어먹었냐며 욕하는 상황.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결국 그는 입을 꾹 다물었고, 그렇게 결판은 났다.
“피고인 오성식의 강간 사건에 관하여 재판부에서는 무죄를 선고합니다.”
“나이스!”
노형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오성식 측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 * *
“이제 사건이 끝난 거야?”
한창 파티가 계속되는 회사 밖으로 나온 노형진은 먼저 나와 있는 손채림을 만났다.
“일단은.”
“일단은?”
“치명적인 이미지 파괴는 막았어. 도리어 한편으로는 동정표를 얻어서 약간 더 유리할 수도 있게 되었지.”
노형진은 신나게 파티 중인 소속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동정표는 오래가지 않을 거야. 그나마 다행인 건 이슈화가 되고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이 드라마틱했기 때문에 언론이 열심히 일해 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죄라는 걸 안다는 건데, 문제는 이미지가 완벽해질 수는 없는 거라는 거지.”
“왜?”
“어찌 되었건 진심을 품었으니까.”
“아!”
“스캔들이라는 게 왜 골치 아픈 건데.”
어찌 되었건 오성식이 강간으로 처벌받지는 않았다. 무죄는 입증되었고, 범죄를 저질렀건 사람들에게는 응분의 대가가 내려졌다.
소성애는 협박으로 구속되었고 매니저였던 황보수 역시 소성애가 까발리는 바람에 체포되었다.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는 진행 중인 사건을 모두 다른 검사에게 넘기고 조사받기 시작했다. 아무리 검찰이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범죄 은폐 혐의가 있는 사람을 그냥 둘 수는 없으니까.
그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는 더 이상 승진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다음부터는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
“왜?”
“법적인 문제는 해결되었고 그와 관련해서 최대한 이미지를 복구시켰지. 그걸 옛날처럼 다시 복구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저들이 할 일이야.”
노형진은 창문 너머로 흔들리는 그림자를 보면서 말했고 손채림은 약간 불쌍하다는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거참…… 연예인도 못 해 먹을 직업이네.”
“넌 어때, 첫 번째 사건인데?”
“글쎄, 첫 번째 사건이라서 그런지 약간 정신없이 지나간 건 있는데 제법 재미있는 것 같아.”
“제법?”
“내 삶은 맹숭맹숭했잖아?”
“그렇지는 않거든?”
노형진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의 삶은 절대 맹숭맹숭하지 않았다. 뭐, 과거는 모르지만 현재에 와서는 절대 그런 말이 안 나온다.
세상에 부모와 연을 끊고 사이가 안 좋은 기업에 취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확실한 건 있네.”
“뭐가?”
“너랑 같이 일하면 재미는 있겠어.”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와인 잔을 높이 들었다.
“그건 내가 장담하지, 후후후.”
>4장. 죽음의 이유>
“덥다. 나라가 미쳐 가나? 경제도 안 좋은데 날씨까지 미쳐 가네.”
혀를 쭉 내민 손채림은 손부채로 연신 얼굴을 향해 부치고 있었다.
“더 더워질 거야.”
“헐?”
“지구온난화는 절대 남의 일이 아니라니까.”
노형진 역시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 들고 있는 아이스커피 잔을 기울였지만 그 안에 있는 것은 얼음뿐이었기 때문에 입맛을 다시면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무슨 초여름이 이렇게 더워?”
“어쩌겠냐.”
이렇게 더운 날씨는 계속된다.
초여름. 한창 더위가 시작되는 시점이니 더운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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