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02)
김성식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다음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것도 수익 추구입니다. 사람 목숨을 거래하는 거지요. 그리고 사람 목숨을 팔아서라도 돈 벌려고 하는 사건은 흔한 거 아닙니까? 얼마 전 터진 분유 파동 모르십니까?”
“…….”
김성식은 입을 다물었다.
분유 파동은 중국에서 터진 사건으로, 분유와 비슷한 화학물질로 분유를 만들어 판 사건이다. 성분 검사를 속이기 위해서 그 안에 일종의 화학물질을 넣었는데, 사실 그건 독극물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6천 명이 넘는 아이들이 고통받았고,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망자는 네 명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와 판매된 분유의 양을 생각하면 수백 명의 희생자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세상의 중론이었다.
“그 인간들이 멜라민이 독극물인 건 몰라서 넣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끄응…….”
“중국은 인구가 많지요.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들의 사상이 그런 건지, 생명 경시 풍조가 널리 퍼져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게 한국에 온다고 갑자기 나아질까요?”
“…….”
한국에서 죽는다고 해도 5천만 원 정도 보상금을 주면 대부분은 입을 다문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보험을 들었고 그 수익자가 회사라면 도리어 그 수익에서 엄청난 이득을 남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험이라…….”
송정한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이건 자신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 그러고 보니…….”
손채림도 뭔가 깨달은 듯 손바닥을 탁 쳤다.
“회사 이름이 자주 바뀐다고 했지요?”
“그렇지요.”
“그러면 그것도 설명되네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리 보험회사라고 할지라도 자꾸 사고가 나는 회사를 가입시켜 주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아예 새로운 회사로 위장해서 들어가는 거죠.”
“하지만 그걸 모를까요?”
무태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돈에 예민한 게 보험회사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일단 소송을 걸어 보는 게 그들인데 이름을 바꿨다고 가입시켜 줄 리 없다.
“내부에 누군가 있다면 가능하겠지요.”
“음…….”
만일 그가 높은 직급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건 보통 사고를 조사할 때 조사 대상으로 들어가지는 않지요.”
“그렇지. 사고를 대상으로 할 때는 원한을 조사하지, 회사의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한국은 그런 것에 대해서 거의 무지하니까. 그래서 직원이 죽으면 회사가 이득이라는 것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라…… 후우.”
김성식은 갑자기 한숨이 나왔다.
살인의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보험금을 노리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 차원에서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역사적으로 이런 일은 있지도 않았다.
“이런 짓을 하면 그 기업은 망하네!”
“그러니까 정상적인 기업은 안 할 겁니다. 하지만 그게 목적인 기업이라면요?”
“목적인 기업?”
“바지 사장이라는 말이 있지요.”
“끄응…….”
바지 사장을 세워서 중국인들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중 값어치가 높은 녀석들은 죽여 버린다.
동의서를 받는 건 계약 서류에 살짝 넣으면 되니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그들은 어려운 한국어는 모를 테니까.
“그러면 젊은 사람들이 죽은 게 이해가 갑니다.”
“보험료는 당연히 젊은 사람들이 더 적게 내고 더 많이 받아 낼 수 있을 테니까.”
나이 일흔을 먹은 노인은 내는 보험료에 비해서 받는 돈이 적다. 하지만 한창의 나이인 청년은 사망 시 받는 보험금도 더 많다. 죽을 가능성이 낮으니까 높은 보험도 쉽게 들어 주기 때문이다.
“심각한 일이군…….”
김성식은 창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건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확실한 증거가 있나?”
“아니요……. 아직 없습니다. 솔직히 심증일 뿐이구요.”
“심증이라. 하긴…….”
보험을 가입했다는 증거는 없다. 이러한 금전적 계약에 관한 정보는 얻어 내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것 중 하나다.
물론 정보 팀을 통해서 얻어 낼 수는 있겠지만, 그건 기본적으로 불법으로 얻은 거니 고발용으로 쓸 수는 없다.
“일단은…… 전국적으로 이런 조직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봐야겠습니다.”
송정한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보 팀의 역량을 최대한 투입하겠네.”
“그리고 중국인 사망자가 얼마나 되는지 잘 알아봐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그렇게 전혀 엉뚱한 사건은 노형진을 거친 풍랑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 * *
“이런 미친…….”
김성식은 고문학 팀장이 가지고 온 보고서를 믿을 수가 없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은 전국에 총 백스무 곳입니다. 그중 세 곳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습니다.”
“이상 징후?”
“세운 지 1년이 안 되었으며, 다른 곳보다 가지고 가는 지분이 적습니다. 보통은 10%를 가지고 가는데 이들은 5%를 가지고 갑니다.”
물론 경쟁이 심하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운 지 1년도 안 된 곳이 그렇게 낮은 지분을 가지고 가는 것은 위험한 게임이다.
“그리고 그 회사가 있는 지역들의 사고율이 다른 지역에 비에서 좀 많이 높은 편입니다.”
“높다라…….”
사고율이 높다고 표현했지만 아마 고문학이 가지고 있는 통계를 봐서는 이곳과 같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사망자가 나면 위로금 조로 지급되는 돈은 5천만 원 정도. 하지만 한국의 생명보험의 배상금은 못해도 1억, 일반적으로 3억 정도 할 겁니다.”
노형진은 심각한 얼굴로 수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3억이라고 치고, 한 곳에서 열 명씩이면 대략 25억 정도의 이득이군.”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곳은 총 세 곳입니다. 그러면 한 곳에 25억일 경우 세 곳이라고 하면 75억이 넘는 큰돈이 됩니다. 더군다나 이건 한 해 기준입니다. 이 회사들은 생긴지 1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과거 세탁 차원에서 폐업과 창업을 반복했다고 한다면…….”
“어마어마하군.”
그 수치가 현실로 들이닥치자 다들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게 절대적인 수치는 아닐 것이다. 이곳처럼 위험한 작업이 많은 곳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사망자 수가 적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매년 수십 명이 살해당하는 것이 현실.
“이런 터무니없는 보험 사기는 처음 들어 보는군. 정부에서 모를까?”
“글쎄요……. 단순 사고로 꾸미니까요.”
처음에는 조사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게 당연한 수치가 되어 버릴 것이다.
더군다나 그런 사고가 나는 것은 대부분 위험한 직업일 것이다. 절대적으로 숙련공이 필요하지만 싸다는 이유로 비숙련공을 쓰는 그런 직업.
“그러면 아무래도 사고도 자주 납니다. 사람은 그러면 타성에 젖게 됩니다.”
매일 일어나는 사건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 사건의 당사자는 그다지 신경 안 쓰는 중국인 노동자들.
“그들은 민원조차 넣지 못하지요.”
“보험사야 내부에 누군가 있다면야…….”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사건이 이렇게 되어 가자 노형진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런 식이면 지금도 누군가 사고로 죽어 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움직여야 합니다.”
경찰에 신고해 봐야 미친놈 소리 딱 듣기 좋은 소리다. 그들은 절대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노형진은 차마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사건이라면 경찰, 그것도 상당히 윗선도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갑자기 사고가 늘어나는데 그 많은 경찰 중에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경찰이 전부 무능한 것이 아니다. 다만 무능한 놈들이 위에 있을 뿐.
“이거 참…… 나라가 무능하니 변호사가 별짓을 다 하게 되는군.”
송정한은 자조적인 말로 우울함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6장. 몽둥이가 약이라지?>
“여기로 온다고요?”
“그래.”
노형진은 시내에서 좀 떨어진 조용한 카페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할 만한 검사를 골랐네. 아마 눈에 불을 켜고 덤빌 거야. 좀 위험한 상태거든.”
“위험한 상태?”
“보면 알아.”
김성식은 아무래도 새론의 힘만으로는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검사 중 한 명을 움직이기로 했다. 자신의 후배 중에서 쓸 만한 녀석을 데리고 오기로 한 것이다.
“알아서 좀 움직여 주면 고마운데요.”
축 늘어진 채로 아이스커피를 홀짝이던 손채림은 우울하게 말했다. 김성식은 약간 안타까운 얼굴이 되었다.
“검찰이라는 조직이 그런 조직은 아니지.”
검사는 기본적으로 사건을 배당받아서 일하지, 스스로 사건을 발굴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검사는 그다지 많지 않다.
더군다나 고위직도 아니고, 한국에 들어온 조선족들에게 벌어진 사고사를 수사할 검사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건수는 엄청나게 크다는 걸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하하하.”
사건은 엄청나다. 최소 백 명 이상 살해된 거라 추정하고 있는 일이다 보니 만일 이걸 해결하면 말 그대로 언론의 핫 이슈가 될 것이다.
“저기 오는군.”
때마침 안으로 들어오는 여자.
그녀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무척이나 날렵한 인상의 여자였다. 신경질적으로 생긴 그녀는 김성식을 보자마자 탁자에 앉았다.
“오랜만이네요, 선배.”
“오문아, 넌 여전하구나.”
“선배님처럼 느긋하게 여유를 즐길 시기가 아니라서요.”
오문아는 짜증스럽게 안경을 고쳐 썼다.
“알지. 좀 밀리지?”
“어떻게 아세요?”
“내가 검찰청 떠난 게 10년이 지난 건 아니잖아? 아직도 내 후배들이랑 후임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중수부장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제법 오래 효과를 발휘하거든.”
김성식이 그렇게 말하자 오문아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 망할 자식…….”
“망할 자식?”
노형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그제야 김성식은 아차 싶은 얼굴로 서로를 인사시켰다.
“이쪽은 오문아. 현재 대검찰청에서 일하고 있지. 이번에 승진이 있는데 다른 녀석한테 살짝 밀리고 있어. 아, 이쪽은 노형진 변호사. 뭐, 오문아, 넌 알지? 유명하니까. 이쪽은 손채림. 노형진 변호사와 같은 팀원이야.”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노형진과 손채림이 인사하자 오문아는 고개를 숙여서 인사는 받았지만 그다지 기분 좋은 얼굴은 아니었다.
“그런 사소한 것까지 이야기할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요?”
“사소한 것까지 해야지. 그래야 서로 도움이 되지. 그리고 이번 사건이 완전히 뒤집을 거야.”
“뒤집다니요?”
“네가 밀리는 이유 알지?”
“알죠.”
그녀는 여자다. 하지만 남자에게 밀리기 싫어서 열심히 일해서 적지 않은 실력을 보였다. 그래서 실적 자체로는 절대 다른 승진 후보에 밀리지 않는다. 밀리는 것은 지명도.
“넌 여자다 보니까 아무래도 굵직굵직한 사건에서 배제되었지.”
“그래서 문제인 거잖아요.”
실적이 비슷한 상황에서 상대방은 남자라는 이유로 여러 유명 사건이나 중요 사건에 여러 번 동원되었고 그쪽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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