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03)
하지만 그녀는 실적은 적지 않지만 대부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슈를 타지 않은 사건에 동원되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이슈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무슨 수로 그 정도 격차를 꺾는다는 거예요, 그것도 한 방에?”
오문아가 짜증스럽게 말하자 김성식은 슬쩍 뒤로 빠졌다.
“자세한 건 노 변호사가 말해 줄 거야.”
자연스럽게 노형진을 바라보는 오문아.
노형진은 그녀가 약간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뭐, 어차피 업무 때문에 만나는 것이니까.’
그녀는 승진해서 좋고 자신은 해결해서 좋으면 되는 거다. 더군다나 검사 쪽에서 안하무인인 사람을 본 거야 한두 번도 아니고.
“이번 사건은 대형 사건입니다.”
노형진은 지금까지 알아낸 것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오문아는 이야기를 듣다가 점점 깊이 빠지더니 나중에는 안경이 흘러내리는 것도 잊어버리고 입을 쩍 벌릴 정도였다.
“그런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기업적 차원에서의 살인이라니?”
“말이 안 되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기업은 돈만 된다면 뭐든 합니다. 특히 중국 쪽은 그런 게 더 심하지요.”
“음…….”
목적을 위해서 일을 하다 사람이 죽는 것과 목적을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천지차이인 동시에 한 끗 차이다. 조금만 독하게 마음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왜…… 굳이 한국에서…….”
“세 가지 때문이지요. 첫 번째, 한국이 중국보다 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배상비가 비쌉니다. 두 번째, 중국과 가까워서 무한정으로 중국인을 구할 수 있지요. 세 번째, 한국 정도의 경제 대국이면서 뇌물이 잘 통하는 나라는 흔하지 않거든요.”
“음…….”
사실 한국쯤 되는 나라라면 뇌물 같은 것이 통해도 한정적으로 통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요 근래 들어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급속도로 부패지수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현실.
“그래서 기업적 차원의 살인이…….”
“사고로 꾸미고 있지만 살인은 확실합니다.”
오문아는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씹었다.
노형진의 말대로라면 백 명 이상이 살해된 사건이다. 그것도 연쇄살인도 아니고 기업에서 한 일종의 처형. 이걸 해결했는데 승진 못 하면 그게 이상한 거다.
“그런데 왜 이런 게 안 걸린 거죠?”
“전국적이니까 서로 소통이 안 된 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관할권에서 싸움이 워낙 심하니까요. 그리고 위에서 차단하는 이유도 있을 거고요.”
“차단?”
그 말을 들은 오문아는 순간 그 뜻을 알아채고는 가볍게 얼굴색이 변했다.
“설마 검찰에서도 누군가 비호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예상 사건이 백 건 이상입니다. 세 곳이 3년만 존재했다고 해도 말이지요. 그런데 그중 단 한 건도 고발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
고발되면 경찰은 어찌 되었건 수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걸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검찰과 판사다.
“누군가 위에 있다?”
“네.”
오문아의 얼굴이 살짝 찡그러졌다.
말이 안 된다고 하고 싶지만 그동안 자신이 봐 온 조직을 보면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결코 낮은 것은 아니다.
“솔직히 전 우리가 다 찾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다 찾지 못했다니?”
“우리는 공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이 아닙니다. 따로 정보 조직을 가지고 있는 거야 아시겠지만 그건 특정 사건으로 파고드는 형태의 조직이지, 전국을 광범위하게 뒤질 수 있는 조직이 아니죠. 운이 좋아서 세 곳을 찾았지만 서울과 경기도 주변을 벗어난 다른 지역은 어떻게 뒤져 볼 수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면…… 이 사건의 숫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네,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사고율은 다 다르겠지요. 이곳이야 공사도 많고 사고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한곳에서 너무 오래 일하면 누군가 의심할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 하고 나면 다른 지역으로 또 음모를 짜겠지요.”
노형진은 자신이 생각한 그들의 패턴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아무리 그들이 막무가내로 행동한다 해도 한 지역에서 백 명, 천 명씩 죽일 수는 없다. 당연히 사고로 어느 정도 처리하다가 좀 많아진다 싶으면 다른 지역으로 떠날 것이다.
“그 결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걸 새론에서 알아냈다고요?”
“우연이었지요.”
우연이라고 해도 무서운 일이었기 때문엔 오문아는 살짝 몸이 떨려 왔다.
“알아내는 것까지 할 수는 있었지만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그 이후가?”
“우리는 변호사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공권력을 가진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요.”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상대방은 돈을 위해서 사고로 가장한 살인을 저지르는 기업이다. 그들이 만일 새론이 자신들에 대해서 알아차렸다는 것을 안다면 무슨 짓을 할까? 돈을 위해서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작자들이 그냥 넘어가리라고 보기는 힘들다.
“결국 우리 회사 소속의 변호사나 직원들의 안전이 위험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둘 수는 없습니다.”
“흠…….”
지금까지 있던 사건들과 다르게 이들은 거의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 집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조직을 정부 조직도 아닌 새론이 건드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우리가 전국에 있는 모든 곳을 다 커버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그래서 내가 나서 달라?”
“검찰은 전국적 조직이니까요.”
그리고 검찰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만일 누군가 검사 한 명을 공격하면 검사 한 명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어서 내부적으로 철저한 상명하복이 베이스로 깔리다 보니 내부 자정이 거의 안 되는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건 그거랑 상관없지.’
아무리 간땡이가 부은 놈들이라고 할지라도 검찰에 직접적으로 손대지는 못할 것이다. 검찰은 경찰을 지휘하에 두고 있다. 검찰을 건드린다는 것은 당연히 경찰과도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누군가는 내부에 있는 거야.’
노형진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검찰은 어떤 폭력 조직이든 건드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집단입니다. 당연히 전면전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뇌물을 주고 사건을 은폐하는 쪽을 선택했을 겁니다.”
“그러면 제가 움직인다고 해도 결국 그들이 나설 텐데요?”
오문아는 그 점을 바로 지적했다.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지만 자신이 수사를 시작한다면 누군가 그걸 막으려고 할 게 뻔하다.
“제가 노리는 게 그겁니다.”
“뭐라고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말에 오문아는 당황했다. 노리는 게 그거라니?
“생각해 보세요. 이 조직은 전국적인 조직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조사한다고 해도 그러고 오문아 검사님이 수사한다고 해도, 한 곳을 건드리는 순간 다른 녀석들은 꼬리를 자르고 잠수를 탈 겁니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녀석들이 과연 다른 조직에 대해서 수사가 들어간 걸 모를까요?”
“아!”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녀석들인 만큼 서로 전혀 관련 없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조직은 아니다. 즉, 다른 한 곳이 경찰에 수사받거나 한다면 다른 곳은 바로 모든 증거를 폐기하고 숨을 거라는 뜻이다.
“그러니 일단 별거 아닌 걸로 뒤흔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수사를 알려 주는 라인을 알아내야 하지요.”
“…….”
노형진의 계획은 조금은 복잡했다.
일단 별거 아닌 것으로 그들을 자극한다. 그러면 누군가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전면으로 나설 것이다. 그 전면에 나서는 사람을 추적하면, 그 배경이 드러날 것이다.
그 후에 그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조용히 처리하고 상대방의 정보 라인을 고사시킨 후 조사에 들어가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 내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별거 아닌 것으로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도 의심받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게 나라는 거군요.”
“네.”
노형진은 오문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흠…….”
오문아는 사건의 규모를 대충 파악했다. 오랜 경험으로 이런 일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보통 이런 건 한 지역당 하나지. 새론이 세 곳만 찾았다고 하지만 그 정도일 리 없어.’
그러니 섣불리 건드려서는 안 된다.
폭력 조직, 그것도 전국구 조직을 처리할 때 가장 힘든 것이 바로 그 점이니까.
“좋아요.”
그녀는 마음을 굳혔다.
어차피 이대로는 자신은 승진에서 밀린다. 그리고 승진에서 밀리게 되면 경쟁자가 자신을 검찰 조직에 그냥 둘 리 없다. 당연히 내쫓으려고 할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 누군가 승진하면 그 선배 기수는 물러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다. 위계질서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승진 후보자는 그녀보다 한 기수 아래. 자신이 나갈 수밖에 없다.
물론 변호사로서 먹고살 수는 있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그런 게 아니었다. 그녀는 더 높은 곳을 노리고 있었다.
“이 일, 하지요.”
그녀는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굳혔다.
* * *
오문아는 일단 노형진의 말대로 살짝 사건을 건드렸다. 처음부터 살인 사건 수사로 몰고 가면 잠수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은 사고 현장의 안전 위반으로 걸고넘어져서 관련된 자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사고가 날 수도 있지!”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남자.
그는 노형진이 현장에 왔을 때 화내던 사람이었다. 오문아가 그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한 것이다.
“그런데 왜 벽돌을 안쪽이 아닌 끝에 걸쳐 놓도록 했지요?”
“그거야, 그래야 건설 현장에서 가까우니까 그렇지! 세워야 하는 벽이 몇 개인데…….”
“아파트 한복판에 놓으라고 한 것도 아니잖습니까? 사실 1미터만 안쪽으로 놔도 그게 바닥으로 떨어질 이유가 없는데 바로 바깥쪽에다가 벽돌을 쌓아 놓도록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난 거 아닌가요?”
“관례적으로다…….”
“그러니까 그 관례적인 것 때문에 사람이 죽었지요. 보통 그런 걸 업무상 과실치사라고 합니다.”
오문아는 그를 독하게 몰아붙였다. 노형진은 이 녀석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자신이 봐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 남자 아래에서만 무려 세 번이나 사고가 났단 말이지?’
연도는 다르지만 벌써 세 번이나 사고가 났다. 그런데 한 번도 처벌받지 않았고 또 강등되지도 않았다.
일반적으로 이런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잘리는 것이 작업반장인 현실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난 모른다니까.”
딱 잡아떼는 작업반장.
“하지만 당신이 거기에 벽돌을 쌓아 두라고 지시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거기는 통행로와 가까워서 공사하는 사람들이 걸리적거려 했다는 말도 하더군요.”
“난 편의상…….”
“그러니까 그 편의상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현장 작업자들이 불편을 호소했다고 하는데 편의상 거기에 벽돌을 쌓아 둔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
“당신은 현장의 작업반장으로서 안전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업무적 효율 저하가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그런데 당신은 오로지 효율만을 따지면서 위험한 곳에 수백 개의 벽돌을 쌓아 두도록 했지요. 안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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