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05)
물론 사고로 많이 조작하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 저지른 일이지 사람 많은 곳에서는 아니다.
“곧 나타날 겁니다.”
고문학은 확실하게 말하면서 손채림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런 그의 장담은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사실로 드러났다. 그것도 너무 뻔한 형태로 말이다.
‘저것들 바보 아냐?’
손채림은 커피를 사러 바깥으로 왔다가 가게 건너편에 뭉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자기들이 무척 자연스러운 줄 아는 건가?’
가게 건너편에 여섯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뭉쳐서 서로 대화하고 있었다.
나름 작게 말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명백하게 중국어였다. 물론 중국어를 쓰는 게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이 장소가 중국인들이 많이 오는 장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리영숙이 있는 곳은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식당이 몰려 있는 곳이고, 허름한 복장의 중국인들은 그다지 오지 않는 곳이다.
‘그다지 신경 안 쓰겠지만.’
일반인들이야 그러려니 하고 신경 안 쓰고 넘어가겠지만 안 그래도 노릴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는 손채림의 입장에서 가게 건너편에서 뭉쳐서 이야기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이상하다고 대놓고 광고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그들은 주변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한 건지 아주 대놓고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었고, 손채림은 슬쩍 그들 뒤에 있는 커피숍으로 가서 커피를 주문하면서 핸드폰의 녹음 기능을 켰다.
그렇게 한참 녹음을 한 그녀는 그걸 가지고 무심한 듯 그들을 지나쳐서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팀원들에게 돌아왔다.
“혹시 중국어 아는 분?”
“네?”
“이거 번역이 필요해서요.”
“제가 조금 압니다.”
직원 중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고 손채림은 그에게 대화 내용을 틀어 줬다.
“허.”
“왜 그래요?”
“전혀 엉뚱한 곳을 보고 있었는데요? 이거 대화 내용 들어 보니 대충 어떻게 죽일까, 사고가 어쩌고 가스가 어쩌고 그러는데요?”
“뭐라고요?”
가게를 살피던 사람들은 당혹했다.
당연히 감시하러 가게 주변으로 올 거라 생각했지, 건너편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거기서 무슨 음모를 짠다고?”
보통 정찰이라고 하면 가게 내부에 들어가서 시설을 살피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가게 내부도 아니고 바깥에서 정찰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뭐, 돈 때문 아닐까요?”
“돈? 아…….”
그제야 고문학은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모든 것을 경비 처리해 주는 새론과 다르게 저들에게는 그런 시스템이 있을 리 없다. 당연히 이런 데 들어가는 비용은 자신이 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비싼 소고깃집은 무리지.”
리영숙이 일하는 곳은 그냥 고깃집도 아니고 아주 비싼 최고급 소고깃집이다. 1인분에 6만 원이 넘는 집이니 당연히 그곳에 들어가서 정찰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설사 하고 싶다고 해도 총 3층짜리 건물이고 리영숙이 일하는 주방은 저 안쪽이라 들어갈 수도 없다.
“우리 기준으로 판단했더니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오는군요.”
직원 중 한 명이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가스를 이용할 것 같은데요?”
“그렇지?”
“하긴 식당에서 사고 처리하기에는 그게 가장 확실하죠.”
부하들은 그들의 음모를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손채림은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럼 일이 커지지 않나요?”
“당연히 일이 커지지요.”
리영숙의 업무는 설거지다. 당연히 사람들이 모여서 밥을 먹기 시작할 때 일거리가 나온다. 그러니 그녀를 죽이기 위해서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은 그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사고에 휘말리게 한다는 뜻이다.
“못해도 열 명은 죽을 텐데.”
“그런 걸 걱정하는 놈들이면 이런 일은 안 저지릅니다.”
손채림의 말에 고문학은 비웃듯 중얼거렸다.
그가 들어 본 사건 중에서 가장 황당한 사건 중 하나가 바로 이 사건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사고 처리해서 보험금을 받아 내는 회사라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려하던 일은 안 벌어질 겁니다.”
손채림의 걱정이 뭔지 안 고문학은 피식 웃었다.
“우리는 떡밥을 좀 던질 뿐입니다, 후후후.”
고문학은 전화기를 들어서 노형진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 *
“저기 오는군.”
아무도 없는 밤. 어둠 속을 스치듯 지나가는 수많은 차량들. 그중 트럭 한 대가 건물 쪽으로 조용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가스를 아예 가지고 온 모양인데?”
김성식은 그 녀석들이 트럭에서 내리는 뭔가를 발견하고는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래도 도시가스는 믿음직스럽지 않은가 보지요.”
“하긴…….”
가스 사고를 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가스를 뿌려야 한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가스 배관이 금속으로 되어 있다. 만일 거기에 구멍을 내려면 전동 드릴을 쓰는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경우 스파크가 튀기 마련이다. 그러면 자신들이 죽을 수 있으니 미리 가스를 준비했을 것이다.
“뒤쪽으로 가는군요.”
노형진은 예상대로 돌아가자 피식 웃었다.
저들이 지금 하는 행동은 모두 녹화되고 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아무리 사람이 없는 시간이라 해도 앞으로 들어갈 리 없으니까.
더군다나 주방은 뒤쪽에 있다. 당연히 뒤로 갈 수밖에 없었다.
“빨리빨리 뚫으라우.”
“기다려. 유리창이 이중이라 걸리지는 않을까? 아니야?”
그들은 서로 작게 이야기하면서 창문의 유리창에 작은 구멍을 뚫었다. 그러고는 그곳으로 스윽 호스를 끼워 넣었다.
“여기는 잘 안 보일 끼야.”
“가스는?”
“타이머 다 해 놨지. 내일 신호를 넣으면 가스가 들어갈 끼야.”
주방에서는 불을 안 쓸 수가 없다. 당연히 불을 켜는 순간, 주방에 가득한 가스가 터지면서 터져 나갈 게 뻔했다.
“빨리 가자구.”
그곳을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애애앵!
“어?”
저 멀리서 경찰차가 오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어, 뭐야?”
“경찰인가?”
“지나가는 거 아닌가?”
사람은 적응의 짐승이라고 했다. 이들이 처음에 살인했을 때는 두려움에 떨었을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자 이제는 무심해졌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들은 만만하게 생각했다.
“그냥 놔둬. 지나가겠지.”
이런 일이 없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소리가 가까워져 올수록 그들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이상하잖아?”
“걸린 거 아냐?”
“그럴 리가.”
그들은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쪽은 상업가라 이 시간에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경찰차의 소리가 이쪽으로 쭈욱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 되겠다. 튀자.”
결국 그들은 불안감에 일을 멈추고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그냥 둘 노형진이 아니었다.
“지금입니다.”
노형진은 이미 그들이 도망갈 수 없게 양쪽으로 사람들을 감춰 둔 상태였다. 그들이 들어간 뒤쪽의 소로는 한 명밖에 설 수 없는 통로로, 말 그대로 뒤에서 작업하기 위해서 만들어 둔 좁은 길.
“꼼짝 마.”
경호 팀이 나타나자 막 그곳에서 나오던 자들은 움찔했다.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려 줘야겠어.”
“이런 싯팔…….”
그들은 입구를 가로막는 건장한 사내들을 보고는 욕을 했다.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가까워지고 있는 경찰은 자신들을 잡으러 온다는 소리였다.
“빨리 나가라우! 우리가 숫자가 많아!”
“어떻게 나가라고?”
입구를 막고 있는 사람들은 고작 세 명. 그에 반해 자신들은 다섯이다. 그러니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선두에 선 남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저거 안 보임둥?”
세 명뿐이지만 그들은 입구를 틀어막고 있다. 즉, 나가는 순간 세 방향에서 몽둥이가 날아온다는 뜻이다. 길이 좁아서 자신들은 한 명씩만 나갈 수 있다. 즉, 숫자는 자신들이 많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1:3의 싸움이다.
“그럼 여기서 잡힐 검메? 그냥 제끼라우!”
이를 악무는 뒷사람의 말에 선두에 선 남자는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잡히면 좋은 꼴은 못 보기 때문이다.
“이야!”
결국 이를 악물고 덤비는 남자.
하지만 악으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있다.
“아악!”
처절한 비명 소리.
그 비명 소리는 경호 팀이 아니라 달려들던 남자에게서 난 소리였다. 왼쪽에 있던 사람이 그의 어깨를 내려쳤고, 오른쪽에 있던 사람이 칼을 든 그의 오른손을 박살을 냈다. 그리고 선두에 서 있던 사람은 커다란 진압용 방패로 밀어 버렸다. 어두운 골목인지라 그가 시커먼 진압용 방패를 들고 있는 걸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을 나뒹구는 남자. 그리고 뒤에서 찌르라고 다그치던 녀석이 선두가 되었다.
“자, 다음.”
방패를 들고 있던 정우찬은 히죽 웃었다. 그러면서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는 남자의 부러진 오른팔을 꾸욱 밟았다.
“끄아아악!”
남자는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얼마나 강하게 밟고 있는지 손을 뺄 수가 없었다.
“누가 대가리가 박살이 나고 싶은가?”
“으으으.”
그들은 그 잔인한 모습에 부르르 떨었다. 물론 그들도 살인마들이기는 하지만 당하는 입장이 되자 전혀 기분이 달랐던 것이다.
“이거 참…….”
노형진은 뒤에서 나타나면서 혀를 끌끌 찼다.
경호 팀은 평소에는 손쓰지 않지만 일단 쓰기 시작하면 적당히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확실히…….’
회귀 전 선천적인 살인마들로 만들어진 집단이다. 매주 상담 치료를 받게 해 조직과 사회에 녹아들게 만들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성향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다. 그냥 돈 때문에 하는 자들과 타고난 자들은 그 기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만하시죠. 경찰이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정우찬은 힐끗 뒤를 보고는 안타깝다는 듯 방패를 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발에 힘을 줘서 부러진 남자의 오른손을 강하게 밟았다.
“끄아악!”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던 남자는 결국 게거품을 물면서 기절했다. 그때 그제야 물러난 정우찬의 자리에 경찰들이 권총을 들이밀면서 나타났다.
“어디 한 군데 부러지는 걸로 안 끝납니다.”
노형진은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을 보면서 씩 웃었다.
이쪽에는 경찰이 있고, 경찰은 총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그들이 깡이 좋아도 총을 상대로 싸움을 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싯팔!”
완전히 포위당한 걸 안 범인들은 눈이 뒤집혔다. 그들 중 한 명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듯하더니 뭔가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경찰들은 그걸 보고 당혹해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뭐 하는 겁니까!”
“저…… 저게…….”
노형진은 어깨 너머로 그들을 보고는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온 가스통을 앞으로 들이밀면서 뛰쳐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쏴! 쏴 보라고, 이 새끼들아!”
“어어어.”
가스통에 총알이 맞으면 이곳이 날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 경찰들은 어쩔 줄 모르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때 보다 못한 정우찬이 슬쩍 앞으로 나섰다.
“으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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