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06)
경찰이 물러나자 그들은 도망갈 틈이라 생각하고 미친 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호 팀이 안 보인다고 없는 건 아니었다.
빠각!
뭔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주저앉는 남자.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품에 있던 가스통이 허공을 날았다.
탱그랑.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바닥을 나뒹구는 가스통.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가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가스통은 터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 새끼들이 진짜 미쳤나!”
그리고 정신을 차린 정우찬과 경찰들은 3단 봉을 꺼내 들고 앞사람이 쓰러지면서 거기에 엉켜서 쓰러진 범인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으악!”
“아악!”
“살려 줘!”
그들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도심지에 울려 퍼졌고 노형진은 그걸 그냥 구경만 할 뿐이었다.
“안 말려?”
보다 못한 손채림이 노형진의 옆에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물었고, 노형진은 그런 손채림의 얼굴을 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전혀 말리고 싶지 않은걸. 넌 말리고 싶어?”
“어…… 전혀.”
잠깐 생각한 손채림은 역시나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이 달려오다가 가스통을 놓쳤을 때 진짜로 자신이 죽는 줄 알았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면 전혀 말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악!”
그리고 그건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건지, 누구도 경호 팀과 경찰들을 말리지 않고 구경만 할 뿐이었다.
>7장. 힘자랑? 나도 힘 있다>
“뭐라고요?”
노형진은 얼마 후 경찰의 이야기에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아니, 떠먹여 줘도 그걸 해결을 못 합니까?”
“그게 말이지요.”
노형진을 만나러 온 사람은 해당 경찰서의 형사과장이었다. 그는 나름 양심적인 사람이라 공적을 밀어주기 위해서 데리고 온 것이다. 그런데 그의 말은 어이가 없었다.
“위에서는 그냥 살인미수로 끝내라고…….”
“살인미수? 그게 말이나 됩니까?”
한 건도 아니고 최소한 수십 건의 살인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놈들이다. 더군다나 이번에도 리영숙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죽을 수도 있는 가스 사고를 내려고 했다. 그런데 고작 한 건의 살인미수라니?
“당연한 거죠.”
“네?”
마침 함께 있던 오문아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검찰에도 세력이 있는데 경찰이라고 없겠어요?”
“아…….”
노형진은 아차 싶었다.
당연히 있다. 자신이 이야기한 것인데 정작 자신이 까먹다니.
“검찰이야 내가 무시하면 그만이고 박석훈이랑 내가 현재로서는 동급이니 드러내지 못하지만 경찰이 그럴까요? 고작 형사과장인데?”
“하아.”
형사과장은 절대로 높은 직책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일선에서 뛰는, 노가다로 보면 일종의 작업반장 같은 존재다.
“위에서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해야지, 뭐.”
어깨를 으쓱하는 오문아.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손채림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이 되었다.
“이래도 되는 거야?”
“아가씨, 이쪽은 원래 이런 거예요.”
“아가씨?”
자신의 호칭이 약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는 손채림이지만 어찌 되었건 오문아가 자신보다 연배가 높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그녀였다.
“그러면 어쩌죠? 오 검사님이 압력을 행사해 보시겠습니까?”
“무리죠. 물론 할 수는 있겠지만 저쪽이 압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내 압력이 먹히겠어요?”
“흠…….”
저쪽은 경찰 상급자들뿐만 아니라 박석훈도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쪽은 고작해야 오문아 한 명뿐이다.
“결국 그냥 두면 저쪽 의도대로 돌아간다는 뜻이군요.”
“뻔하죠.”
노형진은 얼굴을 찡그렸다.
사건이 큰 만큼 저쪽에서도 사력을 다해서 막으려고 할 것쯤은 예상했다. 하지만 그래도 범인을 잡으면 해결될 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그날 잡힌 범인들은 입도 열지 않고 있고 도리어 자신들에게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
“그냥 인터넷에 터트리면 안 돼?”
“그러면 좋지만 그건 그냥 음모론일 뿐이야. 음모론은 그다지 오래가지도 않고 효과도 없어. 도리어 잘못하면 경찰 수사가 음모론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식의 변명도 가능하거든.”
여론전을 할 때는 증거가 중요하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여론전을 할 때도 있지만 그때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건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건 공감을 얻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면 어쩌지? 이대로 당해?”
그럴 수는 없다. 여기서 물러나게 되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고로 위장해서 살해당할지 알 수가 없다.
“새론은 로비도 하지 않는 겁니까?”
“우리는 그쪽으로는 그다지 안 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새론은 중립을 표방하니까요.”
“위로는 못 올라가겠군요.”
“지금도 충분합니다.”
새론이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정치권과의 결탁이 필수다. 그런데 새론은 정치권과 결탁할 생각이 없다. 당연히 위로 올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면 어쩔 겁니까? 이대로는 저쪽에서 원하는 대로 될 텐데?”
이대로 두면 저 녀석들은 한 건에 대한 살인미수로 처벌받을 테니 잘해 봐야 3년이다. 그리고 이런 사건은 계속 벌어질 것이다.
“우리가 로비를 안 한다고 했지, 남이 한 로비까지 안 쓴다고는 안 했습니다.”
“뭐라고요?”
노형진의 말에 오문아는 갸우뚱했다.
다른 기업들이 로비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남이 로비한 것을 새론을 위해서 쓸 리 없기 때문이다.
“뭐, 상황이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의 로비 선이라도 써 봐야지요.”
“그런데 그럴 만한 곳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아주 좋은 곳이. 그들이 정치인들에게 하는 로비 자금으로 보면 대한민국에서 수위권에 들걸요.”
“그런 곳이 뭐가 아쉬워서 새론을 위해서 로비한다는 겁니까?”
노형진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줬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들을 위해서 하게 될 겁니다.”
“……?”
손채림도 오문아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 * *
“이 말이 사실입니까?”
“사실이라고 추정합니다.”
“추정?”
노형진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면서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위에서 수사를 방해하고 있어서 자세한 결과를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으음…….”
눈앞에 있는 남자, 이성훈은 거대 보험회사의 주요 관리자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온 한 장의 메일. 그건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다.
“경찰이 왜 수사를 막는다는 거죠?”
“이런 짓을 하면서 로비하고 사건 수사를 막는 건 기본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이성훈은 심각한 얼굴로 증거들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모든 자료들. 그리고 그 관련 사진과 사건을 만들기 위해서 벌어지는 일의 동영상까지.
“어떻게 이런 일이…….”
물론 보험 사기야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고 그걸 잡아내기 위한 팀이 따로 있다.
그렇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설사 한다고 해도 소수의 인원이 뭉쳐서 벌이는 일이지, 이렇게 기업 차원에서 벌이는 일이 아니다. 아마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벌어진 적이 없는 일일 것이다.
“보험의 수익자가 회사라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노형진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부분을 지적했다.
“보험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사고로 인해서 사망하는 경우 남은 가족들을 위해서 가입하는 겁니다. 그런데 기업은 그런 것도 아니죠. 당사자가 죽으면 새로운 직원을 뽑으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왜 기업이 보험을 들죠?”
“음…….”
“이런 사건은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죽으면 죽을수록 기업에는 막대한 수익이 생깁니다. 기업은 자신들의 자리를 이용해서 당사자를 극단적 상황에 처하게 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자리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숙련공이 아니라면 더 잘 죽겠지요. 그러면 기업은 사람이 죽을수록 보험금을 타게 되는 겁니다.”
노형진이 설득할수록 이성훈은 참담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까지 닥친 사건만 본다면 자신의 회사에서 본 피해는 못해도 1천억이 넘는다.
‘사실 미국에도 이런 피해 사례가 있었지.’
노형진도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번 사건을 하면서 알아본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이런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물론 이번처럼 아예 막장으로 사고사처럼 죽인 건 아니지만 직원을 말려 죽이는 식으로 죽여 버린 것이다. 결국 그 직원이 일하면서 받아 간 월급은 1억이 안 되는데 보험료로 5억이 넘는 돈을 받은 사건이었다.
‘이걸 대한민국에 들어오게 하면 안 된다.’
지금이야 중국 녀석들이 돈 욕심에 저지른다지만 이게 한국에 안착하게 되면 기업들의 또 다른 수익 모델로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이건 명백하게 보험 사기입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어째서 이런 게 내부에서 걸러지지 않았는지 모르겠군요.”
“경찰과 검찰 내부에도 사람을 심어 둔 녀석들입니다. 보험회사에 사람을 심어 두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회사 내부에요?”
“경찰이나 검찰은 최소한의 소명 의식이라도 있지만 솔직히 회사에 그런 걸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습니까?”
물론 검찰이나 검찰에도 소명 의식이라고는 개뿔도 없는 인간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회사는 더 심하면 심했지, 약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보험회사의 실적은 기본적으로 보험을 가입시킨 걸로 판단하지, 그 보험의 지급률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부에서 누군가 통계자료만 살짝 없애도 상부에서는 이걸 모르고 넘어갈 수밖에 없지요.”
“큭.”
이성훈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아무리 나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직원인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니, 도리어 자신처럼 일반 직원이 아닌 임원급이 된 사람들이 배신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임원급은 법적으로 보호받는 사람이 아니다. 당장 언제 잘릴지 모르는 게 임원이다.
‘그런데 임원급이 가진 파워는 엄청나지.’
웃기게도 비정규직에게 회사의 운명을 맡기는 셈이다.
당연히 그들은 당장 자신에게 들어오는 수익과 뇌물 그리고 배당금을 생각하지, 장기적으로 기업을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된 사람이 들어오면 회사가 흔들리는 건 한순간이다.
“의심 가는 사람 없습니까?”
“…….”
이성훈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의심 가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심 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대답하지 못한 것이다.
“어찌 되었건 우리가 조사해서 알아낼 수 있는 건 여기까지가 한계였습니다.”
노형진은 슬쩍 몸을 빼기 시작했다. 이 사건에서 자신들이 전면에 나설 이유는 없다. 자신들을 대신해서 싸워 줄 인간들은 많으니까.
“이걸 가지고 가도 될까요?”
이성훈은 대답도 듣기 전에 이미 자료를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다. 노형진은 그런 이성훈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지고 가세요.”
“감사합니다.”
그는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고 가방에 자료를 집어넣고는 황급하게 바깥으로 나갔다. 노형진은 그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어, 난 방금 끝났어. 넌?”
-나도 끝났어. 얼마나 남은 거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손채림의 목소리. 그녀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어디 보자…… 한 아홉 군데 정도?”
-우리나라에 보험회사 무척 많네.
“그나마 그 녀석들이 가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굵직굵직한 곳만 고른 거야. 아마 이곳에서 소문이 돌면 아래 작은 곳들도 털기 시작하겠지.”
-하여간 머리는 좋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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