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16)
그런데도 불구하고 강간을 했다는 건 그걸 무마할 자신이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완전 골 때리네.’
이건 여자에게 무시당해서 저지르는 것이나 성적으로 굶주려서 하는 것이 아닌 권력에 관련된 범죄다.
똑같은 강간일지라도 그 성향은 다 다르다. 여자에게 무시당했다고 하는 건 정신병적 성향이고, 성적으로 굶주려서 하는 건 사회성 부족이다.
그에 반해서 이런 권력형 범죄는 자신이 있어서 저지르는, 일종의 사회와 주변에 대한 도발이다.
‘그리고 이런 건 안 멈추는데.’
미친놈은 처벌받으니까 멈추게 된다. 반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녀석도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권력형은 처벌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저지르게 된다.
‘자매를 양쪽 다 건드린 걸 봐서는 처음도 아닌 것 같고.’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기준이 있다. 당연히 자매를 동시에 강간하는 것 같은 짓은 똑같은 범인이라도 꺼리게 된다.
그런데 그들이 거리낌도 없이 했다는 건, 전에도 비슷한 짓을 했으며 고소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겠어.”
“응? 네가?”
“그래.”
“왜? 방법이 없다면서?”
“그렇기는 한데, 저런 녀석이 그냥 순순히 물러갈 놈은 아닌 것 같거든. 엔터테인먼트조합 쪽이라고 손대지 않을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아!”
실제로도 손대려고 했던 시도가 있었다. 그때도 노형진이 막아 냈다. 그런데 똑같은 짓을 하는 놈이 있다면 그놈이 그냥 물러날 것 같지는 않았다.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도 내가 움직여야겠어.”
노형진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 * *
컴컴한 밤.
노형진은 사무실에서 방법을 찾기 위해서 법전을 이리저리 뒤지고 있었다.
모든 직원들이 퇴근한 사무실에서 등 하나에 의지해서 판례와 법전을 뒤지고 있는 상황.
딸깍.
그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노형진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이 시간까지 안 가고 뭐 하냐?”
“응?”
노형진이 고개를 들어 보니 손채림이 손에 검은 봉지를 들고 있었다.
“넌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그냥 이 근처에서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 왔다가 보니까 네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어서.”
“그래?”
하긴 이 주변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번화가다. 그러니 약속이 있을 수도 있다.
“그냥 이번 사건을 해결할 방법을 좀 찾아보고 있어.”
“찾았어?”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떤 판례도 그런 건 없었던 것이다.
“애석하게도 없어. 상대방은 다름 아닌 방송국이야. 우리가 섣불리 나서게 되면 우리를 순식간에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 있는 조직이지.”
만일 그들이 작심하고 자기네 뉴스를 통해서 새론을 물어뜯으면 새론이 아무리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뒀다고 해도 썩어 빠진 법무 법인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리고 그걸 바꾸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새론이 버텼을 때의 이야기다.
“그냥 민사 하면 어때?”
“이리저리해도 3천 이상은 무리야.”
“그래?”
“그래.”
그것도 어디까지나 두 자매의 자살이 방송국 책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 때였다.
“그러면 어떻게 해?”
“그러게 말이다. 형법적으로는 방법이 없어.”
노형진은 당혹스러웠다.
법적으로 완벽하게 빠져나간 사건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너무하다, 진짜.”
“어쩔 수 없어. 법을 만드는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 당연히 법도 완벽하지 않지.”
그렇기 때문에 법은 매년 바뀌고 발전한다.
문제는 그걸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인들, 특히 입법기관인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해야 하는데 그들은 서로 싸우느라고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이 난 법의 경우 대체할 다른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국회가 안 만들어서 해당 범죄 사항이 붕 떠 버리는 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경우까지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사건은 우리가 어쩔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상대방이 너무 안 좋아. 소송을 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노형진은 안타깝다는 듯 보고 있던 판례집을 덮었다.
“방송국에는 기껏해야 관리 책임이나 묻을 수 있을까? 민사로 최대한 하는 수밖에 없는데…….”
“돈이 위안이 되지는 않아.”
손채림은 안타깝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있는 집에서 살았고 지금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 있을 때 돈이 망가져 가는 자신에게 위안이 되지는 않았다.
물론 돈이 삶의 필수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게 행복의 절대 요소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아!”
노형진은 지친 듯이 길게 누웠다. 그리고 입맛을 다셨다.
“다른 거 없어?”
“다른 거?”
“그래.”
“마피아 대부 체포할 때도 다른 걸로 체포했잖아.”
“그거야 그렇지. 나도 그 부분은 생각해 봤는데, 타격을 입힐 만큼 큰 건 없어. 방송국이 끼었는데 그게 되겠어?”
이런 녀석이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리 없다. 그래서 고문학을 통해서 그의 범죄 내역을 확인해 봤다.
그러나 대부분은 벌금 정도나 집행유예로 끝날 만한 사건들이었다.
“이런 건 고발해도 결국은 흐지부지되겠지.”
100% 집유로 나올 것이다.
“결국은 방송국에서도 그에게 실드를 치지 못할 강력한 범죄여야 한다는 거야?”
“그렇지.”
노형진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며칠째 이 사건에 매달려서 조사하고 공부하느라고 제대로 씻지 못했더니 근지러웠던 것이다.
“으, 디러.”
“어쩔 수 없잖아. 바쁜데.”
“좀 씻어라.”
“그런 소리 하지 말고 가세요. 놀러 나왔다며?”
“씻고 와야 이걸 먹지.”
손채림은 손에 들린 검은 봉지를 노형진의 책상 앞으로 건넸다.
그걸 열어 본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웬 샌드위치? 만들어 온 거냐?”
“웃기네. 이 앞 편의점에서 사 왔다.”
노형진은 빙긋 웃으며 샌드위치를 꺼내서 봉투를 뜯었다.
“응?”
그런데 봉투에 붙어 있는 한 장의 딱지.
“이건 뭐야?”
“아, 그거 상품 걸린 거지.”
“상품?”
“그래. 요즘 그런 거 많이 하잖아.”
그걸 받아서 확인하는 손채림.
하지만 잠시 후 아쉬운 듯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었다.
“꽝이네. 하긴 그렇지, 뭐.”
그걸 보던 노형진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방법이 생길지 모르겠는걸.”
“방법이 있다고?”
“그래.”
노형진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계획들이 스치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 * *
“뭐라고?”
유민택은 노형진의 부탁에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까지는 들어 본 적도 없는, 아니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평등재단를 통해서 신고 공모전을 하는 겁니다.”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안 될 건 없죠.”
“그거야…….”
생각해 보면 안 될 건 없다.
나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좋은 목적으로 하는 거니까.
“강간에 대해서 여자들이 왜 신고를 안 할까요?”
“글쎄…….”
유민택 회장은 그것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노형진은 그런 유민택 회장을 위해서 간략하게 이유를 설명해 줬다.
“가장 큰 이유는, 고소해 봐야 좋은 꼴을 못 보거든요.”
“그런가?”
“네. 이게 참 이율배반적인 상황인데요.”
여자가 강간으로 고소하면 그녀가 겪는 일은 둘 중 하나다.
첫 번째는 적극적으로 그녀를 옹호해 주면서 그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 둘째는 별거 아니라고 하면서 이거 고소해 봐야 벌금밖에 안 나온다고 하는 것.
“전자는 보통 여자의 편을 많이 들어 주죠. 문제는 그런 걸 이용하는 꽃뱀이 있다는 거죠.”
“흠…….”
“그런데 후자도 적지 않습니다. 사건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축소하면서 접수 안 받으려고 하는 거죠.”
“도대체 왜?”
이해가 안 된다. 중간도 아니고, 도와주든가 귀찮아하든가.
“전자의 경우 진짜 불쌍하게 여기기보다는 그냥 실적이 탐나는 거고 후자의 경우는 좀 귀찮은 거죠.”
“그런 게 경찰이라고?”
“애석하게도요.”
“흠…….”
“인간의 상황은 이율배반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마다 추구하는 이권이 다르니까요.”
만일 진짜 억울한 여자라면 전자 타입의 경찰을 만나면 다행이다. 문제는 후자다.
반대로 남자의 입장에서 꽃뱀을 만났는데 경찰이 전자 타입이면 돌아 버릴 지경이다. 제대로 수사도 안 해 보고 ‘일단 네가 저지른 거니까 자백해.’ 같은 식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까지는 알겠네. 그런데 누굴 만날지 몰라서 고발을 못 한다는 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소리와 똑같지 않은가?”
“제가 말씀드린 건 1차적 문제입니다. 2차적으로 다른 문제가 생기지요.”
“2차적?”
“네. 바로 2차 피해죠.”
2차 피해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일단 강간한 놈이 사회적으로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사회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의 경우, 사실상 방송계 활동은 접는다고 생각해야 할 정도다.
“문제는 대부분의 강간은 주변 인물이 저지른다는 겁니다. 길을 가다가 아, 갑자기 강간하고 싶어진다 해서 하는 놈은 드물다는 거죠. 설사 아니라고 해도, 일단 수사를 시작하면 수시로 경찰이나 검찰 그리고 재판에 불려 다닙니다. 만일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일 경우, 회사 내부에 무슨 소문이 돌지 다들 알죠?”
유민택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한 경우가 없는 게 아닌 게 현실이니까.
더군다나 그렇게 되는 경우 내부에서 생기는 여론은 연민이나 배려가 아니라, 일종의 가십거리 취급부터 덜떨어진 인간의 경우 네가 꼬리친 거 아니냐는 식으로 취급하기까지 한다.
“2차 피해가 두렵겠군.”
“네. 그리고 3차 피해가 있기도 합니다.”
“3차 피해?”
“바로 강간범과 피해자 사이의 합의죠.”
“아!”
이건 오래된 문제다. 그리고 심각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안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강간은 친고죄다. 그렇다 보니 고소가 되면 당연히 합의하려고 시도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경찰은 가해자에게 방어권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연락처와 주소를 넘겨준다.
“이번 사건의 경우 살아생전에 그들이 무차별적으로 욕설을 하기도 했고 전화로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피해자 어머니는 가해자로부터 폭행당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혐의로 풀려났죠.”
“그게 가능해?”
“가능하죠. 상대방은 방송국입니다.”
“음…….”
만일 누군가 그들을 처벌하면 방송국은 그걸 조사한 경찰과 검찰의 뒤를 캐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알 권리라는 명목하에, 그들의 인생을 세상에 까발릴 것이다.
“하지만 깨끗한 사람이라면야…….”
“깨끗요? 뭐, 그런 사람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깨끗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방법은 없을걸요. 만두 파동과 우지 파동 기억 안 나십니까?”
“그렇군…….”
“그들의 절대적인 힘을 보여 준 사건이었지요.”
만두 파동은 뇌물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이 기자를 데려와서 터트린 사건이다.
당연히 없는 일을 날조했던 것으로, 그로 인해서 대한민국 만두 시장은 박살이 났고 매년 적지 않은 수익이 나던 수출도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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