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17)
그 전에는 중소 규모의 기업들이 많던 만두 시장이 그로 인해서 대기업 체제로 바뀌었다.
“우지 파동이라…….”
하지만 유민택에게 더 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지 파동이다. 언론에서 산업용 우지로 튀긴다고 거짓말해서 한 기업이 망하기 직전까지 갔던 것이다.
물론 산업용이기는 했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세금 부여에 관한 부분이었지, 그 우지의 질에 관한 부분이 아니었다.
“언론은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말하지요.”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그냥 자극적인 거 적당히 짜깁기해서 이야기한다. 심지어 자기 욕심을 위해서 기사를 쓰기도 한다.
모 연예인이 화장품 회사를 만들었는데 연예부 기자가 성 접대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그 화장품을 쓰면 피부가 썩는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망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제가 대안 언론을 만든 거고요.”
“알고 있네. 그렇지만 상대방은 방송국이야. 자네가 만든 대안 언론으로는 턱도 없네.”
대안 언론으로 싸울 수 있는 건 신문사 정도다.
방송국은 그 파급력이 넘사벽이다. 만일 신문사의 위력이 20이라면 방송국은 100 이상이다. 대안 언론은 잘해 봐야 15 정도.
“그러니까 이번에는 다른 걸 노리는 척하면서 방송국을 노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등재단의 도움이 필요하고요.”
“흠…….”
유민택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방송국이라는 존재는 대룡 입장에서도 곤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성화와의 싸움에서 가까스로 승기를 잡았는데 여기에 방송국이 끼어서 대룡에 안 좋은 소리를 하면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을 만큼 방송국이라는 존재는 부담스러웠다.
“과연 방송국이 속을까?”
“속을 겁니다. 사실 방송국보다 막 나가는 존재가 우리 뒤에서 지켜 주게 될 테니까요. 거기에다 우리가 방송국을 직접적으로 노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방송국보다 막 나가는 존재?”
노형진은 계획을 설명했다. 그러자 유민택은 노형진의 작전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중요한 건 자연스러운 이유를 붙이는 것이지요.”
“자연스러운 이유라…….”
유민택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자신이 나서겠다고 했다.
“때마침 적당한 일이 있네. 그러니까 그 부분은 나한테 맡기게.”
“나서시는 겁니까?”
“여자들에게 우리 기업의 브랜드를 좋게 말해서 나쁠 건 없네.”
아무래도 세력이 밀리는 전자 쪽을 키우기 위해서는 실제 구매력이 있는 여자들에게 어필하는 게 좋다. 그런 상황에서 노형진의 계획은 그 부분에 딱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설마 방송국도 그게 자신을 노린다고 생각하지는 못할 것이다.
방송국이라는 상대는 무서운 권력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권력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어쭙잖은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보다 훨씬 힘을 가진 것이 그들이다. 국민들은 그들이 말하는 대로 믿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일아 방송국에 걸리면 서로에게 좋을 게 없으니까요.”
“알겠네. 자네 말대로 하지.”
유민택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4장. 적은 내부에 있지롱>
노형진은 대룡평등재단와 함께 새로운 작전을 시작했다.
“강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피해자 정책이라…….”
이번에 해당 일을 맡게 된 조병규 팀장은 참 기가 막히다는 얼굴이 되었다.
“어떤가요?”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요? 벌써 여성계에서는 우리 대룡을 극찬하는 중입니다. 순식간에 우리 대룡 이름이 대한민국 여성계에 쫘악 퍼졌습니다.”
“하하하.”
노형진은 피해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그저 버려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처럼 사건을 꾸몄다.
물론 대부분의 강간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보살핌이나 정신적 상담을 받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인건비도 얼마 안 들고, 홍보 효과는 대단하네요. 보통 이런 홍보 효과를 내려면 수십억은 필요한데요.”
물론 피해자들을 모조리 현금으로 지원하려고 한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
대룡은 그 대신에 전문 상담사를 고용하는 방향으로 나가기로 했다. 전문 상담사들이 월급을 대룡에서 받는 대신에 무상으로 상담해 주기로 한 것이다.
장소는 서울과 부산 두 곳.
“하하하.”
노형진은 그저 웃고 말았다. 조병규는 진짜 목적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 홍보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요?”
“처음에는 홍보할 필요가 있기는 했는데 솔직히 지금은 홍보할 이유가 없더군요. 그래서 홍보비도 거의 안 들어갑니다.”
“그래요?”
“네. 여자들의 인터넷상의 공유력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더군요.”
“아무래도 젊은 여자일수록 인터넷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지요.”
남자들은 인터넷에서 활동할 때 어떠한 목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 반면 여자들은 친목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여성들은 이러한 좋은 정보나 공유할 사항이 있으면 퍼 나르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노 변호사님 말씀대로 처음에 대형 커뮤니티 몇 군데에 부탁해서 공지를 올렸더니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퍼지더군요.”
“다행입니다.”
“그냥 광고 쪽으로 오지 그러세요?”
“그러기에는 이쪽 일이 너무 많아서요.”
“도대체 노 변호사님이 못하는 일이 뭔가 싶네요.”
“저도 운동 쪽은 젬병이라서요. 재능이 문과 쪽인가 봅니다, 하하하.”
실제로 노형진은 운동은 완전히 꽝인지라 도무지 발전이 없었다.
“특히 언론에서 좋아하더군요. 아무래도 한국에 이런 지원은 없었으니까요.”
“그러지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일의 표적은 방송국이다. 그런데 방송국이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무덤을 파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그런데 왜 지원금을 건 겁니까? 솔직히 이유를 모르겠는데요.”
공짜로 상담해 준다고 하면 올 사람은 많았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총상금 3억이라는 엄청난 지원금을 걸었다.
“피해자들은 상처를 억누르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요?”
“네. 아예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내부에서 곪아 가는 거죠. 스스로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는 스스로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우리가 공짜로 상담해 준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스스로 찾아오는 사람에 한해서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고 난 멀쩡하니까 안 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오게 할 다른 방법이 필요하죠.”
“그게 지원금이군요.”
“네.”
사람들 중에서 최종적으로 서른 명을 뽑아서 그들에게 1천만 원씩 지원금을 준다는 계획.
그 말을 들은 조병규는 납득한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도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면서 관련 공부를 해서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알기 때문이다.
‘물론 함정이지만.’
사실 3억이나 되는 지원금을 내건 것은 단순히 그런 사람들을 불러오기 위한 게 아니었다.
방송국에 그렇게 꽉 잡혀서 성폭행에 대한 고소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들이 재정적으로 풍족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을 유인하기 위한 뭔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지원금이다.
물론 그들에게 100% 간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걸 노리고 올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다면…….’
아무리 방송국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잘되면 좋겠네요.”
노형진은 본심을 숨긴 채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 *
“줄을 서세요.”
같은 시각 손채림은 상황 확인을 위해서 서울 외곽에 있는 허름한 빌딩에 가 있었다.
상권이 죽으면서 지난 몇 년간 비어 있던 곳이었다.
그런 곳을 노형진이 사고 대룡이 빌려서 쓰는 형식으로 해서 상담 사무실을 연 것이다.
“대기자들이 너무 많은데요?”
여직원 한 명이 안타깝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건물이라고 해 봐야 5층 정도의 낮은 건물이다. 그런데 줄이 길게 바깥에까지 이어져 있었다.
“우우우…….”
이곳을 담당한 사람은 그저 허둥거리기만 하는 것이, 어쩔 줄 모르는 듯했다. 그녀도 여자라고 오기는 했지만 이런 사건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접수를 중단하고 접수대를 5층으로 올려요.”
“네? 하지만 그러면 방해가 될 텐데요? 지금도 줄이 많아서 문제인데 옮기려면 못해도 두 시간은 걸릴 텐데요?”
손채림은 잠깐 고민하다가 뭔가 결심한 듯 바로 실천에 옮겼다.
독일에 갔다 와서 바뀐 것은 뭔가 해야 한다고 하면 그걸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현재에 안주하면 바뀌는 것은 없으니까.
“그래서 옮기라는 겁니다.”
“네?”
“주변 시선 안 보이세요?”
“아…….”
다른 사람들은 그냥 줄이 긴 것만 걱정하고 있었지만 손채림이 걱정하는 것은 줄이 아니었다.
“상처 받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저런 시선은 아니죠.”
이곳에 이런 사무실이 생긴다고 하자 나와 있는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기자들.
그들은 마치 동물원 원숭이처럼 피해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날씨에 모자와 긴 옷에 마스크까지 쓴다는 건 이상한 거 아니에요?”
상담 신청을 하러 온 사람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그들은 한결같이 선글라스에 모자에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거지, 구경거리 만들 거 아니잖아요.”
“무슨 뜻인지 알겠네요.”
“일단 줄 선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나눠 줘요.”
“기계가 없는데요.”
“손으로 써서 주면 되잖아요. 그 후에 사람들 안으로 넣고 에어컨 최대로 틀어 놔요. 날씨 더우니까. 접수실은 5층으로 옮기고요.”
“네.”
허둥거리는 대룡의 직원을 대신해서 일을 진행하는 사람들.
잠시 후 문이 활짝 열리면서 피해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구경하러 나온 인간들은 뭔가 아쉬운 듯 혀를 차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도대체가.’
손채림은 노형진이 말한, 여자들이 왜 고소하지 못하는지 두 눈으로 보고 나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았다.
상처받은 그들에게 퍼부어지는, 마치 동물원 짐승 구경하는 듯한 사람들의 시선이 사방에서 느껴지는데 누가 맘 편하게 고소하겠는가?
‘그런데도 온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꼭꼭 감춘 채로라도 온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손채림은 그런 그녀들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찡했다.
자기 잘못도 아닌데 이렇게 고통 받는다니. 정작 그녀들에게 상처를 준 범인들은 뻔뻔하게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말이다.
“아!”
“왜요?”
손채림은 그렇게 사람들을 보다가 뭔가 깨달았다.
“왜요?”
“아니, 뭔가 필요해요.”
“필요하다고?”
“네.”
손채림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 *
“커피숍 같은 거?”
노형진은 손채림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난데없이 건물 1층에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뭔가를 만들어 두자는 것이다.
“아니, 왜?”
“그거야 들어오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우니까.”
“부담스럽다고?”
“생각해 봐. 이 건물에 있는 거라고는 꼴랑 상담소 하난데, 그러면 안에 들어오는 목적이 너무 뻔하게 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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