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18)
“아.”
손채림의 말은 그녀들이 시선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1층에 여자들이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은 뭔가를 두자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아는 사람은 다 알 텐데?”
“그렇겠지. 하지만 대놓고 그러는 것과 가능성이 높은 건 전혀 다른 일이거든.”
“흠…….”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손채림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그거야 어렵지 않은데, 커피숍으로 되려나?”
“무리인가?”
“아무래도 그런 목적으로 만든 커피숍이면 일반 손님들이 안 올 텐데, 그러면 분명히 손님=피해자 이렇게 될걸.”
“아…….”
“일단 다른 걸 생각해 봐야겠어. 여자들이 마음 놓고 들어올 수 있게…….”
노형진이 그렇게 대화하고 있을 때였다. 약간 당혹스러운 얼굴로 무태식이 문을 빼꼼 열었다.
“노 변호사님.”
“왜 그러십니까?”
“건물 앞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날씨가 더운 관계로 문을 다 닫고 있어서 어떤 소리도 못 들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상담용이다 보니 방음도 잘해 놓은 상황.
손채림이 창가로 가서 살짝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 너머에서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려왔다.
“새론과 대룡은 배상하라! 배상하라!”
“대룡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꺼져라!”
노형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상담소 앞에서 시위하는 인간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저 녀석들 뭡니까?”
“갑자기 와서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왜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말이 안 통하네요.”
노형진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가 노리는 것이 방송국이기는 하지만 그걸 아는 이는 아주 극소수다. 설사 방송국이 안다고 하더라도 방송국의 대응 방식은 자신들을 천하의 개놈으로 만들어서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것이지. 저렇게 시위를 하지는 않는다.
“일단 나가 보죠.”
노형진은 회의를 멈추고 사람들과 함께 바깥으로 나갔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머리에 결사반대나 투쟁 따위의 두건을 두르고 서서 시위하고 있었다.
“이번 상담소 개설 건을 담당하고 있는 노형진 변호사라고 합니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건지요?”
“몰라서 물어?”
“솔직히 말하면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고통 받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일조권 침해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다. 원래부터 있던 건물이니까.
“땅값이 떨어지잖아, 땅값이!”
“네?”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던 노형진은 그들의 이유에 어이가 없어서 다시 물을 정도였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땅값 말이야, 땅값! 저런 더러운 년들이 다니는 곳이 이런 데 있으면 애들한테 좋겠느냐고! 당연히 안 좋지! 그러니까 땅값이 떨어지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게 아이들 교육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고.”
선두에 서서 항의하는 아줌마를 보고 손채림은 기가 막혀서 앞으로 나섰다.
상식적으로 이런 시설이 생긴다고 해서 땅값이 떨어질 리 없다. 떨어지면 그게 이상한 거다.
“아, 진짜 아가씨, 애 안 낳아 봤지? 저런 더러운 년들이 지나다니면 우리 애들이 뭘 배우겠어?”
“더러운 년?”
노형진은 얼굴을 와락 찡그렸다.
“그래. 생각해 봐. 남자들한테 꼬리나 치고 다니는 년들이 여기 오면 무슨 일이 생기겠냐고! 여기서 2킬로미터밖에 안 떨어진 곳에 중고등학교 있는 거 몰라?”
“맞아! 그래서 지금 땅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알아!”
언성을 높이는 주민들.
하지만 그들의 말은 도리어 노형진과 손채림 그리고 무태식을 분노하게 만들 뿐이었다.
“도대체 누가 꼬리를 쳤다는 겁니까!”
무태식은 그들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얼핏 산적처럼 생긴 무태식이기 때문에 노형진과 손채림을 대할 때와는 달리 움찔하는 주민들.
“그년들이 꼬리 친 거 아냐? 그렇잖아!”
“맞아. 안 그러면 강간이 왜 벌어져?”
‘이건 말이 안 통하는 인간들이네.’
강간 사건에서 이러는 인간들이 있다.
강간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다른 개인을 성적으로 강제로 착취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는 것만 생각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여자가 남자를 덮치는 것도 강간이고 남성이 남성을 덮치는 것도 강간이다.
그러니까 저런 식으로 여자가 먼저 꼬리 친다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애초에 그건 강간이 아니라 꽃뱀들이나 하는 짓이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세요. 여기는 강간당한 피해자들이 오는 곳입니다. 꽃뱀들이 여기에 상담하러 올 이유가 없잖아요?”
무슨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물론 약간의 보상금이 걸려 있기는 하지만 그건 여러 번의 심층 면접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꽃뱀이 끼어들 수가 없다.
“아, 몰라! 우리는 모르니까 꺼지든가, 아니면 배상금을 내놓든가!”
“배상금?”
“그래! 너희들 때문에 땅값이 떨어졌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배상해야지. 안 그래?”
그들의 말에 노형진은 얼굴을 와락 찡그렸다.
* * *
“협잡꾼요?”
“그게 뭔데?”
무태식도 꾼이라는 걸 잘 모르는 데다가 손채림도 그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노형진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쉽게 말해서 트집을 잡아서 돈을 뜯어내는 놈들입니다.”
“블랙 컨슈머들 같은 건가요?”
블랙 컨슈머들은 기업에 꼬투리를 잡아서 돈을 뜯어내는 녀석들이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좀 다릅니다. 뭐, 개념만 보면 가장 비슷하기는 하지요.”
“그래요?”
“네.”
저들은 어떤 지역에 뭐가 생긴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을 선동하기 시작한다.
뭐가 생기든 그 지역에 영향을 안 줄 수는 없다. 보통은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가끔은 혐오 시설이나 아주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들어오곤 한다.
“그리고 저들은 이 상담소가 혐오 시설이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뭐라고요?”
“아니, 왜요?”
보통 혐오 시설이라고 하면 발전소나 정신병원 같은 곳이지 이런 상담소는 혐오 시설이 아니다.
“핑계죠.”
“핑계?”
“장애인 시설도 혐오 시설로 분류하는데요, 뭐.”
“그러니까 왜요?”
“돈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요.”
저들의 목적은 간단하다.
이곳이 혐오 시설이고 그로 인해서 이쪽에 영향을 주니까, 그걸 돈으로 배상하라는 것이다.
“그게 말이 됩니까?”
“됩니다. 그런 게 한두 번도 아니고요.”
“정부에서 그냥 둬?”
“이건 민간의 영역이야. 정부에서 뭐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럼 민사라도 걸든가.”
“그러면 지니까.”
법원에서는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장이나 발전소는 혐오 시설로 인정하지만 이런 상담소 같은 걸 혐오 시설로 인정할 리 없다.
“그러니까 그들은 절대 법적인 과정까지는 가지 않아. 그냥 땡깡만 부릴 뿐이지.”
“헐.”
“그게 그들과 진짜 피해자들을 구분하는 방법이야.”
진짜 피해자들은 소송을 통해서라도 그걸 막든가 배상을 받으려고 한다.
하지만 협잡꾼들은 소송은 안 한다. 질 게 뻔하니까.
“그들이 주민들을 선동하고 일부 생각이 없는 주민들은 거기에 휩쓸리죠. 그때부터는 남의 말은 안 들려요. 그냥 돈 뜯어내는 게 중요하지.”
“애들 교육? 지랄한다. 그런 생각을 가진 놈들 아래서 참 애가 잘 자라겠다.”
손채림은 짜증스럽게 팔짱을 끼면서 중얼거렸다.
“틀린 말은 아니지.”
저들은 아이들 교육을 주장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교육은 국영수만 잘하고 남을 밟으면서 올라가는 것일 뿐이다.
“그런 녀석들이 끼어든 건 완전 생각 외 문제인데요?”
무태식은 곤혹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경찰에 신고 못 해?”
“일단 저들은 합법적으로 집회 신고를 내고 하는 거니까 아마 효과가 없을걸.”
“소송은?”
“애초에 그걸 지킬 녀석들이 아니지. 그리고 이런 집단은 특정이 애매해. 아까 말하면서 그 녀석들 이름 같은 거 들은 거 있어?”
“아…….”
“시위에 들어가면 자기 신분 같은 걸 철저하게 감춰. 어떻게 소송해서 금지시킨다고 해도, 다른 사람을 대표로 해서 다른 단체를 만들어 버리면 기존에 있던 판결은 아무런 효과도 없지.”
“특정이 문제구나.”
“그래.”
저들은 시위하면서도 자신들을 주민 또는 피해자라고 이야기할 뿐, 이름이나 자신들을 특정할 만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소송을 건다고 해도 최대한 질질 끌 거야.”
“그러면 여기 운영에 큰 문제가 생기겠군요.”
“그렇지요.”
어찌 되었건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심적인 상처를 치유하러 오는 이들이다. 그런데 그 앞에서 저렇게 무섭게 시위하고 있으면 과연 누가 오려고 하겠는가?
“나쁜 놈들.”
손채림은 이를 박박 갈았다.
설마 좋은 일을 하는데도 이렇게 방해하는 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이거…… 산 넘어 산이군요.”
방송국에 일격을 먹이기 위해서 시작한 싸움인데 그 전에 생각지도 못한 중간 보스를 격파하게 생겼다.
“그럼 어떻게 하지? 그냥 둬?”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있나.”
“응?”
“걱정하지 마. 이런 건 문제 축에도 안 끼니까.”
“문제 축에도 안 낀다고?”
“그래.”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회귀 전에도 이런 일은 흔하게 벌어지는 것이었고 그걸 해결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 부분은 나한테 맡기고 있어, 후후후.”
* * *
“땅값이 떨어지기는, 개뿔.”
노형진은 다음 날부터 주변의 땅 시세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땅값이 떨어지기는커녕 주변에 빈방이 사라졌다. 좀 더 편하게 상담 치료를 받기 원하는 사람들이 이사를 오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걸 들이밀면 안 하려나?”
“저들한테는 진짜 땅값이 문제가 아니라니까.”
저들이 요구하는 건 단 하나, 바로 핑계 김에 돈을 뜯어내는 것.
“그러니까 우리가 들이미는 증거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쪽은 우리가 뭐라고 하든 눈과 귀를 막고 있을 테니까.”
“별 인간이 다 있네.”
“세상에는 올바르게 열심히 일해서 돈 벌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반대로 그들을 뜯어먹으려고 하는 인간도 있지. 그리고 그런 녀석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게 우리나라의 모순이고.”
“모순이라…….”
“너 이런 말 알아?”
“무슨 말?”
“불법은 부지런하다.”
“응?”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소리는 처음 들어 봤기 때문이다.
노형진은 그런 손채림에게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야, 우리나라는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더 성공하기 힘든 구조야. 아래에서 열심히 일해 봐야 그 수익은 위에서 가지고 가지. 그런데 불법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거기서 벗어나거든. 웃기게도 불법은 자기가 일하면 일한 만큼 가지고 가는 구조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전형적인 모습이지. 그렇다 보니 불법을 저지르는 인간들은 결사적으로 덤벼. 그에 반해서 사회의 규칙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 해 봐야 좋은 일이 없으니까. 그러면 누가 이기겠어?”
“아…….”
한쪽은 결사적으로 덤비는데 한쪽은 뭉기적거린다면 그 싸움의 승패는 이미 결정된 셈이다.
물론 피해자 측이 법의 보호를 요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채림도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보호를 요청해도 법이 보호해 주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