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19)
우리나라의 법은 보호를 목적으로 위한 게 아니라 처벌을 위한 법인지라 법적인 보호의 위력이 절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언제나 승리하는 건 악이지.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은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이고.”
“쩝.”
손채림은 안타까운 듯 입맛을 다셨다.
“어쩔 수 없어. 정의라는 게 법을 기준으로 싸운다면, 법을 안 지키면서 싸우는 인간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지.”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러고, 현재로써는 불법을 저지르는 녀석들이 더욱 유리한 상황.
“그러면 저 녀석들은 어떻게 할 거야? 방법이 있다면서?”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있지.”
노형진은 차를 세우고는 바깥으로 나와 고개를 들어서 높은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빙긋 미소를 지었다.
* * *
“그러니까 뒷조사를 해 달라고요?”
“네.”
노형진의 앞에 있는 사람은 기가 막히다는 얼굴이 되었다.
“제가 불가능한 요구를 한 건가요?”
“그럴 리가요. 하지만…….”
갑자기 찾아와서는 뒷조사를 해 달라고 한다.
물론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흔하게 있는 일이다. 흥신소의 목적이 뭔가? 바로 그러한 뒷조사다.
그런데 그 대상이 이상했다.
“시위하는 사람들의 뒷조사라. 그걸 왜 합니까?”
“이유를 물어볼 필요가 있나요? 이 정도 건수는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음…….”
지금 그 협잡꾼들의 말에 눈이 뒤집혀서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한 뒷조사.
그건 어렵지 않다.
“조사 내용은 뭡니까?”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약점이 될 만한 거라면요.”
“……?”
노형진의 말에 흥신소 사장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이런 의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거절하실 거면 다른 곳으로 가고요.”
“흠…… 시간을 좀 주십시오. 아 의뢰를 받아들이는 데에 대한 결정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조사할 시간을 달라는 겁니다.”
보통 이런 사건은 대부분 개인 대 개인으로 하지, 이렇게 단체로 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이번은 단체로 맡긴 상황.
어차피 불법적인 일이고 큰돈이 들어오는 일이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들이 어떻게 되든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요.”
노형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흥신소?”
일을 맡기고 난 후 손채림은 노형진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시선을 보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협상을 한 것도 아니고 뒷조사를 맡기다니.
“왜, 이상해?”
“솔직히 그렇잖아.”
“그렇지? 후후후.”
“이상한 거 알면서 왜 맡긴 거야?”
“당연하지. 저 녀석들 생각은 뻔하거든.”
“뻔하다고?”
“그래. 저런 헛소리하면서 돈 내놓으라고 하는 놈들이 어떤 놈일 것 같아?”
극도로 이기적인, 그리고 자신만 아는 녀석들일 것이다.
그러니 뒷조사를 해서 털기 시작하면 정보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그걸로 협박하겠다는 거야?”
“그럴 리가 있나.”
노형진은 씩 웃었다.
“협박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불법. 기다려 봐.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테니까.”
노형진은 말을 하지 않고 그냥 기다리라고 할 뿐이었다.
* * *
“협상을 하지요.”
그렇게 흥신소에 일을 맡기고 난 후 노형진은 또 갑자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인지 그들에게 협상을 하자고 나섰다.
손채림도 무태식도, 노형진이 하자고 해서 하기는 하지만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채로 그저 끌려갈 뿐이었다.
“반갑습니다.”
노형진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웃었다.
“나는 여기 대책협의회의 한세빈이라고 해요. 우리 땅값, 어떻게 할 겁니까?”
눈을 치켜뜨고 바라보는 50대 여자.
노형진은 그녀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이 여자라 이거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녀는 이곳에서 공식적으로는 세입자일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협상에 전면에 나선다는 것은, 그녀가 자신들이 찾던 그 협잡꾼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세입자야 뭐, 핑계를 만들어 내려고 임시로 들어온 걸 테고 말이야.’
노형진은 그녀의 생각을 빤히 알고 있었다.
“글쎄요. 저희가 알기로는 도리어 이쪽 땅값이 올랐을 텐데요?”
“그거야 멋모르는 애들이 장기적으로 알아보지도 않고 올린 거고, 이미 주변에서 애들 교육에 관해서 말이 많아요. 장기적으로 땅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단 말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
“에?”
“엥?”
옆에 있던 무태식과 손채림은 노형진이 순순히 사과하자 깜짝 놀랐다.
자신들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여기 땅값이 상담소 때문에 떨어질 가능성은 제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희가 이렇게 협상하러 온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쪽 입장을 말해 봐요.”
“일단은…… 저희는 사과의 의미로 대표와 그 의장단분들에게 2억 정도 드릴까 생각 중입니다.”
“뭐라고?”
“노 변호사님!”
노형진의 말에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두 사람.
“자, 자. 진정하세요.”
노형진은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난 두 사람을 진정시키면서 계속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정당하게 위임서를 받아 오시면 저희가 대표와 그 의장단분들에게 2억을 임금 조로 지급해 드리지요.”
“임금?”
“그렇지 않습니까? 그게 당연한 거죠. 여러분들은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생계을 멈춰야 했습니다. 당연히 그걸 배상해 드려야지요.”
격하게 떨리는 한세빈의 눈동자.
무려 2억이란다.
자신은 이번 건으로 2천만 원 정도 챙기고 튈 생각이었다. 그런데 2억이라니.
“그런데 말이죠.”
물론 노형진이 그냥 돈으로 무마하려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다 계획이 있었다.
“한세빈 님은 이곳의 세입자더군요.”
“그래서요?”
“솔직히 세입자, 그것도 전세도 아니고 월세 사시는 분이라면 이번 사건에 관련이 없어서요.”
“네에?”
순간 당황하는 그녀.
노형진은 그런 그녀와 주변의 사람들에게 마지막 카운터를 날릴 대사를 준비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땅값에 관련된 문제인데 세입자라면 땅값과는 관련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아무래도 우리로서는 대표로 인정하기 힘들거든요. 그러니까 회원분들과 주민분들에게 동의서를 받아 오세요. 80% 이상의 동의서를 받아 오시면 우리가 대표로서 인정하겠습니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노형진의 진지한 말.
그리고 그 말은 마치 마법의 말처럼 작용하기 시작했다.
* * *
“꺼져, 이 새끼야!”
“어디 보고 새끼래!”
“그럼 외부에서 온 새끼지 뭐야!”
언성이 높아지는 동네.
시위는 사라졌고, 동네에서는 엄청나게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무태식은 노형진과 위장하고 걸어가면서 지난 며칠 사이에 변해 버린 동네 분위기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요?”
“후후후, 이기적인 인간들이니까요.”
노형진은 그들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저들의 목적은 간단합니다. 돈이죠. 그런데 제가 돈을 준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 수뇌부에게만 말이죠.”
지금까지 수뇌부를 이루고 있던 녀석들은 외부에서 온 협잡꾼들이다. 노형진은 그들의 적법성을 의심했고, 그건 일종의 마법처럼 작용했다.
“우리가 주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적법성을 의심하고 동의서를 받아 오라고 했을 때 과연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하하하.”
무태식은 기가 막히다는 듯 웃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연히 주민들은 그들을 내치고 자신들이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2억이라는 큰돈을 자신들이 집어삼킬 수 있다.
“그 녀석들, 쫓겨나겠군요.”
“그럴 겁니다.”
주민들이 바보도 아니고, 돈이 걸려 있는데 외부에서 온 녀석들을 그냥 둘 리 없다.
물론 전에는 조금 가지고 가는 거야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자신들을 대신해서 일하는 부분도 있으니까.
그런데 2억이다. 당연히 그들을 내보낼 것이다.
“이해는 하겠습니다만 다른 게 문제입니다. 설마 그들이 대표를 뽑아서 오면 진짜로 돈을 주실 생각입니까?”
“설마요. 제가 그러겠습니까?”
“네에? 하지만 그들이 외부 인사를 쫓아내면 분명히 돈을 달라고 할 텐데요?”
“압니다. 그러니까 제가 미리 준비하는 거죠. 무 변호사님은 인간의 욕심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십니다, 하하하.”
노형진 그 부분에 대해서 이미 생각해 둔 게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아니나 다를까 외부에서 와서 드잡이질을 하던 녀석들은 제대로 저항도 못 해 보고 쫓겨났다.
들어올 때는 감언이설로 속일 수 있었지만 자기들 이권이 끼어들기 시작하자 주민들이 돌변한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주민들끼리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내가 대표를 해야 하는 거 아냐?”
“무슨 소리야! 너 여기 이사 온 지 얼마 됐냐? 1년밖에 안 된 놈이잖아!”
“그게 무슨 상관인데!”
“당연히 대표는 내가 해야지! 내가 여기서 10년을 살았다.”
“난 30년째 살고 있거든!”
악다구니를 써 대면서 싸우는 인간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대표를 하겠다면서 싸우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일단 2억을 주는 게 아니라 대표와 그 수뇌부에게만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들은 저마다 수뇌부가 되기 위해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들아! 나이로 하자!”
“웃기지 마! 나이도 똥쿠녁으로 처먹은 백수 주제에!”
“뭐, 백수? 싯팔, 내가 이래 봬도 대기업 부장까지 했던 사람이야!”
“그게 벌써 몇 년 전인데! 명퇴당하고 아직까지도 정신 못 차린 주제에.”
“직급으로 뽑으면 내가 해야 하는 거 아냐? 난 이사까지 했다고!”
“씨발, 난 사장이다!”
“직원 세 명 있는 가게도 사장이냐!”
“어쩔 건데!”
서로 싸워 대는 인간들.
그들은 자신과 자신의 파벌의 승리를 위해 악착같이 싸웠다.
그리고 그제야 무태식과 손채림은 노형진이 목표한 게 뭔지 알아차렸다.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우리는 아예 뒷전이군요.”
“후후후, 2억이라는 돈에 눈이 먼 거죠.”
이들이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게, 소송으로 들어가면 아래 있는 일반인들은 돈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변호사들의 의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수뇌부는 무조건 2억을 준다고 했고, 당연히 거지로 나가떨어지는 것보다는 돈을 받는 게 더 중요했다.
“저들은 저렇게 이합집산하면서 패거리를 형성할 겁니다. 이제 어느 정도 패거리가 형성된 모양이구요.”
노형진은 그들이 회의하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에 카메라를 든 직원을 집어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네 패거리라.”
무태식은 혀를 끌끌 찼다.
저들의 패거리를 보면 총 네 개 팀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들은 아귀다툼을 하면서 저마다 자신들이 대표를 하겠다고 우기고 있었다.
“그런데…….”
“응?”
“저러다가 극적으로 타결되면 어떻게 해?”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지. 그러니까 이걸 준비한 거고.”
“뭘?”
노형진은 서랍에서 엄청나게 두툼한 서류철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게 뭔지 알아챈 손채림은 탄성을 내질렀다.
“아!”
“아마 상대방이 보살이 아닌 이상에야 극적 타결 같은 건 물 건너갈걸, 후후후.”
노형진은 자신 있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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