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20)
“이게 뭐야?”
성만수는 집 앞에 놓여 있는 커다란 봉투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주소도 없고 보낸 사람도 없는 이상한 봉투에 자신의 이름만 덩그러니 쓰인 채 대문 안쪽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뭐지?”
그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그걸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자료들을 보고는 흠칫했다.
“이건?”
자신과 가장 사이가 안 좋은 3통반장에 관한 자료들이었다. 그것도 대표 자리를 놓고 싸우고 있는 3통반장의 치부로 가득했다.
“이런 개새끼.”
3통반장이 어떤 젊은 여자와 모텔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는데, 그 여자는 뒷모습만 보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바로 3통반장과 함께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세탁소집 딸내미였다.
문제는 그 딸내미가 올해 고 2, 미성년자라는 것이다. 강제로 가는 것도 아니고 좋다고 가는 걸 보니 거래가 있는 듯했다.
“후후후, 이 개자식.”
그의 눈에 불이 켜졌다.
안 그래도 요즘 밀리고 있어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
“오늘 두고 보자.”
때마침 오늘 회의가 있기 때문에 그는 이를 박박 갈았다.
그리고 드디어 회의 시간이 되었다.
“성만수 당신 말이야, 교장이었다고 그럼 안 되지. 교장이 뭔데?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사람 아니야?”
3통반장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성만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은 분위기가 이상했다.
“맞습니다. 교장씩이나 되는 분이 과한 욕심을 부리면 안 되죠.”
다른 파벌까지 함께 성만수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걸 본 성만수는 어이가 없었다.
‘이거 봐라?’
자신이 모르는 사이 저들끼리 뭉쳐서 이야기가 된 모양이었다. 딱 봐도 자신을 일단 밀어내려는 분위기였다.
하긴, 자신의 세력이 가장 약하니까 함께 자신을 밀어내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혼자는 못 죽는다.’
그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리고 3통반장을 바라보았다.
“모범이 되어야 하는 건 교장만이 아니죠. 당신이 대표 하고 싶은 모양인데, 타인의 모범이 안 되는 사람이 어떻게 대표를 한다고 합니까?”
“난 모범이 된다고 자부합니다.”
“자부?”
성만수는 비웃음을 날리면서 아침에 자신에게 도착한 사진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걸 책상 위에 던졌다.
“헉!”
“이건?”
다들 눈이 크게 뜨였다.
3통반장이 모텔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는 사진이었다.
“요즘은 바람을 피우는 게 참 자랑스러운 시절인가 봅니다?”
“이, 이걸 어떻게?”
3통반장의 눈빛이 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자신의 꼬리에 누군가 붙었다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진은 이미 찍혔고 더군다나 외부에 공개까지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 뒷모습이 익숙하지 않습니까? 교복을 입지는 않았지만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안 그렇습니까?”
성만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세탁소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세탁소 주인의 귀에는 이미 그런 소리가 들어오지 않았다.
특유의 단발머리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린 가방. 그녀가 입고 있는 옷과 신발. 그 모든 게 자신이 사 준 것이다.
자신의 딸.
그 딸이 3통반장과 팔짱을 끼고 모텔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여자, 아무리 봐도 미성년자 같은데요? 그리고 아무래도 우리가 아는 애 같지 않습니까?”
성만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탁소 주인은 반장에게 몸을 날렸다.
“야, 이 개새끼야!”
* * *
“파토 났네.”
손채림은 마을을 지나가면서 속으로 킬킬거렸다.
“좋냐?”
“속이 다 시원해. 사람을 무슨 원숭이 보듯이 쳐다보더니.”
결국 동네는 파토가 났다. 뭉치기는커녕 서로 대화도 안 하려고 한다.
노형진은 그렇게 흥신소를 통해서 모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가 일방적으로 누군가 몰린다고 생각하면 그 자료를 몰래 넘겨줬고, 그는 그걸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다 보니 동네 주민끼리 서로 고소 고발이 계속되었고 상대방이 자신의 뒷조사를 한다는 생각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은 90%의 동의를 얻어서 대표를 보내기는커녕 서로 대화도 안 하는 지경이 되었다.
“이제 돈 달라고 하지도 못할걸.”
“돈이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벌써 수십 명이 구속되어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에 이 동네는 더 이상 사람이 하하 호호 하며 살 수가 없어졌다.
특히나 말 그대로 남사스러운 종류의 비밀이 까발려진 집들은 급매로 집을 내놓고 이곳을 떠나야 했다.
그러자 노형진은 그런 곳을 자신이 사들이기 시작했다.
싸게 나온 것도 있지만 협잡꾼이 다시 와서 난장판을 만들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결국 이들은 자기 욕심에 침몰한 거야.”
“너 진짜 머리 좋다. 난 기껏해야 약점 잡아서 협박이나 생각했는데.”
“그건 하수지. 이런 집단은 욕심이 많기 때문에 내부에서 그 욕심을 조금만 자극하면 알아서 몰락하게 되어 있어.”
노형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회의실로 갈 때였다. 갑자기 노형진의 전화기가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네, 노형진입니다.”
노형진은 무심결에 받아 들었다.
그런데 그 너머에서 무겁고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 변호사님.
“무 변호사님, 어쩐 일이십니까? 안 그래도 가고 있었는데요.”
-찾았습니다.
“뭘 찾…….”
물어보려고 하던 노형진은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그들이 찾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한 종류의 사람들뿐이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무태식의 말에 노형진은 절로 침이 넘어갔다.
“드디어…… 싸움이 시작되는군요.”
방송국을 상대로 한 싸움.
그게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5장. 돌려 까기>
“노형진이라고 합니다.”
노형진은 힘들게 만난 사람을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계획대로 대룡에서 만든 상담소를 찾아온 사람. 그는 방송국의 피해자였다.
“이게 정상인가요?”
그녀는 왠지 두려운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상담 치료를 받고 싶어서 왔는데 변호사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상입니다. 상담 치료는 기본적으로 그 일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걸 인식하고 자기 스스로 대한 증오를 인식하는 과정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응징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물론 안 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는 제대로 치료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상처가 치료될수록 상대방에 대한 증오가 밀려오거든요.”
상담사는 설명을 해 줬다.
물론 정상적인 과정인 것은 맞다. 그렇지 않다면 상담사가 그렇게 설명할 리 없다. 그녀는 노형진의 계획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렇지. 정상이지.’
딱 하나만 빼고 말이다.
다른 사건은 새론의 신입이 경험 삼아 하지, 노형진이 하지는 않는다.
“일단은 소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로서 입회한 겁니다. 물론 하기 싫다면 안 하셔도 됩니다.”
상담사는 딱 잘라서 말했다.
고소해서 처벌하는 것이 필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그걸 더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실제로 고소는 포기하고 상담 치료만 받는 사람도 있다. 물론 시간이 더 걸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다만 그렇게 되면 지원금 신청은 포기하시는 겁니다. 아시죠?”
“네.”
공식적으로 지원금은 홍보를 위해서 새론이 내놓는 것인 만큼 새론에 소송을 맡기지 않는다면 그걸 줄 이유는 없다.
“하아!”
피해자는 한숨을 푹 쉬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할게요.”
‘나이스.’
물론 그녀도 생각이 많았다.
고소를 진행하면 그쪽으로 더 이상 나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더 이상 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주연은커녕 조연도 아니고, 단역이었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엑스트라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
“자, 그러면 시작해 보죠.”
“제 이름은 고민아라고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고민아.
이야기를 듣던 노형진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그녀는 엑스트라부터 성장한 타입이다. 엑스트라를 하다가 운 좋게 소속사에 들어가서 단역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엑스트라나 단역은 절대적으로 반장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수밖에 없어요. 회사는 많고 가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그 반장이라는 인간들은 여자 출연자들을 아주 대놓고 창녀 취급을 하기도 해요.”
“그래도 그냥 둡니까?”
“네. 방송국에 항의해 봐야 방송국에서 보여 주는 태도는 더러우면 나오지 말든가 하는 식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항의한 사람들은 다시는 출연을 못 하게 돼요. 문제는, 그렇게 항의한 사람들의 소속사까지 출연을 막는다는 거죠.”
“결국 소속사까지 망하게 하겠다 이거군요.”
“네.”
반장들은 인력 동원에 대한 절대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위 연예인이 없는 작은 곳은 저항할 수조차 없다고 한다.
“하지만 조합이 있지 않습니까?”
한국엔터테인먼트조합은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노형진이 만든 곳이다.
아무리 반장이 위력이 세다고 하더라도 조합 규모의 힘을 이기지는 못한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힘을 못 쓰다니 의외였다.
그런데 그건 노형진이 이 연예계의 구조를 몰라서 하는 말이었다.
“거긴 연예인이 어느 정도 있는 곳들이죠.”
“네?”
“그들은 연예인이고, 우리는 단역이고.”
쉽게 말해서 그곳에 속한 회사들은 유명한 연예인이 있든가 하다못해 소수의 실력 있는 연예인 지망생을 훈련시켜서 데뷔시키는 곳이다.
그에 반해 고민아가 속했던 곳 같은 소형은 사실 연예 기획사라기보다는 인력 동원 회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인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대량으로 엑스트라나 단역을 보내 주는 곳.
“그들은 딱히 그곳에 가입해도 이득이 없어서요. 거기에다 알게 모르게 반장들이 조합에 가입한 곳에 불이익을 줘요.”
“불이익을 준다고요?”
그건 노형진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딱히 불이익이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상이 다르니까요. 저쪽은 속해 있는 사람이고 주로 대상이 PD들 같은 사람들인 반면 우리는 반장이 동원해요. 그리고 그들은 조합에 속한 기업에서는 안 불러요. 같은 세계지만 다른 세계지요.”
그런 경우는 많다. 서로 취급하는 곳이 다르니까 서로 뇌물을 받는 곳도 다른 것이다.
“PD는 이런 것에 관여하지 않습니까?”
“PD요?”
PD의 이야기에 고민아는 우울하게 말했다.
“전에 한 PD가 이런 말을 했어요.”
“무슨 말요?”
“우리는 겸상 안 한다고.”
“네? 그게 무슨 말이죠?”
“두 가지 뜻이 있지요.”
여기서 말하는 겸상이란 절대 좋은 의미가 아니다.
첫 번째 이유는, 좀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반장이 건드린 여자는 자기들은 안 건드린다는 뜻이다. 그런 여자들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자기네 수준과 안 맞다고 생각해서였다.
두 번째 이유는 그들이 소속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건 노형진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소속이 다르다고요?”
“네. 그들은 엄밀하게 말하면 외주 업체예요.”
“외주 업체?”
“네. 요즘 드라마고 예능이고, 방송국 자체 제작은 그다지 많지 않아요. 외부에서 제작하고 방송국은 그걸 틀어 줄 뿐이지요.”
“그런데 왜 그렇게 막 나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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