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34)
>1장. 합법적 투쟁>
“일단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소방관의 일부터 해결하는 겁니다.”
그 녀석이 새론에 억하심정이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자신들에게 손댈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다.
“급한 건 우리가 아닌 소방관 측이니까요.”
“그건 그렇지.”
“그러니 일단은 소방관 쪽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신경을 쓰죠. 정광팔이 멈출 것 같지 않으니까.”
“흠…….”
노형진의 말에 다들 침묵을 지켰다.
“솔직히…… 방법이 없지 않아? 그쪽에서 하는 게 공식적으로는 합법이라면서?”
“합법은 아니지만 불법도 아니지. 전에도 말했지만 일을 하지 않는 공무원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으니까. 그에 반해서 정광팔에게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공무원을 자를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그러면 어떻게 해? 소송으로는 방법이 없잖아?”
노형진의 말에 손채림은 우울하게 말했다.
“직접적으로는.”
“직접적? 그럼 노 변호사는 방법이 있다는 건가?”
송정한은 깜짝 놀랐다. 자신이 봐도 이건 방법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직접적인 소송을 해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설사 한다고 해도 입증은 거의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고요.”
“그럼?”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소방관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았다는 점에 집중해야 합니다.”
“집중?”
“네. 그 점을 이용해서 이쪽에서도 합법적인 투쟁을 하는 것입니다.”
“합법적 투쟁?”
“네. 지금 정광팔은 합법을 가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그 점을 이용해서 파업을 하는 겁니다.”
다들 눈이 파르르 떨렸다.
파업. 그건 생각보다 큰 문제다.
“자네…… 그게 무슨 말인지 아나?”
“네.”
소방관의 파업.
그건 누군가가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소방관은 사람을 구하는 직종이니까.
그렇다고 소방관을 임시직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훈련받은 전문가들이다.
자르고 다시 뽑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정광팔과 다르게, 파업한다고 해서 새로 뽑아서 채우기 쉬운 자리가 아닌 것이다.
“욕먹을지도 모르네.”
“하라고 하세요. 솔직히 국민을 위해서 목숨 걸고 일하기는 했지만 지금 이분들 상황을 국민들이 알지는 못하지 않습니까? 좀 극단적이더라도 한 번은 알려야 합니다.”
“음…….”
매년 수십 명이 구조나 화재 등을 진압하다가 사고로 사망하고 그보다 몇 배나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에 걸리는 PTSD, 즉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해서 자살하는 게 소방관이다.
“그리고 이거 엄밀하게 말하면 인질극입니다.”
“인질극?”
“네. 지금 정광팔은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니들이 어쩔 건데, 그만두면 뽑으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파업을 하면 새로 뽑지는 못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사태를 만든 정광팔을 노리면 여론이 어떻게 돌아갈까요?”
“그다지 좋지는 않겠군.”
정광팔은 정치인이다.
그가 아무리 뼛속부터 미친놈이라 갑질을 하고 권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헌법에 따르면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그는 그게 자기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러니 합법적인 파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위기의식을 줘야 합니다.”
“파업이 좋지는 않을 걸세.”
“나도 그렇게 생각해. 소방관이 힘들다고 파업하면 국민들이 소방관을 욕하겠지.”
“그러니까 인질극인 거죠.”
정광팔은 소방관들에게 국민이라는 인질을 들이밀고 있는 셈이다. 너희가 그만두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괴롭힐 거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파업이나 다른 방법을 쓰면 그 욕을 먹는 것은 다름 아닌 소방관이 될 것이다.
정광팔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뒤에서 히죽거리면서 웃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합법적인 다른 방법을 써야지요.”
“그러니까 어떻게?”
“그건 그동안 정광팔, 아니 대한민국이 소방관들에게 해 온 대우에 맞춰서 하면 됩니다.”
노형진은 자신이 있게 씩 웃었다.
* * *
“파…… 파업요?”
이창직은 떨떠름한 얼굴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노형진이 말한 방법은 극도로 공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파업은 무리지 싶은데요?”
“진짜 파업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네?”
“소방관이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거죠.”
“어떻게요?”
노형진은 자신의 계획을 이창직과 다른 소방관들에게 말해 주기 시작했다.
“PTSD, 그러니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 아실 겁니다.”
“알죠.”
솔직히 여기 있는 소방관 중에서 그걸 겪지 않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한 해에 한 사람이 받는 지원비는 평균 5천 원이다. 한 달이 아니라 한 해에 5천 원.
말 그대로 명목상의 지원비이니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번 상담하는 데 못해도 10만 원이나 하는데 5천 원이 뭐냐, 5천 원이.’
그만큼 PTSD에 대해서 인식은 하고 있지만 그걸 고쳐 주거나 책임져 줄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그 점을 노리는 겁니다.”
“네?”
“파업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근무를 태만하게 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공적 업무에서 손을 떼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병가라는 게 있지요.”
“병가? 있어도 못 쓰는 그거요? 노 변호사님,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병가는 있어도 못 씁니다. 사람이 없어요.”
매일같이 사람이 부족한 게 소방관이다.
그러니 병가를 신청해도 제대로 통과된 적이 없다. 무조건 나와서 일하라는 식이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마음대로 신청할 수가 없는 게, 한 명이 빠지면 불을 끄는 중에 위험도는 배가되는 탓에 동료애 때문이라도 대부분 아픈 몸을 이끌고 나온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걸 이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솔직히 지금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잖습니까?
2차대전 당시에 연합군은 아무리 전쟁이 다급해도 전쟁터에 투입되는 병사들의 순환에 신경을 썼다. 최전방에서 3개월을 싸우면 다음 3개월은 후방에서 쉬는 식으로 말이다.
심지어 독일군도 그랬다.
그걸 지키지 않은 국가는 단 하나, 일본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는 그러한 일본에서 많은 걸 답습했다. 친일파들이 청산되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 한편으로는 일본보다 더 막장이 된 것이다.
“지금 소방관들이 딱 그때 일본 꼴입니다. 정신력을 요구하면서, 정작 정신적 안정에 대해서는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지요.”
“그래서요?”
“만일 그걸 가지고 소송을 걸면 어떻게 될까요?”
“그거야…… 아!”
“그래서 합법적인 파업이라고 하는 겁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수많은 소방관들은 PTSD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현행법상 이런 경우 병가를 허가해 줘야 한다.
다만 인원이 없다는 이유로 허가를 안 해 줄 뿐.
“하지만 소송을 하게 되면 당연히 법원에서 허가가 나옵니다. 만일 허가가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한 번 해당 업무에 관련된 소송을 할 수 있지요.”
“음…….”
이쪽이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서 업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데 국가 쪽에서 마구잡이로 투입할 수는 없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그걸 물고 늘어질 겁니다. 아마도 소방관을 죽이는 현 정부에 대해서 말이 많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예산의 집행을 막은 정광팔은 곤란한 상황이 될 겁니다.”
“허허허…….”
노형진의 말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모두 PTSD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게 그렇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결국 자업자득입니다.”
노형진의 계획을 들은 소방관들은 한 가지만 빼고 동의했다.
“그렇게 되면 소방관이 부족할 텐데요?”
“그게 목적입니다.”
“네?”
소방관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목적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는 사람들.
“만일 부족하면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뽑겠죠.”
“그 상태에서 복직하면 어떻게 될까요?”
“어…… 그렇게 되면…….”
기존에 있던 공무원들을 해직할 수는 없다. 그나마 힘들고 고생이 많은 소방관이라는 직종에 지원자가 많은 이유가 바로 공무원이라서 해직되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다.
“그러면 그동안 골치를 아프게 하던 인력 충원 문제가 해결되겠군요.”
이창직 소방관은 탄성을 질렀다.
그동안 인력 좀 충원해 달라고 애원하고 읍소했지만 정부에서는 언제나 돈을 핑계로 지원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빡빡하게 돌아간 게 바로 소방관의 업무였다.
“그거야 그렇지만…… 장비는?”
“새로운 피가 들어가게 되면 항의도 많아지기 마련이지요.”
“하긴…….”
시험에 합격해서 들어온 소방관들은 열정이 넘친다. 그리고 쓴소리도 잘한다.
그들과 기존 소방관들이 한꺼번에 뭉치게 되면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다.
“현재 소방관, 아니 소방청의 문제는, 조직에 비해서 너무 힘이 약하다는 겁니다. 단체를 움직이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힘이 될 만한 사람도 없지요. 그럴 때는 집단의 힘이 강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건 불법인데요?”
공무원이 집단을 형성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창직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소방관이 계속 예산이 깎이는 겁니다.”
“네?”
“불법이면 뭐 어떻습니까? 대놓고 뇌물을 주고 돈을 달라고 하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공무원들인데.”
“그거야…….”
“다들 뇌물 주는데 소방공무원만 뇌물 안 주면 당연히 그쪽 예산을 깎겠지요.”
“…….”
예산의 집행이나 결정의 권한은 국회의원에게 있다. 또한 감사도 그들이 한다.
대한민국에서 대부분의 부서들이 한 푼이라도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해서 그들에게 로비하고 뇌물을 준다. 그리고 그렇게 예산을 따내면 또다시 차액이 국회의원에게 뇌물로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그럴 상황이 아니죠.”
뇌물을 줄 만큼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업무상 뇌물을 줄 만한 일도 아니다.
그들은 대국민 서비스니까 뇌물이 돌고 도는 다른 부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 하긴…… 그렇지요.”
“이건 심각한 겁니다. 결국 뇌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위에서 줄일 수 있는 건, 여러분들의 안전용품뿐 아닙니까?”
노형진은 미래의 뉴스가 생각이 났다.
방화복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뇌물을 받고 실험도 거치지 않은 불량 방화복을 받았던 일. 그걸 전면 교체하느라고 수십억이 더 들었지만 그 당사자는 제대로 처벌도 받지 않았다.
“더군다나 정광팔의 이번 행동은 소방관의 현실적인 문제를 제대로 짚어 준 겁니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영웅들에게 이런 식의 대우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그러니까 제 말을 따라 주십시오. 세계 각국이 왜 테러와의 협상은 없다고 하는지 아십니까? 한번 협상하기 시작하면 테러범들이 국민을 인질 삼아 끝도 없이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정광팔은 국민을 인질 삼아서 여러분들이 그만두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군요.”
“으음…….”
이쪽에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정광팔의 행동은 테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짓이었다.
“그러니까 절 믿어 주십시오.”
노형진의 말에 소방관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한 번은 벌어질 일이니까 그럽시다.”
누군가의 말에 다들 수긍하는 눈치였다.
소방관들은 다들 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동원되는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소방관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은 관심도 없다. 그들 입장에서 소방관은 행사장에서 의자나 닦는 노예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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