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36)
“이게 말이나 됩니까!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이 아직도 소방관에게 제대로 된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방송에서 나와 열변을 토하는 이상철.
노형진은 인터넷 언론을 통해서 그 점을 부각시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광분했다.
“와, 5천 원이 뭐냐, 5천 원이.”
“완전 사람을 노예 취급하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욕먹지 않는 공무원.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공무원. 그게 바로 소방관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이 고통으로 자살한다는 소식은 사람들에게 충격이었다.
사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사실에 대해서 성토하기 시작했고, 각 정당들은 너도나도 소방관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면서 언성을 높여 댔다. 여론을 타기 위해서였다.
“이거 참…… 간단하다고 해야 하나,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소방관의 복지에 대해서 사방에서 성토하기 시작하자 송정한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결국은 분위기죠.”
“분위기?”
“네, 정치라는 게 그런 겁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제를 잡을 수 있지요.”
그리고 그게 주제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그쪽으로 쏠린다. 그게 사회다.
“적당히 정치인에게 부탁하고 언론사가 이야기를 다루게 되면 그건 사회의 주류가 다 아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가? 그나저나 정광팔은 곤혹스럽겠군.”
“그렇겠지요.”
정광팔은 소방관을 말려 죽이기 위해서 음모를 짜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론이 소방관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이 관심도 안 가지던 소방관에게 관심을 가지고 정부를 성토하고 있었다.
“그다지 곤혹스럽지 않은 모양인데요?”
“그 정도는 예상했다 이건가?”
“예상을 했다기보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냄비 근성을 믿는 거죠.”
현재 정광팔은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예산의 집행을 철저하게 막고 있다. 즉,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이쯤에서 서로 물러나면 좋겠지만.”
노형진은 이번 사태를 준비하면서 정광팔이 사람들의 눈치를 봐서 이쯤에서 물러나 줬으면 했다. 하지만 그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끝을 보고 싶은 모양이니 그렇게 해야지요.”
“진짜로 할 건가?”
“네, 해야지요. 인질이 잡혀 있다고 언제까지 끌려가기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송정한은 우려 섞인 얼굴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습니다. 때로는 피도 봐야 하는 법이니까.”
노형진은 안타깝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 * *
“이게 무슨 말이야!”
소방청의 규화수 부장은 엉덩이에 불이 나는 기분이었다.
“휴직계?”
“네, 더군다나 신청자가 무려 마흔 명이 넘습니다.”
“씨발…… 장난해? 이 지역에 소방관이 얼마나 된다고 마흔 명이나 휴직을 해!”
한 지역에서 무려 마흔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휴직을 신청한 것이다.
이 지역에 있는 소방관의 숫자가 백스무 명 정도 되니 3분의 1 정도가 휴직을 신청했다는 뜻인데, 문제는 기존에 사고 같은 연유로 쉬고 있는 사람도 열 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럼 무려 약 쉰 명이나 쉬게 된다는 소리다.
“그게 말이 돼!”
“하지만 이건 진단서까지 첨부된 사항이라서요.”
“진단서?”
“네. 이거 허가 안 해 주면 문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노형진이 그냥 정치인 좋으라고 그들에게 뇌물까지 줘 가면서 부탁한 게 아니다. 이슈화시키는 것이 목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소방관의 진단서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정신과 의사들은 대부분 한국정신건강학회에 속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신건강학회가 소방관의 정신 건강을 문제 삼아서 들고일어났다.
그런 상황에 소방관들이 정신감정을 받으러 왔는데 어떤 의사가 멀쩡하다고 해 주겠는가? 당연히 PTSD가 심각하다고 진단을 내렸다.
“이거 정식으로 의사한테 검사받은 건데…….”
“아, 몰라, 씨발! 모조리 반려해!”
“네?”
부장의 말에 깜짝 놀라는 직원.
하지만 부장은 단호했다.
“장난해? 마흔 명이나 빠지면 일은 누가 하는데? 그리고 전부 자를 수도 없잖아!”
“그렇지만…….”
“닥치고 반려해!”
부장의 말에 부하 직원은 어쩔 수 없이 반려 통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 * *
“역시나 반려네.”
노형진은 한꺼번에 날아온 반려 통지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예상했나 봐?”
“당연하지. 뻔한 거 아냐?”
노형진은 손채림의 말에 씩 웃었다.
이미 반려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딱히 배신감이나 놀라움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정도 인원이 빠지면 사실상 소방 업무는 마비된다고. 그러면 얼마 후에 있을 소방관 선발에서 대부분 보충 인원을 뽑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이쪽을 자르는 것도 불법이거든.”
그러니 반려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
“그나저나 공무원들이 이렇게 빨리 일하면 참 좋겠다.”
“응?”
“마흔 개나 되는 휴직계가 한꺼번에 같은 날 반려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더군다나 정식으로 의사의 진단서까지 포함된 휴직계다.
일단 휴직계가 들어가면 그걸 심사하고 판단해서 가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채 일주일도 안 돼서 몽땅 반려 처분이 되어 버렸다.
“애초에 심사도 안 했다는 소리네.”
손채림은 바로 알아듣고는 피식 웃었다.
공무원들이 아무리 빨리 일한다고 해도 이걸 이렇게 빨리 처리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애초에 심사라는 것 자체를 안 한 것이다.
“그럼 어쩔 거야?”
“뭐, 예상은 했으니까.”
노형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소장을 들었다.
“그러면 당연히 법적으로 해야지. 안 그래?”
>2장. 영웅에게 휴식을>
“이거, 이거…….”
노형진은 진술서를 받기 위해서 소방관들의 애로 사항을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문제가 크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휴가를 쓰신 지 4년이 넘었다고요?”
“그렇지요.”
“아니, 왜요?”
“대체 인력도 없고…… 내가 휴가 가면 불 끄러 갈 사람이 없으니까.”
휴가를 안 보내 주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고, 장비를 안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소방 장갑을 달라고 했는데 보급 나온 것은 작업용 빨간색 목장갑이었다.
이게 문제가 뭐냐면, 빨간색 고무 부분은 내열 고무가 아니기 때문에 만일 화재 현장에서 이걸 쓰면 고무가 녹아서 안으로 스며든다. 그 상태로 피부와 엉키게 되면 장갑을 벗는 중에 피부까지 벗겨지게 되는 것이다.
‘이게 안전의 최우선이라는 소방관 맞아?’
말로는 안전의 최우선이라고 하지만 정작 소방관의 안전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이런 걸 지난 몇 년간 그냥 참으셨다고요?”
“그래야 사람을 구하니까요.”
노형진은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가능하면 쓴소리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건 뭐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저기요, 이런 말 아십니까?”
“어떤 말입니까?”
“착하면 호구가 된다고요.”
“아…….”
“이거 딱 봐도 호구 취급한 거잖습니까?”
인원이 줄어도 남은 사람들이 어찌어찌 자기희생 해 가면서 불을 끄니까 인원은 보충도 안 해 주고 규정상 1인당 한 벌씩 지급해야 하는 방화복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안 사 준다.
심지어 차량의 수명이 다해서 갈든가 최소한 브레이크라도 바꿔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수리를 안 해 줘서 차량을 세울 때는 언제나 아래에 받침을 놔야 한다.
“아니, 자기도 못 지키는 상황에서 누구를 구해요?”
“아무래도…… 도움이…….”
“당장 도움이 필요한 건 여러분들입니다. 남만 다 구하면 정작 본인은 언제 구할 겁니까? 여러분들이 다치거나 죽으면 그 뒤에 남는 사람들은요? 생각이 없는 겁니까, 있는 겁니까?”
노형진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
자신들이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하는 거, 그게 잘못된 거다. 그럴수록 세상은 그들을 호구로 볼 뿐이다.
“여러분이 남을 배려하는 거하고 이용당하는 건 전혀 다릅니다. 아십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여러분들이 죽으면 저 인간들이 남은 가족들이나 보살펴줄 것 같아요? 위로금이랍시고 푼돈 쥐여 주고 끝내겠죠. 그 후에 뭐가 있는지 아십니까?”
노형진이 마구 화를 내자 이창직 소방관은 그를 진정시켰다.
“진정하세요. 이런 사람들이라 소방관 하는 겁니다. 먹고살려면 다른 쪽으로 갔죠.”
“끄응…….”
실제로 소방관들은 체력이 좋기 때문에 원하면 경찰 쪽으로 갈 수도 있다. 강력계 같은 분야만 아니라면 소방관 업무보다 훨씬 편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게 경찰이다. 실제로 간 사람들도 많고 말이다.
그럼에도 가지 않는 것은 그 사명감 때문이다.
“그러다가 죽어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왠지 가슴이 짠했다.
‘젠장.’
자신이 그러다가 죽었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그래서 이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너무나도 격하게 공감 가기 때문에 더 큰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미안합니다.”
“미안해할 게 아니죠……. 젠장…… 영웅만 찾는 게 아니라 영웅답게 대우해 줘야 하는 건데.”
이들은 노형진이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만둘 사람들도, 그렇다고 다른 일을 할 사람들도 아니다. 그러니까 소방관인 것이다.
“이 일은 좀 독하게 해야겠습니다.”
“독하게 해야겠다고요?”
“네.”
노형진은 이를 빠드득 물었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을 독하게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 * *
“이게 무슨…….”
정광팔은 쌓여 있는 소송장을 보면서 입을 쩍 벌렸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뭐야?”
“소방관들의 소송장입니다. 법적인 휴가를 보장하라는 것과, 진단서가 첨부된 만큼 병가를 인정해 달라는 소송장입니다.”
“뭐가 이렇게 많아!”
“현재 백스무 명이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지역 내 다른 소방서들에서도 함께하려는 움직임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함께하려는 움직임?”
“네. 아무래도 노형진 그 인간의 솜씨인 듯합니다.”
“이 개새끼가!”
그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지난번에 자신을 찾아왔던 노형진이 기억이 난 것이다.
“또 그 새끼야?”
“네, 정식으로 수임해서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큭…….”
자신의 계획은 기존에 자신에게 반기를 든 소방공무원들을 다 자르는 것이었다.
아무리 도지사라고 해도 바로 해고할 수는 없다. 자신은 선출직이지, 사장이 아니니까. 그래서 그들을 괴롭혀서 쫓아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노형진은 병가라는 무기를 들고 나왔다.
“그래서 병가를 핑계로 쉬게 만들겠다?”
“그런 것 같습니다.”
“변호사들은 뭐래?”
“그게…….”
비서관은 곤란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정광팔은 그에게 자신의 명패를 던졌다.
“이 새끼야, 말 안 해?”
“이건 질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합니다.”
“뭐라고?”
“일단 의사의 진단서가 있으니 해 주지 않을 이유가 없고, 의사의 진단서에 따르면 시급하게 해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씨발, 좆 까라 그래! 이번 사건 담당 판사 번호가 몇 번이야!”
“네?”
“좆 까라고 그러라고! 판사가 허락 안 해 준다는데 뭐라고 할 거야?”
정광팔은 절대로 그냥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사건 기록을 뒤져서 바로 판사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다음 그 사건의 담당 재판부로 전화를 걸었다.
-네, 법원입니다.
“어, 그래. 여보쇼.”
-네, 말씀하세요.
“나 도지사 정광팔이오.”
-네, 여보세요?
“나 도지사 정광팔이라고.”
-저기요, 여기 법원입니다. 전화 잘못 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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