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4)
‘그 새끼, 완전 인간 쓰레기잖아?’
그래도 나름 제자를 구하려고 해서, 채림과의 관계는 둘째 치고 제자에 대한 애정은 있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을 배제하고 사건을 진행했다고 욕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모자를 부추겨서 변호사 선임을 취소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네.’
보아하니 그가 채림에게 변호사를 부탁한 건 제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걸 핑계로 채림의 아버지에게 접근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채림의 아버지가 변호사니까. 하지만 채림의 아버지가 거절해서 사건이 자신에게 넘어온 것이다.
“미안.”
“그럼 밥 사라.”
“난 가난한 학생이거든?”
“비싼 거 안 먹어. 나도 학식이라는 것 좀 먹어 보자.”
“학식?”
“그래, 난 대학도 안 나왔잖아.”
“아, 맞다. 너, 대학도 패스하고 붙었다고 했지? 학식 정도야 뭐. 가자. 내가 맛있는 학식을 사 주마.”
“그래.”
바깥으로 나오는 노형진.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서 현실의 벽에 부딪쳐야 했다.
“학교 식당이 어디에 있더라?”
“여긴 네가 다니는 학교거든?”
길치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역전 재판(1)
“수고했네.”
“별말씀을요.”
또 하나의 사건이 끝났고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들었다.
“그래도 자네는 괴물 같은 사람이야.”
“괴물이라니요.”
“승률이 97%라니.”
딱히 이길 수 있는 사건만 담당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노형진은 어떤 식으로든 법을 짜 맞춰서 승리를 이끌어 낸다.
“그나저나 사무실은 구하고 있나요?”
“구하고 있네. 뭐, 조만간 구해질 것 같아.”
사건이 많아지면서 새론에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변호사가 새로 들어오면 그를 보좌해 주는 사람도 와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분점 형태로 내야 할 것 같아. 이쪽은 영 가격이 비싸서 말이야.”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재판은 전국에 있으니까요.”
분점 형태로 적당하게 분배한다면 빠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그 부분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자네는 체계화에 힘써 주게. 안 그래도 자네가 만들어 둔 패턴 덕분에 승률이 확 올라갔어.”
“그게 목적이었으니까요.”
사건의 패턴을 읽고 그에 대응하며 사건의 변화에 적응한다. 그렇게 그것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몇몇 패턴들이 결정된 사건들의 승률이 무서울 정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개개인이 그걸 깨달아야 했지만 이제는 공유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노형진이 다음 재판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노 변호사.”
“네?”
갑자기 남상주 변호사가 들어오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사건이 들어왔는데…….”
“그거야 뭐, 적당하게 배당하시면 되잖습니까?”
“자네 지명이야.”
“제 지명요? 제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노형진의 이름이 점점 알려지면서 그를 지명하는 조건으로 사건을 주는 사람도 나타났다.
노형진 역시 가능하면 대응하려고 하지만, 인간적으로 혼자 다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기 때문에 설득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돌리든가 포기하든가 해야 했다. 그래서 보통은 이렇게 사건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게 말이야, 지난번 그 사건이야.”
“지난번 그?”
“강도 치사.”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강도 치사라고 할 만한 사건 중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딱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왜 다시 온 거랍니까?”
“졌다나 봐.”
“‘졌다나 봐.’가 아니라 질 수밖에 없잖습니까?”
재판은 나흘 남았는데 난데없이 끼어든 변호사가 뭘 어쩌겠는가?
“그렇다면서 다시 왔는데.”
“거절하세요.”
“거절?”
의외의 말에 남상주는 깜짝 놀랐다. 아는 사람이 부탁한 사건이라서 받아 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형진의 생각은 달랐다.
“아는 사람이 부탁받고 제게 부탁한 것뿐입니다. 사실상 저와는 전혀 관계가 없죠.”
“기분 나쁘다고 거절하기는 좀……. 다급한 모양이던데.”
“기분 나쁘다고 거절하는 게 아닙니다. 애초에 저쪽과 저는 믿음이 깨졌습니다. 말했잖습니까?”
“하긴.”
믿음이 깨진 관계는 절대로 오래가지 못한다. 더군다나 믿음을 깬 건 자신이 아니라 저쪽이다.
“일단 거절하겠네.”
“네.”
그냥 지나가는 사건으로 취급해 버린 노형진이었기에 그 사건은 그렇게 잊혀 버렸다.
그러나 상황은 엉뚱하게 돌아갔다.
“형진아?”
“여보세요. 채림이냐?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잠결에 일어나 전화를 받고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또 길을 잃어버렸냐?”
이런 경우는 십중팔구 길을 잃어버린 것이기에 노형진은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뭐야…… 사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말도 못 하는데 벌써부터 셔틀 노릇이냐?’
가끔은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지만 어쩌겠는가, 도와 달라는데.
“그게 아니라 지난번에 부탁한 사건 있잖아.”
“부탁한 사건?”
“응.”
잠결에 사건을 더듬던 노형진은 그녀가 부탁한 사건이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끝났잖아?”
“그거 때문에 나한테 전화 오고 난리야, 지금.”
“뭐?”
순간 정신이 퍼뜩 깨는 노형진이었다. 그쪽에서 왜 그녀에게 전화한단 말인가?
“사건에서 졌다고 2심 들어간다는데 제발 한 번만 봐 달래.”
“그거야 그쪽 사정이지. 근데 왜 널 괴롭히는데?”
“내가 소개시켜 준 사람이 너잖아.”
“끄응…….”
이야기를 들어 보니 기가 막혔다.
1심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깨졌단다. 그 결과, 13년이라는 중형이 나왔다.
‘원래 강도 치사죄가 형벌이 세긴 하지.’
하여간 기겁해서 그제야 제대로 된 변호사를 찾기 시작했는데, 강도 치사라는 강력 범죄에 1심 패배라는 상황에서 제일 싸게 부른 사람이 1,500만 원이란다.
“그래서 나한테 다시 오겠다?”
“그래.”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새론은 무조건 300만 원이다.
물론 승소 비용으로 어느 정도 받기도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계약서에 기재하는 게 아니라 의뢰인이 감사의 의미로 주는 팁일 뿐이다.
“네 연락처는 어떻게 안 거야?”
“선배가 줬대.”
“미친! 개인 정보 보호법도 모르나?”
“개인 정보 보호법?”
“아…… 아니다. 착각했어.”
아직은 개인 정보 보호법이 생길 시점이 아니다. 그러니 줬다고 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
‘그래도 그렇지.’
이런 경우에는 자신에게 부탁하며 정중히 뜻을 전해 줘야 하는 거지, 귀찮다고 냅다 남의 전화번호를 던져 주는 건 예의가 아니다.
“좀 불쌍해서 그런데 네가 봐주면 안 될까?”
“뭐가 불쌍해? 그 담임이라는 인간은 뭐라는데?”
“선배? 엄밀하게 말하면 이젠 자기 제자가 아니래. 학교에서 퇴학 처리가 결정된 모양이야.”
그 말에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용해 먹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니 가차 없이 내쳐진 것이다.
‘착하게 본 내가 바보지.’
아무래도 채림의 아버지에게 접근하는 게 목표라는 추측이 진짜였던 모양이다.
“나 바쁜데…….”
“바빠도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 애가 얼굴이 반쪽이 돼서 그래.”
“그걸 또 보고 왔냐?”
“뭐, 어쩌다 보니…….”
“이그…….”
채림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거절하기도 미안했다.
“알았다.”
“생큐!”
“쯧쯧.”
노형진은 완전히 새파랗게 질려 버린 유철진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13년 형.
그의 나이가 19세여서 법적 미성년자를 벗어나는 바람에 처벌이 강해진 것이다.
“흑흑흑.”
인생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지만 이제 철진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만 울고 다시 해 봅시다.”
“변호사님.”
“거봐요. 내가 말했잖습니까, 당신 담임이라는 인간은 제3자라고.”
그가 가장 크게 충격받은 건 담임의 행동이었다.
변호사를 소개시켜 준다고 해서 믿었는데, 재판이 끝나자마자 퇴학이 결정되었다면서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고 말했던 것이다.
“뭐, 일단 제대로 2심을 준비해 봅시다.”
“이길 수 있을까요?”
“해 봐야지요.”
노형진은 1심 변호사의 답변서를 보고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날림으로 만든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다.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문구로 가득한 법률 문서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정리하면 어리고 불쌍하니까 봐 달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하긴, 별수 없지.’
재판 개시하기 이틀 전에 받아서 뭘 할 수 있겠는가?
“변호사님…… 죄송해요…… 제가 그때 못 믿어서…….”
“사람이 사는 데에 있어서 믿음이 최우선입니다. 그 부분은 이참에 잘 배웠다고 생각하세요.”
“네, 꼭…… 꼭! 변호사님을 믿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사건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봅시다.”
“흠…… 여기란 말이지?”
사건의 현장.
그곳에 노형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두컴컴한 골목. 그 안에 쓰러진 노인 한 명.
“철진아!”
“선배! 어떻게 된 거예요?”
“그…… 그게 갑자기 나타나서 도망가려고 밀었는데…….”
변명을 하는 선배의 눈.
‘철진이었나?’
자신이 읽어 낸 기억의 주인은 철진이었던 모양이다.
“안 일어나. 네가 어떻게 좀 해 봐. 너 구급치료법을 배웠다면서.”
“네.”
노인에게 달려가는 철진. 그는 노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사고가 아닌데?’
사고였다면 이런 식으로 다칠 수 없다.
머리 한가운데서 흥건하게 흐르는 피.
그런데 어두워서 그런지 철진은 그걸 보지 못하고 인공호흡부터 흉부 압박까지 살리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었다.
‘응?’
그 순간 얼핏 고개를 돌렸을 때 보이는 작은 가방.
소위 말하는 ‘쌕’이라고 하는 허리에 매는 가방이었다.
그런데 그걸 본 노형진은 그게 뭔지 단번에 깨달았다.
‘퍽치기군.’
퍽치기.
뒤에서 뭔가로 가격해서 기절시키고 도둑질을 해 가는 행위.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그리고 얼핏 보기에 그 쌕은 이상하게 형태가 네모난 형태였다. 아무리 봐도 안에 벽돌이 든 것 같았다.
‘그렇게 된 거군.’
허리춤에 쌕을 차고 있다가 그걸 풀어내면 하나의 훌륭한 흉기가 된다. 길이도 길고 무게도 있어서 돌리면서 내려치면 어지간한 사람은 한 방에 뻗는다.
“훅훅훅!”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심장 압박을 하는 철진. 그리고 사방에 뿌려지는 철진의 흔적들.
‘쯧쯧.’
이런 식으로 행동했으니 사방에 유전자가 뿌려질 수밖에.
“응?”
그러는 사이 선배라는 인간들이 두런두런 이야기하더니, 어둠 속으로 몸을 피하는 것이 보였다.
잠시 후 뒷골목에서 ‘부다다당.’ 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튀었군.’
하지만 철진은 그것도 모르고 어떻게 해서든 살려 보겠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애애앵!
저 멀리 들리는 경찰차의 소리.
골목 너머가 소란스러워지더니, 순경 두 명이 골목으로 뛰어들어 왔다. 누군가가 신고한 것이리라.
‘어쩌면 그 녀석들이 한 걸지도 모르지.’
보아하니 철진에게 뒤집어씌우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강도 살인에 대한 처벌은 엄청나게 강하기 때문이다.
“아저씨, 여기요! 빨리요!”
철진이 소리를 지르면서 경찰을 부르는 걸 끝으로 노형진은 기억에 대한 영사를 끝냈다.
“거짓말을 한 건 아니군.”
철진의 말대로 그가 도착했을 때 노인은 벌써 죽어 가고 있었다. 도리어 유철진은 그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다.
“멍청한 놈들.”
과학수사를 조금만 도입했다면 뭐가 문제인지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냥 대충 서류를 넘기는 바람에 졸지에 철진이 뒤집어쓴 것이다.
“퍽치기라…….”
퍽치기는 단순 강도와 다르다.
단순 강도가 위협을 통해서 돈을 뜯어 가는 행위라면, 퍽치기는 아예 상해를 입혀서 기절시키고 빼앗아 간다는 것. 반대로 말하면 누구 하나 죽어도 상관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강도 상해에 대한 처벌이 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녀석들이 범인이라는 건데.”
신분에 대해서는 철진이 이야기해 준 덕분에 알고 있다. 문제는 그 녀석들이 했다는 증거를 찾는 것이다.
“뭐, 대충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겠네.”
노형진은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그 녀석들?”
“네.”
“유명하지. 아주 골칫덩어리야.”
노형진은 주변에 있던 오토바이 가게로 가서 가해자들에 대해 질문했다. 아니나 다를까, 당장 이야기가 나왔다.
“맨날 쑝카 타고 다니면서 사고를 쳐 대니.”
쑝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아주 빠른 오토바이, 아니면 불법으로 개조한 오토바이.
“개조 오토바이죠?”
“어떻게 알았나?”
“그냥 그럴 것 같았습니다.”
‘역시.’
모든 자동차들과 오토바이들에는 속칭 ‘마후라’라는 소음기가 달려 있는데, 이는 엔진에서 나오는 소리를 줄여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기억 속에서 들은 그 오토바이 소리는 절대 줄어든 소리가 아니었다.
‘이런 놈들이 보통 소음기를 떼고 주행하지.’
있어 보이려고, 자신을 어필하려고, 그런 양아치들이 소음기를 떼고 달리는 건 흔한 일이었다.
“혹시 그것과 관련해서 진술서 좀 써 줄 수 있으신지요?”
“그거야 어렵지 않네만 왜? 그 녀석들이 무슨 사고를 쳤나?”
“사람을 죽였습니다. 아마도요. 의심 중입니다만.”
“사람을 죽여?”
순간 얼굴이 딱딱해지는 남자.
“네, 얼마 전 퍽치기 사건 있죠? 그 녀석들이 범인인 것 같습니다.”
“그럴 리가 없네.”
“네?”
보아하니 그 녀석들에게 우호적이지는 않은 듯했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다고 그들을 두둔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설마 그 녀석들이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건가요?”
그럼 자신이 아는 작자들이 범인이 아니라는 소리다.
‘하지만…….’
개인의 신상은 철진이 알려 줬다. 그렇다면 철진이 거짓말을 했다는 소리다.
물론 형진 자신도 개인 신상은 알지만 그들의 얼굴을 다 아는 건 아니니 기억을 읽는다고 해서 그들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아니, 그거야 나야 모르지.”
“그런데 왜 그들이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하지. 죽은 사람이 그 녀석들 중 한 명의 할아버지거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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