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41)
“이게 뭔데?”
“소방관들이 절 고발했답니다.”
“왜?”
마치 모른다는 듯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김 과장.
하지만 고발의 대상이 된 박신창은 어이가 없었다.
“김 과장님이 시킨 거 아닙니까! 소방 관련 예산 집행하지 말라면서요? 그래서 그렇게 했는데 그 때문에 형사 고발이 들어왔단 말입니다!”
“내가 뭘?”
“아니, 김 과장님이 저보고 소방관에 대한 모든 예산은 집행을 정지시키라면서요!”
“아니, 내가 언제? 누가 그런 소리를 했어?”
“허?”
김 과장은 다급하게 박신창 대리의 입을 막았다.
“읍읍.”
“사람이 말을 조심해야지!”
“프하! 지금 말을 조심할 상황입니까, 네? 제가 고발당했다고요! 고발!”
노형진의 예상대로 정광팔은 소방관들을 징계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사유는 소방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
물론 소방관들은 그에 대항하여 이의신청을 내면서 동시에 소송을 했다. 공론화가 된 이상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난 모르는 일이야. 그러니까 일을 제대로 했어야지.”
“과장님!”
“거참, 요즘 애들은 진짜 게으르다니까.”
“진짜 이럴 겁니까?”
“난 접대 골프 치러 다녀와야 하니 잘 해결하기 비네.”
슬쩍 자리를 떠나는 과장.
그 뒤에 남은 박신창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떠나는 그의 뒤통수를 볼 수밖에 없었다.
* * *
“젠장.”
박신창은 소주를 들이켜면서 한숨을 쉬었다.
“씨발 새끼들.”
일이 커지려는 듯 보이자 주변에서는 그를 철저하게 모른 척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일을 시킨 녀석들뿐만 아니라 그의 동료들도 모른 척했다. 혹시나 불똥이 튈까 두려웠던 것이다.
“꿀꺽꿀꺽, 캬!”
한 번에 소주를 털어 낸 그는 다시 소주잔을 채우고는 마시려고 했다. 그때 그런 그의 손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누구?”
“노형진이라고 합니다.”
“노형진?”
“소방관 측 변호사입니다.”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는 박신창.
소방관 측이라고 하면 자신에게 좋은 목적으로 온 게 아닐 테니까.
“원하는 게 뭡니까?”
“당신의 억울함을 풀어 주려고 온 거지요.”
“뭐요?”
“당신이 예산 정지시킨 건 당신이 원해서 한 게 아니잖습니까?”
“······.”
박신창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걸 예상하는 것쯤이야 어려운 게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자신에게 고발이 들어왔지.
“솔직히 이야기하죠. 우리 쪽도 피해자고 당신도 피해자입니다. 당신, 이 일을 혼자 이겨 낼 수 있습니까?”
노형진은 노골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신창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고의적으로 예산의 집행을 정지시킨 건 사실이고 그걸 증명할 서류는 많다. 지난 몇 달간 월급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집행이 안 되었으니까.
“원하는 게 뭡니까?”
“증언입니다.”
“증언?”
“네. 당신이 위에서 압력을 받고 있다는 증명만 한다면, 당신이 징계를 받을 이유는 없어집니다.”
“하지만······.”
내부 고발자들이 공무원 조직에서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박신창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꾸욱 다물었다.
“안 한다고 과연 그들이 당신을 그냥 둘까요?”
“······.”
이미 징계는 들어왔다. 그리고 이런 경우 꼬리 자르기를 하기 위해서 자신을 쳐 내는 것이 흔하게 벌어지는 수순이다.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당신은 불법적인 명령을 따르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버려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겁니다.”
“크흑······.”
물론 소방관이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죽어 준다면 자신에게 피해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방관의 입장에서도 저항할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 봤자 이의신청 정도일 거라 생각했겠지.’
일반적으로 그 정도 수준이 저항의 끝이니까.
하지만 노형진은 그를 직접적으로 공격하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신청했는데 거부한 기록은 남아 있으니까.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당신이 해직당하는 건 기정사실입니다. 설사 당신이 우리를 도와준다고 해도 말이지요.”
“그러면 어쩌란 말입니까!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 오로지 죽는 길밖에 없는데!”
“최소한 퇴직금을 받아 챙기느냐, 아니면 아무것도 못 받고 나가느냐의 차이겠지요.”
“당신이 뭔데!”
“변호사지요, 당신 인생을 망가트릴 정도의 능력은 되는.”
“······.”
만일 이들을 도와서 소송한다면 자신은 내부 고발자로 찍혀 버릴 게 뻔하다. 그러면 공무원 조직에서 버틸 수 없다.
그렇다고 그냥 버틴다? 과연 위에서 자신을 지켜 줄까?
그럴 리 없다. 자신은 버리는 패다. 징계를 막아 줄 이유가 없다.
“기왕 버려질 거라면 실속은 챙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수로요? 위에서는 이런 걸 모를 것 같습니까? 그 인간들이 흔적이라도 남길 것 같습니까?”
명령은 언제나 직접적인 지시로만 전해졌다. 이메일이나 전화는 전혀 쓰지 않았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그들은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언제나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명령을 내렸다.
“아무것도 없단 말입니다. 아무것도.”
철저하게 비밀로 움직인 자들이다. 그래서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동안 저항하려고 한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하지만 저항하려고 할 때마다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들은 내부 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버려졌다.
“그거야 알지요.”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이렇게 저항했을 때 지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뭔데요?”
“합법적으로 저항했기 때문입니다.”
“네?”
“저쪽은 불법을 행하고 있습니다. 불법을 행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기밀을 유지하려고 하죠. 그들은 불법을 행하는 사람들의 성향에 대해서 잘 압니다. 스스로가 불법을 행하니까요. 그런데 합법적으로 저항하려고 하면 그걸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럼 어쩌라고요?”
“이럴 때는 우리도 불법을 행하면 되는 겁니다. 바로 협박이죠.”
노형진의 말에 박신창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불법을 행하라는 노형진의 말이 절대로 농담이 아니라는 게 얼굴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하기 싫으시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제는 안 합니다.”
노형진은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박신창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하나뿐이라는 것.
그는 이미 버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실익을 챙기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뭐로 협박하란 말입니까?”
협박이라는 것도 뭐든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윗선에서는 그걸 남기지 않기 위해서 얼굴을 맞대고 명령을 내렸다. 당연히 협박할 일은 남아 있지 않다.
“그렇지요.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았을 겁니다.”
노형진은 그 부분은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노형진.
“상대방이 그걸 알지는 못하지 않습니까?”
박신창은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해서 멍하니 노형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일 똑바로 안 해? 네가 자꾸 그러니까 위에서 싫어하는 거야. 네가 제대로 일하면 위에서 이렇게 찍어 내릴 필요는 없다고.
조용한 커피숍.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뭔가를 듣고 있는 두 사람.
녹음기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김 과장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너······ 이 새끼.”
“내가 혼자 죽을 것 같습니까, 당신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지게 생겼는데?”
“너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
“작정한 겁니다. 어차피 나 팽당하는 거 모를 것 같아요? 그러면 최소한 내 거라도 챙겨야겠습니다.”
박신창은 독하게 말했다.
그리고 김 과장은 그런 박신창의 얼굴을 보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원하는 게 뭐야?”
“1억.”
“뭐? 씨발, 이게 미쳤나!”
“나도 퇴직금은 챙겨야 할 거 아닙니까!”
박신창은 막장이라는 듯 그를 독하게 밀어붙였다.
“위에서 시킨 거 알아요. 도지사가 시킨 것도 알죠. 그런데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은 내가 다 지고 나만 잘리라는 건데, 내가 안 미칠 수 있겠어요?”
“누구는 좋아서 하는 일인 줄 알아? 나도 부장이 시킨 거란 말이야!”
“그럼 부장님이랑 같이 나눠서 주시면 되겠네요.”
“야, 이 새끼야! 그럼 나 죽어!”
“나는 죽는데 과장님만 멀쩡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를 박박 갈면서 덤비는 박신창.
그러자 김 과장의 얼굴은 점점 퍼래져 갔다. 이렇게 대놓고 협박한다는 것은 더 이상 볼 것도 없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씨발, 좆 되어 버렸다.’
이렇게 명확한 증거가 있으면 자신이 아무리 발뺌해도 결국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자기 몰래 녹음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싯팔.’
잊고 있었지만 요즘 스마트폰에는 기본적으로 녹음 기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슬쩍 녹음 기능을 켜 두고 들어와서 자신의 말을 녹음했으면 그 기록은 그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부장님하고 같이 5천씩만 주세요. 그러면 1억이니까. 그것만 받고 입 다물겠습니다.”
“신창아, 우리 이러지 말자. 응? 이 위에 누가 있는지 알잖아?”
“알죠. 그러니까 달라는 거 아닙니까? 도지사쯤 되는 분이 1억이 없어서 입을 다물겠어요?”
“너, 그 위로 올라가면 무슨 일 당할지 몰라서 그래? 자기 압류했다고 예산 동결하라고 한 사람이 도지사야. 그런데 대놓고 협박하면 무슨 짓을 하겠냐고.”
“그건 내 알 바 아니죠. 어차피 내가 여기서 잘리는 건 기정사실 아닙니까?”
“그걸 어떻게······.”
“싯팔······ 내가 바보야? 그렇게 잘린 인간들이 한두 명이 아닌 거, 내가 뻔하게 봤는데 모를 줄 알아?”
정말로 자기가 잘린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박신창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반말을 해 버렸다. 그리고 그건 리얼리티를 더욱 강화해 주었다.
“너희들이 뒤집어씌우고 쳐 내는 거 뻔히 아는데 내가 미쳤다고 조용히 있을 줄 알았어?”
“신창아, 진정하고······.”
“진정? 지금 이게 진정할 일이야? 남의 인생 망치는 데 내 인생을 동원하고는 이제 와서 진정하라고? 안 되겠다, 2억. 그래, 1억으로는 내 퇴직금도 안 되겠어.”
“2억? 야! 너 미쳤어!”
“도지사가 껴 있다면서! 그 정도 돈은 있을 거 아냐? 한 끼 식사에 몇십만 원짜리를 처먹는 인간들이니까 그 정도는 있겠지.”
“너······ 점점······.”
“뭐, 어쩔 건데? 자를 거야? 자를 거냐고! 어차피 나는 끝장이야. 안 주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알지, 기자들이 이런 거 좋아할 거라는 거? 그지?”
“큭······.”
가뜩이나 사색이던 김 과장의 얼굴이 더더욱 일그러졌다. 박신창이 말하는 게 농담이 아니라는 것쯤은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시······ 시간을 다오.”
증거가 저쪽에 있는 이상 다급한 건 이쪽이다.
이게 언론에 새어 나가면 자신뿐만 아니라 부장도 다친다. 그리고 도지사에게도 영향을 준다.
김 과장이 아는 도지사는 한번 당하면 그 보복을 철저하게 하는 인간이다. 자신의 실수를 그냥 넘어갈 리 없다.
“2주 준다. 그 안에 돈 준비 못 하면 이건 바로 언론사로 가는 거야. 알겠어?”
김 과장은 멍한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고, 박신창은 뒤도 안 돌아보고 그와 있던 커피숍을 나왔다.
그리고 서둘러서 좀 떨어진 차량에 들어와서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의자에 주저앉았다.
“헉헉헉.”
“할 만하죠?”
“스······ 스파이 노릇은 진짜 못하겠습니다.”
“하하하, 잘하시던데요?”
“그, 그게······ 중간에 말하다가 열 받아서.”
예상은 했지만 자신을 쳐 내려고 한다는 사실을 직접 듣고 나자 제대로 화가 난 것이다. 그 덕분에 협박의 리얼리티가 더욱 살아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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