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44)
“그, 그럼?”
“아마도 그 기록은 법원에 제출되었을 겁니다. 가정 폭행 신고 경력이 있는 남자라…… 법원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헉!”
“이거 생각보다 곤란하군요.”
상대방이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것은 누군가 뒤에 있다는 소리다. 그렇지 않다면 가정주부가 이렇게 법적으로 완벽하게 함정을 짤 수는 없다.
“자신은 처벌을 면함과 동시에 서규태 씨는 졸지에 가정 폭력범이 됩니다. 형사처벌 기록은 의미가 없지요. 일단 신고 기록이 있고 판사가 그에 영향을 받을 테니까요.”
“그, 그럴 수가…….”
서규태는 세상이 무너지는 얼굴이었다.
‘쯧쯧, 세상 물정 진짜 모르시는구만.’
아마도 소송을 취하하는 것을 보고 혹시나 다시 이야기해서 사건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럴 기회는 사라졌다.
“애초에 사건을 진행시키지 않기 위해서 취하한 것뿐입니다.”
“말도 안 됩니다. 가족들이 그럴 리가…….”
“이 순간부터 가족이 아닙니다. 적일 뿐이에요.”
“적이라니요!”
“아들하고 딸 두 명이라고 하셨죠?”
“네.”
“몇 살입니까?”
“아들은 고등학생이고 딸은 중학생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신고 같은 게, 두 아이가 모르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게 가능하리라 생각하십니까?”
“헉!”
그 부분은 생각도 못 했는지 멍해지는 서규태.
노형진은 그에게 진실을 알려 주기 위해서 그가 충격을 받든 말든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이러한 부모에 의한 가정 내 폭력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아이들의 보호입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아이들이 폭력에 노출되었다는 것부터 확인하지요.”
“…….”
“아까 입국 금지 당하셨다고 하셨죠? 단순 폭력으로 입국 금지까지 떨어질 것 같습니까? 더군다나 재판 당사자가? 아니죠. 미국 재판부도 재판 당사자가 입국이 금지되면 불이익이 있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그냥 무조건 입국 금지 시킨다고요? 그런 곳이 아니죠, 거긴.”
“그, 그럼…….”
“미국은 아이들의 보호에 관해선 철저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물렁하지 않아요. 그렇게 입국 금지까지 당했다는 건, 당신이 아이들에게 손댔다고 판단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서규태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말은 아이들조차 그에 대해서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진짜로 손 안 대셨습니까?”
“네, 때린 적이 없습니다. 전 절대로 아이들이나 아내한테 손을 댄 적이 없어요!”
“그런데 왜…… 입국 금지가 떨어졌을까요?”
“크흑…… 그럴 수가……. 그럴 수가…….”
절망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서규태를 보면서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세상에 가장 더러운 재판정이 어딘지 아십니까?”
“흑흑흑…….”
서규태는 대답하지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렸다.
노형진은 그가 대답하지 않아도 자신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듣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다름 아니라 가정법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족이었던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주기 위해서 욕하고 협박하고, 세상에서 가장 추잡하게 싸우는 공간이죠.”
“흑흑흑…….”
“하물며 아이들과 무려 5년이나 떨어져 있었으면 당신은 아버지가 아니라 그냥 돈을 보내 주는 기계일 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 아이들이 당신을 편들어 줄까요?”
수년간 아버지는 돈만 보내 주고 어머니가 보살펴 줬다면 아이들은 당연히 어머니에게 정서적으로 종속되어 있다. 그러니 어머니가 하자는 대로 하게 되어 있다.
‘그래도 이상한데…….’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중학생인 딸이야 그렇다고 쳐도 고등학생쯤 되면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벗어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그건 아버지인 서규태뿐만 아니라 어머니인 안숙희에게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진실을 말해야 할 텐데.’
진짜 폭력 같은 게 있었다면 안숙희를 도와주겠지만 서규태의 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본 것은 딱 세 번뿐이라고 했다.
그나마도 한 번은 지난번에 경찰에게 끌려 나가기 전에 본 것이 다이니 멀쩡한 상황에서 본 것은 두 번이라는 소리다.
그런 상황에서 폭력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면 다른 이유로 당신을 쳐 내야 했다는 뜻입니다.”
“설마요? 애가 얼마나 착실한데요. 엄마 말도 잘 듣고.”
“그걸 어떻게 압니까? 지난 몇 년간 딱 두 번 보셨다면서요?”
“…….”
“착실한 게 아니라 착실하다고 믿고 싶은 것이겠지요. 인정하세요. 토사구팽 당하신 겁니다.”
“…….”
서규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노형진은 그런 그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부모 마음은 다 똑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우리 아이는 안 그래요, 우리 아이는 착합니다, 우리 아이 잘못이 아니에요, 나쁜 친구들 때문에 애가 잠깐 변했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그 나쁜 친구라는 생각은 못 합니까?”
“하지만 왜요! 애들이 절 버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건…… 나중에 확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확인?”
“네.”
노형진은 직감적으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걸 말하면 도리어 화를 내면서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번 사건은 기본적으로 서규태 씨의 편이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넘어가셔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망가지실 겁니다.”
“가족을 버리란 말입니까?”
“가족은 이미 당신을 버렸습니다. 당신은 그들의 가족이 아니에요.”
“말도 안 됩니다. 제가 어떻게 키운 건데…….”
“키운 건 당신이 아니라 돈입니다. 당신은 그냥 현금 출금기일 뿐이에요. 현실을 인식하세요. 같은 한국에 살아도 퇴근 후 아이 얼굴을 못 보면 아이가 서먹해하는 게 현실인데 한국도 아니고 미국까지 가 있는 아이가 당신한테 부모의 정을 느낄 거라 생각하십니까?”
“크흑…….”
서규태는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이 노형진이 맞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에게 남은 결말은 두 가지뿐입니다. 소송해서 재산을 지키든가, 아니면 그마저도 모조리 빼앗기고 비렁뱅이가 되든가.”
“…….”
“대룡이 아무리 좋은 회사라고 해도 당신이 정신적으로 흔들려서 업무에 방해된다면 쳐 낼 겁니다. 지난번에 대룡에서 벌어진 사태, 기억하시죠?”
“…….”
서규태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노형진이 주도한 내부 정리 사태.
그 사태로 인해서 무능하고 월급 도둑질만 하던 녀석들은 가차 없이 쫓겨났다. 심지어 손해배상까지 뒤집어쓰면서 철저하게 파멸했다.
물론 그 인간들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놈들이기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된 것이지만, 자신의 동기 중 무려 50%가 사라진 사건이다.
‘그래, 걱정되겠지.’
그 사건 이후 대룡에는 새로운 피가 수혈되면서 정체되었던 기업이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규태는 그때 살아남았던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성격이 좋은 사람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딱히 눈에 안 보이던 사람이기도 했다.
“대룡에서는 기존처럼 아랫사람이 정체되어 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일종의 계급적 문화가 회사의 발전에 방해된다는 사실을 알고 대룡에서는 하급직에 대해서 역전적 승진도 시키겠다는 것을 못 박았다. 즉, 어제만 해도 부하 직원이던 사람이 갑자기 상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신 차려야 합니다. 그냥 뒤통수 맞았다고 징징 짤 겁니까?”
“하지만…… 전 미국에 갈 수가…….”
서규태도 직접 가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야기하고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
“그러니까 우리한테 맡기세요. 법적으로 변호사들은 당사자를 대리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변호사로 선임되면 새론은 미국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그 후에는 조사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면 된다.
“일단 항소해 놨으니 거기서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면 그 판결문은 확정될 겁니다. 그거 그냥 두실 겁니까?”
“…….”
가족이 배신했다는 것에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하게 있는 서규태.
노형진은 그런 그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이해는 하지만…….’
하긴 세상 누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내와 자식이 배신을 했는데 정신이 멀쩡하겠는가?
결국 노형진은 나서서 그에게 해결책을 알려 줬다.
“일단 이야기하고 싶으시다면 한국으로 오게 하세요. 그들은 한국 내 자산이 없으니까 들어오면 당신이 갑입니다.”
“하지만 뭔 수로요?”
“그곳에 있지 못하게 하면 되지요. 서규태 씨가 무슨 생각을 하시든 기회는 이번뿐입니다.”
서규태는 떨리는 손으로 도장을 꺼내 들었다.
* * *
“미국이드아!”
손채림은 공항에서 내리면서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노형진은 그런 그녀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좋냐?”
“미국은 처음이야.”
“그래?”
“그래. 역시 영어 좀 하니까 올 기회가 되는구만, 에헤헤.”
“좋겠다.”
피식거리는 사이 자신의 짐을 찾은 송정한이 카트를 밀면서 다가왔다.
“미국이라……. 다시 와도 좋군그래. 놀러 오면 더 좋을 텐데.”
“아니, 대표님까지 그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대표라고 일만 하라는 법 있나? 나도 놀아야지. 난 노 변호사처럼 일중독이 아니야, 하하하.”
“끄응…….”
노형진은 부정하지 못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은 살짝 일중독이었기 때문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한국 특유의 문화로 인해서 쉬면 죄책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충전해야 일을 할 수 있지만, 왠지 그게 꺼려진달까?
“휴가는 알아서 쓰겠습니다.”
“웬만하면 빨리 쓰게나. 올해 휴가도 안 썼잖아?”
“뭐, 어쩌다 보니…….”
“이참에 쉬는 건 어때? 미국이지 않나.”
“나중에 하겠습니다, 나중에. 야, 가자. 뭐 해?”
“공항 구경.”
“뭔 구경이야? 자판기를 왜 구경해? 그거 한국에도 있는 거거든.”
노형진은 두리번거리는 손채림을 재촉하면서 공항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커다란 종이에 새론이라는 이름을 쓰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엠버 브라운 변호사.”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엠버였다.
노형진이 투자한 드림 로펌의 대표이며 매년 적지 않은 수익을 노형진에게 보내 주는 사람이었다.
“저야말로 반갑습니다, 미스터 노.”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최대 투자자까지 오시는데 직접 와야지요. 일단 숙소로 가실까요?”
“그러지요.”
엠버는 노형진을 바라보면서 찡긋 윙크를 날렸고, 노형진은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고는 피식 웃으면서 그녀를 따라서 공항 바깥에 대기 중인 리무진으로 향했다.
“이야, 끝내준다.”
그리고 손채림은 그런 엠버를 보면서 침을 꼴딱 삼켰다.
노형진은 그런 손채림을 보면서 기가 막혔다.
“아니, 그런 말이 왜 나와? 네가 아저씨냐?”
“뭐 어때? 끝내주는 건 끝내주는 거지. 저 사람 가슴 사이즈, D는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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