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45)
자신의 가슴과 번갈아 가면서 재 보는 손채림의 행동에 노형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공부하러 갔다 온 거야, 성격 버리러 갔다 온 거야?’
음악 공부하러 간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 왈가닥인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가서 혼자 살면서 그런 부분이 더욱 강해진 것 같았다.
“자, 빨리 가세나.”
“네, 대표님.”
보다 못한 송정한이 손채림을 재촉하고 나서야 그들은 리무진으로 향했고, 짐을 트렁크에 실은 사람들은 리무진을 타고 숙소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와, 끝내준다.”
리무진의 내부는 시트가 벽 쪽으로 길게 붙어 있어서 서로 마주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런 걸로 준비하다니, 너무 무리한 거 아닙니까?”
노형진은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엠버는 맞은편에 앉아서 그저 웃을 뿐이었다.
“왜요? 너무 호화스럽나요?”
“솔직히 그러네요.”
“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걸로 치면 택시보다 좀 나은 수준입니다. 이런 건 빌리는 거지, 사는 게 아니니까요.”
“아…….”
물론 택시보다 훨씬 비싸기는 하지만 택시보다 더 좋은 점도 있다.
“그리고 서둘러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이야기를요?”
“놀러 온 건 아니잖습니까?”
엠버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은 투자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표는 아니다. 그 두 개는 완벽하게 분리된다. 한국처럼 그게 그거인 나라가 아니니까.
그러니 저들과 이야기하면서 함께 작전을 짜야 한다.
“사실은 우리 새론에서는 드림 로펌과 일종의 협약을 하고자 합니다.”
“협약?”
“네, 국제 이혼에 관한 사건을 말이지요. 일단 시작은 국제 이혼이지만, 장기적으로 한국과 미국에 걸쳐 있는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한국과 미국에 걸쳐 있는 사건이라.”
“그런 사건이 적지 않지요.”
“그렇지요.”
노형진은 지금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또한 그러한 현상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흔하게 벌어지는 것은 저작권 같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저작권 보호를 하지만 한국에서는 하기가 힘들다. 한국에는 그걸 단속할 지점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종의 수익률 판단을 할까 생각 중입니다.”
“수익률 판단이라…….”
“일반적인 단일 사건보다는 수익률이 높지는 않을 겁니다. 아무래도 한국이라는 곳이 그다지 큰돈이 움직이는 시장은 아니니까요.”
“질보다는 양인가요?”
“네.”
엠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군요. 미국이라고 해서 다 부자는 아니죠. 애초에 미국으로 한 명이 와 있다는 것 자체가 그쪽이 한국에서는 부자에 속한다는 뜻이니 그 비용은 적지 않을 듯하군요.”
노형진은 약간 혀를 내둘렀다.
‘역시 엠버라고 해야 하나?’
자신 역시 그 부분은 생각했지만 엠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서 사회적인 명망에 따른 변호사비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양까지 충분하면 한국 농담으로 금상첨와라고 하던가요?”
“금상첨화입니다.”
한국 사자성어까지 하는 걸 보니 한국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공부한 모양이었다.
‘이런, 이런.’
노형진은 슬쩍 미국 쪽 변호사 비용을 깎을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무리인 듯했다.
“하지만 사건이 많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양으로 승부하는 새론과 다르게 드림은 소수 정예를 추구한다. 워낙 변호사들이 많은 곳이 미국이다 보니 양으로 승부해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미국도 파산하는 변호사는 많으니까요.”
“파산하는 변호사?”
“네. 그들에게 사건을 배당한다고 하면 그들은 우리와 일할 겁니다.”
“설마 규모를 늘리시려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다만 일종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해 놔야 나중에 인원 충원하기 좋으니까요.”
“그런가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해 놔야 우리가 다 커버할 수 있거든요. 미국은 넓습니다. 한국과 다르죠. 우리가 그걸 다 찾아다닐 수는 없습니다.”
“하긴…… 맞는 말이군요.”
한국이야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끝이고 반나절이면 가는 거리다. 하지만 미국은 나라 끝에서 끝까지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고 재판 때마다 갈 수는 없다.
더군다나 각 지역별로 변호사 등록을 따로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미국은 각 주마다 주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산 직전의 변호사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식으로 협약을 맺어 두면 우리는 미국 어디에서 소송하든 움직일 수 있습니다.”
“파산 직전인 그들이라면 거절은 하지 않을 겁니다.”
한국처럼 갑질을 하는 상류층은 아니지만 미국 역시 변호사들은 상류층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다 부자는 아니다.
노형진이 새론에서 그런 변호사들을 이용하여 규모를 늘렸듯 엠버 역시 세력을 늘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목적도 있겠지.’
미국은 한국과 다른 게 하나 있다.
뭐냐 하면, 한국은 사법연수원에서 성적으로 변호사나 검사를 자르는 데에 반해서 미국은 변호사 중에서 선발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누가 어떻게 변호사나 검사가 될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 점을 감안해서 여러 변호사들에게 선을 만들어 두면 손해 볼 것은 없다.
“왜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만이신가요?”
“그럴 리가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그렇게 된다면 드림 로펌은 상당히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좋은 생각이군요.”
“이번에 새론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배운 겁니다.”
엠버는 자신이 어디서 배웠는지 인정하면서 씩 웃었다.
“그건 일단 드림에서 알아서 할 일이니까 일단은 일을 우선해 보죠.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그 여자분 학력이 대졸이라고요?”
“네, 하지만 미국과는 다를 겁니다. 한국은 인구의 70% 이상이 대학에 갈 정도로 학력 인플레가 심하거든요. 그 여자의 학교를 기준으로 보면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흠…….”
노형진의 말에 엠버는 잠시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금방 결론을 내렸다.
“뒤에 변호사가 있겠군요.”
“변호사가?”
송정한은 문득 과거의 악몽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얼굴이 창백해지자 엠버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 과거에 범죄를 설계해 주는 녀석들과 싸운 적이 있거든요. 그 녀석들이 변호사였습니다.”
엠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해합니다. 미국에도 그런 녀석들이 있으니까요.”
“진짜예요? 우와.”
손채림은 깜짝 놀랐다.
설마 미국에 그런 식의 변호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진짜랍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지요.”
“놀랍네요.”
노형진은 추가로 설명해 줘야 할 것 같았다.
일단 그녀 역시 여기에 일하러 온 이상 기본적인 지식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청계가 하던 방식은 미국에서 배워 왔다고 봐도 무방해. 뭐, 청계의 경우는 그게 좀 심해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헐.”
“미국 내의 어지간한 규모의 마피아나 폭력 조직은 기본적으로 대형 로펌이나 변호사들과 긴밀한 선을 가지고 있어. 미국에서 소송은 일상이라고 할 정도로 많으니까.”
“그래?”
“그래. 그러니 당연히 범죄를 설계해 주는 곳도 존재하지.”
노형진의 말을 엠버가 이어받았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무척이나 드물죠. 애초에 드러나지 않으려고 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송정한도 이해한다는 얼굴이었다.
청계는 범죄를 설계해 주고 가진 자들의 약점을 쥐는 방식으로 한국을 쥐고 흔들었다. 하지만 그건 외부적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럴 녀석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다.
“미국은 범죄에 대해서 무척 처벌이 강해요. 안 하지는 않지만 드러내는 건 무척이나 조심하겠지요.”
“그러면 이번 사건도?”
엠버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부정했다.
“이번 사건은 그럴 것 같지 않아요.”
“아니라고요?”
“네. 이번 사건은 범죄 설계가 아니니까요.”
“범죄 설계가 아니다?”
노형진은 그 부분에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한국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걱정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범죄 설계라기보다는 내 방식에 가까워.”
“자네의 방식이라니?”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노형진은 그런 송정한에게 한숨을 쉬면서 답했다.
“의뢰인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상대방에게 최대한의 보복을.”
“음…… 확실히 자네는 그런 게 있지.”
노형진에게 걸리면 ‘적당히’라는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노형진에게 맡기려고 하는 한편 다른 쪽으로는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상대방 기준으로 의뢰인에게 최대 이익을 주기 위해서 사건을 약간 작위적으로 배치하면서 만드는 게 있습니다. 한국에서 압류한 것도 그렇고 미국에 오자 바로 경찰에 신고한 것도 그렇고. 마치 서규태 씨의 손과 발을 다 자르는 듯한 방식이구요.”
실제로도 그러한 이유로 인해서 서규태는 미국의 판결대로라면 거의 전 재산을 부인과 아이들에게 빼앗길 판국이다.
“저라면 썼을 만한 방식입니다.”
“음…….”
송정한은 약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노형진은 유능하기로 유명한 변호사다. 그런 그가 쓸 만한 방식이라는 것은 상대방 역시 호락호락한 녀석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상하단 말이지.’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기는 한 것 같다. 그런데 왠지 핵심에서 벗어나는 부분도 있었다.
가령 압류 부분도 그렇다. 압류를 할 때 정작 월급을 압류하지 못했다. 그 덕분에 서규태가 자신들에게 의뢰할 수 있는 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자신이라면 월급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서든 차단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돈을 빌릴 수 있는 방법도 차단했을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상대방은 누군지 모르지만 그 부분은 간과했다.
만일 월급과 자금 융통 방법을 차단했다면 서규태는 미국으로 오기 위해서 사채를 쓸 수밖에 없을 텐데, 사채를 쓴다는 것은 무능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카드다.
‘어설프게 따라 했어.’
자신의 방식을 따라 하는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잘 알고 따라 하는 것 같지는 않은 상황.
“일단은 상대방 변호사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군요.”
“그건 우리 쪽에서 알아보지요. 어려운 건 아니니까요. 이름이 뭐라고 했죠?”
“필립 모리스입니다.”
“흠…… 처음 들어 보는 변호사인데…….”
엠버도 그 변호사의 이름이 낯선 모양인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서도 조사를 좀 하고 싶은데요, 믿을 만한 사람 있습니까?”
“믿을 만한 사람?”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말에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탐정 말이야.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탐정 일이 합법이거든.”
“아!”
한국에는 탐정이 없다. 심부름센터 같은 곳이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론에서는 따로 정보 팀을 구성해서 운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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