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5)
생각지도 못한 말에 노형진은 너무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가 막히군.’
단순한 퍽치기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해자 중 한 명이 손자라는 사실에 그는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단 말이지…….”
주변 조사 결과, 또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그 할아버지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며 퇴근할 때 돈을 가지고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서에는 돈 이야기가 없었다?’
조서에는 퍽치기를 목적으로 어쩌고저쩌고되어 있었지만 정작 퍽치기의 목적이 되는 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즉, 누군가 돈을 들고 갔다는 소리다.
‘더군다나 돈을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는 소리인데.’
매일같이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따라서 퇴근하는 것이라면 누군가 그가 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확률이 높다. 결코 우연히 접근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철진이 네가 봤을 때는 어때?”
“몰라요. 승덕이 형이 할아버지랑 사이가 안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
“네, 할아버지가 유언장에서 승덕이 형을 빼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하긴…….”
주변에 알아보니 그의 할아버지는 말 그대로 자수성가한 타입이다. 그런데 손자는 생양아치이니 좋아할 수가 없었으리라.
“그 녀석이 타는 게 마후라를 제거한 쑝카지?”
“네, 세 명 다요.”
“흠…….”
노형진은 조용히 침묵했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왔다 갔다 한 결과, 한 가지 결과가 도출되었다.
“함정이다.”
“네?”
“이거 함정이라고. 경찰이 출동한 것 자체가 아예 널 함정에 빠트리려고 한 거야.”
“어…… 어째서요?”
그래도 형님이라고 믿고 따랐다. 그런데 왜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단 말인가?
“그거야 수상한 살인 사건이 나면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게 주변 인물 중 사이가 안 좋고 행실 나쁜 사람이니까. 그리고 조사해 보면 그날 저녁, 그 세 명의 행적이 이상한 건 드러날 테니까.”
“서…… 설마!”
“상식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전화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다? 말도 안 되지. 퍽치기의 목적이 뭔데? 기절시켜서 돈을 빼앗고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러는 건데 제3자를 불러서 도와 달라고 한다? 말도 안 되지.”
그 말에 부들부들 떠는 철진.
“보아하니 처음부터 너한테 뒤집어씌울 작정이었던 것 같다. 그래야 사건의 흐름도 맞는 거고.”
“모…… 몰랐어요……. 저번 변호사님도 그런 건 말해 주지 않으셨어요……. 그냥 반성만 하라고…….”
‘당연하지.’
전 변호사는 오토바이에 대해서도, 가족 관계에 대해서도 몰랐다. 그러니 이런 결론이 나올 수가 없다.
“흑흑흑.”
“짜샤, 울지 마. 그래도 길은 보이잖아.”
“길이 보인다니요?”
“그래, 솔직히 이젠 길이 보인다.”
처음에는 길이 아예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대는 애송이들이다.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노형진은 예측할 수 있었다.
“일단 내가 알아서 방어할 테니까 넌 집에 갈 준비나 하고 있어.”
“변호사님…….”
울먹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유철진.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노형진은 그를 믿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뭐, 자기들이 어떻게 하든 실수는 하기 마련이지.”
상대방이 전문 범죄자가 아니라면 그들이 행동하는 패턴은 뻔할 수밖에 없었다.
“야야야.”
“넥타이가 비뚤어진 것 같다.”
“켁, 방향을 잡아 주는 거냐, 아니면 내 목을 조르는 거냐?”
“호호호.”
손채림은 법원에까지 와서 노형진을 도와주고 있었다.
“도대체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당연히 와야지, 내가 부탁한 사건인데.”
“얼마나 걸렸냐?”
“네 시간.”
“…….”
전철타고 길어야 한 시간이면 올 거리를 네 시간이나 걸려서 오다니.
“그래, 잘 왔다. 일단 끝나면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오오! 오길 잘했다.”
“기다려.”
노형진은 옷을 가다듬으면서 심호흡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제 법정에 들어가 2심에서 싸움을 끝낼 예정이었다.
‘뭐, 3심까지 갈 필요는 없겠지.’
확실하게 재판을 끝내 버리면 검사 측도 3심은 포기할 것이다.
“손채림, 여기서 뭐 하냐?”
“어? 오…… 오빠?”
그런데 들리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와 당황한 손채림의 목소리.
‘오빠?’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채림에게는 오빠가 없다. 남동생이 하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오빠?
“오빠가 여기에 어쩐 일로?”
“내가 그럼 여기 있지, 어디 있겠니? 검사가 재판하러 오지, 놀러 오지는 않지.”
“그…… 그런가? 에헤헷.”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손채림.
“그 녀석은 뭐야?”
남자는 손채림 옆에 있는 노형진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아…… 이쪽은 노형진. 내 친구. 변호사야. 이쪽은 광문식 검사.”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일단 연장자이니 인사를 건네는 노형진. 그런데 광문식은 대답하는 대신 노형진을 노려볼 뿐이었다.
“자네가 그 소문의 변호사군.”
“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천재 변호사.”
“뭐…… 운이 좋은 거죠.”
“그렇겠지. 하지만 운이 좋은 것도 여기까지인 것 같군.”
“무슨 말씀이신지?”
“이따가 보지. 채림이 너도 나중에 보자.”
차가운 얼굴로 스윽 들어가는 광문식을 보면서 노형진은 기가 막혔다.
“뭐, 저딴 자식이 다 있어?”
검사들이나 판사들이 콧대가 높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 역시 사법연수원 출신으로 동급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렇게 철저하게 개무시를 하다니.
“에헤헤…… 이해해.”
“이해? 뭔 이해를 해? 저 인간, 뭐야? 네 친오빠는 아닐 거고.”
“친오빠는 아니지……. 그냥 아는 오빠, 아니 아는 오빠이고만 싶은 오빠.”
“아는 오빠이고만 싶은 오빠?”
보아하니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은데 저쪽에서 들이댄다는 뉘앙스가 아닌가?
“누군지 아는 거야?”
“아빠가 하도 만나 보라고 해서 두어 번 만났어.”
“뭐?”
“솔직히 난 싫거든. 완전 얼음이라니까? 재미도 없고. 근데 아버지는 무조건 만나래.”
그 말에 약간 얼굴을 찌푸리는 노형진이었다. 그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
“설마?”
재빨리 사건 기록을 확인한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번 사건은 나와 안 맞는 모양이다.”
“응?”
“그런 게 있어.”
사건 기록에 담당 검사의 이름이 광문식이라고 떡하니 박혀 있었던 것이다.
“개정합니다.”
드디어 재판이 시작되었다.
건너편에서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는 광문식을 보면서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 사건은 진짜 나랑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건가?’
선배라는 인간은 둘째 치고 담당 검사라는 인간까지 이딴 식이라니.
“피고인 측 변호인, 할 말 없습니까!”
순간 들리는 목소리에 노형진은 깜짝 놀랐다. 생각에 빠진 사이, 광문식의 말이 끝난 모양이다.
“없습니다. 모든 것은 증거가 이야기해 줄 테니까요.”
그 순간 광문식의 얼굴에 떠오르는 비웃음.
하긴, 국과수에서 완벽하게 분석한 증거들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재판장님, 증거 갑제 1호증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부검 결과입니다. 피해자는 후두부 충격으로 인한 뇌부종과 가슴 부위의 압박골절이 발견되었습니다. 즉, 피고인은 1회 타격 후 쓰러진 피해자를 재차 폭행하는 잔악한 행동을 보였다는 뜻입니다. 쓰러진 피해자를 구타하여 가슴 골절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하여 최종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광문식은 노형진을 노려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하아, 진짜 개나 소나 왜 나한테 덤비는 건데?’
보통 이럴 땐 판사를 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신을 본다는 건 자신을 도발하겠다는 소리다.
“피고인 측 변호인, 피고인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하여 할 말 있습니까?”
노형진은 그 말에 일어났다.
“재판장님! 여기서 간단한 실험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네.”
“그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만, 경비분, 잠시 도와주시겠습니까?”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경비원이 앞으로 나왔다.
노형진은 그를 가운데에 세우고 주변을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이번 사건이 퍽치기 사건이라는 것을 모두들 알고 계실 겁니다. 퍽치기란 말 그대로 기습을 가하여 상대방을 무력화시키고 절도를 행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지요.”
순간 경비원의 뒤에서 그를 확 밀어 버리는 노형진.
경비원은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으나 노형진이 잽싸게 잡아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보다시피 뒤에서 기습하는 경우, 사람은 앞으로 고꾸라지기 마련입니다. 검찰 측 증거에 따르면 피해자는 1회 가격으로 의식을 상실했습니다. 즉, 1회 가격을 당한 상황에서 앞으로 고꾸라져 자세를 교정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노형진은 경비원에게 다가가서 다음 부탁을 했다.
“그럼 엎드려 주십시오.”
“엎드려 달라고요?”
“네.”
엉거주춤 엎드리는 경비원.
노형진은 방청석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나 세 분만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나?”
“네, 남자 세 분만요.”
하지만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검사 측에서 한 분, 판사 측에서 한 분, 제가 한 분을 지명하겠습니다.”
그렇게 지명된 사람들은 엉거주춤하게 앞으로 나왔다.
“자, 이제 쓰러진 피해자를 공격해 보세요.”
“네?”
“진짜 공격하라는 게 아니고 공격하는 척하라는 겁니다.”
“어떻게요?”
“원하시는 대로.”
그 말에 서로를 보던 세 사람은 쓰러진 경비를 공격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하나같이 똑같은 패턴을 보였다.
바로 쓰러진 사람을 발로 밟거나 차는 것.
“보다시피 쓰러진 사람을 공격하는 가장 확실하고 보편적인 방식은 그대로 누여 놓은 상태에서 발로 공격하는 것입니다. 발은 파괴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힘이 좋고 체중을 실을 수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반격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니까요.”
확실히 시늉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비원의 옷 여기저기에 신발 자국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 기록을 보면 어떠한 흔적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도리어 묻은 피와 흙을 제외하면 깨끗하지요. 그리고 상식적으로 일반적인 퍽치기라면 쓰러져서 정신을 잃어버린 순간 모든 것이 종료됩니다. 추가적으로 공격해서 가슴을 부러트리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 말에 판사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윽.’
광문식은 생각지 못한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퍽치기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퍽치기를 했다면 가슴뼈가 부러질 만큼 공격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재판장님, 피고인 측의 주장대로라면 피고인의 유전자를 비롯한 흔적이 없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피고인의 유전자와 신체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있다는 것은 갑제 4호증 유전자 검사 결과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의 공격으로 인하여 가슴 부위에 상당한 양의 유전자가 발견되었으며 땀으로 추정되는 흔적도 상당수 발견되었습니다. 피고인이 공격하지 않았다면 그 유전자가 발견될 이유가 없습니다.”
반박하는 광문식.
확실히 그럴 만하다. 하지만 그건 그가 한 번도 누군가를 구해 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재판장님, 증인을 부르고 싶습니다.”
“인정합니다.”
잠시 후 증인석으로 나오는 한 남자.
그는 낯선 재판정의 분위기에 두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본인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 강서 119 구급대에서 일하는 구한만입니다.”
“그럼 직책은 뭐죠?”
“긴급 구조사입니다.”
긴급 구조사라는 말에 뜻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 된 광문식.
‘그러니까 문제인 거다.’
애초에 구조 절차 자체를 모르니 어떤 상황과 흔적이 남는지 모르는 거다. 그러니 ‘유전자=범인’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는 것이고 말이다.
‘하긴…… 미래라고 달라진 게 없지.’
사람들 대부분은 긴급 구조에 대해서 모른다. 심지어 구조 과정에서 사람이 다쳤다고 적반하장식으로 돈을 내놓으라고 고소하는 놈들도 있을 정도니까.
“긴급 구조사라고 하셨으니 시범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시 후 바닥에는 연습용 마네킹 하나가 놓였다.
“이건 더미라 불리는 것으로, 응급 구조사들이 심장마사지를 연습할 때 쓰는 겁니다.”
“심장마사지?”
“그렇습니다.”
물론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걸 모를 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워낙 고가인 데다가 이 시대에는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이런 걸 연습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전생의 예비군 훈련장에서 딱 두 번 봤지.’
그마저도 사용법만 알 뿐, 써 보지는 못했지만. 하여간 그러니 이걸로 연습한다는 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평생 법전만 끼고 산 검사나 판사는 더더욱 그렇다.
“이걸로 심장마사지 시범을 보여 주십시오.”
“제대로 할까요?”
“네.”
그 말에 구한만은 더미를 놓고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채 3분도 지나지 않아서 그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더니, 나중에는 아예 뚝뚝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그만. 이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땀이 흘러넘치는 그를 정지시킨 노형진은 그에게 휴지를 건네줬다.
“보시다시피 심장마사지는 극도로 체력이 소모되는 운동입니다. 전신의 힘을 다 동원하여 한순간 폭발적으로 눌러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엄청난 양의 땀을 쏟아 낼 수밖에 없습니다. 피고인 측이 수차례 심장마사지를 했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 측은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양의 유전자가 발견될 정도로 피고인은 상당한 양의 땀을 흘려 가면서 심장마사지를 시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갈비뼈가 부러졌습니다. 상식적으로 사람을 구하는 게 상해를 입힌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재판장님.”
광문식은 말을 끊었다. 노형진은 그 말에 증인을 바라보았다.
“증인, 심장마사지에서 갈비뼈가 부러질 확률이 얼마나 되지요?”
“80% 이상입니다.”
“80% 이상요?”
“그렇습니다. 특이하게 뼈가 유연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뼈가 부러집니다. 특히 성인이 되어 뼈가 완전히 굳어지고 약해지면 100% 부러진다고 봐야 합니다.”
“왜 그런 겁니까?”
“심장마사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심장을 눌러서 압력을 만들어 피를 강제로 온몸으로 돌리는 작업입니다. 즉, 심장이 눌리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갈비뼈는 심장을 보호하는 위치에 있으니 심장이 눌릴 정도로 압력을 전달하려면 갈비뼈가 부러질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사람이 아닌 더미를 이용해서 훈련하는 겁니다. 사람을 통해 훈련하면 갈비뼈가 부러질 테니까요.”
“그럼 그런 심장마사지 후의 상태는 어떻게 나타나지요?”
“보통은 가슴 중심을 기준으로 하여 양옆에 골절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말이지요?”
노형진은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걸 받아 든 증인은 잠시 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습니다.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재판장님, 이 사진은 병원에서 받은 사진으로, 사진의 주인은 심장마비가 발생한 후 15분간 심장마사지를 받으면서 긴급 후송된 사람입니다. 그는 다행히 생존했으나 보다시피 갈비뼈 골절이 나타났습니다.”
노형진은 그 엑스레이 사진을 들고 주변에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자리에 가서 다른 사진을 꺼내 들었다.
“이 사진은 부검 당시 사망자의 가슴 부분을 찍은 사진입니다. 보다시피 흉곽을 기준으로 비슷한 형태의 골절이 발생하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상대방을 폭행하려면 한쪽으로만 폭행하지, 이런 식으로 넓은 부위에 폭행을 가하지는 않습니다. 즉, 검찰 측이 폭행의 증거라면서 제출한 이 사진이야말로 피고인이 심장마사지를 하면서 생명을 구하려고 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헉!”
자신의 가장 확실한 증거가 도리어 변호사에 의해 뒤집히면서 그의 증거가 되어 버리자 광문식은 ‘헉.’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다.
“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