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50)
그런 상황에서 존슨 같은 녀석들은 훌륭한 미끼다. 현재 고등학생이고 학생들과 접하기 쉽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일진들이 고등학생들에게 추앙받듯이 추앙받았던 미식축구부원이다. 그런 그와 어울리면서 마약 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 말고도 미식축구부에서 잘린 애들이 더 있을 텐데요?”
“두 놈이 더 있습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말인즉슨 일종의 세력이 형성되었다는 것.
“그 녀석들은 세력을 만들고 학교 내부에 저렴한 가격으로 마약을 공급하죠. 뭐, 학생으로서는 적지 않게 벌 수 있습니다.”
“그 대신에 공급 업자는 나중에 확실한 손님을 잡을 수 있고 말이지.”
“네.”
물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에 다시 그들에게 찾아가 봐야 그들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학생이 아니라서 비싼 가격에 팔기 시작한 후다.
“우리나라에서 소주 모델로 어린 여자들을 쓰는 이유와 같은 거죠.”
어릴 때 접할수록 중독성은 강해진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서만승은 이미 중독 상태일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거짓말에 동참할 이유가 없지요.”
“하긴…… 자네 말이 맞는 것 같군.”
만일 멀쩡한 상황이라면 이런 짓거리를 하는 어머니에게 대항했을 것이다. 그런데 엄마와 더불어서 위증할 정도면 상당히 심각한 중독일 것이다.
“더군다나 그 녀석은 집안에서 유일하게 남자입니다. 가정 폭력의 흔적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녀석이라는 거죠.”
“주범이라는 건가?”
“네.”
송정한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일단은…… 제가 구한 정보는 여기까지입니다.”
노형진은 로빈에게 계산을 마치고 난 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그 녀석들을 추적하면 될 것 같군요.”
“그 녀석들을?”
“미국에서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할 때 골치 아픈 것 중 하나가 바로 마약입니다. 마약에 빠진 증인이 마약을 구하러 왔다가 신분이 걸리는 거죠. 그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물건인데 고등학생이 조용히 집에서 지낼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시죠?”
“그렇기는 하겠네.”
당연히 어떻게 해서든 마약을 구하려고 할 것이다.
더군다나 누구에게서 마약을 싸게 구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는데 주저할 리 없다.
“그러니 존슨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을 감시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마약을 찾으러 올 겁니다, 후후후.”
노형진의 계획은 간단했다.
어차피 나올 거, 적당히 살피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노형진은 자신의 예상대로 존슨을 찾으러 온 서만승을 볼 수 있었다. 겨울이랍시고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푹 뒤집어쓴 그였지만 황인종 특유의 눈매는 감출 수가 없었다.
“저 녀석이군.”
노형진은 다가와서 잠깐의 대화 후 뭔가를 받아 가는 남자를 보면서 확신했다.
그는 전문 마약쟁이치고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제 따라가는 거야?”
“일단은.”
노형진은 그를 따라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만승은 그것도 모른 채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는 자신의 품 안에 있는 뭔가를 꽉 쥐고 무척이나 경계하는 눈빛이 뚜렷했다.
“대놓고 마약한다고 해라, 쯧쯧.”
노형진은 그런 그의 모습에 혀를 끌끌 찼지만 워낙 마약중독자가 많은 미국이다 보니까 그런 모습이 흔한 것인지 대부분은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핸드폰이 울리자 노형진은 전화를 받았다.
“노형진입니다.”
-엠버입니다. 확인했습니다. 따라붙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빠지지요. 다음 조는 준비되었나요?”
-랙싱턴가에서 교대할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놓치지 않게 조심해 주세요.”
-그러지요.
“우리는 이쯤에서 빠지도록 하지.”
감시라는 것은 조심스러운 과정이다.
영화처럼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다니면 눈치챌 확률도 높아진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잔뜩 긴장한 대상으로는 더더욱 조심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노형진은 그곳에서 서쪽에 있는 젝슨가에 가는 길에 감시 팀을 교대하도록 배치했던 것이다.
“놓치지는 않겠지?”
“그러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어차피 네 번째 감시 팀은 젝슨가의 정류장에 있으니까, 우리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우리가 놓쳐도 그곳에서 발견될 테고.”
그렇게 되면 집을 찾을 수 있을 테고 그 이후에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번 일은 너무 쉬운 거 아냐?”
“뭐가?”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서.”
“모든 사건이 이런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장기적으로는 무척이나 돈이 될 만한 사건이야.”
“좀 서글프기는 하다.”
멀어져 가는 서만승을 보면서 손채림은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떻게 보면 이혼은 불행이다. 그런데 그런 걸로 자신들은 이득을 챙겨야 한다니.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지. 결국 이혼할 사람은 하게 되어 있어. 그 와중에 도리어 함정에 빠져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보면서 이혼하는 사람들도 많아.”
“그런가?”
“그래.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 많아. 우리가 이혼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을 속여서 이혼시키려고 한다면 나쁜 놈들이지. 하지만 저들은 이혼하려고 하는 상황이잖아. 더군다나 일방적으로 남자가 속고 있는 상황이고. 이런 상황은 도와주는 거지, 서글퍼할 게 아니라고.”
“그렇기는 하지만.”
손채림은 왠지 이혼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럴 거면 왜 결혼을 했나 싶기도 했다.
“슬퍼도 어쩔 수 없어. 이혼도 다른 사건들처럼 똑바로 봐야 하는 현실이야. 서글프고 없으면 좋겠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
“하아.”
“재판 현장 한번 가 봐라. 아마 그 한숨이 쏙 들어갈 거다. 거기서 펼쳐지는 활극을 보면 진짜 대책 없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렇게 노형진의 일장 연설이 길어지는 사이 시간이 지나고 그들 앞으로 한 대의 차량이 다가왔다.
그 차량의 창문이 열리면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엠버였다.
“타시죠.”
“찾았습니까?”
“네.”
“역시나.”
노형진의 예상대로 서만승은 어느 집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네 번째 팀에 들어가 있는 송정한이 그 집을 확인하고 연락했다고 한다.
“확실하게 그 집이 맞답니까?”
“네. 촬영까지 했으니 확실할 겁니다. 일단 그 집에 대해서 조사해 보라고 했는데…….”
핸드폰으로 순식간에 날아온 조사 내역을 확인하는 엠버.
그녀는 동료가 운전하는 사이 뒷좌석에 앉아 있는 노형진과 손채림에게 조사 내역을 말해 주기 시작했다.
“반룽이라는 사람의 집입니다. 중국계 미국인이고, 중국에서 미국에 물건을 수입하는 업체를 운영한답니다.”
“나이가 많을 것 같군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노형진의 말에 엠버는 깜짝 놀랐다.
자신은 나이에 대해서 말하지도 않았는데 노형진의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현재 65세입니다. 적은 나이는 아니죠. 아는 사람이셨습니까? 아니면 다른 정보원이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인이라면 아시아인이니까요.”
“네?”
“카를로스는 히스패닉, 피터슨은 앵글로색슨, 윌리엄스는 중동 계열입니다. 그들은 아시아인에게 익숙하지 않지요. 그래서 안숙희의 진짜 나이를 감 잡기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반룽은 중국인, 즉 아시아인입니다. 그러니 그녀가 아무리 젊게 산다고 해도 진짜 나이를 완벽하게 속일 수는 없지요.”
“그런데요?”
“동양계에서 나이 많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차지하는 것은 일종의 트로피 같은 개념입니다. 특히 중국같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곳은 더더욱 그렇지요.”
실제로 성공한 남자들은 수백수천만 원씩 젊은 여자들에게 주면서 스폰이라는 것을 한다. 물론 그 스폰이라는 것에는 성적인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이가 60대라고 하면 그 트로피도 한계가 있지요. 저 정도 재산에 20~30대 초반의 아가씨들이 매달리지는 않을 테고, 더군다나 미국은 상당히 자립심이 강하도록 키우니까 미국 아가씨들은 그런 식으로 돈을 보고 오는 성향도 좀 낮은 편이구요.”
“그래서 적당한 것이 40대의 이혼녀라는 건가요? 어이가 없는 이유군요.”
엠버는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고작 자랑하기 위해서 여자를 만난다는 게 그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씁쓸하지만 현실입니다.”
물론 진심으로 사랑해서 만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봐서는 그 사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차량이 멈춰 섰고, 노형진은 그 집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뭔가 하고 있군요.”
엠버 역시 그들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여러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가지치기를 하거나 잔디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여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치수를 재고 있었다.
“뭐 하는 거지?”
“팔려고 하나?”
송정한과 손채림은 그런 광경을 처음 봤기 때문에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지만 노형진은 그들이 뭘 하는 건지 바로 알아차렸다.
“웨딩 플래너군요.”
“웨딩 플래너?”
“네. 미국은 한국식의 건물 안에서 하는 예식보다는 바깥에서 하는 예식을 더 좋아합니다. 그리고 저들은 웨딩 플래너라고, 결혼식 전반을 준비하는 겁니다.”
일단 야외 결혼식을 하기 위해서는 정원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정원사들이 많이 동원된다.
그리고 웨딩 플래너는 정원을 돌아보면서 장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동선은 어떻게 짤 것인지 구상하게 된다.
“역시 예상이 맞았군요.”
함께 살고 있고 웨딩 플래너가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히 청혼을 했으며 결혼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혼이 시작되었을 테고 다른 세 사람을 버렸겠지요.”
괜스레 그들과 연락하다가는 일이 꼬일 수 있으니까 아예 연을 끊어 버린 것이다.
“어이가 없군요. 이런 식으로 사는 게 한국에서는 용납됩니까?”
“될 리가 있습니까? 하지만 어딜 가나 범죄는 있는 법이니까요.”
더군다나 한국과 미국은 전혀 다른 국가다. 당연히 국민들 간의 결혼 정보는 공유되지 않는다.
“그러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겠지요.”
“문제가 안 될 리 없지 않습니까?”
“만일 우리가 오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부정은 못 하겠군요.”
노형진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이혼은 안숙희의 계획대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안숙희는 여기서 미국 시민권을 얻어서 당당하게 살았을 것이다.
아마도 두 자식 역시 안숙희의 아이로서 입양 과정을 거쳐서 국적을 취득했을 것이다. 그게 안숙희의 최종 목적이었을 테고.
‘하지만 이건 아니지.’
문제는 그 과정에서 서규태가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철저하게 버림받은 상태로 혼자서 영문도 모를 이혼을 당하고 인생을 날려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자신이 희생한 이유조차도 잃어버린 채로.
“삐뚤어진 사랑이네.”
“응?”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애초에 안숙희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시민권이었잖아. 그러니까 카를로스 같은 안전장치를 만들어 놨겠지. 뭐, 돈이야 많을수록 좋은 거니 조금씩 부자들을 만나 온 거고. 결과적으로 안숙희의 목적은 자식들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는 거였잖아. 그런데 이런 식으로 시민권을 주면 뭐해. 말 그대로 삐뚤어진 사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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