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55)
아무리 국내 순위가 대룡보다 낮다고 해도 일본의 본진을 생각하면 아득하게 높은 상대인 만큼 호락호락한 싸움은 아니게 될 것이 뻔했다.
“대동이 도대체 왜 이런 결혼을 추진하는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흠…….”
“이미 성화는 몰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너질 수밖에 없죠. 굳이 대룡에서 물어뜯지 않아도 다른 기업들이 물어뜯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성화의 편을 들어 주는 건지 궁금해서요.”
“음…….”
즉, 그들의 목적이 궁금했던 것이다.
노형진은 법에 대해서만 잘 아니 그 결혼이 도대체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만일 별 파급력이 없다면 대룡과 척을 져 가면서 그 사건을 담당할 이유는 없다. 김유미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다.
“자네 대동의 한국 서열 순위를 아나?”
“네, 재계 순위 12위죠.”
“하지만 일본의 재력까지 합하면 못해도 3위권까지 들어간다는 것도 알지?”
“알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들의 주력은 일본이니까. 애초에 회장은 한국인일지언정 기업은 일본 기업이다.
“생각해 보게. 왜 대동이 그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에서는 고작 재계 12위밖에 되지 않는지.”
“음…….”
“그들이 로비를 안 해서? 아닐세. 그들의 로비력은 우리가 잘 알지. 그러면 한국 시장을 무시해서? 도대체 어떤 기업이 무시하는 시장에서 12위를 할 정도의 재력을 투자하겠나?”
“그러면?”
“대동의 역사 때문이지.”
“친일 기업이라는 거 말이지요.”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동은 친일 기업이네.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 그래서 한국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서 수익이 별로 안 나.”
로비를 통해서 수많은 이권을 따 오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지갑을 열어 줘야 하는 한국 국민들은 대체재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투자한 금액에 비해서 그다지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이 현실.
“그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서든 해결하려고 해 왔네. 자체 브랜드도 만들어 보고, 광고도 해 보고 말이야.”
하지만 쉽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의 반일 감정은 생각보다 강했다. 더군다나 대동이 그냥 일본 기업도 아니고 매국을 했던 매국노들이 일본으로 도망가서 만든 기업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런 상황이니 다른 기업들보다 무시도 당하고, 일종의 협조도 잘 안 되고 말이야.”
“그런데요?”
“내 생각은 아무래도 성화가 그 부분에 대한 몸빵을 해 줄 거라 생각하네.”
“몸빵?”
“성화의 브랜드로 등록하는 거지.”
“아!”
노형진은 그제야 대동의 목적을 알았다.
일단 대동이 투자해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다. 그리고 표면적으로 그 브랜드는 성화의 브랜드여야 한다.
성화는 어찌 되었건 한국의 기업이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덜하다.
“하지만 돈은 투자한 대동이 가지고 가겠지.”
“성화의 입장에서는 죽다 살아나는 셈이군요.”
“그렇지. 내 생각에, 대동이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의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는 것 같네. 그리고 그 방법이 바로 성화이고.”
그렇게 되면 성화는 확실하게 돈이 들어올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어찌 되었건 자신의 브랜드니까 대동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한국 공략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고 말이다.
“아무래도 막아야겠군요.”
“그래. 이번 일은 단순히 개인의 사건이 아니라 한국의 시장에 관련된 사건일세. 최소한 말이지.”
그리고 그 뒤에는 자신들이 있을 것이다.
기력을 찾은 성화가 대룡을 그냥 둘 리 없고, 성화가 대룡을 공격하면 당연히 대동도 대룡을 공격할 것이다.
“생각보다 큰일이군요.”
노형진은 머리를 북북 긁었다.
이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쪽으로 일이 굴러가게 생겼던 것이다.
“솔직히 성화에서 그런 짓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우리도 몰랐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가 없군.”
“하긴…… 아무리 대룡의 정보력이라고 해도 성화의 가정사까지 파고드는 건 쉬운 게 아니죠.”
더군다나 성화 입장에서는 대룡을 경계해서 철저하게 조용히 일을 진행시켰을 것이다.
다만 당사자가 노형진을 찾아갈 거라 생각하지는 못한 듯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그냥 단순 사건은 아니군요.”
“그렇지.”
“그러면 유 회장님이 도와주실 수도 있겠네요?”
노형진은 생각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 히죽 웃었다.
그 미소를 알아챈 유민택은 아차 싶었다.
‘이런 속았다.’
생각해 보면 노형진이 대동의 속셈을 모를 정도로 어리숙한 변호사가 아니다. 어찌 되었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변호사이고,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투자자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그가 대동의 속셈을 몰라서 유민택에게 물어본다? 그건 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끄응…… 이거 공짜로 일하게 생겼구만.’
안 봐도 뻔했다. 슬쩍 이 소송에 대룡을 끼워 넣어서 좀 더 편하게 일하겠다는 목적이었던 것이다.
자신은 이미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모두 들었고, 거기에다가 성화와 관련된 일인 만큼 안 도와줄 리 없다.
안 도와주면 대동과 성화가 손잡을 가능성은 높아질 텐데 그건 결코 대룡에 유리한 것이 아니다.
“도와줘야겠지.”
유민택은 약간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툴툴거리면서 말했다. 이렇게 한 방 먹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들은 이상 발을 뺄 수도 없다.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이참에 성화에 한 방 제대로 먹일 수 있을지도 모르구요.”
“하긴…… 그 결혼만 막으면 확실히 성화에는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걸세.”
노형진의 말에 일단은 수긍하는 유민택.
그런데 본격적으로 자신이 한다고 결정하니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상대가 누구라고 하던가?”
“상대요?”
“그래, 결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찬밥 대우라고 하지만 이쪽에서는 어찌 되었건 김유미가 나가는데, 김유미는 회장인 김일성의 친손녀야. 당연히 그에 걸맞는 사람이 나와야지. 나이를 봐서는 4세대쯤 되는 녀석일 것 같은데.”
노형진은 김유미와 했던 대화를 토대로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냈다.
“신강수라고 하더군요.”
“뭐? 신강수?”
깜짝 놀라는 유민택.
노형진은 그의 행동에 어리둥절했다. 모든 정보를 다 말해 줬으니 놀랄 만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유민택의 행동은 누가 봐도 놀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왜요? 문제가 있습니까?”
“진짜인가? 신강수라고?”
“네. 그 사람 성격이 안 좋은가 보죠?”
“안 좋은 게 문제가 아니라…….”
유민택은 어이가 없는지 잠깐 말을 멈췄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동의 4세대 돌림자는 ‘동’ 자를 쓰네.”
“‘동’ 자를 쓴다고요?”
“그래. 그리고 ‘동’ 자 항렬이 지금 이제 슬슬 전면에 나서면서 결혼을 이야기할 때이지.”
돌림자란 한 가문에서 항렬을 나타내기 위해서 쓰는 단어다. 즉, 그 항렬의 아이들은 동일한 글자를 쓰는 것이다.
“네? 하지만 신강수는 ‘동’ 자가 안 들어가는데요?”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3세대가 ‘수’ 자를 돌림으로 쓰지.”
“3세대라 하면?”
“당연히 4세대의 아버지 세대일세. 신강수는 3세대이고, 현재 나이가 55세일 거야.”
“뭐라고요!”
노형진은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다.
55세면 이제는 결혼을 이야기할 나이가 아니다. 물론 재혼이나 그런 걸 할 수야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거지, 난데없이 젊은 여자를 데려올 만한 것은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그의 아들인 신동우 나이가 스물일곱 살이야.”
“아들이 스물일곱 살이라고요? 하지만 김유미 나이가 이제 스물다섯 살인데요?”
“더군다나 며느리가 스물여섯 살일세. 두 살 된 손자가 있고.”
“미친…….”
그러니까 쉰다섯 살 먹은 노친네가 자기 며느리보다 어린 여자를 데리고 살겠다는 뜻이다.
김유미는 시집가게 되면 졸지에 자신보다 어린 아들과 며느리에, 심지어 손자까지 생기는 셈이다.
“아니, 나이 쉰다섯 살이면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인데 아내는요?”
“2년 전에 죽은 걸로 알고 있네.”
“끄응…….”
노형진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물론 김유미가 남자라면 혹할 만한 미모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듯했다.
“성화가 생각보다 더 다급한 모양이군.”
“그런 것 같네요.”
신동우가 스물일곱 살이면 그 또래의 4세대 중에서 분명히 김유미와 나이가 맞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3세대, 그것도 사별한 쉰다섯 살에게 스물다섯 살짜리 딸을 준다는 건 엄청나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그런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것 자체가 성화의 상황이 아주 안 좋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만큼 다급하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김유미가 가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 여자가 왜 굳이 자네에게까지 찾아가서 의뢰하는지 알 것 같군.”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 세상에 누가 집안을 좋아하겠는가? 더군다나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일단 이 사건은 제가 담당해야 할 것 같군요.”
“그래야 할 걸세. 성화가 그렇게 다급한 상황이라면 얼마 안 남았다는 거니까.”
이걸 제대로 파토만 낼 수 있다면 아마도 성화에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될 게 뻔했다.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르겠군.”
유민택의 눈이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8장. 로미오와 줄리엣?>
“쉰다섯 살요?”
김유미는 입을 쩍 벌렸다.
그저 강제로 시집가라는 소리만 들었지, 상대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모르셨습니까?”
“내가 알면 그냥 있었겠어요? 당장 그놈의 집구석을 뛰쳐나왔지!”
“하긴…….”
세상에 어떤 여자가 쉰다섯 살 먹은 아저씨랑, 아니 그것도 손자까지 있는 할아버지랑 결혼하는 걸 좋아하겠는가?
“그러면 절대 할 생각이 없으시겠군요.”
“미쳤어요? 그런 인간이랑 결혼하게!”
김유미는 진심으로 화내고 있었다.
강제 결혼이라고 반발은 했지만 설마 그런 조건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그래서 말을 안 해 준 모양이군.’
안 그래도 거부하는데 상대방의 나이까지 들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하니까 말을 안 해 준 모양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냥 마냥 거절할 상황도 아닌 모양인 것 같던데요?”
“하아, 맞습니다. 제가 아무리 싫다고 해도 얼마나 집요한지…….”
단순히 김유미만 괴롭히는 게 아니었다. 그런 거라면 어차피 성화 일가에게서 정도 못 느끼니 나가 버리면 그만이다.
문제는 자신을 설득한다면서 주변을 피 마르게 한다는 것.
“외가 쪽은 말을 안 하지만 당장 쓰러져도 이상이 없을 지경이라고 하더군요.”
외가 쪽뿐만이 아니다.
친구들이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 심지어 그녀가 자주 가는 단골집까지 집요할 정도로 괴롭히고 있었다.
“도대체 사람 피를 어떻게 그렇게 잘 말리는지 놀라울 정도라니까요.”
노형진은 차마 한두 번 해 본 짓이 아니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냥 있으면 팔려 가다시피 해서 거기로 가야 할 겁니다.”
“큭, 도망가면 안 되나요?”
“도망갈 수가 없을 겁니다. 성화가 몰락하고 있다고 해도 대기업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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