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69)
“문제는 말이지, 상담이 길어질수록 내담자는 상담사에게 정신적으로 예속된다는 거지.”
결국 그 결과 내담자에게 가짜 강간의 기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억은 상당히 뚜렷하지 않아?”
“뚜렷할 수밖에 없어. 평생을 살아온 집에서 벌어진 일이야. 더군다나 가족으로서 아버지의 생활 패턴은 다 알고 있지. 그런 상황에서 이야기를 만들려고 하는데 못 만들겠어?”
“헐.”
사건의 방향이 전혀 엉뚱한 쪽으로 나아가자 손채림도 손예은도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제는 어쩔 거야?”
“일단은 사건을 뒤집어야지. 하지만.”
노형진은 씁쓸하게 말했다.
“이 사건의 승자는 아무도 없을 거야.”
* * *
“피고인 박혁우는 피해자이자 자신의 딸인 박세양을 일곱 살 때부터 3년에 걸쳐서 강간한 자입니다. 피고인은 그 과정에 박세양이 임신하자 옷걸이로 낙태시키는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였으며 그로 인해서 박세양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한 범죄행위는 무려 3년에 걸쳐서 계속되었고, 그 과정에서 2회의 불법 낙태 시술이 진행되었습니다.”
검사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긴 성범죄의 경우 대부분의 증거는 여성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 경우 여성의 주장은 명확하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흐흐흐, 거기에다가 위에서도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단 말이지.’
하루에도 몇 번씩 언론에 공개되는 사건이고 사실상 인민재판은 끝난 상태다. 자신은 이 사건을 멋지게 끝내고 승진 보너스만 챙기면 되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 박혁우에게 징역 20년을 청구하는 바입니다.”
“죽여라!”
“저런 놈은 살려서는 안 돼! 죽여!”
여성 단체와 사람들이 검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자 판사는 망치를 두드리면서 그들을 조용히 시켰다.
“다들 조용히 하세요. 아직 재판 안 끝났습니다. 피고인 측 변호인, 변호하세요.”
노형진이 일어나서 주변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젠장, 이걸 어떻게 뒤집지?’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겨도 이미 의뢰인은 사회적으로 매장된 상태다. 그런 상황을 뒤집는 건 쉬운 게 아니다.
‘더군다나…….’
노형진이 영 꺼려지는 것이 다름 아닌 박혁우였다.
‘그의 성격을 보면 내가 미리 말하면 차라리 자기가 했다는 식으로 나설 게 뻔하니 이거 원…….’
그의 기억을 읽으면 그의 성격이 보인다.
만일 여기서 노형진이 변론해서 사건을 뒤집으면 딸은 졸지에 미친년이 되고 아비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후레자식이 된다.
‘그 꼴을 보느니 차라리 자기가 감옥에 갈 생각을 할 거란 말이지.’
그렇기 때문에 정장 의뢰인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는 없는 상황.
‘그래, 어떻게든 하자.’
지금 필요한 것은 고민이 아니라 당장 행동하는 것이다.
“친애하는 재판장님, 이 사건은 이론적으로 너무나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검찰이 주장하는 사건 내용은 대부분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어째서 그런가요?”
“일단 검찰 측은 7세부터 3년에 걸쳐서 강간을 진행했고 그 와중에 2회에 걸쳐서 낙태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점은 2회에 걸친 낙태에 있습니다. 낙태라는 것은 결국 여성이 가임 기간이라 생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생리하지 않는 여성은 특별한 의료적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이상 임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여성이 생리를 시작하는 시점은 빨라야 10세입니다. 일반적으로 12세에서 13세에 시작하며, 늦으면 15세에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가 7세 이후부터 생리를 시작했다는 뜻이 됩니다.”
검찰은 아차 하는 얼굴이 되었다.
아주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그걸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멍청하긴. 상식을 좀 가져라.’
물론 여성의 생리 기간이 상식은 아니다. 한국은 이러한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폐쇄적이고 이런 걸 말하는 것 자체를 수치스러워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자들은 그런 것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이건 일이잖아.’
남자로서 묻는 게 수치스러울지라도 이건 일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확인했어야 했다. 그런데 검사는 그걸 깜빡한 것이다.
“물론 박혁우가 강간한 시점에는 열 살 시기가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가임한 여성이 낙태한 후 다시 임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깁니다.”
“검찰 측, 관련 자료가 있습니까?”
“으음…… 확인해 보겠습니다.”
검사는 일단 뒤로 물러났다.
기본적인 생리적 지식이 설마 자신을 위협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검찰 측의 주장에 따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10세가 되면서 강간 행위를 멈췄다는 것인데, 재판장님도 강간 가해자들의 행동을 아실 것입니다. 강간은 재범률이 상당히 높은 사건이고, 특히 피해자들에게 절대적 위치에 있는 부모가 강간을 하는 경우 그 강간 행위는 쉽게 멈춰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인 박혁우가 갑자기 강간을 멈췄다고요? 그건 일반적인 심리상으로 말이 안 됩니다.”
노형진은 최대한 피해자인 박세양의 이름을 빼고 호칭을 하면서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했다. 그래야 사람들이 나중에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거야 가해자가 로리콘 증세를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가해자가 성장한 듯하자 성적인 매력을 못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검사는 대번에 박혁우를 공격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사건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로리콘이 아닙니다. 정식 명칭을 쓰세요.”
“뭐라고요?”
노형진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는 검사.
하지만 노형진은 공격적으로 그를 깔아뭉갰다. 반박당할수록 그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이는 그가 사건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증명이었다.
“로리콘은 《롤리타》라는 소설에서 나온 말입니다. 한때 금서였던 책이지요. 중요한 점은 현대에 와서 로리콘의 개념은 아주 어린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는 수준을 뜻하는 거지, 전문적인 용어가 아닙니다. 전문적으로 표현을 하려면 페도필리아라고 표현을 하셔야지요. 한국의 정식 학명은 소아성애증입니다. 로리콘은 일본의 망가에서 많이 쓰는 단어구요. 법률 용어를 망가로 배우셨습니까?”
“크크크.”
“키킥.”
노형진의 공격에 뒤에서 들리는 키득거리는 웃음소리.
검사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절 모욕하시는 겁니까?”
“모욕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상식이 필요한 문제에서 아까부터 계속 그 상식 부족을 드러내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게 모욕이지 뭡니까!”
“자, 자! 둘 다 진정하시고. 변호인, 검사에게 모욕적 언사는 하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로리콘이라는 말 대신 소아성애증이라는 학명을 사용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재판장님. 재판장님도 아시겠지만 소아성애증 환자의 경우 그 범죄율은 일반적인 강간에 비해서 훨씬 높은 비율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들의 재범 확률은 50% 이상이라고 할 정도로 가능성이 높습니다. 쉽게 말해서 그들은 절대 멈추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피의자인 박혁우 씨가 소아성애자라는 건데, 그 주변에서 다른 범죄행위가 발견되거나 신고된 적이 있습니까?”
“그거야 비밀리에 했겠지요.”
“없는 걸 증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없는 건 없는 것일 뿐입니다. 설사 있다고 해도, 피고인이 했다는 증거 없다면 그건 그냥 우기기일 뿐입니다.”
“큭.”
“더군다나 소아성애자의 사건을 보면 일반적으로 13세까지 사건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왜 10세에 멈췄을까요?”
“취향이 바뀔 수도 있고…….”
“그래서 그 바뀐 취향의 다른 사건이 고발 들어온 게 있습니까?”
“성인으로 바뀌었을 수도 있죠?”
노형진은 피식하고 비웃음이 나왔다.
검사는 최소한의 정신병에 대한 정보도 없이 나온 게 분명했다.
“소아성애자는 절대 못 고칩니다. 심지어 의사들조차도 소아성애자에게 쓸 수 있는 방법은 둘 중 하나뿐이라고 합니다. 거세 아니면 격리. 소아성애는 감기가 아닙니다. 치료가 될 수 없는 정신병이죠. 그런데 그게 갑자기 성인으로 취향이 바뀌어요? 무슨 드라마 찍나요? 천 배 하면 갑자기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로 바뀌는 그런 거? 절대 그건 불가능합니다. 물론 동성애자가 포기하고 이성과 살 수는 있습니다. 네, 살 수는 있죠. 하지만 동성애자에서 이상애자로 바뀌지는 못합니다. 소아성애자는 그것보다 더합니다. 절대 못 고칩니다. 그런데 성인으로 취향이 바뀐다고요?”
노형진이 자신의 약한 부분을 공격하자 검사는 당황했다.
‘뭐야, 씨발……. 사건 쉽게 가나 했더니.’
이런 사건은 워낙 사방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서 질 수가 없는 게 보통이라 쉽게 생각하고 왔는데 노형진이 반박하는 모든 것이 사건의 약점들이었다.
“더군다나 이 사건에서 이상한 점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피해자는 3년에 걸쳐서 강간당하고 2회에 걸쳐서 낙태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걸 유아 시절의 기억 억압에 의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했지요.”
“네.”
“인간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낙태야 무척이나 심각한 범죄행위인 만큼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간은 아닙니다. 1회성 사건도 아니고 3년에 걸쳐서 상당 횟수를 강간했는데 그때마다 모든 것이 억압된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는 건 이게 좋다, 나쁘다의 관계가 아니라 기억에 남는다는 겁니다. 첫 번째 강간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려 3년간 동일한 행동이 진행되었는데 그걸 기억 못 한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검사는 어버버거리면서 입을 쩍 벌렸다.
‘기본적으로 시간을 생각해라.’
사람들은 사건을 말하라고 하면 단편적인 순간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은 단편적인 순간이 아니라 장시간에 걸친 고문과 마찬가지이니 만일 존재한다면 기억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검사는 오로지 피고인 측의 기억이 억압되었다는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음…….”
판사는 확실히 이상하다는 듯 검사를 바라보았다.
무려 3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다? 그건 말도 안 된다.
“검사 측, 이와 관련하여 증거가 있습니까?”
“확인해 보겠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증거가 없군요.”
검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판사는 아무래도 사건을 이대로 종결하기는 부담스러운지 다음 기일을 잡기로 했다.
“아무래도 검사 측의 준비가 미흡한 듯하니 사건을 다음 기일로 넘기겠습니다.”
그렇게 사건이 다음 기일로 넘어가고 재판정에서 나오는 순간, 노형진에게 들이닥친 것은 엄청난 욕설이었다.
“개새끼.”
“너희가 그러고도 변호사야!”
“양심도 없는 새끼들!”
“나가 죽어, 이 개새끼들아”
“세상에 지켜 줄 사람이 없어서 저런 강간범 새끼를 변호하냐? 죽어 버려!”
여성 단체의 사람들과 분노한 사람들은 변론하는 노형진과 손예은에게 마구 욕했다. 그리고 그걸 본 손채림은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어쩌지?”
“괜찮아. 예상은 했으니까.”
“예상했다고?”
“그래. 인민재판의 부작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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