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75)
성익당의 빵을 사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 다른 가게에 가서 쇼핑하고 물건을 사고 밥을 먹으면서 만들어진 곳이 바로 그 상권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자신들을 쫓아낸다?
“우리를 쫓아내면 상권이 몰락할 텐데요?”
“그들에게는 상관없습니다.”
“상관없다고요?”
“네. 만일 그럴 것 같으면 그 자리를 권리금을 비싸게 받고 팔면 그만입니다.”
“아니, 그 자리에 무슨 권리금이 있습니까? 그냥 도로인데요.”
“그러니까 웃긴 거죠.”
권리금이라는 것은 자신이 그 자리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을 때나 말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는 법적으로 아무런 권한도 없는 자리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그런 법적인 문제에 무지합니다. 그러니 이런 사기에 많이 당하지요.”
결국 권리금을 받고 들어가면 상권은 이미 몰락 단계인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자리를 잡고 있던 기업형 조폭들이 빠져나가면 구청에서는 가차 없이 노점상 정리를 시작한다.
“결국 그들의 행동은 없는 사람들을 등쳐 먹기 위한 전략입니다.”
“그런…….”
“그들의 행동을 표현하자면, 그들은 현대의 경제적 화전민 같은 자들입니다. 한 지역의 경제력을 빨아먹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거죠.”
당연히 그런 지역은 상권이 작살난다.
멀쩡한 가게들은 저들의 등쌀에 모조리 문을 닫고 남은 거라고는 노점상들뿐인데 누가 거기에 오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떠나면 그만이죠.”
그들은 이곳을 버리고 떠나면 된다. 권리금도, 가겟세도 없는 그냥 노점상이니까. 그들에게는 소속감도 없고 책임감도 없다.
“어떻게…… 그런…….”
“그러니까 문제인 겁니다.”
최소한 개인 노점상들은 부분적으로 책임감은 있다. 여기가 망하면 자신도 떠나야 하는데 떠난다고 다른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보증 따위는 없으니까.
‘하지만 기업형 노점상들은 전혀 아니지.’
그들은 자기 집단의 힘과 권력을 믿고 있다. 그리고 다른 곳에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그들은 지역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들은 사장님이 망하든 말든 신경도 안 쓸 겁니다.”
노형진은 차가운 말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잘될 거라는 말을 해 줄 수가 없었다.
‘다른 사건은 몰라도 이들은 그게 안 통하는 집단이야.’
이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폭력과 불법까지도 동원하는 집단이다. 그러니 법적으로 한정된 힘을 써야 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상대하기 까다롭다.
‘성화와도 다르고.’
성화와 같은 양지에 나온 형태의 기업은 어찌 되었건 표면적으로라도 합법적인 선에서 움직여야 한다. 비공식적으로 불법으로 움직일 수는 있어도, 절대로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역풍을 맞으니까.
하지만 이들은 아니다.
애초에 노점상도 불법이고 저들이 기업형 노점상을 운영하는 것도 폭력 조직의 자금을 유통하기 위한 목적인 만큼, 저들은 불법적인 것을 꺼리지도 않고 굳이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지금 저들이 하는 짓거리가 업무방해니까.’
그러나 그냥 벌금 몇십만 원 내고 말겠다는 게 그들의 행동이다.
누군가 행동하다가 걸리면 벌금 몇십만 원 내면 그만이고, 다른 사람이 가서 또 그 짓거리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우리는 그냥 이대로 망하라는 건가요?”
조만복은 절망적으로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죠. 합법적인 방법만 쓰면 절대로 이길 수 있는 집단이 아니라는 거.”
그리고 합법적인 수단만 생각하는 다른 변호사들은 절대로 이들을 이길 수 없다.
‘내가 그렇게 당했지.’
노형진은 회귀 전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서 확실하게 마음먹었다.
그때와 지금과 다른 것.
노형진이 좀 더 넓은 통찰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꼭 필요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불법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 제가 해결하지요.”
그렇게 노형진은 조폭들과의 싸움에 끼어들었다.
* * *
“조폭이라니, 위험한 거 아닌가?”
“위험하기는 하지요. 하지만 변호사 노릇을 하다 보면 한 번은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송정한은 우려 섞인 표정으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그도 기업형 노점상들이 뒤에 조폭들을 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건 알고 있네만.”
마음 같아서는 그 녀석들과 엮이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결코 바른길만 가는 녀석들이 아니니까.
“그래서 우리가 경호 팀을 만든 거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스물네 시간 경호 팀이 붙어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요.”
“그러니까 걱정인 걸세.”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물러나서는 안 됩니다. 요즘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뭐라고 하는데?”
“법보다 주먹이라고 합니다.”
“끄응…… 부정은 못 하겠군.”
어차피 법에 하소연해 봐야 법은 지켜 주지 않는다.
물론 공권력에 대항한다거나, 또는 가진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켜고 도와준다. 그러나 진짜 억울한 사람들의 사건은 제대로 들어 보지도 않고 제대로 지켜 주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법보다 주먹이라고 하지요.”
가령 누군가에게 맞았다고 치자. 그걸 경찰에 신고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의 기준에 따르면 99.99%의 확률로 쌍방 폭행으로 피해자 역시 전과자가 된다.
일단 우리나라는 정당방위를 거의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맞지 않기 위해서 상대방을 밀어내기만 해도 폭행으로 인정하며, 또한 상대방 역시 자신의 죄를 줄이기 위해서 피해자가 때렸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 억울함을 줄이기 위해서는 맞아서 죽어 주든가 아니면 카메라 같은 것이 있는 곳에서 맞아 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먹은 빠르지요.”
적당한 돈만 쥐여 주면 사람을 패서 반병신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그들은 그 흔적을 남기지 않는 데 익숙하다. 그리고 경찰들의 무능은 그런 자들이 더욱 활개 치고 다니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법보다 주먹이라는 말을 믿게 됩니다. 그걸 바꿔야 합니다.”
법이 지켜 준다는,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점차 법을 믿지 않을 테고, 그럴수록 세상은 무법천지가 되어 갈 것이다.
“그건 나도 알고 있네만…….”
송정한은 우려 섞인 말로 노형진을 말리려고 했다.
“그건 경찰이나 검찰이 해야 할 일 아닌가?”
“경찰이나 검찰이 그런 일을 할 것 같습니까?”
“하아.”
송정한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변호사이고 수십 년간 그들과 부대꼈지만 그들은 일반 서민들을 위해서 정의를 지킨다는 생각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명감은, 나는 공무원이고 일단 일하는 척은 해야 하니 사건 몇 개 해결하면서 생색만 내자는 딱 그 정도다.
“그리고 애초에 변호사가 왜 생겼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변호사라는 직업이 생긴 이유.
그 근본적인 이유는 썩어 빠진 사법제도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사건이 발생하면 범인을 찾는 게 아니라 법인을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지금까지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일이 생기면 힘들게 범인을 찾기보다는 적당한 사람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두들겨 패서 범인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바로 변호사다.
‘뭐,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물론 그건 말 그대로 이상일 뿐이고, 현실은 가진 자를 위해서 일하는 게 변호사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소한 누군가는 올바른 소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송정한은 말리려다가 결국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노형진이 물러나지 않을 거라는 것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면 이번에는 김성식 변호사와 함께 일하게.”
“김 변호사님과요?”
“최소한 검사 출신, 그것도 중수부 출신이랑 같이 일하면 그쪽에서도 눈치를 볼지도 모르지 않나?”
“그건 그렇지요.”
저들이 아무리 조폭이라고 해도 중수부 부장 출신을 건드리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부분의 검사는 결국 언젠가 나와서 변호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검사, 그것도 중수부 부장까지 했던 사람에게 위해가 간다면 검사들 역시 위험을 겪고 싶지 않을 테니 그 조직을 말 그대로 발본색원해서 씨를 말리려고 할 것이다.
한번 본을 보이면 누구도 다시는 못 건드리니까.
“하지만 워낙 막나가는 놈들이라…….”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우려를 감출 수가 없었다.
* * *
“심하군.”
김성식은 노형진과 함께 현장에 왔다. 그리고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대놓고 망하게 하겠다는 소리인데?”
성익당 바로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는 서너 명의 사람들.
그런데 그들은 농성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고 있었다.
“저들의 목적은 간단합니다. 손님만 못 가게 하려는 거죠, 진짜로 억울한 게 아니라. 생각을 해 보세요. 진짜로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노점상인들이 저렇게 텐트까지 쳐 가면서 시위할 것 같습니까? 상대방이 기업이나 국가처럼 자신들을 말살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닌데?”
상대방이 거대 기업이나 국가라면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죽는 건 마찬가지라고 다 포기하고 농성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냥 소상공인일 뿐이다.
크다고 하지만 결국은 빵 가게 하나일 뿐인데 거기에다 대고 저렇게 시위한다?
“그럴 리 없지.”
진짜 노점상 주인이라면 그게 가능할 리 없다.
“하지만 저게 그런 목적인지 어떻게 알아?”
“잠깐 기다려 봐.”
노형진은 물어보는 손채림에게 기다리라고 말했다.
잠시 후 가게 쪽으로 다가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보아하니 가족 단위로 여행 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들이 접근하는 듯하자 누워 있던 놈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 시작했다.
“이 망할 놈들아!”
“같이 먹고살자!”
“꺼져라.”
“서민을 탄압하는 성익당은 반성하라!”
갑자기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자 움찔하는 사람들.
그들은 그것만으로도 부족한지, 가게로 접근하던 사람들에게 달라붙어서는 강제로 그들의 손에 프린트된 종이를 쥐여 줬다.
그 종이에는 뒤집힌 떡볶이 노점상의 모습과 절망한 채 울부짖고 있는 한 아줌마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었다.
“저 빵집이 어떤 놈들인지 아십니까? 이런 짓거리를 태연하게 하는 놈들이란 말입니다!”
게거품을 물면서 마구 뭐라고 하자 옆에 있던 아이는 위협을 느꼈는지 울음을 터트렸고, 부모들은 얼굴을 찌푸리면서 그들에게서 멀어져 갔다. 당연히 빵 가게로 가는 것은 포기해야만 했다.
“저, 저…….”
“저런 게 수법이지.”
노형진은 어깨를 으슥했다.
“그리고 저런 일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고.”
이 근처에는 분식집도 없었다. 당연히 성익당이 떡볶이 노점상을 단속해 달라고 할 이유도 없다.
애초에 업종 자체가 겹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왜?”
“나쁜 놈을 만들어야 하니까. 저건 벌써 6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야.”
노형진도 기억하는 사건이다.
하지만 각도도 그렇고 서민들의 힘든 삶을 잘 표현한 사건이라고 해서 저 녀석들이 자꾸 쓰는 것이다, 진짜 서민들의 삶은 이해도 못 하는 놈들이.
“이런 식으로 하면 누구도 저 가게에는 가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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