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81)
“경찰도 겁이 나겠지요. 총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경찰이 총을 쓸 수 있다면 저들을 제압하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문제는 경찰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총을 쏘면 그건 징계 사유가 되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법이다.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판사들은, 자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것조차 폭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알고 있네. 그들도 이런 조폭들과 싸우고 싶지 않을 테지.”
결국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지원을 요청하고 그 지원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들어오는 것뿐이다.
“슬슬 움직여야 할 시간인데요.”
노형진이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몇몇 사람들이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조폭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조만복을 비롯한 이 지역 상인들이었다.
“당신들, 그만두지 못해!”
“뭐야, 이 새끼들은?”
“이거 불법이야! 알아? 아무것도 없는 서민들을 등쳐 먹으면서 살면 좋냐!”
조만복은 이를 악물고 소리를 질렀다.
노형진 측에서 대사를 써 주기는 했지만, 사실 반쯤은 진심이었다.
“이 새끼가 미쳤나?”
진두지휘를 하던 왕수성은 그의 말에 기가 찬 듯 혀를 쯧쯧거렸다.
“이 새끼야, 장사 좀 잘된다고 간땡이가 부은 모양인데, 너 우리가 누군지 알아?”
“알 생각도 없고 알 필요도 없겠지. 너희는 그냥 깡패 아냐? 왜 자꾸 서민들을 괴롭히는 거야! 이분들도 먹고살려고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나온 분들이야!”
“이 새끼가 증말!”
왕수성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자신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이유가 뭔가? 조만복이 상인회를 결성해서 조직적으로 자신들에게 저항해서 그런 것 아닌가?
왕수성은 눈짓하자, 부하는 바로 움직였다.
“너 죽고 싶지? 엉? 그동안 목숨만은 살려 주려고 설렁설렁하니까 세상 참 만만해 보이지?”
“커헉!”
부하가 주먹질을 하자 나가떨어지는 조만복.
그걸 본 사람들은 갑자기 그 녀석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만둬!”
“야, 이 나쁜 놈들아!”
“어어?”
부하는 당황했다.
지금까지 찍소리도 못 하고 있던 놈들이 갑자기 합심해서 자신에게 달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새끼들이 증말 미쳤나?”
마구 사람을 때리기 시작하는 부하들.
왕수성은 그 뒤에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면 우리가 무서운 줄 알겠지.’
마음 같아서는 어디 한 군데 부러트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형님, 짭새가 떴답니다.”
“씨발.”
지원이 생각보다 빨리 왔는지 짭새, 즉 경찰이 오고 있다는 이야기에 왕수성은 일단 후퇴하기로 했다.
“이 새끼들아, 조만간 와서 너희들 다 담글 거야! 알아!”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부하들에게 후퇴 명령을 내리는 왕수성.
부하들은 그를 따라서 봉고차를 타고 황급하게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아이고…….”
“끄응…….”
조폭들에게 맞은 사람들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널부러졌고, 그 모습에 노형진은 미안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채림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이거 두 번은 못 시킬 것 같은데요?”
“잘하고 있을 걸세. 딱 부러지는 사람 아닌가.”
“뭐, 일에 관해서는 그렇지요.”
과거 길치 수준으로 전혀 길을 못 찾던 그녀에 대해서 알고 있는 노형진은 피식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감시병을 세운 모양이군.”
“그랬을 겁니다. 저들도 바보는 아니니까요.”
그들이 도망치고 나서야 들어오는 경찰차를 보면서 김성식은 혀를 끌끌 찼다.
“거참.”
감시병이 있는지 아니면 경찰 내부에 다른 누군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이런 식이면 저들을 잡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증거가 충분하니 그냥 잡아가 버리고 싶지만…….”
“자기 주소지에서 살 리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노형진은 저들이 하는 짓거리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
저들은 이번 일을 위해서 어딘가에 단체로 숨어서 지낼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 아래로 들어오지 않는 사람에 대한 린치를 가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실수하고 있다는 걸 모를 겁니다.”
“그럼, 그럼.”
노형진이 말하자 문 뒤에서 스윽 나타나는 손채림.
“카메라는?”
노형진의 질문에 손채림은 씩 웃으면서 카메라를 내밀었다.
“건너편 창문에서 찍은 거야. 확실하게 잘 잡혔으니까 기대해 보라고.”
손채림에게 부탁한 것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그들의 얼굴을 찍어 두는 것이었다.
“다른 위치는?”
“거기도 잘 나올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촬영 시작하기 전에 확실하게 점검했으니까.”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한두 개쯤 안 나온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
“그러면 마지막 관객을 불러들일까요?”
* * *
“아이구, 오랜만이외다, 김 의원.”
김중팔은 당황했다.
협상을 하자고 자신을 불러서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으로 왔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나와 있었던 것이다.
“서광구 의원님, 어떻게 여기에…….”
“이런 좋은 일에는 당연히 내가 와야지요, 하하하하.”
서광구 의원은 김중팔과 같은 당으로, 중진에 속한다. 김중팔보다 경력도 훨씬 오래되었고 말이다.
문제는, 그가 같은 당이라고 해도 계파는 다르다는 것.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지? 흐흐흐.’
노형진은 당황하는 김중팔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겉으로는 무척이나 자애로운 모습이었다.
“반갑습니다, 의원님.”
“음…… 네. 그런데 서광구 의원님은 여기에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이번 일의 증인으로 나서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증인?”
“네.”
김성식쯤 되면 여러 인맥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서광구 의원은 그런 인맥 중 한 명이다.
“무슨 증인?”
“어허, 겸손도 너무 낮추면 못 쓰는 법입니다, 김 의원. 김 의원이 중재한 덕분에 이 지역 상인들이 노점상들과 극적인 타협을 이루지 않았습니까? 우리 당에서 생각하는 그런 상생 말입니다, 하하하.”
“타협?”
속아서 쫓겨났다는 말은 듣기는 했지만 타협이라는 말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김중팔은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김중팔 의원님의 말씀대로 최대한 타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희가 노점상을 줄여 달라고 했더니 진짜로 많이 줄여 줬더군요. 그렇게 적극적으로 합의를 이행하는데 어찌 타협을 안 하겠습니까?”
노형진은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숫자가 줄어든 건 맞다. 하지만 기존의 기업형 노점상들이 쫓겨나고 개인 노점상들이 들어와서 그런 것이다.
처음에 있던 사람들과 지금 사람들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노형진은 그 부분은 쏙 빼고 말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요즘 조폭들이 그분들을 괴롭히더군요. 보다 못한 상인분들이 그들을 지키려다가 조직폭력배들과 충돌이 있었구요.”
“그……거야…….”
그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던 김중팔은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상인회에서도 여러모로 상의한 결과, 지금 있는 노점상분들과 상생하기로 했습니다. 그쪽에서 저희 요구 조건을 먼저 들어주셨으니 저희도 그쪽을 위해서 양보해야지요. 그게 상생 아니겠습니까?”
노형진은 김중팔을 보면서 미소로 말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본 김중팔은 노형진이 노리는 게 뭔지 한 번에 알아차렸다.
‘이런 싯팔…….’
지금 있는 노점상들은 자신과 관련이 없는 자들이다. 하지만 서광구 의원은 모른다.
더군다나 자신이 불러들였던 인권 단체 역시 기존과 지금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요구대로 합의가 이뤄진 걸 기뻐할 뿐이다.
오랜 시간 같이 싸워 온 것도 아니고, 기존에 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빠졌다고 하니 자신들이 아는 사람이 빠졌구나 생각할 뿐.
‘헹, 바꿔치기는 생각도 못 했을 거다.’
이 상황에서 합의서를 쓰고 김중팔이 확정하면 지금 있는 사람들이 권리자가 되는 셈이다.
‘이런 개 같은…….’
김중팔은 자신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었다.
이게 인정되면 자신은 조직에서 받던 선거 자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김 의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서 의원님. 하하하.”
김중팔은 서 의원의 말에 미소로 답했지만 속으로는 이를 박박 갈았다.
‘젠장. 벗어날 수가 없다.’
여기서 파토가 나면 서 의원은 의심할 게 뻔하다.
지금은 무조건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이다. 그런데 김중팔이 다짜고짜 파토를 내면 의심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반대쪽 계파가 가만히 안 있겠지.’
이번 사건을 파고들 테고, 김중팔과 조폭의 관련성이 드러날 것이다.
물론 서광구가 그걸 노리고 온 건 아니다. 서광구는 이 일에 공짜로 자기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 온 것뿐이다.
일은 김중팔이 했다고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만 하면 자신의 치적 중 하나가 늘어나는 셈이니까.
하지만 그런 서광구라는 존재는 김중팔에게는 심각한 부담이었다.
“뭐, 따로 협상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이미 상인회들과 노점상주들이 연합회를 만들어서 본인 증명과 기록을 다 마친 상황이니까요. 그러니 두 분은 증인이 되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이미 관련된 영상과 기록을 방송국에 제보했습니다. 방송국에서도 상생의 바른 모습이라면서 좋아하더군요.”
빼도 박도 못하게 방송국까지 끼워 놓았으니 김중팔은 할 말이 없었다.
속이 시커먼 색으로 타들어 가는 김중팔과 다르게 가만히 앉아서 자기 이름을 올리게 된 서광구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럼요, 하하하.”
서광구는 자기 치적이 공짜로 생긴다는 생각에 미소 짓고 있었지만 김중팔은 속으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졌다…….’
일단 사인은 하고 나중에 지금 있는 사람들을 쫓아낼까 하는 생각도 하던 찰나였다. 그런데 노형진은 그걸 먼저 알아채고 등록되어 있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그렇다면 나중에 몰아내는 쪽이 더 문제가 된다.
“자, 그러면 사인을 할까요?”
노형진은 합의서를 내밀었고, 김중팔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거기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
* * *
“보복이 걱정이군.”
“보복요?”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상황.
김성식은 우려 섞인 어투로 걱정거리를 말했다.
“그래. 자네도 알다시피 조폭이 나쁜 놈들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네.”
김성식은 이 일을 방해한 조만복에게 조폭들이 보복할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자네가 그러지 않았나, 이런 일을 저지르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고?”
“그렇지요.”
당장 주변에 뇌물을 써야 하기도 하고, 노점상에 필요한 리어카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정치인까지 끼었으니 그에 대한 뇌물도 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면 못해도 몇억대 손해를 봤을 텐데 조폭 녀석들이 그 보복을 안 하면 이상한 거지.”
“끄응…….”
노형진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조폭은 일반인들과 다르다. 그들은 애초에 법을 지킬 의사가 없는 놈들이고, 자신들이 불법적으로 움직였을 때 누군가 방해하면 그 보복을 하고도 남을 놈들이다.
“우리야 문제가 안 되겠지만.”
자신들은 경호 팀도 있거니와 법 쪽에 있는 사람을 건드리면 검찰과 법원이 그냥 안 둔다는 걸 알기에 건드리지 않겠지만, 조만복을 비롯한 상인회와 노점상을 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보복당하면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가 없어지겠군요.”
“그렇지.”
보복이 이루어지는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면 사람들은 침묵을 지키게 된다. 그리고 그 지역은 통째로 폭력 조직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
‘브라질 꼴이 나는 거군.’
브라질은 폭력 조직과 사실상 내전을 하는 중이다.
브라질이 보복을 제대로 막지 못하자 보복을 두려워한 정부 인사들과 검사 등이 그들의 손아귀에 떨어져 사실상 폭력 조직의 나라가 된 것이다.
그만큼 치안이 최악인 상황
‘그래서 법 쪽은 철저하게 보호한다지만.’
상대적으로 일반인 피해자들은 보호하지 않는 상황.
“그럼 이번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보복 자체를 무산시켜야겠군요.”
“그게 중요하네. 문제는, 우리가 그들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거지.”
증거는 충분하다.
자신들이 찍어 둔 영상도 있고 상인회 사람들의 증언도 있으며 적당히 합의하는 조건으로 그들에게 고용되어서 방해하던 녀석들에게서 증언을 얻어도 된다.
“하지만 그 녀석들은 자기 꼬리를 절대 드러내지 않을 걸세.”
“공식적인 사무실은 없을까요?”
조용히 듣고 있던 손채림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하지만 김성식은 부정적으로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없을 겁니다, 채림 양. 불법적으로 하는데 공식적인 사무실을 드러낼 리 없지요.”
‘그렇다고 내가 그 녀석들을 잡고 기억을 읽어 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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