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84)
“그리고 그 범인은 평소 알고 지내던 조폭 중 한 명이겠지.”
“그렇겠지요.”
조폭끼리 항쟁하는 곳 같은 데서 죽은 거라면 살아 있는 척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애초에 시체를 감출 여유도 없다.
“같은 조직원이라 생각하시는군요.”
“그거 말고는 이유가 없네.”
“후우.”
조폭이라는 말에 노형진은 한숨부터 나왔다.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조폭들과 엮이고 싶지 않지만 아무래도 법률 일을 하다 보면 그런 것은 힘들다.
‘더군다나 인천 지역이라면…….’
지난번에 노점상 사건에서 만난 놈들은 그저 그런 작은 규모의 조폭들이다. 하지만 인천은 상당한 규모의 조직들이 많이 있는, 조폭들의 천국 같은 곳이다.
‘어쩌면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지.’
경찰의 입장에서는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인천 지역의 조폭들을 건드리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의 보복 대상에는 경찰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부탁하네.”
김성식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지요.”
노형진은 시체가 없는 살인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해결하기로 했다.
* * *
“역시나…….”
선우중과 함께 경찰서에서 나오면서 노형진은 한숨만 쉬었다.
“기다리라는 말밖에 안 하는군요.”
“이거 고발 못 합니까?”
“이 경우 고발해도 의미가 없어요.”
상대방이 살아 있다는 문자를 계속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수사를 안 하겠다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들어가지 않는다.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요?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일단은 추적을 해 봐야지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말입니다.”
노형진은 이런 사건을 처음 해 보지만 대충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인간의 머리는 비슷해서, 비슷한 짓거리를 하는 놈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슷한 짓거리에 계속 속는 경찰이다.
“그런데 아드님이 죽었다고 확신하시나 봅니다.”
“후우,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그 녀석은 살아 있어 봐야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는 놈입니다.”
아버지인 선우중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그가 상당히 막나가는 삶을 살았던 모양이다.
“차라리 한편으로는 잘되었다 싶기도 합니다. 애 엄마는 슬퍼하기는 하지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무는 선우중.
그는 불을 붙이고는 깊게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
“그 녀석이 인천으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경찰이 우리 집에 매달 왔습니다. 매달요. 그런데 오는 사건이 매번 달라요. 소문이라고는 누구를 팼다는 소리밖에 안 들리던 놈입니다.”
“그래도 자식인데요?”
“저도 노력했지요.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그는 피식 웃으면서 머리를 숙여서 흉터를 보여 줬다.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었지만 확실하게 머리에 흉터가 있었다.
“그 녀석이 만든 겁니다.”
“뭐라고요?”
“그 녀석이 만든 거라고요. 아시다시피 그 녀석 동생들은 사람 구실을 하거든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어지간하면 대학에 다 간다. 당연히 동생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만들어 둔 돈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장남이라는 인간이 그 꼴이니 믿을 만한 건 동생들뿐이니까.
“그런데 2년 전에 나타나서는 그 돈을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꼴이 그 꼴인지라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서 쓰고는 갚지 않아서 신용 불량자가 되었더군요. 그때 부지깽이로 내 머리를 쳤습니다. 다행히 빗맞아서 머리가 찢어진 정도였습니다만.”
그 짓거리를 하다가 동생이 경찰을 부르자 도망갔다고 한다.
“가족한테도 그런 짓거리를 하는 놈입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한테는 오죽하겠습니까?”
“음…….”
“마누라한테는 미안하지만 우리 집에서 슬퍼하는 건 마누라뿐입니다.”
“그런데 왜 범인을 찾으시려는 겁니까?”
그런 경우 사람들은 차라리 잊어버리려고 한다. 어차피 있어 봐야 골칫덩어리니까.
“그래도 자식 아닙니까? 최소한 복수는 해 줘야지요.”
아무리 후레자식이라고 해도 결국 자식이다. 최소한 범인은 잡아 줘야 저승이라도 편히 갈 것 같았기 때문에 신고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안 된다면 포기하는 수밖에 없구요.”
“포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문제는 선우중 님만의 일이 아니니까요.”
이런 일은 흔하게 벌어지는 사건이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트릭이다. 아니, 트릭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문제는 경찰이 수사할 의지가 없다는 건데.”
멀쩡하게 문자를 보내서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는데 수사하려고 하는 경찰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장 먼저 할 건 이 핸드폰으로 문자가 오는 걸 막는 것이겠군요.”
그래야 뭐든 진행이 가능할 듯했다.
“하지만 어떻게요? 우리한테 녀석 핸드폰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방금 신용 불량자라고 하셨지요?”
“네.”
“그러면 아드님은 핸드폰을 가지고 다녔나요?”
“요즘 시대에는 당연히……. 그러고 보니 핸드폰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 수 있었던 거지?”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은 핸드폰을 쉽게 쓸 수 없다. 일반적으로 핸드폰 요금은 자동 납부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핸드폰 자체의 가격이 보통 100만 원에 육박하는 시대이다 보니 쉽게 핸드폰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흠…….”
단순히 신용 등급이 낮은 것도 아니고 신용 불량자인데 핸드폰을 개통해 줬을 것 같지는 않은 상황.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요.”
물론 현금으로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선우중의 말에 따르면 그의 말투가 바뀐 것은 몇 달 전이다. 당연히 그 핸드폰 요금이 지불되지 않았으니 정지됐어야 정상이다.
“한 가지 가능성이 있군요.”
“어떤 가능성 말입니까?”
“확실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알아볼 가치는 있어 보이네요.”
노형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해결 방법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 * *
“알아봤는데 선불폰이더라.”
“선불폰?”
“응.”
노형진은 손채림에게 부탁해서 해당 핸드폰을 추적하도록 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어째서 그 핸드폰이 끊어지지 않은 것인지 드러났다.
“선불폰이라…….”
“선불폰이 원래 이렇게 쉽게 쓸 수 있는 거야?”
“그래.”
선불폰은 말 그대로 돈을 미리 내고 쓰는 폰이다. 일반 폰과 다르게 돈을 미리 내기 때문에 신용 불량자나 외국인도 쓸 수 있는 물건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물건이다.
‘돈이 되는 건 고정 고객이니까.’
미래에야 널리 알려져서 여러 사람이 핸드폰비를 아끼려는 목적으로 사용하지만 지금은 핸드폰 회사에서 그다지 홍보를 하지도 않고 이미지도 좋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다지 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신용 불량자에게는 이만한 것이 없지.”
선불로 얼마 내고 나면 충분히 쓸 수 있으니까.
“그러면 살아 있다는 증거 아냐?”
“그게 문제야. 아무리 핸드폰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차감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거든.”
처음에 얼마를 넣어 놨든 간에 선불폰은 마치 기본요금처럼 자동으로 차감되는 금액이 있다.
그런데 선우중의 말대로라면 그가 죽었다는 것인데, 그 상황에서 그걸 보충할 방법은 없다. 그러니 벌써 핸드폰이 끊어졌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누군가 계속 충전하고 있다는 소리야. 그리고 선우혁이 진짜로 죽었다면 그건 아마도 범인이겠지.”
아니면 진짜로 살아서 숨어 다니면서 연락하는 것이든가.
“일단은 그걸 좀 알아봐야겠군. 그게 어디서 충전되고 있는지 알아봐 줄 수 있어?”
“그거야 어렵지 않지.”
손채림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노형진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일단 난 인천 쪽으로 가 볼게. 인천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라고 하니 그곳을 좀 알아봐야겠어.”
그렇게 사건은 빠르게 진행되어 갔다.
* * *
“모른다니까요.”
대리점의 직원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모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자기 핸드폰도 아니고 남의 핸드폰을 현금으로 충전하고 갔는데.”
“핸드폰 요금 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요?”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핸드폰 요금을 일일이 현금으로 냅니까? 자동이체를 걸지.”
“아, 진짜 모른다니까 왜 그래요?”
모른 척하면서 잡아떼는 직원.
노형진과 김성식이 몰아붙여 봤지만 그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았다.
내려오는 길에 핸드폰 요금을 충전한 곳이 이곳인 것을 알고는 와서 물어봤지만 직원은 딱 잡아떼고 있었다.
“이봐요!”
함께 내려온 김성식이 결국 발끈하려는 찰나, 노형진이 그런 그를 말렸다.
“잠시만요.”
발끈하는 김성식을 진정시킨 노형진은 그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갔다.
“왜 그러나? 조금만 밀어붙이면 말할 것 같은데!”
“말하지 않을 겁니다.”
“아니, 왜?”
“신분을 아는 것 같으니까요.”
“신분을 안다니?”
“이 가게와 다른 가게의 차이를 아시겠습니까?”
고개를 갸웃하는 김성식 변호사.
다른 가게와 다른 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가게였기 때문이다.
“나와서 보세요.”
노형진은 김성식을 돌려세우고 뭔가를 가리켰다.
“뭔가 없지 않습니까?”
“아!”
이 근방에 있는 다른 핸드폰 가게에는 있는데 이곳에는 없는 것. 그건 어떤 업무를 하는지에 대한 푯말이었다.
정확하게는, 선불폰에 관한 정보가 쏙 빠져 있었다.
“이게 뭐가 이상한가?”
“인천은 유동 인구가 많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오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선박에서 내리는 단기 체류자들이 많지요. 그들은 한국에서 핸드폰을 개통하는 게 힘들죠.”
외국인이 한국에서 핸드폰을 개통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등록된 여권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동네에서는 그런 게 상당히 돈이 됩니다. 그런데 왜 여기는 그런 걸 안 할까요?”
“음? 선불폰 판매라…….”
선불폰 판매는 무슨 자격 조건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그냥 핸드폰 회사와 계약을 맺어서 팔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곳은 그 선불폰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양심적인 것과는 관련이 없겠지?”
“관련이 없을 겁니다. 애초에 선불폰은 지극히 합법적인 거니까요.”
“그런데 왜 안 만들지?”
다른 곳에서 다 하는데 굳이 안 할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그게 불법도 아니고 합법인데.
“잠깐 기다려 보죠.”
노형진은 김성식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이틀간 그 핸드폰 가게를 조용히 관찰했다.
몇몇 사람들이 그곳을 들어갔다가 나오기는 했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이틀간 사건을 진행하지도 못하고 물끄러미 그곳을 감시만 하자 김성식이 다급하게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범인은 도망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지요. 하지만 제 눈에는 이상한 게 확실하게 보이는군요.”
“어떤 거?”
“외국인 손님들이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종이봉투를 들고 나오는 사람은 없더군요.”
“종이봉투라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핸드폰 사 보셨잖습니까? 핸드폰을 사면 이것저것 여러 가지가 따라옵니다.”
당장 핸드폰이 들어 있던 박스도 따라오고 거기에다가 기타 부속품이나 설명서 등도 따라온다. 그리고 관련된 필름이나 케이스 등도 사야 한다.
“그런데 들어갔던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몸만 나오더군요.”
“그게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가?”
“핸드폰을 살 것도 아니라면 그들은 거기에 왜 간 걸까요?”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나온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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