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86)
“선배님, 여기 인천항에 가 보셨습니까?”
“거긴 왜?”
“매일매일 몇 번씩이나 한국과 인천을 오가는 배가 있지요. 그리고 그 배마다 중국인이 가득합니다. 물론 대부분이 관광객이에요. 문제는 그 안에 숨어 들어오는 범죄자들입니다. 그걸 다 걸러 낼 수도 없어요. 차라리 들어와서 잠수 타다가 사고 치면 추적이라도 해 보겠는데 아예 사고 칠 작정으로 관광객으로 위장해서 들어오는 킬러들은 방법이 없다니까요.”
“그 정도냐?”
“선배님이 여기 제대로 안 와 보셔서 그래요. 농담이 아니라, 매주 중국계 조폭 녀석들이 최소 소대 단위로 보급된단 말입니다.”
“으음…….”
한 개 소대면 쉰 명이다.
물론 그들이 다 남는 건 아닐 테지만 그 숫자만도 어마어마하다.
“한국계 조폭들은 아무리 커 봐야 쉰 명? 예순 명?”
“그나마 제일 큰 게 한 이백 명이나 되려나요. 그것도 조직원뿐만 아니라 그 아래 있는 양아치 새끼들까지 다 포함해서.”
전국구급 조폭이 사라진 한국에서 이백 명이면 작은 규모가 아니다.
하지만 매주 한 개 소대씩 보충되는 중국 조직과는 애초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인천 쪽은 중국계 애들한테 넘어갈 겁니다.”
“확신하냐?”
“네.”
박강우는 확신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다. 매주 쉰 명이라면, 한 달이면 인천 최대 조직과 비등한 숫자를 가지게 된다.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아십니까? 조폭 새끼들이 뭉쳤어요.”
“뭐? 그 녀석들이?”
“자기들도 살아야 하니까요. 조폭 애들이 살려고 발악한다는 게 웃긴 일이기는 한데.”
자기 말을 안 들으면 들이닥쳐서 반병신을 만드는 건 흔한 일이고 여차하면 중국에서 킬러를 데리고 와서 담가 버리니 인천 지역의 조폭들도 살려고 아등바등하는 지경이라고 했다.
“웃기는군.”
상황이 웃기게 되어 가자 김성식은 할 말을 잊어버렸다.
“그러면 그 중앙텔레콤이 그 조직에 대포폰을 공급한다 이거죠?”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확실하죠. 문제는 그걸 털어 낼 수가 없다는 거지.”
“흠…….”
노형진은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간다. 거기서 일하던 직원이 절대 알려 주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어느 쪽이었습니까?”
“응?”
“선우혁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알아봤을 때 여기서 조직원으로 있었다고 하셨잖습니까? 어느 조직이었나요?”
“글쎄, 그건 가물가물한데?”
노형진의 질문에 김성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선우혁이 있던 조직이 어떤 조직인지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중요한가요?”
“중요합니다. 만일 우리 예상대로 죽었다면 선불폰을 충전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중국계 조직과의 분쟁에서 죽은 거라면 말이지요.”
“으음…….”
확실히 그렇다.
중국 애들이 그 핸드폰을 쓸 일도 없는데 보충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조직원들이 보충할 이유도 없고 말이다.
더군다나 살아 있다고 보낼 이유는 더더욱 없다.
“제가 좀 알아볼까요?”
“그래 줄 수 있겠나?”
“어려운 게 아니니까요. 명단 정도는 저도 가지고 있으니까.”
박강우는 나가서 잠시 서류를 뒤지는 듯하더니 서류철 하나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기다란 명단을 하나 꺼내 들었다.
“망굴파 소속이었군요.”
“망굴파?”
“인원이 일흔 명쯤 되는 중소 조직이었습니다.”
“……이었습니다? 설마 항쟁에서 진 겁니까?”
노형진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아무리 막장이라고 해도 무조건 죽이면서 시작하지는 않아요. 일단은 항복을 먼저 요구하죠. 그리고 망굴파는 사태 초기에 가장 먼저 항복한 녀석들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흡수되었지요.”
그렇다면 지금은 중국계 조직원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왜 문자를 보냈을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문자를 보낸 목적은 그가 살아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그의 말대로 진짜로 도망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박강우의 말로는 그에 대한 영장은 나온 게 없다고 하니 그것도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왜 살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할까…….’
그건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일이 생각보다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 * *
“이건 심각한 일일세.”
노형진을 보는 김성식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진중했다.
“상대방은 중국계 조폭이고 결코 만만한 녀석들이 아니야. 검사들조차도 꺼리는 대상이지. 그리고 상황을 보아하니 그 녀석들, 분명히 뇌물도 썼을 거야.”
“압니다.”
“자네가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김성식이 우려하는 것은 다름 아닌 노형진의 안전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아서 경호 팀까지 불러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의뢰는 살인범을 찾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최소한 살인범을 찾아야지요.”
“으음…….”
노형진이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자 김성식은 더 이상 말리려고 하지 않았다.
이미 노형진이 한번 결정한 것은 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네 의견은 알겠네. 그런데 무슨 수로 범인을 찾는단 말인가?”
김성식의 인맥을 통해서 영장을 받아 내려는 계획은 실패했다.
도리어 박강우가 건수가 있으면 달라고 할 정도로 중앙텔레콤에 대한 보호는 막강했다.
“일단은 다른 조직원들을 찾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과거의 조직원이라면 선우혁의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만이라도 확실히 알 수 있다면 아마도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 * *
“우리는 그런 녀석 몰라.”
노형진의 질문에 딱 잡아떼는 남자.
‘모를 리 없을 텐데.’
노형진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면서 속으로 숨을 삼켰다.
그는 선우혁이 있던 망굴파의 행동대장이었다.
보스가 결국 항복을 결정하면서 함께 항복하기 싫었던 사람들은 나갈 기회를 줬는데, 그 당시 나온 사람이었다.
“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 아래 있었을 텐데요?”
“모른다니까.”
“그래요?”
노형진은 스윽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핸드폰을 들었다.
“여기 위생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데 보건소에 신고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앞치마를 하고 있던 남자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두렵기는 한 모양이군.’
그가 하는 가게는 작고 허름했다.
조직에서 나온 후 아마도 어떤 조직에도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세계에 남으려면 중국 조직의 노예가 되든가 반대파에 들어가서 항쟁하든가 해야 하는데, 어느 쪽이든 그 끝이 좋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을 테니까.
“그냥 말씀해 주십시오. 해가 가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씨발, 그걸 어떻게 알아? 너희들이 중국 새끼들이랑 엮여 봐야 그런 소리가 안 나오지.”
절대 모른 척하는 남자.
노형진은 곤란했다.
슬쩍 협박도 해 봤지만 그 정도로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조건을 달 수도 없다. 그는 조폭이고 그다지 쓸 만한 사람이 아니니 고용한다는 말도 할 수가 없다.
‘내가 자선사업을 하는 건 아니니까.’
설사 한다고 해도 구제해 줄 사람이 넘치는데 그를 구제해 줄 생각은 없다.
‘부모의 정에 호소하는 것도 의미가 없고.’
그 방법은 이미 써 봤다.
걱정하고 있는 가족은 생각해 봤느냐, 죽었는지 살았는지만 알면 된다, 결코 피해는 주지 않겠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 봤지만 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하긴…… 그런 말에 감정의 동요를 일으킬 사람이면 애초에 조폭 노릇을 하지도 않았겠지. 그나저나 이런 것에도 꿈쩍을 하지 않다니, 중국 녀석들이 무척이나 무섭기는 한 모양이군.’
노형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밖을 보다가 움찔했다. 거기에는 모른 척하면서 서 있는 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쪽을 돌아보자 모른 척 고개를 돌리는 두 사람.
‘그랬군.’
혹시나 자신에게 저항할까 봐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주 한 개 소대씩 인원이 동원되고 있다고 하니 감시 인원을 붙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단순 조직원도 아니고 행동대장쯤 되면 다른 조직원을 규합해서 습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호라?’
한데 그들의 행동을 보니 문득 해결책이 생각났다.
“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나중에 다시 오지요.”
“지랄하지 마. 나중에 온다고 내가 말할 것 같아?”
“그건 상관없지요.”
“뭐?”
“다음번에는 서류 가방에 돈을 든든하게 채워서 올 겁니다. 그리고 그걸 당신에게 줄 겁니다. 당신이 안 받아도 난 상관없어요. 우리는 그걸 여기에 두고 갈 테니까.”
“뭐라고?”
“그러면 저 바깥에 있는 중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남자의 얼굴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호랑이를 뒤에 둔 여우라고 하지.’
이솝우화에 보면 여우가 호랑이를 속여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게 하고는 다들 자신을 보고 도망친 것으로 오인하게 해서 자신이 밀림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속이는 장면이 있다.
다른 짐승들이 두려워하는 건 자신들이 아니라 중국인이다. 그러니 노형진의 어줍지 않은 협박은 통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 중국인들이 오해할 상황만 만들어 주면 된다.’
그러면 중국인들은 알아서 손을 써 줄 것이다.
그리고 그걸 피하고 싶다면 남자가 해 줄 수 있는 건, 다시는 노형진이 찾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뿐이다.
“이런 씨발…….”
무슨 뜻인지 알아챈 남자는 사정없이 얼굴을 구겼다.
“딱 5분 드리겠습니다. 5분 후에는 물러날 거고, 적지 않은 돈을 가지고 올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면 올 필요가 없지요.”
“이 개새끼, 너희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우리는 변호사입니다.”
미국에서는 지옥행 1순위가 변호사라고 할 만큼 미움을 받는 직업 중 하나다. 그리고 노형진은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너희랑 이야기하면 다 안다고.”
“설마 깡패 노릇 하시던 분이 대포폰 하나 없겠습니까?”
노형진이 이죽거리자 그는 벗어날 수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여기 저희 전화번호를 놓고 가겠습니다. 내일 안 뵙게 되면 좋겠군요.”
“야, 이 개새끼야!”
나가는 노형진과 김성식에게 날아오는 욕설 그리고 소금.
김성식은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전화를 하겠나?”
“할 겁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내일 가방을 들고 오는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 * *
-개놈의 새끼.
늦은 시간, 낯선 번호가 노형진의 핸드폰 액정에 떴다.
전화를 받자 그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결심하신 겁니까?”
-결심? 다른 선택지나 줬냐, 이 씨발 새끼.
“원하는 금액이라도?”
-닥쳐. 네 면상이 보이면 차라리 너를 쑤셔 버리고 내가 감방에 가고 말 거다.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진짜 그럴 거면 전화할 리 없기 때문이다.
“사실만 말씀해 주시면 거기에 저희가 갈 이유는 없지요. 선우혁 씨는 어떻게 된 겁니까?”
-몰라, 인마.
“진짜 모르지는 않으실 텐데요?”
-진짜 몰라. 나 나오고 중국 애들한테 들어간 건 아는데, 그다음에는 못 봤다.
“소문도 못 들으셨습니까? 아예 소식도 없을 것 같지는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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