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796)
평양에 한국 전화 기지국이 있을 리가 만무하니 GPS로 추적해서 나타난 결과다.
“아무리 망망대해라고 해도 그 기술을 쓰면 1킬로미터 반경 내부에서는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오오!”
망망대해인 만큼 찾는 게 쉽지 않지만 또 반대로 대략적인 위치만 알아낸다면 시야를 가로막는 물건이 없기 때문에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게 바로 바다다.
“더군다나 수술할 정도의 크기를 가진 선박이라고 한다며 작은 요트는 아닐 겁니다.”
그런 물건은 바다에 나가기도 힘들고 파도에 버티기도 힘들다.
“좋은 생각이군. 하지만 어떻게 찾는다는 건가? 우리는 거기에 가 있는 번호를 모르는데?”
“하지만 그때 잡혀 왔던 녀석들이 있지 않습니까? 설마 그중에서 중책의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이 없을까요?”
“그렇군.”
“그 녀석들도 한국에서는 중앙 텔레콤에서 공급한 대포폰을 들고 다녔을 겁니다. 그거면 충분히 추적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박강우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해 보겠습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큰 건일지도 모르겠군요.”
벌써 큰 건을 두 건이나 해치운 박강우다.
사사건건 방해하던 녀석이 어디론가 도망간 이상, 이 건만 해결한다면 자신이 그 녀석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부탁드립니다.”
노형진은 박강우에게 고개를 숙여서 부탁했다.
물론 추적 자체는 노형진도 정보 팀을 통해서 몰래 할 수 있다. 정보 팀 내부에는 전화 회사에 인맥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불법인 데다, 정작 자신들은 추적해야 하는 번호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저들의 자백이라면…….’
그러나 박강우가 이번에 잡혀 온 녀석들을 취조해서 그 녀석들의 자백으로 번호를 받아 낸다면 그 번호에 대한 명확한 영장을 받아 어렵지 않게 바로 추적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하겠습니다.”
박강우는 노형진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 생각하면서 서둘러서 자신의 사무실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 *
“찾았습니다.”
얼마 후 박강우는 노형진의 사무실로 한 장의 지도를 들고 찾아왔다.
“찾았다고요?”
“네, 의심스러운 선박이 한 대 있더군요.”
박강우는 이번에 체포된 인물들에 대해서 수사를 시작했다.
천성계는 이번 작전을 철저하게 기밀로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궁극적으로 하려는 일의 성질상 일선에서 뛰는 조직원들에게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세상 어떤 놈이 자신이 다치면 장기를 파내겠다는 데 동의하겠는가?
그래서 대부분의 조직원들은 자신들이 아는 그 핸드폰 번호가 가지는 무게감을 이해하지 못하고 쉽게 말했고, 얼마 후 박강우는 그중 하나를 검색해서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점을 발견했다.
“이건?”
“그 녀석들이 아는 번호 중 하나입니다. 지난 나흘간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동일한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더군요. 공해상에 떠 있습니다.”
“음…….”
인쇄된 지도에는 바다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찍혀 있는 하나의 점.
“지도상으로는 공해상으로 표시됩니다.”
확실히 공해상이 맞다.
국제법을 참고해 봤을 때 아슬아슬하게 공해 쪽에 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가서 확인해 보지는 못했나요?”
“네. 해경의 도움을 받기는 힘들어 보이더군요.”
“어지간하면 도와주지 않나?”
박강우의 말에 김성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검찰과 경찰은 상부상조하는 집단이다. 그러니 협조 요청을 하면 어지간하면 도와준다. 그런데 힘들다니?
“너무 먼 바다랍니다.”
“너무 먼 바다?”
“네.”
근해라면 모르지만 먼바다에 가기 위해서는 큰 배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런 배를 동원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윗선에서 부탁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단순한 의심이라는 것도 역시나 문제가 되었구요.”
“음…….”
지금 가진 모든 증거는 정황상의 증거일 뿐이다.
그러니 해경 입장에서는 정황상의 증거만 믿고 먼바다로, 그것도 영장도 없이 나갈 리 없다.
“아무래도 그곳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이라. 우리가 접근하면 바로 알아챌 텐데요.”
다들 얼굴을 찡그러뜨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무리 군용선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현대의 선박은 레이더라는 게 달려 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작은 어선 같은 거라면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수술실을 설치할 정도의 선박이다. 그리고 대해의 파도에 맞서서 자리를 지킬 정도면 아주 작은 배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문제지요.”
망망대해이니 노형진이 그들을 발견하기 쉬운 것처럼, 그들 역시 접근하는 배를 발견하기는 쉽다.
만일 어떻게 해경의 도움을 받아서 접근한다고 해도, 바로 승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접근해서 선박명을 알아내고 해당 국가의 영장을 받아 내야 한다는 건데.”
그때쯤이면 이미 모든 증거는 다 버리고 난 후에 다른 곳으로 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설사 받아 낸다고 해도 중국으로 간다면 우리 영장은 소용이 없을 테구요.”
저들은 자신들이 접근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중국으로 도망갈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증거조차도 찾을 수 없다.
“그냥 두고 싶군, 솔직히.”
김성식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노형진은 그런 김성식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여기서 박멸하지 않으면 다시 똑같은 일을 저지를 겁니다.”
“그렇겠지.”
그리고 완벽하게 자리를 잡으면 한국인 납치를 시작할 것이다.
실종에 대해서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러니까 문제입니다. 하늘로 날아갈 수도 없고…”
“흠…….”
순간 노형진의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물속은 어떨까요?”
“물속?”
“네. 그들이 물속까지 감시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음…….”
확실히 일반적으로 레이더를 달지 물속을 탐지하는 장비까지 달지는 않는다. 그건 군사용품이기 때문이다.
어군탐지기 정도야 달려 있을 수 있지만 그건 탐색 반경이 좁고 말이다.
“하지만 물속으로 어떻게 갈 건데요?”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다. 바로 물속으로 갈 방법이 없다는 것.
“우리한테 잠수함이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군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그 말에 노형진은 씩 웃었다.
“우리한테는 잠수함이 없지만, 잠수함이 있는 곳은 알죠.”
“엉?”
노형진의 말에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 * *
“내가 이 잠수함을 이런 용도로 타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손채림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싫어?”
“싫다기보다는…… 당황스럽네.”
“솔직히 나도 그러네. 이거 빌리는 게 싼 게 아닐 텐데.”
“제가 남는 게 돈뿐이라서요.”
“쩝, 그건 부럽구만.”
김성식은 노형진의 말에 입맛을 다셨다.
지금 그들은 잠수함을 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잠수함은 일반용이 없다. 하지만 일반인이 빌릴 수 있는 잠수함이 있다. 바로 관광용 잠수함.
“간식 좀 가지고 올 걸 그랬나?”
“아까 아침 먹고 왔잖아.”
“그거 네 시간 전이거든!”
“좀 기다려. 거의 왔으니까.”
“잠깐만, 돌아갈 때도 네 시간 가야 하잖아?”
그 말에 노형진은 아차 싶은 얼굴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도 못 해서 음식과 물을 준비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혀를 끌끌 차는 손채림.
그들은 해당 지점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해양 관광 잠수함을 빌려서 움직이고 있었다.
하루 빌리는 데 무려 600만 원이나 들고 거기에다 여기까지 견인해 오는 견인비 그리고 보험료까지 무려 1천만 원이 드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기꺼이 낸 노형진이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준비하겠어.”
갑자기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는 손채림.
간단한 빵과 우유를 보고 노형진은 기가 막혔다.
“먹을 걸 싸 온 거야?”
“그럼. 바다 여행에 간식은 기본이지.”
“끄응.”
하지만 그녀 덕분에 쫄쫄 굶는 상황은 면했기 때문에 다들 그걸 받아서 먹기 시작했고, 그러는 사이 드디어 선박이 멈췄다.
“여기서부터는 잠항해야 할 것 같은데요. 공해상으로 나갑니다.”
잠수함을 모는 선장은 손채림에게서 받은 빵과 우유를 삼키면서 말했다.
“그래요?”
“네. 아마 우리 배도 레이더에 걸렸을 겁니다. 공해상으로만 나가지 않으면 의심은 하지 않겠지만요.”
“그러면 잠수를 해서 접근하지요.”
“네.”
이 잠수함은 관광선이기 때문에 오래 잠항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어서 여기까지 견인되어 온 것이다.
잠시 후 한 명이 위에 연결된 선을 빼는 듯 우당탕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잠수함은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설마 상대방이 군함이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요?”
“그럴 리가요.”
설사 군함이라고 할지라도 잠수함을 추적할 수 있는 배는 한정되어 있고 거기에다 잠수함을 공격할 능력을 가진 배는 더더욱 한정되어 있다.
그런 걸 가지고 있을 수준이면 애초에 국가 규모지 폭력 집단이 아니다.
“일단은 접근하고 있습니다. 외부 카메라를 돌려 볼까요?”
“네.”
관광선이라고 하지만 외부를 볼 수 있는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굳이 바깥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다.
잠시 후 작은 화면에 바깥의 모습이 비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소형 화물선의 모습이었다.
“역시나 그렇군요.”
아주 큰 선박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해에서 버틸 수 있는 크기를 가진 선박. 여기저기 녹이 나서 오래된 게 확실해 보이는 선박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휘날리고 있는 국기였다.
“저거 어느 나라 거야?”
“키르기스스탄이네.”
화면의 깃발을 본 손채림은 잠시 기억을 더듬더니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우리 집에 각 국가를 소개하는 책자가 있었어. 거기에 있었어. 확실해.”
“흠.”
확실히 손채림은 노형진에 비해서 이해력이나 즉흥적인 부분은 부족하지만 암기력 하나는 뛰어나다. 그러니 그녀가 말하는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거기는 내륙 국가 아닌가?”
“그렇지요. 하지만 바다를 접한 나라만 배를 소유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아무리 내륙 국가라고 해도 선박을 가질 수는 있다. 그리고 위치나 그런 걸 봐서는 확실히 가능성이 높다.
“중국 바로 옆에 있고, 그다지 잘사는 나라도 아니고.”
그러니 세금만 낸다고 하면 선박을 등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거기에다 버스만 타도 넘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고 말이다.
“교류가 있기는 하지만 쉽게 나올 것 같지는 않은데…”
김성식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은 한국과 교류 중인 국가이기는 하다. 하지만 어떤 나라든 자국 관련 영장은 쉽게 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중국의 입김이 강한 나라라서.”
“음…….”
당연히 중국인들도 많다. 즉, 중국 폭력 조직도 있다는 소리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
노형진은 얼마 전 인터넷에서 봤던 뉴스가 생각이 났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중국인들이 현지 경찰을 구타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인들이 다른 나라에서 집단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니 그거야 신기한 건 아닌데, 문제는 그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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