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01)
갑자기 성장한 대룡. 그에 반해서 그 서비스는 받쳐 주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노형진과 유민택은 직원들을 보면서 그곳을 지나갔다. 그런데 한 여직원이 주먹을 부들부들 떠는 것이 보였다.
‘응?’
노형진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에게 다가가 보니 화면에 블랙리스트라는 내용이 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하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못하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그 표정은 아무 일이 아닌 게 아니어 보였지만.
“잠시 스피커로 돌릴 수 있을까요?”
“그건 좀…….”
마이크를 막고 안 된다고 말하는 그녀.
하지만 사장이 등장하자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스피커로 돌려 드리게.”
“네, 사장님.”
스피커로 돌리는 순간 울려 퍼지는 거친 욕설.
-야! 이 갈보 년아!
“갈보?”
귀에 처음 들린 게 욕설이다. 그리고 그 욕설을 들은 노형진과 유민택은 멍한 얼굴이 되었다.
“저거 지금 우리한테 한 말인가?”
자기 귀를 믿을 수 없는지 곽민수 사장을 보면서 되묻는 유민택.
“그게…….”
곽민수 사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고, 그사이에도 욕설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걸레 같은 년이, 내가 누구인지 알아! 당장 사장 불러! 당장 환불하란 말이야, 이년아!
“하지만 고객님, 해당 상품은 사신 지 3년이나 지나신 거라 환불이 어렵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는 여직원.
유민택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3년이 지난 상품을 환불해 달라니.
더군다나 그가 구입한 상품이 화면에 떠 있는데, 대룡에서 나온 모니터였다. 일반적인 모니터의 보증기간이 1년이니까 환불은커녕 무상 수리 대상도 아니다.
-이렇게 개같이 해서 기업 하겠어? 어? 이렇게 고객을 거지새끼 취급하는데 어떤 놈이 너희 물건 쓰겠느냐고, 이 개 같은 년아. 계집년은 취급 안 해! 당장 사장 부르라고, 이 갈보 년아!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면서 지랄을 하는 남자.
유민택은 힐끗 통화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48분.
그가 아무리 콜 센터 시스템을 모른다 해도, 이게 정상적인 대응 시간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고객님.”
어쩔 줄 모르는 여직원.
보다 못한 유민택이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난데없이 헤드세트를 끼고 그에게 말을 걸어 버린 것이다.
“나 대룡의 유민택 회장입니다.”
-뭐라고?
“유민택 회장입니다. 지금 하시는 말씀이 너무한 것 같은데요.”
좋게 말을 시작하는 유민택.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말은 사과가 아니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지랄?”
-개소리하지 말고 꺼져, 이 노친네야. 나잇살 처먹고 이런 데서 일하는 게 자랑스럽냐? 응? 늙으면 뒈져야지, 여기서 회장 사칭하고 다니냐?
“사칭이 아니라 본인입니다만?”
유민택은 하도 어이가 없다 보니 화도 안 나는 모양이었다.
-지랄하지 말고 아까 그년 바꿔라.
“아까는 높은 사람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대룡의 대표로 이 전화 받았습니다만?”
-지랄하지 말고, 뒈지고 싶냐? 응? 내가 직접 가서 아가리를 찢어 줄까? 닥치고 아까 그년 바꿔.
“아까는 계집이랑 이야기하기 싫다고 사장 바꾸라면서요? 사장보다 높은 회장이 직접 받았으니 말씀하시지요.”
-이 새끼가, 내가 말하는데 말꼬리를 잡아? 대룡 이 새끼들이 미쳤나?
그리고 이어지는 욕설.
기가 막힌 건지, 유민택은 한참을 듣다가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노형진은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일단 이쪽이 누군지 공지를 했고 그걸 알고도 저렇게 했으니 모욕죄로 고발이 가능합니다. 아마 증거로 쓸 수 있는 녹취록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돌아보자 곽민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모든 통화 내역은 녹음이 됩니다.”
“하아, 내 살다 살다 어이가 없구만.”
-뭐, 이 새끼야?
상대방은 여전히 이해 못 하고 게거품을 물고 있는 상황.
“나 회장 맞으니까 그렇게 아시고, 이번 건은 법무 팀을 통해서 정식으로 고발할 테니 그렇게 알고 계시구려.”
그러고는 전화를 탁 끊어 버리는 유민택.
그 모습을 보고 여직원은 움찔했다.
사장이랑 같이 나와서 높은 사람일 거라 생각은 했지만 대룡의 회장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르릉.
다시 울리는 전화기의 벨 소리. 그리고 화면에 뜨는 블랙리스트라는 경고.
“이게 일반적인 건가?”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드문 일도 아닙니다.”
“그런가?”
“네.”
“흠.”
그 여직원들이 자신에게 한 말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 보기는 했지만 그녀들이 했던 말은 현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느낌이 들었다.
“상황은 이해가 가는군. 알겠네. 나중에 연락을 하지.”
유민택은 심각한 얼굴로 노형진과 함께 그곳을 나왔다.
그리고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노형진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왜 이렇게 된 거라 생각하나?”
“제가 아는 한도에서 말씀드리자면, 기업들이 너무 고객을 높여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건 기본적인 사업 마인드가 아닌가?”
“그게 문제지요.”
“그게 문제라고?”
“‘손놈’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손놈?”
“네.”
기업은 고객을 호구로 취급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비싸게 팔아먹으려고 한다. 반대로 손놈은 자신이 고객임을 이용해서 끊임없이 거기에서 일하는 누군가를 괴롭힌다.
“이게 웃긴 게, 손놈이라는 존재한테 제일 만만한 게 바로 직원입니다. 클레임 하나면 바로 그의 직장이 위태위태해지니까요.”
“음.”
“그걸 알고 이용해서 상대방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곤란한 요구를 하기도 하지요. 제가 아는 사례 중에는 산 지 10년 된 구두를 환불해 달라고 한 사람도 있습니다.”
“10년? 사실상 수명이 끝난 거 아닌가?”
“네. 그런데 반나절 동안 행패 부려서 결국은 환불해 갔지요.”
“헐.”
유민택은 기가 막혔다. 그런 인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건 시스템적인 문제입니다.”
“시스템적인 문제?”
“네.”
기업은 문제가 생기면 위로 올라간다. 그런데 뭔가 칭찬하거나 축하할 것은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위에서 보는 사람들은 이런 사건을 그저 수치로만 본다.
오늘의 사건도 그렇다. 유민택과 통화한 진상은 다시 전화해서 다시 여직원을 괴롭힐 것이다.
그녀는 괴롭고 힘들겠지만, 화가 난다고 끊어 버리면 그녀에 대한 클레임이 기록으로 남아서 나쁜 직원이 되고, 그게 쌓이면 결국은 해직된다.
“그런 놈들의 특징이 상대방이 약자라는 걸 이용해서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거죠.”
“끊으면 되잖아?”
“아까 보셨잖습니까? 다시 전화합니다. 그리고 콜 센터 규정상 먼저 전화를 끊는 것은 절대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기가 막히는구만.”
“그들은 대룡의 얼굴이니까요.”
일선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대룡의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절대로 상대방에게 실수해서는 안 된다.
그걸 넘어서, 상대방이 기분 나빠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고정관념.
“얼굴이라.”
유민택은 그 말에 왠지 생각이 많아졌다.
얼굴이라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 줘야 한다. 그런데 그 꼴이라니.
“결국은 기업에서 그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가 관건인 겁니다.”
“자네는 어떤가? 이런 식이면 곤란하네.”
단순히 인권적인 문제가 아니다. 기업으로서도 지금 상황은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다.
들어가는 재화에 비해서 그 능률이 너무 낮다. 한 사람에 한 시간씩 잡는다고 하면, 하루에 진상 하나만 만나도 업무 시간이 확 줄어드는 셈이다.
“제가 좀 알아보고 말씀드리지요.”
노형진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유민택이 요구하는 것은 그냥 감상이 아니라 해결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 * *
“끝내주네.”
손채림은 녹음 기록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게 사람 취급이야?”
“사람 취급 안 하는 녀석들이 많지.”
노형진은 씁쓸하게 말했고 무태식 역시 이를 박박 갈았다.
“아오, 그냥. 내가 직접 가서 박살을 내고 싶다니까요.”
“그래서 남자 직원을 안 쓰는 겁니다.”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된 이상 그냥 의견만 말할 수는 없다. 사건 자체는 쉽지만 그 반작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런 만큼 노형진 팀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 열 받게 만들기 대회라도 하는 거야 뭐야?”
손채림은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그냥 모욕죄로 처벌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기록을 보면서, 일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일단 숫자가 너무 많아.”
“그렇지.”
하루에 전화하는 인간 중에서 대략 20%는 소위 말하는 진상이다.
물론 다 똑같은 진상은 아니다. 심한 놈도 있고 덜한 놈도 있다.
덜한 놈은 그냥 여직원에게 추근거리면서 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는 수준이고, 심한 놈은 지난번에 유민택과 통화한 수준이다.
문제는 그것보다 더 심한 놈도 있다는 것.
“대충 상황을 보니 그런 놈들에게 들어가는 시간이 대략 전체 업무 시간의 30%에 달합니다. 그러니까 진상들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가 진행이 안 된다는 거죠.”
“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고객들의 통화 시간은 짧으면 5분, 길어야 10분 내외입니다. 그에 반해서 진상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사람들의 통화 시간을 확인해 보면 짧아야 30분, 최고 세 시간까지입니다.”
물론 그 시간 대부분은 성희롱과 추근거림 그리고 진상질에 소모된다.
“총 근무시간으로 따지면, 진상의 수는 15% 내외지만 그들에게 할당되는 시간은 대략 35%에서 40%까지 들어가더군요.”
“흠.”
무태식이 다혈질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능한 건 아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접근하는 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면 인원 부족의 원인은 단순히 월급 상승과 대룡의 성장 때문이 아닐 수도 있군요.”
“유명해진 만큼 진상도 꼬이는 거죠.”
진상은 업무를 방해하고, 그만큼 통화대기 시간은 길어진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일이 많아진다.
“그냥 고소하거나 차단하면 안 돼?”
“안 돼. 일단 차단은 업무적인 부분이라서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야. 고소는…… 할 수야 있지만 문제는 그 녀석들이 절대다수라는 거지.”
홍보를 하고 광고를 하고 수천억의 돈을 들여서 이미지를 좋게 바꿔도 미친놈 하나가 올린 글 하나에 날아가는 것이 기업의 이미지다.
“정상적인 불만 접수야 상관없지만 이런 녀석들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거든.”
인터넷에다가 마치 자신이 엄청난 피해자인 것처럼 꾸며서 올리고 그게 무서울 정도로 퍼지면, 기업의 이미지는 타격을 입는다.
“그런 사건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우리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
실제로 어떤 블로거가 인터넷에 어떤 식당에 대해 아주 안 좋은 소리를 했다. 그 결과 그 식당은 안 좋은 식당으로 소문이 나서 망할 뻔했다.
그런데 진실은 그 식당이 안 좋은 것이 아니라, 그 블로거가 자신이 파워 블로거라는 점을 이용해서 무려 30만 원 넘는 돈을 내지 않으려고 했고 그 행동을 주인이 거절하고 경찰을 부른 것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돈을 내야 했던 그 블로거가 없는 사건을 꾸며서 올린 것이다.
“저들의 행동은 절대로 선하지 않아. 그러니 저들의 입부터 막아야 해.”
“흠…….”
“고소야 쉽지. 아주 쉬워. 그런데 저들의 숫자를 생각해 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