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06)
>1장. 너는 꼼수다>
“성화?”
“네.”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은 어리둥절했다.
자신이 아는 한 성화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게 콜 센터 업무다.
그냥 민원이나 수리 접수를 하는 곳이 콜 센터다. 그런데 그런 곳을 성화가 공격했다는 사실이 그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 성화가 왜 우리 콜 센터를 공격해?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콜 센터는 돈이 되는 업무도 아니고, 거길 공격한다고 해서 뭔가가 확 바뀌는 것도 아니다.
물론 약간의 불편함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게 획기적인 공격 방법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성화라니?
“잘못 안 거 아닌가?”
일단 명확하게 증거가 나온 상황이 아니니만큼 잘못 알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는 유민택.
하지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보다 우리 쪽이 타격이 클 수도 있는 작전입니다.”
“타격이 크다고?”
“네. 하지만 우리가 의심도 못 할 작전이고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회장님이야 일반인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다지 타격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콜 센터 연결은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일입니다.”
우리나라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뛰어난 성능보다는 훌륭한 지원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장이 나면 고쳐서 쓴다는 개념으로 물건을 산다.
물건에 애착을 가지고, 그 물건을 새것으로 바꿔 준다고 해도 거절하는 사람도 있다.
당연히 그런 물건들은 수리를 해서 쓰려고 한다.
“그런 고객들이 적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핸드폰 같은 경우는 그 안에 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개인 정보 그리고 지인들의 전화번호 등이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그냥 고쳐서 쓰려고 하지요.”
“음…….”
핸드폰이라는 말에 유민택도 대충 이해가 가는 모양이었다.
다른 거야 그냥 바꿔서 써 버리지만, 핸드폰 내부에 있는 개인적 추억과 수많은 전화번호는 유민택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수리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된다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불만을 많이 가지고 대하겠군.”
“네, 안 그래도 그래서 인터넷에서 대룡 관련 A/S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봤습니다.”
말과 동시에 건네 오는 자료를 훑던 유민택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저 슬쩍 봤을 뿐인데도 좋은 말은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시간 지연 및 접수 불가로 인한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중 다수가 차라리 성화로 넘어가겠다는 소리까지 할 정도구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지가 상당히 좋은 편 아닌가?”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입니다.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첫 손님으로 고객을 끌어올 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그 손님을 고정적인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A/S와 같은 사후 서비스가 중요하지요.”
세상에 어떤 사람도 이미지만 좋은 기업 물건을 쓰지는 않는다.
처음 한 번은 이미지만 믿고 써 볼 수도 있겠지만 사후 서비스가 제대로 지원이 되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다른 기업으로 갈아타고, 심하면 주변에 여기저기 안 좋은 소리를 해서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일이 벌어진다.
“성화가 그걸 노렸다는 건가?”
“네. 성화는 전부터 이런 수에 능하니까요.”
치졸하고 오래 걸리는 수이지만 성화는 확실히 이런 행동에 능하다.
당장 대룡을 집어삼키기 위해서 그 오랜 시간에 걸쳐 공을 들인 것을 보면 말이다.
“대충 기록을 봤습니다. 그런데 대룡과 성화가 전쟁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통화량이 급상승했습니다.”
“그렇다는 건?”
“전쟁 초기부터 시작된 일이었다는 거죠.”
콜 센터에서는 그냥 대룡이 커지니까 통화량이 많아진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일부 원인이 되기는 했지만, 정작 가장 큰 이유는 어디선가 동원되어 들어온 엄청난 양의 진상들 때문이었다.
“미친놈들.”
유민택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설마 이런 치졸한 수를 쓸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쟁이니까요.”
노형진도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싸우다 보면 치졸한 수를 쓰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다.
하지만 상대방은 대기업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알아주는 대기업.
그런데 이런 치졸한 방법을 쓸 줄이야.
“대충 분석을 해 본 결과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서 대룡이 입은 피해는 한 해 500억 이상이라고 생각됩니다.”
“500억? 아니, 그렇게나 많이?”
“네.”
일단 대룡의 물건을 사용하던 고객들이 수리가 제대로 되지 않자 다른 기업으로 넘어간 까닭도 있고, 그러한 소문이 돌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가 하락한 영향도 있다.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을 산다고 하면 냉장고 하나만 사도 500만 원은 넘습니다. 그런데 그게 수리가 제대로 안 된다면 가정주부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아!”
그나마 텔레비전이나 세탁기 같은 경우 수리가 시급하지는 않은 물건이다. 필요하긴 하지만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이니까.
텔레비전이야 안 봐도 되고, 정 보고 싶으면 컴퓨터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세탁기는 세탁소가 있다.
“하지만 냉장고 같은 경우는 만일 멈추면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이 모조리 변질됩니다. 당연히 그 수리가 시급하지요.”
그러나 콜 센터가 원활하게 굴러가지 않아 접수가 늦어지고 그 결과 음식물이 다 썩게 되면, 가정주부의 입장에서는 속 터질 일이다.
“만일 그러면 그 주부는 두 번 다시 대룡의 냉장고를 사지 않겠지요.”
핸드폰, 냉장고만 해도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수준의 물건들이다. 그런데 다른 물건들까지 생각한다면, 인터넷이 아닌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소문은 대룡에 절대 우호적으로 날 수가 없다.
“이런 개새끼들.”
유민택은 그 말을 듣고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설마 이런 치졸한 방법으로 공격할 줄이야.
“그럼 이걸 신고해야 하나?”
“업무방해로 신고한다고 해도 잡힐까요?”
“응?”
“주소지에 이미 가 봤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지요.”
진상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이 이미 그들의 주소지로 가 보았다. 하지만 배후에 성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진상들의 주소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주소지도 가짜인데 핸드폰이 진짜이리라는 법은 없지요.”
“설마 대대적으로 대포폰을 썼단 말인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해당 전화번호로 발신을 해 봤습니다.”
성화로 추정되는 전화기들에 전화를 걸어 봤지만 통화가 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즉, 전화기가 사라진 것이다.
이 많은 전화기가 갑자기 사라질 이유는 하나뿐이다.
“성화 입장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흘러 나가면 좋을 게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동안 쓰던 대포폰을 모조리 없앴다?”
“네.”
일반 폰으로 했다면 발신자라도 추적해 보겠지만 이미 경찰은 해당 폰들이 대포폰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확인한 후였다.
“이렇게 대대적인 규모라면, 일반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은 결코 아니지요.”
“끄응.”
“대룡에서 대대적으로 진상들에 대한 고소 고발을 진행하자 발 빠르게 움직인 겁니다.”
실제로 현재 대룡 콜 센터의 대기 시간은 10분 내외로 줄었다. 그것도 아주 바쁜 때만.
일반적인 경우는 바로 연결된다.
과거 한 시간이 넘게 대기하던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대기 시간이 짧아진 것이다.
“성화 놈들.”
유민택은 애써 속으로 분노를 삼켰다.
성화가 망해 간다고 생각하고 살짝 방심하고 있었더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피해를 주고 있었을 줄이야.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했습니다. 만일 이 작전이 더 오래 계속되었다면 대룡의 이미지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뻔하지요.”
“그렇겠지.”
홍보는 잘하는데 사후 서비스는 개판인 기업. 그게 대룡의 이미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업의 물건을 사 줄 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의 수준은 낮은 게 아니다.
“이건 장기적인 작전이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건 고소나 고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미 대포폰인 게 확실하게 드러난 상황이고, 신고해 봐야 제대로 수사는 이루어질 수 있을 리 없지요.”
“음…….”
성화가 아무리 몰락해 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대기업이다.
더군다나 그들의 내부 사정은 국민들이 알 수 있는 게 아니니,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성화가 망해 간다고 생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경찰의 입장에서도 제대로 수사하기 쉽지 않고요.”
“이런 개 같은…….”
그리고 성화의 로비력이야 전부터 유명했다.
일단 이 정도 일을 저지를 계획을 짰다면, 무작정 덤벼든 것일 리 없다.
“해당 경찰서와 일종의 교감이 있을 겁니다. 당연히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봐야 그다지 나올 것도 없을 테고요.”
주소지도 가짜이고 핸드폰도 가짜인데 뭐가 나올 리 없다.
물론 경찰도 바보는 아니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그런 자들을 추적하는 스킬이 있다.
그러나 그런 수단까지 동원해서 대기업인 성화의 죄를 캐낼 거라 보기는 힘들다.
‘그리고 요즘은 공무원들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전에는 공무원들에게 발로 뛰라고, 현장에서 현실을 보고 판단하라고 시켰다. 그러니 지금 공무원들은 현장에 나가는 걸 귀찮아하며 그냥 모니터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니 이런 수사를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성화 못지않은 대기업일세.”
외부적으로 보면 성화보다 살짝 더 위쪽 라인의 대기업이다.
“그렇지요. 하지만 그게 문제입니다.”
“그게 문제라고?”
“네.”
대룡은 고발한 기업이다.
따라서 수사가 종결되었을 때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압력을 넣거나 재수사를 요구할 처지가 아니다.
왜냐하면 외부적으로 자신들이 피해자라 주장하면서 고발한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도리어 가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화의 입장에서는 대룡이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고 하면서 적절하게 로비만 잘해도 자신들은 피해자 프레임 안에 있게 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수사가 진행되면, 우리나라의 특성상 사람들은 우리를 더 의심하겠지요.”
대한민국의 인권은 철저하게 가해자 편이다.
그렇다 보니 고발을 했는데 역고발을 당하면, 재수 없으면 자신들이 도리어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기 십상이다.
“큭.”
유민택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러면 우리더러 이대로 당하란 말인가? 아니면 우리도 진상들을 고용해서 그들의 업체에 전화라도 해야 하는 건가?”
“무리입니다. 우리가 나서서 진상을 고발했으니, 대룡도 우리가 진상을 고용해서 콜 테러를 하면 바로 고발할 겁니다.”
문제는 저들의 콜 테러는 끝났고, 지금 대룡이 보복 삼아 그걸 하게 되면 대룡은 진행 중인 것이 된다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콜 테러가 드러난다면 피해를 입는 것은 도리어 우리 대룡이겠지요.”
대룡이 콜 테러를 한다면서 성화는 바로 눈치채고 성토할 테고, 그러면 그동안 애써 만들어 둔 대룡의 좋은 이미지는 바로 시궁창에 처박힐 게 뻔하다.
“그러면 어쩌면 좋겠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라도 있어야지!”
“가장 좋은 방법은 경찰에 신고하고 로비를 적절하게 하는 겁니다.”
경찰에 수사와 관련해서 로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어차피 합법만으로는 세상을 살지 못한다. 저쪽이 불법을 저지르는데 이쪽이 합법만 지키면 지는 것은 이쪽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일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지요.”
문제는 그렇게 했을 때 일단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확실치 않다는 것과, 성화의 뒤통수를 까려면 확실하게 그들보다 더 많은 로비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소요되는 돈이 적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수사 결과를 이리저리 조절해 가면서 양쪽에서 더 돈을 뜯어내려고 할 수도 있지요.”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 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