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09)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은 대룡에 대해서는 알지언정 새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새론이 유명한 로펌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송계에서 그럴 뿐, 일반인이 관심을 가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화의 직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대룡과 새론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서 들었을 테니 당연히 새론에 대해서 안다는 뜻일 텐데, 새론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켕기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법률 파트너인 새론을 경계할 이유가 없으니까.
“새론이 절 왜 찾아와요?”
황아민은 덜컥 겁이 난 모양이었다.
하긴 전화기에 대고 욕하고 지랄하는 거야 상대방이 보이지 않으니까 걱정이 덜하지만, 당장 눈앞으로 사람이 왔는데 누가 겁을 내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대룡이 요즘 진상들에 대한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는 거야 익히 알려진 사실이니까.
‘슬쩍 찔러볼까?’
노형진은 자신의 예상이 얼마나 맞는지 한번 알아볼 셈으로 슬쩍 그녀를 자극해 보았다.
“당연히 대룡을 대신해서 왔습니다. 황아민 씨를 모욕과 업무방해로 고발할 예정입니다. 그에 따른 법률적 절차를 밟기 전, 합의 의사를 여쭈어 보기 위해서 온 겁니다.”
“버…… 법률적 절차요?”
“네, 총 백일흔 명에 대한 모욕 및 대룡의 업무방해 고발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황아민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모욕죄 벌금이 100만 원씩 나온 사람이 기억난 것이다.
문제는 그 사람이 모욕한 콜 센터 직원이 백스무 명이라는 것.
졸지에 1억 2천이라는 어마어마한 손해배상을 하게 생긴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백일흔 명이라니.
“우리의 조건은 간단합니다. 기존에 있던 통화 내역을 분석한 결과 통화 내용이 극단적으로 모욕의 정도가 심하시기 때문에 못해도 1인당 100만 원은 해 주셔야 할 듯합니다.”
“100만 원요?”
“네.”
그럼 무려 1억 7천만 원이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전세를 빼도 배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저…… 저는 그런 적이 없어요!”
“성화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던데요?”
“뭐라고요!”
“성화에서는 황아민 씨가 회사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으로 업무 시간에 공격적인 전화를 한 것이라고, 자신들은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하던데요?”
“그게 무슨…….”
“다 알고 왔습니다. 황아민 씨, 콜 센터에 근무하셨잖아요? 그런데 업무 시간에 일은 안 하고 전화해서 진상 노릇 하셨다면서요? 그래서 다른 곳에 배치했는데도 그 버릇을 못 고치셨다고 하더군요.”
황아민은 숨이 턱 막혔다.
자신이 그 짓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자신도 콜 센터에서 일해서,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을 건사하기 위해서 그 짓을 한 거다.
그런데 성화에서 그런 엉뚱한 소리를 하다니.
“아니에요!”
“아니라니요?”
“이건 다 성화가 시킨 거라고! 우리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성화는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던데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빠르게 그녀의 기억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시간상 흘러가는 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한 기억을 찾는 게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필요한 정보만 있으면 상대방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서 부장님이 황아민 씨를 해직했다고 하던데요?”
“서…… 서 부장님이요?”
“네.”
서 부장은 그녀가 재발령받은 리서치 기업의 부장으로, 이 일을 시킨 장본인이다.
그런데 자신을 해직했다니?
“아니에요!”
“뭐가 아닙니까. 서 부장님뿐만 아니라 곽 이사님도, 그래서 자기 회사가 망했다고 하던데요?”
숨이 턱 막히는 황아민.
누가 봐도 위에서는 자신을 버린 셈이 되어 버렸다.
물론 회사는 재빠르게 폐업 처리를 해 버렸다. 그러나 그건 망해서가 아니라, 소송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 자신들이 꼬리가 밟히니까 잽싸게 폐업 처리를 하고 숨은 것이다.
그런데 자기들 때문에 망했다니?
“벌금이 문제가 아니실 거예요. 상습성이나 업무방해의 정도도 심하고…… 실형이 나올 가능성도 높으니까 각오하세요.”
옆에 있던 손채림도 노형진이 뭘 하는 건지 바로 알아차리고는 슬쩍 한마디 더 얹었다.
그러자 황아민은 다리의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시…… 실형요?”
“네, 계획적으로 전화해서 모욕하고 괴롭히는 걸 벌써 몇 년 동안이나 하셨잖아요. 거기에다가 업무 시간에 업무까지 미루어 가며 하실 만큼 악질적이었고…….”
“확실히…… 그 정도면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높군요. 모욕죄의 최고형이 1년 이하 징역이기는 한데, 상황을 봐서는 아마 최고 형량을 피하지 못할 것 같군요. 기간도 그렇고, 강도도 그렇고.”
“업무방해도 합쳐야지.”
“아, 그러면 그건 최고 5년입니다. 뭐, 합하면 3년에서 4년 정도 나오겠네요. 그리고 손해배상은 따로인 거 아시죠?”
노형진은 적용되는 법조를 점점 추가하면서 압박을 가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 고발하게 되면 정말로 이렇게 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장시간에 걸쳐서 집요하게 업무를 방해하고 모욕을 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선처될 수도 있지만 워낙 기간이 길어서 그다지 가능성이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니까.
“아니에요. 우리는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에요.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무슨 말씀이시죠?”
“우리는…….”
결국 사실을 술술 말하는 황아민.
그 말을 들으면서 노형진은 속으로 승리의 환호를 질렀다.
>2장. 꼼수의 결말>
“이런 개 같은…….”
유민택은 증언을 들으면서 이를 빠드득 갈았다.
추정만 하는 것과 증거를 보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노형진은 황아민을 기준으로 해서 한 명씩 주변에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만나 동일하게 압박을 가해, 그들의 자백 아닌 자백을 모조리 녹음해 왔다.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예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일한 말을 한다는 것은, 결국 성화에서 대룡의 A/S 업무를 방해할 목적을 가지고 집요하게 괴롭혔다는 뜻이다.
“이놈들을 그냥!”
“워워, 진정하세요. 왜 그렇게 흥분하십니까?”
“지금 흥분 안 하게 생겼나?”
지금까지 대룡과 성화가 수많은 방법으로 싸워 왔지만 이렇게 치졸한 방법은 처음이었다.
이건 양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진짜 치졸한 방식이다.
기존의 방식은 최소한 하나의 시장을 두고 싸우는 것이었지만 이건 약자를 방패로 삼아서 자신들을 고사시키려고 한 것이 아닌가?
“이런 짓까지 그냥 참아야 한단 말인가? 그건 아닐세.”
“물론 참으시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여기서 화를 내 봐야 결국은 조작으로 몰려갈 거라는 거지요.”
“조작으로?”
“네.”
“그게 무슨 말인가?”
“대룡과 성화는 전쟁 중이니까요.”
이미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모조리 해직당했다.
이 상황에 대룡이 나서서 이 사건을 까발린다면 어떻게 될까?
앙심을 품은 그들과 대룡이 뭉쳐서 조작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이 사건에 나서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건가?”
“전에 말씀드렸던 프레임이라는 걸 써 보는 겁니다.”
“프레임? 자네가 말한 그 약자와 강자의 프레임 말인가?”
“네, 그리고 우리가 먼저 나서면 우리는 강자이지요.”
“설마…….”
노형진은 대룡을 보호하고 진상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콜 센터 직원들 개개인이 진상들에게 소송을 넣는 쪽으로 했다.
그 덕분에 약자 대 강자의 프레임에서 콜 센터가 약자가 되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룡이 약간의 욕을 먹기는 했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들과 함께 일한다면 우리와 그들이 연합해서 조작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걸 세상이 믿어 줄지 안 믿어 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런 식으로 반격하는 경우 누군가는 대룡이 아닌 성화를 믿어 줄 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자리가 높을수록 그들에게 가는 뇌물도 많아질 테고, 뇌물이 많아질수록 믿음은 확고해진다.
“솔직히 너무 터무니없을 정도로 치졸한 행동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누군가는 도리어 대기업이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할 겁니다.”
물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멍청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기업은 돈만 된다면 그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는 집단이니까.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겁니다.”
“뭐라고?”
유민택은 눈썹을 꿈틀했다.
그들 때문에 최소 500억, 최대 3천억 이상의 손해를 봤다고 추정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모든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체해야 한다고?
“네, 대신에 우리 대신에 나서서 말해 줄 사람은 있으니까요.”
그들은 지금쯤 열심히 증거를 모으고 있을 것이다.
* * *
“마음의 준비가 되셨나요?”
손채림은 황아민에게 물어보면서 서류를 다시 한 번 탁탁거리면서 두들겨 예쁘게 정리했다.
황아민은 깊게 심호흡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거 하면 진짜로 우리를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용서라기보다는, 그냥 기회를 드리는 거죠.”
황아민은 부르르 떨었다.
자신들이 했던 일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새론.
그들이 그 증거까지 가진 상황에 자신들이 버려졌다고 생각하자, 그녀들도 살기 위해서는 성화를 배신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증거가 참 많네요.”
손채림은 그렇게 말하면서 증거서류들을 다시 확인했다.
그들은 자신들과 관련 없는 제3자의 기업을 만들어서 모든 것을 감추려고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들과 성화가 연결된 수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게, 돈이 없어서…….”
“돈?”
“네.”
듣고 있던 손채림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제대로 지원되지 않으니 물건을 아껴야 해서, 그곳에서 나온 종이들을 다시 이면지로 쓰기 위해서 모아 뒀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폐지라고 생각해서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고, 나중에는 기업이 다급하게 폐쇄되면서 남아 있던 종이라도 팔아 보겠다고 왕창 가지고 온 것이다.
폐쇄와 더불어서 그들은 해직당했으니까.
‘바보 아냐?’
손채림은 기가 막혔다.
일반적으로 어떤 기업이든 기밀과 관련된 서류는 철저하게 파쇄하는 것이 기본이다.
자체 소형 파쇄기를 당연히 가지고 있고, 대량인 경우는 파쇄 전문 업체를 불러서 파쇄하기도 한다.
그러니 이렇게 날림으로 운영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정규직이라곤 해도 관리직 몇 명뿐이다.
그들은 대놓고 사원들을 무시했으니 이런 것에 대해서 제대로 교육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진짜로 보복 안 들어올까요?”
황아민은 두려운 얼굴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나이 20대부터 지금까지 성화를 위해서 일해 왔기에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성화와 척을 지어야 하다니, 그 사실이 너무나도 공포스러웠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셔도 돼요. 하지만 그로 인한 책임은 본인이 지시는 겁니다. 아시죠?”
황아민은 부르르 떨었다.
스스로 양심선언하는 형태로 사실을 까발리면 그녀에 대한 민사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형사도 말이다.
그러니 그녀가 살기 위해서는 고발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녀는 형사처벌과 더불어 몇억대의 손해배상을 해 줘야 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냥 그만두고 가실 거예요? 전 안 말려요.”
손채림은 그저 웃으면서 말했지만 황아민은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확실히 웃는 얼굴이지만, 그 웃음과 함께 던져진 말의 내용은 너무나 무서웠기 때문이다.
설혹 마음을 바꿔 이제라도 그냥 가 버린다 해도 말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민사와 형사가 기다린다.
이건 형태를 가진 확실한 공포와 막연한 공포의 대립인데, 역시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오는 공포가 그 무엇보다도 두려운 법이다.
귀신이 두렵다고 자살하는 사람은 없듯이, 자신에게 보복할지 하지 않을지 알 수 없는 성화가 무섭다고 당장 자신뿐만 아니라 집안이 박살 날 공포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안 가요. 갈 생각도 없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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