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18)
유지연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물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일단 유지연이 설득하는 형태로 기자회견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밀이다.
‘큰일 났다.’
단장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당장 기자회견을 하면 오케스트라가 날아가게 생겼는데 거기에 다른 단원들까지 붙어 버리면 빼도 박도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야야…… 너희들까지 왜 그래?”
“고쳐야 하는 걸 안 고친 건 단장님이시잖아요.”
“그거야…….”
지난 몇 년간 너무 방만한 경영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약간의 뇌물에 정신이 훅 간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정신이 번쩍 든 단장.
“이 상황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저희 살길을 찾는 거죠.”
“그러면 우리는 망해.”
“그게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안 그래요?”
단장은 할 말이 없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노형진이 그들 사이에 슬쩍 끼었다.
“말씀은 그만하시죠. 더 이상 의미가 있겠습니까?”
“당신은……?”
“노형진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을 맡은 변호사입니다.”
단장은 등골이 오싹했다. 설마 변호사까지 사면서 준비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이 녀석, 진심이다.’
등골을 타고 흐르는 진땀.
“이미 기자회견 준비는 끝났습니다. 기자회견 시간은 내일 저녁 8시구요.”
“잠깐만요. 그러면 우리는 망합니다.”
“자초하신 겁니다.”
노형진은 애원하는 단장을 모른 척했다.
“우리만 망하는 게 아니에요. 거기에 있는 단원 전부가 다…….”
“단원들이 절 어떻게 대했는지 모르시는 건 아닐 텐데요?”
성유신이 던진 한마디에, 단장은 순간 할 말이 없었다.
내부적으로 왕따가 이루어지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 모른 척한 것은 자신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저를 모욕하기 위해서 증거까지 조작하고 허위 사실까지 유포한 건 단원들입니다. 그들을 제가 왜 챙겨야 하지요?”
“그거야 그렇지만…….”
단장은 땀을 뻘뻘 흘렸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저도 이러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쪽에서 절 죽이려고 하는데 제가 그냥 죽어 줄 수는 없잖습니까.”
“뭐라고?”
“그쪽이 절 죽이려고 하니, 얌전히 죽어 줄 수는 없다고요.”
순간 단장의 머릿속에 한 가지 방법이 스쳐 지나갔다.
그들이 먼저 죽이려고 했고 성유신은 반격하는 것뿐이라면, 반대로 그들이 죽으면 어쩌면 성유신이 고발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그러면 내 그들을 쳐 내도록 하겠네. 그러니 기자회견은 좀 참아 주게.”
“어떻게요?”
“방법이야 없겠는가? 자네 말마따나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면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죄목들인데.”
1년에 무려 1억이나 되는 돈을 벌어들였다. 그것도 업무 시간까지 빼 가면서 말이다.
나중에 그들이 억울하다고 소송을 할지도 모르지만, 법적으로는 자신들이 징계해도 아무런 말도 못 할 상황이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요?”
“의미가 있지. 자네가 원하는 대로 사람을 뽑을 기회를 주겠네.”
“원하는 대로?”
“그래.”
단장은 오로지 하나의 목적만을 가지고 왔다. 바로 자신의 목을 지키는 것.
이게 외부로 드러나면 자신의 목을 지키는 게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수사 중인 상황에서 미리 쳐 낼 수 있다면, 어쩌면 자신의 목은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헐…….’
성유신은 혀를 내둘렀다. 노형진이 했던 말 그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형진은 그에게 ‘그들은 선발권을 가지고 협상하려고 할 겁니다. 그때 적당히 받아들이세요.’라고 말했던 것이다.
“음…….”
못 이기는 척 성유신이 고민하는 표정을 짓자 단장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자네한테 백지위임한다니까. 자네가 원하는 대로 다 뽑게나.”
결국 노형진이 원하는 카드를 들고 나오자 노형진은 속으로 씩 웃을 수 있었다.
* * *
“결국 다 해직당했나요?”
“네.”
얼마 후 성유신과 유지연이 노형진을 찾아왔다.
그들은 전과 다르게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럴 만했다. 문제를 일으키던 단원들이 모조리 해직된 것이다.
“생각보다 징계가 일찍 끝났군요.”
“변호사님이 알려 주신 방법이 주효했습니다. 여기는 오케스트라니까요.”
노형진은 성유신에게 일단 징계위원회가 열리면 랜덤하게 곡을 연주시키라고 했다. 그것도 무척이나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평소에 제대로 연습했다면 어렵지 않게 했을 겁니다. 하지만 과외 한다고 제대로 연습을 안 했으니 실력이야 뻔하지요.”
실력이 없는 상태가 드러나자 그들은 억울하다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노형진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일종의 심리 전술입니다.”
“심리 전술?”
“네. 자신이 수세에 몰리도록 하는 거죠.”
그들이 완벽하게 공연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제대로 공연할 실력이 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실력에 대한 지적을 받았을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실력이 우선입니다. 그런데 일단 그 실력이 부정당하면, 그다음부터는 뭐라고 해 봐야 결국 그것이 끝까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심사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부정적인 심리를 가지고 대하게 되고요.”
만일 그냥 진행했다면 그런 것 없이 종이로만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에 있을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판단하고 나자 자연스럽게 이성도 그를 쳐 내려고 한 것이다.
“결국 한 명도 못 살아남았습니다.”
안 그래도 형사소송까지 당하면서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실력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드러나자 징계는 가차 없었다.
“복직 소송을 하는 사람도 있겠군요.”
“네, 이미 일부는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누구나 소송하면 복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당하게 해고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상황에서는 복직은 불가능합니다.”
현장은 모조리 녹화되었다.
실력도 부족한 데다가 부정까지 저지른 그들을 복직시킬 만큼 세상이 만만하지는 않다.
더군다나 유지연을 비롯해서 그들을 배신한 신입들이 돈을 강제로 모아서 증거를 조작했다는 증언까지 한 덕분에, 그들은 복직은커녕 음악계에 돌아오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솔직히 그들한테 왕따당했을 때는 저항할 방법도 찾지 못했는데요.”
한 명도 아니고 조직적으로 덤벼 오니 개인인 성유신으로서는 저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상부조차도 그런 그를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노형진의 생각은 좀 달랐다.
“그건 어디까지나 그쪽이 올바를 때의 이야기지요. 한 가지를 잊어버리신 겁니다.”
“어떤 거죠?”
“저쪽이 떼거리로 덤빈다는 것은 이쪽이 더 유리하다는 뜻입니다.”
“제가 더 유리했다고요?”
“네. 개인적으로 이길 수 없으니까 떼거리로 덤빈 겁니다. 즉, 이쪽이 갑이라는 거죠.”
“아!”
전혀 새로운 생각이었기 때문에 성유신은 탄성을 질렀다.
“물론 이쪽이 약점을 잡힐 만큼 개판으로 했다면 문제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은 반대였죠.”
그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서 무리했고, 그것이 곧 그들의 약점이 되었다.
“결국은 자초한 겁니다.”
“그렇겠지요.”
해직을 당하자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고발 때문에 그동안 하던 강사 자리는 다 날아갔고, 월급도 당연히 들어오지 않았다.
몇 명은 다급하게 강사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구설수에 오른 사람을 쓸 학부모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공식적으로 그들의 퇴출 사유는 실력 부족이다. 음악계는 좁기 때문에 그 관련 소문이 다 나서, 실력이 부족한 그들을 강사로 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성유신은 인사하면서 제법 두툼한 봉투를 건넸다.
“헉, 이런 건 주시면 곤란합니다.”
“네?”
“아니, 의뢰비는 이미 받았는데 따로 주시면 내부 규칙 위반이라서요.”
“아…… 돈 아닙니다.”
“네?”
노형진은 그걸 받아서 슬쩍 안을 살펴보고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거…… 티켓이네요?”
“네. 정기 공연이 잡혔어요. 그래서, 새로 구성하고 첫 공연이니 한번 와 주십사 해서요.”
“하하하.”
노형진은 웃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가서 잠들지 않을 수 있을지 열심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6장. 돈이 많으면 파리가 꼬이는 법이지>
“2조가 넘었습니다.”
“헐.”
노형진은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는 관리사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관리자는 침착하지만 긴장된 어조로 계속 말을 이어 갔다.
“현재 노형진 님의 재산은 정확하게 2조 3,457억 4,500만 원입니다. 그중 현금 자산은 1,200억입니다. 투자자산은 뺀 수치입니다. 이하는 초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이 금액은 한국 시간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말을 마친 관리사 로버트는 읽고 있던 보고서를 내리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실수한 건 없겠지?’
노형진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돈을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둔 것이 바로 관리사다.
일반적인 사항은 그들이 관리하고, 주요 투자처는 노형진이 알려 주는 것이다.
물론 이는 철저하게 기밀로 부쳐진다.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노형진이 직접 투자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투자하면 노형진이 가지고 가는 수익률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노형진은 화면 너머에서 긴장하고 있는 로버트 웰슨을 보면서 씩 웃었다.
“로버트, 내 재산이 그것밖에 안 되나요? 이거 실망이군요.”
“네? 아, 그게…… 저희는 최대한 관리했는데…….”
노형진의 말에 잔뜩 긴장하는 로버트.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장난입니다, 장난.”
“하하하하…….”
웃지만 웃는 게 아닌 로버트.
‘이거 원…… 살 떨려서.’
노형진은 그의 회사에서는 엄청난 큰손이다. 노형진이 거래를 끊으면 자신들의 관리 금액이 10% 이하로 떨어질 만큼 말이다.
처음에 작은 자산 관리사인 자신들에게 맡긴다고 했을 때 사장은 장난인 줄 알았고, 나중에는 너무 좋아서 눈물까지 흘렸다.
그런데 관리 조건 중에 이상한 점이, 바로 로버트 웰슨을 전담으로 붙여 달라는 것이었다.
‘아직은 소심하지만 뭐,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자기 실력이 나오겠지.’
노형진이 그들에게 관리직을 맡긴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로버트 웰슨이 있는 ‘카우보이 자산 관리’는 미국계 회사로, 가장 빠르게 치고 올라간 투자 기업이다.
그중에서 로버트가 특출났는데, 본인은 아직 모르지만 분석력이 무척이나 뛰어나서 위험 요소를 알아내는 데 엄청난 재능이 있다.
재산을 늘리는 것도 그의 능력이지만 재산이 줄어드는 걸 막는 것도 그의 능력인 것이다.
늘리는 거야 노형진이 미래의 투자가치가 있는 성공 사례를 알고 있으니 얼마든 늘릴 수 있다고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투자회사에서 일반적으로 투자하는 곳에서 계속 잃으면 손실이 커진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자신이 많지 않군요.”
“대부분의 자산을 금으로 투자하셔서 그렇습니다.”
“아.”
노형진은 한 방에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금.
‘얼마 안 남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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