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2)
신입들 중에서 특이한 것은 이은영이라는 존재였다. 그녀가 지난번 사건 이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등장하다니?
“혼자 일할 줄 알았더니.”
“선배님의 위명을 들어 배우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느꼈다.
‘여기도 바뀌는 건가?’
회귀 전 자신이 그녀의 이름을 몰랐다는 것은 실력이 없는, 그저 그런 변호사로 살았다는 뜻인데, 이번엔 그녀가 자신의 스킬을 배우기 위해서 새론에 온 것이다.
‘뭐, 나쁘지는 않네.’
제대로 된 스승만 만난다면 그녀도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만 경험이 부족한는 것과 지금까지 배운 모든 것이 암기 위주로 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일 뿐.
“자, 오자마자 이런 일들을 시켜서 미안한데.”
부랴부랴 만들어진 신입들의 자리는 회의실을 들어내고 만든 것이라 좁아 터졌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다.
“이…… 이게 뭡니까?”
“일거리.”
“일거리요?”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 되는 사람들.
“도대체 얼마나 많기에?”
“아…… 얼마 안 돼. 현재로써는 3천 건.”
“3천…….”
“으음…….”
오자마자 지옥을 보게 된 신입 변호사들은 죽을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앞으로 일주일간 속성 전문 공략 교육을 하고 바로 투입될 거야. 한 달간은 선배 변호사와 함께 움직이고 그 후부터는 혼자서 처리해야 해.”
“꿀꺽.”
“대신 돈은 많이 벌잖아.”
“그래도 그렇지…….”
일반적인 변호사비는 대략 300만 원 선. 한 사람당 보통 50건이 배당되고 해결하는 데에 세 달이 걸린다고 치면 총 1억 5천이다. 어지간한 집 한 채 값인 셈이다.
더군다나 노형진과 송정한은 대충 사건에 이름만 올리는 변호사가 아닌, 철저하게 전담하는 변호사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그중 회사에 내는 20%를 빼면 나머지는 자기 수익이다.
‘이래서 새론, 새론 하는구나…….’
자신들이 혼자 있을 때는 한 달에 많아야 5건 정도 들어왔다. 그것도 작은 건 아니지만 이건 아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양이다.
“누차 말하지만 우리 새론은 변호사라고 해서 모가지에 힘주는 거 없습니다. 박리다매가 주요 정책이고 의뢰가 들어온 이상, 철저하게 승리를 위해서 뛰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은요?”
“그래서 정보 조직이 있는 겁니다. 필요한 정보는 그들에게 부탁하면 그들이 구해 줄 겁니다. 어차피 재판은 패턴이기 때문에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서 공략법을 알아내면 계속해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더군다나 현재 이 사건들은 모두 노예 관련 사건이니까 패턴도 비슷해요. 불가능한 숫자는 아닙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지원할 때 들었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동일 요금 동일 서비스입니다. 누구는 돈이 있다고 철저하게 마크해 주고 누구는 돈이 없다고 수임료만 받고 대충 얼굴만 삐쭉 내미는 거, 허용되지 않습니다.”
노형진의 말에 변호사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그런 사건들이 무척이나 많기 때문이다.
“의뢰를 받은 순간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방어해야 합니다. 물론 중요도가 높은 사건은 당연히 수임료도 비싸고 더 많이 받겠지만 반대로 생각할 것도 많아서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네!”
“실력이 올라갈수록 수임받은 사건의 중요도도 높아지니까 열심히 하세요.”
“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말이야 번지르르하게 했지만…….
“과로는 피할 수 없단 말이지.”
끄적거리면서 다시 일을 시작하는 노형진.
그때였다.
따르릉.
“네, 노 변호사입니다.”
“노 변호사님, 강소영 님이 전화하셨는데요?”
“소영이 누나가요?”
강소영은 대룡에 후계자를 데리고 들어간 미혼모다. 그 덕분에 새론은 크게 성공했고, 노형진과 새론이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다.
“연결해 주세요.”
당연히 우선순위는 1순위.
“누나, 잘 지냈어요?”
처음 그녀를 만난 게 중학교 때라 누나라 부른 탓에 지금도 공식적인 직함인 상무보다 누나라는 호칭이 더 편했다.
“그래, 너도 잘 지냈지?”
“뭐, 저야 잘 지내죠.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요즘 엄청 바쁠 때 아닌가요?”
대룡이 성화와 전쟁 중인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룡은 성화가 하는 모든 사업에 진출하고 있고 성화는 어떻게든 막아 내려고 노력 중이다.
“도움이 좀 필요해서.”
“도움요?”
‘역시 부족한 건가?’
사실 현재 벌이는 싸움에서는 성화가 살짝 유리하다. 대룡은 성화 때문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후계자가 없다. 그나마 유일하게 있는 영민이는 이제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할 나이라 강소영이 후계자 교육을 받고 투입되긴 했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이제 상무로 낙하산을 탔으니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서 성화는 사방에 있는 후계자들이 각자 지역방어를 확실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규모 자체는 대룡이 크지만 인적 자원은 성화가 더 많다고 할까?
“무슨 일인데요? 성화랑 소송전이라도 붙었어요? 그럼 송 변호사님을 불러 드릴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개인적인 일이야.”
“개인적인 일?”
“그래, 아무래도 네가 와서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
“흠…….”
노형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바로 갈게요.”
‘나이스.’
안 그래도 과로로 죽을 것 같은데 탈출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면서 노형진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봐, 노 변호사, 어디 가?”
“아, 저, 사건이 따로 들어온 게 있어서요. 그게 먼저입니다.”
“뭔데?”
“대룡요.”
“대룡? 끄응…….”
사건을 딱히 차별하지는 않지만 대룡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들은 전략적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성화는 자신들의 계획을 깨부수고 도리어 전쟁을 일으킬 만한 사건을 공개한 것이 새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만일 대룡이 지면 그들이 새론을 그냥 둘 리가 없다는 것쯤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 가 봐.”
노형진이 담당하는 사건을 누구에게 넘겨야 하나 고민하는 송정한. 그에게 대고 노형진은 폭탄선언을 했다.
“아, 그리고 이은영 변호사는 제가 데리고 갑니다.”
“뭐? 왜!”
“기술 좀 전수하라면서요?”
“아…….”
맞다. 그게 약속이었다. 당장 힘든 것보다 제대로 키운 변호사가 미래에 무기가 된다는 걸 송정한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저, 이 변호사 데리고 갑니다.”
“끄응…….”
그 말에 송정한은 다시 머리를 붙잡았다.
“사람을 더 뽑을 걸 그랬나?”
“개인적인 사건이라면서요?”
노형진은 강소영을 만나서 바로 물어봤다. 그리고 이은영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 옆에 서 있었다.
‘오기를 잘했어.’
오자마자 대룡이라는 거대 그룹의 사건이라니.
“이분은?”
“저랑 같이 일하는 분이에요. 이번에 스킬 전수차 함께 왔습니다.”
“새론에서 잘해 주는구나.”
“하하하.”
하긴 노형진의 정보는 아마 계속 대룡으로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개인적인 사건이라니 의외네요? 천하의 대룡그룹, 그것도 후계자이자 계승권자의 어머니한테 고소를 넣는 경우는 드물 텐데?”
그 전에 어지간하면 합의로 끝날 게 뻔하다. 그런데 개인적 사건이라니.
“엄밀하게 말하면 내가 아니라 조카들 문제야. 아니, 조카도 아니라고 해야 하나?”
“조카? 조카가 아니다?”
“유지연, 유미연.”
처음 듣는 이름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모르는 사람인데요?”
유 씨라면 강소영의 친조카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조카이면서 조카가 아니라니?
“네가 아는 사람의 딸이야.”
“누군데요?”
“유상호.”
그 말에 노형진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딱딱해졌다.
유상호. 대룡그룹의 막내아들.
아니, 막내아들도 아니다. 불륜으로 태어난 인간이니.
그는 두 형제를 죽여서 대룡그룹의 대를 끊어 버리고 대룡을 성화에 가져다 바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음모가 드러나면서 대룡과 성화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전쟁으로 돌입했다.
“그 녀석에게…… 딸이 있었지요.”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났다. 그에게 딸이 두 명 있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녀석들이 누님을 협박하기라도 하는 겁니까? 간땡이가 부었군요.”
“그게…….”
강소영은 왠지 곤란한 표정이 되더니 한숨을 폭 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건 아냐.”
“네?”
“도리어 정반대야. 내가 그 애들을 도와주고 있었어.”
“네?”
순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은 노형진이었다. 누가 누굴 도와줘?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나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니까.”
“하지만 그 녀석은…….”
“알지. 그런데 애들이 잘못한 건 아니잖아.”
유상호가 유영민의 아버지인 유상민을 죽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강소영은 애초에 미혼모로 부부의 정 따위를 느낄 틈이 없었기 때문에 미움이 덜한 것도 있었다. 더군다나 애 엄마가 되고 나니 아이들에게 더욱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우연히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고아원에 있더라고.”
“네?”
고아원이라니? 순간 말을 이해하지 못한 노형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유상호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성화의 막내딸이다. 그런데 고아원?
“팽 당했군요.”
“그렇겠지.”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유상호이니 성화에서는 버릴 게 뻔하다. 그의 어머니라는 인간도 자식과 손녀를 버리고 다시 성화로 가 버렸단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순혈이 아닌 그녀들은 성화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로 버려졌다는 것이다.
“유상호의 아내는 이혼하고 집에 가 버렸고 양육권은 포기했대. 유상호는 감옥에서 자살했고.”
“유상호가 죽었다고요?”
“그래.”
그건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유상호가 죽었다고?’
이전 생의 그는 대룡을 날려 버리고 나서도 필리핀에 가서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런데 그런 그가 죽었다고?
‘살해당한 건가?’
그럴 수도 있다. 아니, 그럴 것이다. 유상호는 더 이상 필요한 카드가 아니니까.
“할머니가 있잖아요?”
“그쪽에서는 자기 자식 취급을 안 한대.”
‘너무하네.’
그래도 자기 손녀다. 그런데 취급하지 않는다고?
“결국 둘 다 고아원에 있는 걸 알고 불쌍한 마음에 도와줬거든……. 내가 엄마가 되니까 애들이 눈에 밟히더라고.”
“몇 살인데요?”
“지연이가 열여섯 살, 미연이가 열네 살.”
“끄응.”
한창 어린 나이다. 그런데 부모한테 버림받고 고아원행이라니.
“그런데…….”
“걸렸군요.”
“잘 아네.”
“그거 말고 이유가 없죠.”
분명 그렇게 몰래 도와주던 것을 유민택에게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유민택은 분노했을 것이고.
“다시는 도와주지 말래.”
“당연하죠.”
자기 자식도 아닌데 자식 행세를 하고 진짜 자기 자식을 죽인 사람의 딸들이 예뻐 보이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그나마 다행히 크게 화를 내진 않으셨어.”
‘뭐, 과거의 정이라도 있는 건가?’
손녀로서 알았을 때는 그 재롱에 푹 빠져서 살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걸 왜?”
“혹시 도와줄 방법이 있나 해서.”
“끙…… 솔직히 말하면 없어요.”
“없어?”
“네.”
양육권을 포기했으니 엄마와의 인연은 끊어진 셈이다. 아버지는 죽었으니 의미가 없고 그나마 인연이라고 할 만한 건 할머니뿐인데.
‘차라리 죽으라는 거지.’
안 그래도 일가 취급을 하지 않고 버린 자들이 그 아이들을 생각할 리가 없다.
“그…… 친자 소송 같은 거 안 돼?”
“되기야 하지만 역효과예요.”
“역효과?”
“네, 미성년자니까요.”
영민이야 성인인 강소영이 있으니 친자 확인 소송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공식적으로 두 아이에게는 보호자가 없다. 즉, 친자 소송을 해서 이길 수는 있지만 그 경우 김화자가 보호자가 되어 성화그룹 내부에 편입된다는 뜻이다.
“안 그래도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버린 집인데 그 안에 들여보낸다고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애들의 인생을 망칩니다. 차라리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성인이 되면 소송 거는 게 나을 겁니다.”
“끄응…….”
집안의 구박과 차디찬 천대를 아이들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고작 열여섯 살짜리, 열네 살짜리 아이들이니.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거참, 소영이 누나는 왜 쓸데없는 데에 관심을…….”
“내가 엄마가 되어 보니까 그냥 눈에 밟혀서 그래.”
“끄응.”
노형진은 한참 고민했지만 그 애들이 갈 곳은 없었다. 딱 한 곳, 대룡 말고는. 일단 보아하니 강소영은 적대감보다는 불쌍하게 여기는 감정이 더 강한 것 같지만.
‘문제는 유민택 회장이지.’
피라고는 한 방울도 안 섞인 아이들이니…….
“회장님은 뭐라는데요?”
“들은 척도 안 하시지, 뭐.”
“화를 내는 게 아니구요?”
“화는 안 내시더라고.”
“거참.”
보아하니 유민택도 그 애들이 눈에 걸리기는 하는 모양이다. 하긴, 할아버지들이나 할머니들의 손자나 손녀에 대한 사랑은 상상 이상이다. 그걸 지금까지 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핏줄이 아니라고 매몰차게 거절할 수는 없겠지.
“애들은 사정을 알아요?”
“자세한 건 모르지만 조금은 알지. 나이가 마냥 어리진 않으니까. 그래서 회장님한테 말도 못 하나 봐.”
‘그렇다면 유민택이 자신들을 내쳤다는 건 알지만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이런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은 심각한 자책감을 보인다. 태어나서는 안 되는데 태어난 거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런 심각한 자책감을 가지고 사는데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 유민택만 설득한다면 길이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제가 일단 회장님을 한번 만나 볼 수 있을까요?”
“회장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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