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25)
이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스파이들이며, 발각이 되거나 죽어도 공식적으로 국가는 그들에 대해서 부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절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그에 반해서 화이트 요원은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알려진 스파이들이다.
국정원은 스파이 집단임과 동시에 외교 문제도 챙겨야 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그 업무를 화이트 요원이 하며, 일반적으로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화이트 요원까지 보냈다. 거리낄 게 없다 이건가? 아니, 경고에 가깝겠군.’
지금쯤이면 도청 장치가 발각된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노형진이 들어왔으니 대놓고 겁주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아무리 화이트 요원이라고 하지만 국정원 요원을 자신에게 보내 줄 이유가 없다.
“전 경호 팀이 따로 있습니다만?”
“한국에 있지요.”
“여기서도 제가 고용할 수 있습니다. 제 재산이 1천억이 넘습니다.”
공식적인 재산을 이야기하면서 경호는 필요 없다고 말하는 노형진.
하지만 그들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외국인 경호원들이 얼마나 실력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한국인만 하겠습니까?”
‘지랄한다.’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자신은 양쪽 다 겪어 봤다. 그렇기에 외국인 경호원이 더 실력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국의 국정원 요원은 근접 경호 작전 같은 건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근접 경호 실력은 형편없다. 주요 근접 경호는 대통령 경호실에서 다 하기 때문이다.
“전 괜찮습니다. 저 말고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십시오.”
노형진은 돌려 말하면서도 슬쩍 핵심을 찔렀다.
국민을 도와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대사관을 돌려서 깐 것이다.
“그건 저희가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듣고 있던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기분은 나쁘다 이건가?’
일 안 하는 걸 정곡으로 찔렸으니 기분 나쁠 수밖에 없기는 하다.
“전 상관없습니다. 물론 필요하다면 대사관의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아직은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개인적인 여행인데요, 뭘.”
저들이 자신을 보호, 아니 감시하려는 목적은 하나뿐이다. 자신이 미다스인지, 최소한 가까운 사람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만?”
은은히 노기를 띤 목소리로 협박하는 요원.
한두 번 겪어 본 게 아니라는 행동이었다.
‘나 역시 그런 행동을 한두 번 겪어 본 게 아니거든!’
죽기 전까지 협박은 일상이었던 삶을 살았다. 그러니 이런 협박 같지도 않은 협박에 물러날 노형진이 아니었다.
“위험한 곳에 갈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노형진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그들은 할 말이 없었다.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자신들에 대해서 모르는 건지, 다 알면서 그러는 건지, 그들로서는 판단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만 쉬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노 변호사님, 아무래도 안전을 위해서는 대사관으로 가시는 것이…….”
“아니요. 개인적인 일을 하러 온 거니까 그렇게까지 해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하지만요.”
명백한 축객령이 떨어지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은은한 분노가 느껴졌지만 노형진은 그런 것쯤은 아주 깔끔하게 무시했다.
“일은 더럽게 안 하면서 이권이라면 그냥 침 질질 흘리면서 덤비는 꼴 하고는 .”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다가 냉장고에서 시원한 콜라를 꺼내서 쭈욱 들이켰다.
“캬, 시원하다. 망할 놈들, 스파이면 스파이답게 활동하든가.”
노형진은 빈 깡통을 쓰레기통으로 슛하는 모양으로 집어 던졌다.
하지만 그 깡통은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마지막 순간에 정신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해결책이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래, 스파이! 그거면 해결할 수 있어!”
노형진은 딱 소리가 나게 손바닥을 부딪쳤다.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생각이 난 것이다.
>8장. 제임스 본드는 없다>
“누구요?”
“나시르 고와디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아봤으면 합니다.”
“그 사람이 누군데요?”
“기술자입니다.”
“기술자요?”
“네.”
“아니, 기술자를 왜……?”
“어쩌면 그가 지금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요.”
“네?”
“그냥 알아봐 주세요. 지금쯤이면 뉴욕에 있을 겁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로버트는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형진은 바로 다음 작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난번에는 미국이 스파이를 잡는 데 실패했지. 나시르가 생각보다 빨랐기 때문이야. 하지만 내가 그들을 돕는다면?’
그렇다면 미국은 충분히 자신을 도울 것이다.
‘나시르 양반, 어차피 조만간 잡힐 거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나시르 고와디는 노형진이 기억하는 중요한 사건의 피고인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이 그걸 담당한 건 아니었지만 법조계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기억하고 있었다.
‘인도 사람인데 중국 스파이라.’
나시르 고와디는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개발계획에 참여한 과학자 겸 기술자였다.
그는 중국의 사주를 받고 스텔스 전투기에 관련된 주요 기밀을 빼돌려서 중국이 J-20이라는 전투기를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물론 그게 발각되면서 미국으로부터 스파이 혐의로 무려 60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애초에 중국은 그를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필요한 정보는 다 얻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수였지.’
중국은 J-20, 속칭 젠-20을 완성했다고 자랑했지만 애초에 원하던 성능은 나오지 않았다. 나시르가 핵심 기술을 넘기기 전에 잡혀 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중국은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는 데 20년이 넘게 더 걸렸지.’
그나마도 미국산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놈들로 말이다.
‘그들이라면 협상할 수 있어.’
미국은 중국이라는 가상의 적국에 대해서 무척이나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자신들의 기술이 그들에게 넘어가지 못하게 하려고 발악하고 있었다.
물론 반대로 중국 역시 미국의 기술을 빼 오기 위해서 노력하고 말이다.
‘그런데 정작 나시르는 잡았지만 관련된 자들은 튀었지.’
나시르는 원래 스파이가 아니었다. 그저 돈에 혹해서 넘어간 멍청이였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그들을 알아차리고 잡으려고 했을 때 관련된 자들은 모조리 튄 후였고, 오로지 나시르만 남아 있었다.
‘그들을 잡게 해 준다면…….’
안 그래도 미국은 중국이 젠-20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에 무척이나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니 만일 지금 나시르가 잡힌다면 중국은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20년이 아니라 30년이 더 걸릴 수도 있고, 어쩌면 아예 개발 자체를 못 할 수도 있다.
‘아직 미국은 나시르에 대해서 모른다.’
그리고 이건 미국이 자신을 보호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다만 확실한 것은, 이 모든 일을 할 때 미국 정부와 자신을 이어 줄 일종의 다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스파이 명단이라고 가지고 간다 해서 그들이 믿어 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이 한 명이 있지, 후후후.’
노형진은 회귀 전의 기억을 더듬어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떠올렸다.
* * *
컴컴한 밤,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 도로.
그 옆으로는 화려한 복장을 한 여성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 대씩 지나가던 차량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 ‘빵’ 하고 소리를 내면서 존재를 과시했고, 그 소리에 여자는 웃으면서 다가갔다.
“저랑 놀래요?”
여자가 차량에 기대어서 말하자 남자는 손을 까닥였고, 여자는 그 차에 타고 그곳을 떠났다.
‘여전하네.’
노형진은 컴컴한 골목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성매매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하며 또 가장 없애기 힘든 직업이라고 한다. 한국에는 홍등가가 있듯이, 여기가 바로 여자들을 건져서 성매매를 하는 곳이다.
부르릉.
노형진은 차량을 끌고 그곳을 천천히 지나갔고, 여자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섹시한 포즈를 잡으면서 운전자를 유혹하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던 노형진은 벽에 기대어서 담배를 피우던 금발의 여성에게 다가갔다.
빠아앙.
경적이 울리자 금발의 여자는 피곤한 얼굴로 다가와서는 열린 창문으로 가슴을 드러내면서 기대며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들린 말은 일반적인 여성과는 다른 말이었다.
“꺼져.”
어떻게 해서든 유혹을 해서 거사를 치르려고 하는 자들과 다르게 그녀는 노형진을 보자마자 꺼지라고 손짓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서 다시 자신의 자리로 가려고 하는 찰나였다.
“혹시 누드모델 해 줄 생각 없어요?”
“뭐라고?”
“누드모델 말입니다. 시간당 100달러 드리지요.”
여자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순간 심각하게 고민하는 빛 또한 스쳐 갔다.
“그냥 여기 계속 있어 봤자 기다리는 손님은 안 올 텐데요?”
“뭐라고?”
“아니면 여기서 이상하게 손님을 거절하는 여자가 있다고 소리 한번 질러 볼까요?”
여자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결국 노형진의 차에 올라타서는 문을 쾅 소리 나게 닫았다.
“자, 그러면 갑시다.”
“너 도대체 뭐야? 어떻게 우리 접선 암호를 아는 거야?”
누드모델을 해 달라는 것.
그것은 이곳을 이탈하라는 일종의 암호다.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여기서 누드모델을 구하겠는가? 그런데 그걸 노형진이 말한 것이다.
“그냥 정보에 대해서 좀 아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리지요, 로라 윈스턴 요원.”
심지어 자신의 이름도 안다는 사실에 로라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슬며시 자신의 허벅지 안쪽 은밀한 곳에 붙어 있는 총으로 손을 뻗는 그녀.
노형진은 그런 그녀를 그냥 둔 채 조용히 말했다.
“어차피 여기서 못 잡을 거 아시지 않습니까?”
“뭐?”
“애초에 여기에는 대상이 없어요. 그러니까 변변한 지원도 없이 당신을 보냈지요. 안 그런가요?”
“젠장.”
로라는 욕설을 하면서 손을 허벅지에서 떼어 버렸다.
내부 사정을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일단 자신이 노리던 마피아는 아닐 거라 생각한 것이다.
“너 뭐야?”
“당신의 조력자, 또는 구원자라고 할 수 있지요.”
“조력자?”
“네, 당신의 인생을 바꿔 줄 사람.”
로라는 입을 다물었다.
국토안보부에 들어오고 난 후 그녀는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었다.
흔하지 않은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아버지가 현재 FBI 부국장이라는 점 때문에 실력이 아니라 백으로 들어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어서였다.
“당신이 실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발휘할 기회는 없었지요.”
“그래서?”
“그 기회를 당신에게 줄 수 있습니다.”
“허, 네가 뭔데?”
“당신의 구원자라니까요.”
“헛소리하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내려서 다시 돌아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테러범으로 의심되는 이슬람 남성이 올 때까지 거기서 그렇게 매춘부 흉내를 내면서 있으시든가요. 그런데 거기 있던 갱단이 좋게 보지 않는 것 같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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