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26)
“큭.”
이런 식이다.
물론 테러범을 잡는 것이 딱딱 되는 건 아니지만 자신에게 배당되는 것은 터무니없거나 위험한 정보뿐이다.
“갱단이 바보도 아니고, 몇 시간 동안 손님을 받지 않는 여자를 의심하지 않겠습니까?”
“손님이 거절할 수도 있잖아.”
“자기 얼굴에 대한 자각은 있죠? 참 잘도 그렇게 생각하겠습니다.”
“끄응…….”
로라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확실히 자신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금발에 벽안을 가진 미녀다. 더군다나 늘씬한 몸매에 큰 가슴까지 가진 모델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여자를 손님들이 거절한다?
“당신 수준의 여성을 만나려면 길거리가 아니라 전문 에스코트 서비스를 불러야 합니다. 그건 아시죠?”
에스코트 서비스는 미국 매춘의 한 방식으로, 훨씬 고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연히 여성들 역시 무척이나 아름답다.
“젠장…… 알았다. 알았다고.”
어차피 자신이 감시할 뿐 지원도 없다. 그러니 자신이 이탈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망할 것들.’
원래 규정상 이런 것은 절대적으로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동료라는 인간들은 지원도 없이 그녀를 그곳에 던져둔 것이다.
“그러면 조용한 곳으로 가 볼까요?”
“엉뚱한 행동을 하면 네놈 사타구니를 날려 주마.”
“걱정 마세요. 저도 제 사타구니가 소중하니까요.”
노형진은 회귀 전의 그녀와의 추억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니 미래구나. 하여간 성격 지랄 같은 것은 여전하네.’
국토안보부의 주요 멤버 중 한 명인 그녀는 현재는 그저 초보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구석으로 몰린 채 이를 박박 갈고 있었다.
더군다나 성격이 좋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회귀 전까지 결혼은 하지도 못했다. 남자 동료들에게 당한 게 워낙 많아서 남자들에게 너무 적대적인 것이 문제였다.
그나마 노형진과는 일을 하면서 친해지기는 했지만, 서로 친구 이상일 수는 없었다.
노형진도 드센 여자는 딱 질색이었고, 그녀의 이상형은 변호사가 아니라 프로레슬러 타입이었으니까.
문제는 그녀의 격투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프로레슬러도 실려 나갈 판국이라는 거.
“이야기하기 좋네.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뭔데?”
좀 떨어진 공원에서 그녀는 의심의 시선을 떼지 못하고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거리는 살짝 두고, 여차하면 권총을 꺼낼 수 있는 포즈를 취한 채로 말이다.
“간단합니다. 난 당신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당신은, 아니 미국 정부는 나에게 보호를 제공하는 거죠.”
“뭔 개소리야?”
“아버지가 FBI 부국장 아닙니까? 그 정도 선은 댈 수 있을 텐데요?”
“아버지는 아버지이지, 내가 아니야.”
화를 내는 로라.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신이 낙하산이라는 오해를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아버지라는 존재 때문이다. 그녀는 시험을 봐서 당당하게 들어왔는데 다들 아버지라는 존재 때문에 그녀가 낙하산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아, 물론 당신이 낙하산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국토안보부에서 일하니까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아실 텐데요?”
“으음…….”
모든 것은 법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가끔은 초법적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특히나 테러범이나 국가에 해가 되는 행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누구도 정보를 주지 않는다.
“저는 미국의 보호를 원하고 당신들은 중요한 정보를 원하죠. 그러니 서로 윈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미국 국적이라도 달라는 거야 뭐야?”
“아닙니다. 그렇게 쉬운 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제가 원하는 것은 국정원으로부터의 보호입니다. 정확하게는 그들에게 정보 공작을 해 주는 겁니다.”
“국정원?”
로라도 아는 곳이다.
동방에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있는 정보기관으로, 그다지 실력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뭐, 범죄자라도 되는 거야? 북한에서 온 건가?”
북한이라면 곤란하다. 북한은 미국으로서도 적성국이니까.
“아닙니다. 전 한국인입니다. 하지만 국정원이 절 캐고 다녀서요.”
노형진이 사정을 설명하자 로라는 대충 상황을 이해했다. 흔하게 벌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제가 부탁드리는 것은 미다스라는 존재에 대한 은폐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 줄 알아? 그건 우리뿐만 아니라 CIA도 끼어야 한다는 거라고.”
그러면 세 곳이 동시에 정보 공작을 해야 한다.
물론 적당히 조작하면 미다스라는 존재를 일종의 가상의 존재이며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자금 확보 루트인 것처럼 꾸밀 수 있다.
노형진이 노리는 것이 그것이고 국정원, 아니 대한민국이 그렇게 생각하면 미다스라는 존재에 관심을 끊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비밀 자금 확보 루트를 건드려 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
“압니다. 그러니까 그에 맞는 정보를 드리려고 하는 거죠.”
“뭔데?”
“안 해 주시는 겁니까?”
“알아야 해 주지. 뭔지 알아야.”
노형진은 빙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로라는 놀라서 어느 때보다 눈이 커지면서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 * *
“그 말이 사실이냐?”
“네, 아빠. 자신이 그들이 누군지 확실하게 알고 있대요.”
“음…….”
FBI 부국장인 샘 윈스턴은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미국 내에 있는, 스텔스 전투기 관련 중국 스파이 집단이란 말이지.”
“네.”
“큰 건이기는 하군.”
안 그래도 F-22와 F-35 관련 기밀이 계속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어서 미국 정보부는 무척이나 짜증이 난 상태였다.
그래서 여기저기 캐고 다녔지만 상대방이 누군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어서 도리어 자신들을 의심하느냐며 중국 정부으로부터 항의만 받을 뿐이었다.
“망할 중국 놈들.”
샘은 이를 박박 갈았다.
그들은 미국 내 중국인 스파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개소리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하물며 미국도 중국에 스파이를 심는데 중국 스파이가 미국 내에 없을 리 없다.
“그리고 자신의 보호가 조건이고?”
“네.”
“믿을 만한 거냐?”
“조심해서 좀 알아봤어요. 일단 노형진이라는 변호사는 한국에 존재하는 유명한 변호사가 맞아요. 본인과 얼굴이 같은 것도 확실하고요.”
“그리고?”
“얼마 전 정부에서 그에게 정치자금을 요구했다는 증거도 나왔어요. 하지만 전략실에서는, 현 정부의 성격상 돈보다는 투자 정보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요.”
“거기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거지.”
“네.”
“잠시만 기다리거라.”
샘은 어디론가 전화를 했고, 잠시 후 그의 보안 메일로 한 통의 전자메일이 도착했다. 열어 보니 호텔로 들어가는 대사관 직원들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이건?”
“대사관에 있는 국정원의 화이트 요원들이다. 얼마 전에 움직이더구나. 이유를 알지 못해서 일단 그냥 뒀는데, 노형진이 있던 곳이 여기인가 보군.”
화이트 요원이 된다는 것. 그것은 쉽게 말해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신분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당연히 미국은 그들을 감시한다. 물론 동맹국이니 아주 치밀하게 감시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어디로 가는지 동선은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정보를 보고 판단했을 때 그 녀석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군.”
“그러면?”
“하지만 우리가 정보 없이 움직일 수는 없다. 너도 알다시피 그런 공작을 하려면 CIA도 필요해. 그런데 그 녀석들이 그냥 물러날 리 없지.”
“일단 자료를 먼저 꺼내야 한다는 건가요?”
“그렇지.”
“전 지원이 없어요.”
“흠…….”
자신의 딸이 국토안보부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샘도 알고 있다. 그러니 무작정 그녀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내가 좀 도와줄 수 있겠구나.”
부국장이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요원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은 된다. 그러니 영구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잠깐은 도와줄 수 있다.
“문제는 그 관련 서류가 어디 있느냐라는 거다.”
“그 부분은 노형진이라는 사람이 안다고 한다던데요?”
“그래?”
샘은 기대에 찬 얼굴이 되었다.
* * *
“누구?”
“샤이렁이라는 중국인 갱단에 있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 안 되긴요. 설마 중국이 그런 정보를 대사관에 두고 관리할 것 같습니까?”
“…….”
물론 어떻게 보면 가장 안전한 곳이 대사관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가장 관심을 받는 곳도 대사관이다. 스파이들이 대사관을 기준으로 움직이면 상대방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게 된다.
“샤이렁은 공식적으로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황룡의 대표이지만 비공식적으로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제작 기술을 빼내기 위한 스파이 조직의 리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거 엄청나게 위험한 거 아냐?”
만일 경찰이 그곳을 습격하면 모든 증거가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한 거죠.”
“뭐라고?”
“경찰에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황룡이 생기고 난 후에 차이나타운의 치안은 급격하게 좋아졌을 겁니다.”
“응?”
“갱단이라고 해서 다 막장이 아닙니다. 공식적으로 황룡은 갱단이라기보다는 자경단처럼 운영됩니다.”
물론 갱단인 만큼 중국인의 주요 수입원인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거나 반대파 조직을 공격하기도 하지만, 그것 말고는 크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없다.
“황룡은 생긴 지 1년 만에 지역에 있던 모든 군소 갱단을 제압하고 해당 지역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경찰과 심각한 마찰이 벌어질 수 있는 마약 사업이나 납치, 강도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손을 떼어 버렸지요.”
“음…….”
“황룡의 최대 수익원은 불법 도박장입니다. 그 아래에 중식당들이 몇 개 있기는 하지만요.”
그리고 경찰은 그 정도로는 황룡 같은 갱단을 건드리려고 하지 않는다.
“황룡은 경찰의 시선을 피하면서 스파이 짓을 한다 이건가?”
“네.”
경찰과 트러블을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그들이 황룡의 본거지를 습격할 리 없다.
“애초에 본거지를 습격한다고 해도, 거기는 그냥 일반적인 갱단의 본거지일 뿐입니다.”
“그러면 스파이들의 본거지는 따로 있다 이건가?”
“네.”
공식적으로 그곳은 황룡의 보호를 받는 수많은 가게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완벽하게 역할을 하는 셈이다.
“황룡은 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무력을 동원할 수 있지요. 그러나 그 가게는 엄밀하게 말하면 황룡과 전혀 다른 지역의 상가이기 때문에, 경찰이 황룡을 털어도 건드릴 이유가 없고요.”
“큭, 망할 옐로 몽키 녀석들.”
“인종차별은 안 좋은 겁니다.”
로라가 화를 내자 노형진은 장난삼아 말했다. 그러자 그게 거슬렸는지 그녀는 그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무작정 털어? 그게 가능할 것 같아?”
현행법상 불법으로 취득한 증거는 그 효과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 가게를 턴다고 해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아니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뭐?”
“그곳에는 소각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만일 동의받지 않은 접근이 감지되면 그곳에 있던 모든 자료들과 증거들은 모조리 자동으로 소각됩니다.”
단순히 소각되는 정도가 아니다. 소각되어 버린 재도 어느 정도의 과정만 거치면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그마저도 자동으로 분쇄되어서 더 이상 손대기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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