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27)
‘그것도 모르고 들이닥쳤다가 모조리 도망갔지.’
“그러면 어떻게 하라고? 우리가 잡을 수가 없잖아?”
명단이나 자료가 그곳에 있다면 자신들이 접근하는 순간 모조리 소각될 것이 뻔한 일이다.
“영장을 받아도 결과는 같을 테고…….”
“황룡의 조직원이나 가게 주인을 잡아서 족쳐야 하나?”
“소용없을 겁니다.”
“뭐라고?”
“가게 주인은 말 그대로 그냥 가게 주인입니다. 중국 정부의 압력 때문에 가게를 빌려준 것뿐이지, 접근 권한은 없습니다. 접근 권한이 있는 것은 샤이렁을 포함한 세 명뿐이지요.”
“젠장.”
그렇게 되면 그 세 명 중 한 명에게서 접근 암호를 알아내야 한다는 것인데, 중국 스파이 조직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그 녀석들의 신병에 이상이 생긴다면 자동으로 자료는 폐기되겠지?”
“네.”
“그럼 어쩌라는 거야?”
어떻게 그 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노형진이야 워낙 시끄러운 사건이었으니까 기억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은 스파이 조직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접근 코드를 받아 낸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더 있다고?”
“네, 나시르 고와디라는 녀석입니다.”
“그 녀석은 왜?”
“신분상 스텔스 전투기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녀석입니다. 즉, 자료를 빼 오는 역할을 한 거지요. 그리고 그걸 가져다주기 위해서 접근 코드를 받았습니다.”
“그러면 그 녀석은 문제없이 접근할 수 있는 거야?”
“네, 그리고 그는 직업적 특성상 중국 스파이단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하긴…… 스텔스 기술 같은 기밀에 접근할 수 있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그가 일하는 곳이 감시 대상이라는 소리다.
아무리 중국인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고 해도 그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을 감시할 수는 없다.
“그러면 그 녀석 코드를 알아내서 들어가면 되겠네?”
누군가 속 편하게 말했다.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쉬우면 얼마나 좋아?’
그러나 그건 실패한다.
회귀 전에 그렇게 했다가 모든 자료가 소각되어서 중국 스파이 조직을 잡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 어쩌자는 거야?”
황룡 소속의 녀석들이 스파이라면 잡힌다고 해도 접근 코드를 줄 리 없다.
아니, 애초에 잡히는 순간 모든 자료는 폐기될 것이 자명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나시르를 체포하는 게 아니라 그의 생체 정보 카드 키를 얻어야 합니다. 그 후에 모든 걸 진행하면 됩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은데.”
첩보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만나는 보안장치 중 하나가 바로 생체 보안이다. 지문이나 망막 등 말이다.
지문이야 그들이 모르고 버리는 쓰레기에서 얻으면 되는 것이니 어려울 게 없고, 망막 같은 것은 적당한 핑계를 대서 복제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그 문에 접근하는 것.
“황룡이 바보도 아니고, 우리가 접근하는 걸 그냥 두겠어?”
“아마 모를 겁니다.”
“뭐?”
“우리는 위가 아니라 아래에서 접근할 거거든요.”
노형진의 말에 다들 입을 쩍 벌렸다.
* * *
나시르 고와디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을 준비했다.
“이 짓도 빨리 때려치우든가 해야지.”
일이 힘든 건 참을 만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요구하는 대로 자료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부서와 관련이 있다면 그나마 슬쩍 복제해서 보낼 수 있지만 전혀 관련이 없는 부서의 일인 경우 상당한 고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 조금만 참자. 조금만 참으면 된다.’
이미 중국에서 받은 돈이 적지 않다. 그리고 최종 자료만 넘기고 난 후, 자신은 중국으로 가서 그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떵떵거리면서 살면 그만이다.
“어이, 나시르? 오늘은 술 한잔 안 해?”
“요즘은 바빠서 말이지.”
“맨날 바쁘다고 하네?”
“어쩌겠어. 우리 일이 그렇지, 뭐.”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미리 준비한 초소형 카메라로 찍은 자료가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가방을 좀 봅시다.”
퇴근을 위해서 입구로 다가가자 자신에게 다가오는 경비원.
“또야?”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보안 때문이니 이해해 줘요.”
귀찮다는 듯 가방을 건네는 나시르.
“중국 놈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 기술을 자꾸 베껴 가니 우리만 귀찮네요.”
“그러게 말이야.”
서로 툴툴거리면서 가방 검사를 하는 경비원.
입으로 툴툴거릴지언정 그의 눈은 날카로웠고, 작은 볼펜 하나까지 모조리 열어 본 다음에야 다시 가방을 나시르에게 건넸다.
“이상 없네요.”
“내가 여기서 일한 게 몇 년인데 꼭 해야 해?”
“사장도 해야 하는데요, 뭘.”
“귀찮아서, 원.”
“어쩔 수 없죠.”
어깨를 으쓱하고 물러나는 경비원을 지나서 퇴근길에 나서는 나시르. 그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걸렸다.’
퇴근할 때마다 겪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두려울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없다면 모를까, 오늘처럼 자료를 챙겨 나온 날은 더욱더 두려울 수밖에 없다.
“어서 타세요.”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올라타기 시작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그런지 버스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나시르는 의자에 앉아서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이 짓은 할 때마다 심장이 떨리네.’
그러면서 애써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왠지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불안한 느낌 때문이었다.
“어?”
그런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비탈길에서 내달리듯 내려오는 한 대의 승용차였다.
그 뒤에 사람들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걸 보니 브레이크가 파열되었든지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운전기사! 피해!”
멍하니 바라보던 다른 사람이 비명을 지르자 운전기사는 무심결에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들에게 달려오는 차량을 발견하고는 기겁하면서 최대한 액셀을 밟았다.
“으아아악!”
끼이이익!
거칠 파열음을 토해 내는 버스.
하지만 스포츠카도 아니고 버스, 그것도 멈춰 있다가 출발한 버스가 낼 수 있는 속력은 뻔했고, 비탈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자동차는 그대로 버스의 옆을 들이받아 버렸다.
쾅!
“끄아악!”
비명과 함께 나시르는 허공을 날았고 그에게 순간적으로 어둠이 찾아왔다.
* * *
“으아악!”
나시르는 비명을 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자, 자! 진정하세요. 여기는 병원입니다.”
“으윽.”
그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양쪽 다리와 오른손에 두껍게 깁스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겁니까?”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차량이 버스의 측면을 들이받았습니다. 그런데 재수 없게 환자분이 있는 자리를 치는 바람에 크게 다쳤습니다.”
“큭.”
그는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사고가 났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환자들이 침대마다 누워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끄으응…….”
심한 통증에 나시르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러다가 자신의 복장을 보고 아차 하는 생각에 다시 윗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제 옷은요!”
“네?”
“제 옷 말입니다! 제 옷하고 가방!”
“그건…….”
“어디 있어요!”
“환자분, 진정하세요.”
“어디 있느냐고요!”
“저기 옆에 있습니다.”
“옆에?”
고개를 돌려 보니 투명한 비닐 백에 피가 묻어 있는 자신의 옷이 뭉쳐진 상태로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치료를 하기 위해서 옷을 잘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사는 안타깝게 말했다.
하지만 나시르는 도리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크게 문제가 생겼나 했던 것이다.
“나시르!”
그 순간 커튼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세 남자.
그들은 나시르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몸은 좀 어때?”
“다행히 괜찮습니다.”
“조심했어야지.”
“차량이 옆에서 들이받을 거라고는…….”
하긴 사고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하게 일어나는 것이니까.
그걸 나시르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거, 꼴이 이래서 모임 참석은 힘들겠네?”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죠? 하하하.”
나시르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모임이 친선 모임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다른 건?”
가장 가까이 있던 남자가 조심스럽게 묻자 나시르는 자신의 옷이 들어 있는 비닐 팩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저 옷은 못 입을 것 같은데 가지고 가고 새로운 옷을 가져다주시겠어요?”
“그렇게 하도록 하지.”
나시르의 부탁에 자연스럽게 피가 묻은 옷을 챙기는 남자들.
그들은 나시르에게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고 그곳을 나왔다.
* * *
같은 시각, 노형진은 한 켤레의 신발을 들고 서 있었다.
“망막은 준비되었고 지문도 준비되었어. 그런데 카드는 뭐야? 지갑에도 없던데?”
로라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을 얻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사고를 냈다. 거기 있던 사람들은 모두 요원이었고, 진짜 사고였기 때문에 실제로 다친 사람도 있었다.
지문이야 쓰레기에 얻었지만 망막은 사고가 나서 기절한 나시르에게서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황룡 녀석들이 거기에 왔다 갔다는데.”
“그럴 겁니다. 그 녀석들도 사고가 고의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확인해야 했을 테니까요.”
“음…….”
황룡은 중국의 스파이 조직이다. 그리고 뭔가를 조작하기 위해서 고의로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스파이 세계에서 흔하게 있는 일이다.
“아마도 안전을 위해서 사실인지 확인했어야 할 겁니다. 지금쯤은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고요.”
만일 조작이라면 일단 바뀐 것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다른 환자들도 병원에 입원해서 비명을 꽥꽥 지르고 있고, 나시르가 실종된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물건까지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의심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당분간은 나시르를 바라볼 겁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때가 기회이고요.”
노형진은 벽으로 가더니 옆에 있던 커다란 해머, 속칭 오함마를 들어서 벽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러자 드러나 있던 벽이 그대로 무너지면서 건너편의 다른 통로를 보여 주었다.
“지난 며칠간 공사하느라고 고생이 많았네요.”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입구로 들어가거나 옥상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하를 판 거잖아.”
“그렇지요.”
노형진은 뒤쪽에 있는 건물을 통째로 빌렸다.
물론 그가 빌린 게 아니라 정부에서 비밀리에 빌린 것이다. 그 후에 고의적으로 지하에 침수 사고를 일으켜서 공사를 이유로 지난 며칠간 계속 지하를 파 내려갔다.
그것도 앞 건물로 갈 수 있게 비스듬하게.
“황룡파는 사건을 확인하러 그곳에 가 있을 테고, 건물의 주인과 가게 주인은 아래로 내려오지 못합니다. 두려울 테니까요. 충격 감지기가 있겠지만.”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무너진 벽 너머로 가서는 붙어 있는 감지기를 뜯어 버렸다.
“침수된 게 작동될 리가 있나요.”
“헐.”
로라는 그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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