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40)
손채림은 약간은 당황한 듯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럼?”
“어…… 난 학교를 털어 보겠는데?”
“에?”
“학교라니요?”
학교라는 말에 차지성과 유관민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학교라니. 도대체 자신들의 사건과 허위 진단서와 학교의 관계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역시 짬밥은 그냥 먹은 게 아니구만.”
“그거 욕이야, 칭찬이야?”
“짬밥이라니요?”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차지성이 노형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학교랑 자신들이 무슨 관계란 말인가?
“여러분의 학교가 아니라 상대방의 학교입니다.”
“네? 가해자들요?”
“네. 가해자들이 직업이 뭐였지요?”
“대학생입니다. 매경 체대…….”
말을 하던 차지성은 움찔했고, 듣고 있던 유관민은 탄성을 내질렀다.
“체대생이라면 몸 쓰는 게 일이겠군요.”
“네. 더군다나 기록에 따르면 다른 곳도 아니고 유도부죠. 격투기를 하는 학과이니 타박상은 달고 다닐 겁니다.”
자신들은 분노에 눈이 멀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맞아, 유도부라면 타박상 정도는 기본이겠지.”
손채림도 아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자 두 사람은 왠지 창피해졌다.
변호사도 아니고 그저 거기서 일하는 사람도 아는 걸 자신들이 몰랐다니.
“어떻게 아셨습니까?”
“뭘요?”
“학교에서 다친 거 말입니다.”
“아, 그거요? 검사가 그러더군요, 우측 염좌가 있다고. 상식적으로 한번 싸웠는데 다섯 명에게 전부 우측 염좌가 생길 가능성은 별로 없지요. 가해자가 특정 기술을 쓰기 전에는 말입니다.”
“아!”
유도에는 상대방의 오른손을 잡아서 넘기는 기술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기술을 쓰면 넘어가는 측의 우측 어깨에 상당히 큰 부담이 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싸우는 건 주먹질이나 발길질이니까.”
손채림도 안다는 듯 중얼거렸다.
“나도 공부하는 중이기는 하지만 다친 부위는 상당히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여기 진단서에는…….”
분명히 등이 다쳐 있다고 되어 있다. 즉, 자신들이 뒤에서 공격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문제인 겁니다.”
두 명이 다섯 명을 공격하는데, 아무리 취해서 꼼짝을 못 한다고 해도 모두가 다 등을 공격당할 가능성은 없다.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공격당하면 그 타격점은 무척이나 좁은 편이지요. 주먹을 쓰거나 발을 쓰거나 기타 다른 무기를 쓴다고 해도, 일반적인 공격에서는 좁은 공간에 흔적이 남습니다.”
하지만 증거로 제출된 기록을 보면 등 전체에 상당한 타박상이 보인다.
“이건 일반적으로 낙법에 실패할 때 많이 생기는 손상입니다.”
“낙법 실패?”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말고는 안 해 본 그들이니 이해할 리 없었다.
“낙법은 등으로 추락하는 것 같지만 전혀 아닙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다른 부위를 희생해서 장기가 있는 몸통을 보호하는 방식입니다.”
넘어가는 순간 손이나 발로 강하게 치면서 반발을 만들어 내 자신을 보호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낙법이다.
“하지만 그게 실패하면 등짝부터 떨어지지요.”
결국 등짝부터 오는 충격이 온몸의 장기에 퍼지게 된다.
“그걸 어떻게…….”
“군대에 가면 배웁니다.”
“헐.”
물론 반은 뻥이다. 군대 간다고 다 낙법을 배우는 건 아니다.
“확실한 건, 이런 상처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특정 기술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거죠.”
“이런 개 같은 새끼들이……!”
체대생. 그것도 유도부이니 타박상은 상시 붙들고 살았을 것이다. 거기에다 고학년도 아니고 저학년이니 아직 미숙해서 더 상처가 많았을 테고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의사를 공격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요.”
“큭.”
그랬다면 도리어 쓸데없이 적만 더 많이 만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죄를 면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는 오해도 받았을 것이고, 그러면 자신들은 재판에서 더욱 불리해졌을 것이다.
“그러면 학교에다 부탁해 볼까요? 와서 진술해 달라고?”
손채림은 피식 웃었다.
“그 말, 진심이에요?”
“역시 무리겠지요?”
무리일 수밖에 없다.
체육계는 엄청나게 상명하복이 심하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뭉치는 것도 심하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당신들이 유도 하느라고 다친 걸 증언해 달라?
“하면 그게 이상한 거죠.”
어깨를 으쓱하는 노형진.
“그러면 어떻게 하라고요? 우리가 부탁한다고 와서 증언해 줄 건 아닐 것 같은데.”
유관민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이럴 때야말로 전선을 확장해야 하는 겁니다. 후후후.”
* * *
“저거 바보 아냐?”
“응?”
소장을 접수하러 가면서 손채림은 툴툴거렸다.
“뭐가?”
“아니, 법대 다니는 애들이 뭐 저렇게 바보스러워?”
“저게 정상이거든?”
“뭐?”
“내가 똑똑하다는 생각은 안 하냐?”
“그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너무 바보스러운데?”
“원래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법도 결국은 경험이야. 그리고 고작 대학 2학년짜리가 무슨 경험이 있냐? 솔직히 저 나이에는 알바하다가 알바비 안 주면 그냥 뜯길걸?”
“설마! 기본적인 법에 대해서는 알잖아?”
“법에 대해서 아는 것과 그 법을 쓰는 건 전혀 다르다고. 자동차 핸들과 액셀 그리고 브레이크에 대해서 안다고 차를 몰 줄 아는 건 아니잖아?”
“끄응.”
손채림은 그 한국대에 다닌다는 법대생들이 영 미덥지 않았다.
“결국은 경험이 있어야 무기도 잘 휘두르는 거야.”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지만. 그런데 네가 하는 방식은 단순히 경험으로는 안 될 것 같은데?”
노형진이 피식 웃었다.
“나야 뭐 초천재니까.”
“겸손 좀 떨어 보지?”
“너무 당연한 걸로 겸손 떨면 그것도 재수 없을 것 같은데?”
“그것도 부정은 못 하겠는데. 누가 변호사 아니랄까 봐 말을 다 막아 버리네.”
툴툴거리면서 소장을 들고 간 그들은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다만 이들이 들어간 경찰서는 지난번에 갔던 그 경찰서가 아니라 다른 경찰서였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담당은 제법 커다란 상자를 들고 오는 노형진을 보고 짜증스럽게 물었다.
상자가 크다는 것. 그것은 일거리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고발하려고 하는데요.”
“고발요?”
“네.”
“무슨 고발 말씀이십니까?”
“당연히 폭력에 대한 고발입니다.”
“네?”
“증거는 여기 있습니다.”
고발장이 들어있는 상자를 내밀자 그녀는 그걸 열어서 확인했다. 그리고 미심쩍은 표정으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이걸 고발하신다고요?”
“네.”
“진심이십니까?”
“진심입니다만?”
“음…….”
“거절하면 검찰청으로 가지고 가고요.”
“아닙니다. 고발하시면…… 받아 줘야지요.”
접수계원은 별 미친놈이 다 있다는 표정으로 그걸 받아서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 * *
고발은 고소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고소만 생각하지만, 고발 역시 일반인이 가능한 사법적 행동 중 하나다.
고소는 자신이 피해자인 경우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발은 자신이 피해자가 아니라고 해도 경찰에 알려서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강간 같은 경우는 아직은 친고죄라 해서 고발의 대상이 아니지만, 폭행이나 폭력 행위는 명백하게 고발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그 고발의 대상이 된 매경대 유도부 학생들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하지만 경찰은 그런 그들의 기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름.”
“…….”
“이름 말하라고, 이 새끼야.”
“아, 진짜 억울하다니까요!”
“억울? 억울? 이 새끼야! 이 사진 보고 지금 억울하다는 말이 나와?”
울먹거리면서 억울하다고 말하는 유도부원에게 화를 버럭 내는 경찰.
그리고 그런 그의 앞으로 쫙 펼쳐지는 사진들.
“이게 학교냐, 아니면 폭력 조직이냐? 응?”
엎드려뻗쳐 하고 있는 학생들을 몽둥이로 내리치는 남자.
그는 다름 아닌 그 유도부원이었다.
“이건 교육 차원에서…….”
“요즘은 몽둥이로 패는 게 교육인가 보다?”
“…….”
사실 대한민국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다름 아닌 폭행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발전 사항이 아니라 폭행과 폭언으로 강제적으로 실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심각한 문제였는데, 노형진은 바로 그런 부분을 노리고 지난 며칠간 매경대를 감시하면서 관련 사진과 증거를 모아 냅다 고발한 것이다.
“저희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이름 대라고!”
증거가 없다면 모를까, 증거가 나온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결국 경찰의 압력에 학생들은 자신의 신상을 조금씩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노형진은 학교의 교수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 우리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이런 일을 저지른 겁니까!”
교수들은 노발대발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치밀하게 찍은 건지, 졸지에 학과생의 절반 이상이 전과자가 되게 생긴 것이다.
“억하심정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정의로운 사람이거든요.”
“정의로운 사람?”
“네. 전 정의로운 사람이라서 말이죠, 고통받는 피해자를 보고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노형진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발끈하는 교수들.
하지만 노형진은 이미 그들에 대해서 알아볼 만큼 알아본 상황이었다.
“글쎄요. 폭행 사주를 하신 분들이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뭐라고!”
“저도 다 알아봤지요. 학생들한테 요즘 애들 싸가지가 없다면서, 군기 잡으라고 하셨다면서요? 그 뭐냐, ‘정신 봉’이라는 것도 하사해 주셨다면서요?”
“크윽.”
“수사가 진행되면 저기 있는 학생들 중에서 과연 몇 명이나 사실을 말할지 궁금하군요.”
노형진은 히죽 웃으면서 말했지만 교수들은 등골이 오싹했다.
“개소리하지 마!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하겠어!”
학생들이 자신들에 관해서 절대 이야기하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는 교수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안에서 도와준 사람이 있는데요? 설마 도움도 없이 증거를 모았겠습니까? 후후후.”
“이런 싯팔…….”
한국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 행위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교수들이 그걸 모른 척하면서 방조하거나 군기를 잡으라는 식으로 교사하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 악습 중 하나였다.
분명히 누군가 앙심을 품고 그걸 까발린 게 틀림없었다.
“그 새끼가 누군데!”
“그건 절대 비밀이지요. 하지만 확실한 건, 내부에 조력자가 있다는 겁니다. 아주 제대로 원한을 품었던데요?”
“이런 개 같은 새끼들……. 은혜도 모르고.”
“저한테는 묻지 마세요. 그래도 변호사인데 조력자를 까발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노형진은 히죽거리면서 말했다.
그런 그의 행동에 교수들은 점점 더 열이 받았다.
안 그래도 자기 밥줄이 달렸는데 상대방은 그걸 신경도 안 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다 못해서 발끈한 교수 한 명이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넌 뭔데 이 지랄이야, 이 새끼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알지요. 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리스트 아니십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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