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42)
검사의 말에, 황도방은 마치 본 것처럼 제스처를 취하면서 말했다.
“저기 있는 두 사람이 먼저 공격했어요.”
그의 주장에 따르면 차지성과 유관민은 길을 가던 박팔관과 사소한 시비가 붙었다. 거기서는 박팔관의 사과로 모든 게 끝났는데, 나중에 돌아와서 공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애들이 쓰러지더라고요.”
“그래요?”
“네.”
“재판장님, 이 증언에서 보다시피 피고인들은 계획범죄를 목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검사는 신이 난다는 듯 말했다.
진단서가 무효가 되기는 했지만 애석하게도 그게 위증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타박상이 일상인지라 크게 효과가 없었다는 거지, 그 안에 차지성과 유관민이 공격한 타박상 역시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참, 잘만 하면 흉기도 사용했다고 하겠네요.’
노형진으로서는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사건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모른 척 봐주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다니.
“재판장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체대에 다니는 다섯 명을 공부만 하던 두 명이 제압하다니요? 재판장님은 상식적으로 그게 이해가 되십니까?”
노형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세상 누구라도 그게 이상하다는 것쯤은 알 테니까.
“글쎄요.”
판사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의심은 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검사도 그 당시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주장하기는 했다.
“그 당시에 피해자 다섯 명은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었죠. 아무리 숫자가 많고 운동을 했다고 해도, 결국 술을 먹은 사람과 먹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큽니다.”
“그래요?”
노형진은 코웃음을 치면서 앞으로 나섰다.
“재판장님, 박팔관 외 네 명이 술에 취하여 있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인 차지성과 유관민이 술에 취해 있었다는 사실은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술에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한 것은 박팔관 일행이 아니라 차지성과 유관민 일행이었다는 뜻입니다. 증거로 그날 두 사람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제출합니다. 또한 그날 두 사람이 먹었던 술집에서의 주문 내역을 제출하는 바입니다.”
노형진은 판사에게 내역을 제출하면서 계속 말을 이어 갔다.
“그날 8시경, 차지성은 인근 호프인 ‘가라 가라’에서 3만 9천 원을 결제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안주 두 개와 소주 세 병 그리고 맥주 한 잔을 시켰습니다. 그 후 2차로 유관민이 다른 술집인 ‘떴다 꽃돼지’에서 삼겹살 3인분과 소주 네 병을 시켰습니다. 두 사람이 먹기에는 상당히 많은 양이고, 이 정도면 두 사람은 만취한 셈입니다. 이렇게 만취한 사람이 체대생 다섯 명을 제압한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검사는 바로 반박했다.
“그게 그들이 먹었다는 증거가 되는 건 아닙니다. 주문만 하고, 두고 나왔을 수도 있지요.”
“검사님, 진담이십니까?”
“…….”
검사도 말을 하고 난 후에는 아차 싶은지 입을 꾸욱 다물었다.
세상천지에 어떤 멍청이가 식당에 가서 술과 음식을 주문하고 먹지도 않고 계산하고 나오겠는가? 아주 맛이 없다면 모를까.
그러나 아주 맛이 없다면 애초에 음식을 그렇게 많이 주문하지도 않는다.
“애초에 그 두 사람이 먹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있었겠지요.”
“그렇습니다. 두 사람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주장했을 때, 그쪽 증인은 다른 한 사람이 없었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어, 그게…… 전 못 봤습니다.”
노형진은 증인을 바라보면서 날카롭게 물었다. 당연히 증인은 못 봤다고 딱 잡아떼었다.
‘이럴 줄 알았지.’
결국 논리적으로 밀어붙이자 말이 안 되기 시작한 것이다.
검사는 세 명이 먹었다고 주장하는데 증인은 두 명이 먹었다고 주장한다.
“피고인들은 총 세 명이 먹었습니다. 그 부분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곳을 일찍 떠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걸 두 사람이 다 먹었으면 공격은커녕 움직이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한 건지, 검사는 다른 한 사람이 일찍 간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 부분은 인정합니다.”
확실히 친구는 그곳을 먼저 떠났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현장에 없었다면 증인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다는 뜻입니까?”
판사조차도 그 부분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되물었다.
“현장이 아니라, 그 전에 있었던 일에 관한 겁니다.”
“전에 관한 일?”
“그렇습니다. 그 당시 먼저 간 친구의 진술서입니다. 이 진술서에 따르면 맨 처음 갔던 술집에서 피해자라 주장하는 박팔관 일행과 사소한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간 곳에서 자신들은 간단하게 먹고 나가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박팔관과 그 패거리가 먼저 행패를 부리면서 도발했고 세 사람은 좋게 말하면 싸움을 피할 목적으로, 나쁘게 말하면 쫄아서 그곳을 도망치듯이 나왔다고 한다.
“이후 그들은 2차 장소로 가서 술을 마셨고, 증인은 자신의 자취방으로 가기 위해서 이탈했고 그 후에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음…….”
그렇다면 정황상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맨 처음 시비 때에도 질 게 뻔해서 도망간 사람들이 나중에 갑자기 기습한다?
“그거야…… 상대방이 취했으니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겠지요.”
“그런가요? 하지만 피의자들은 취해서 싸울 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요.”
“술에 취해서 판단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검사.
확실히 그럴 수도 있다. 가끔 술은 인간을 용기가 넘치게 만드니까.
그러나 용기가 넘치는 것과 현실은 전혀 다르다.
“용기가 있다고 해서 쌍방이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아까부터 쌍방 폭행이 아니라고 하는데, 증거가 있습니까? 피해자들은 명백하게 그들에게 맞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물론 자기들이 때린 것도 인정했고요.”
그래서 그들은 정식 재판을 받지 않았다.
자기들이 때린 것을 인정했고 심지어 자백까지 했기 때문에 도리어 선처받아서, 벌금 50만 원으로 끝난 것이다. 하지만 차지성과 유관민 두 사람은 끝까지 싸웠기 때문에 검사로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증거야 있지요.”
“있다고요? 웃기는 소리 하지 마세요. 사건 현장은 CCTV가 없는 곳입니다. 이미 조사 결과 사설 카메라조차도 없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증거가 있다고요? 이쪽은 증인이 있고 그쪽은 증인도 없는데?”
진단서가 무력화되었다고 하지만 증인이 있다는 생각에 검사는 자신이 있는지 코웃음을 쳤다.
“물론 거기에는 없지요.”
하지만 노형진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현장에 카메라가 없다고 해서 그들이 영원히 카메라를 피해 갈 수는 없으니까.
“수사 기록을 보면 그들은 사건 이후에 주변에 있던 편의점 앞에서 경찰차에 탑승하여 이동했습니다. 그 부분은 아시지요?”
“압니다.”
“그 당시 피의자 두 명은 경찰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만, 피해자라 주장하는 박팔관을 비롯한 다섯 명은 자리가 없어서 자기들끼리 택시를 타고 이동했지요.”
“그 부분은 기록에 남아 있지요.”
검사도 기록에 남아 있는 부분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다면 그 편의점에 있는 감시 카메라에 당연히 그들이 찍혀 있겠지요?”
“네?”
“이걸 봐 주시기 바랍니다.”
노형진은 미리 준비한 CCTV 영상을 재생했다.
“이건 그들이 택시를 타고 움직이기 직전의 모습이 담긴 영상입니다.”
편의점은 대부분 스물네 시간 영업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 카메라를 달아 둘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현장에서 움직인 게 아니라 경찰차가 오고 난 후 편의점 앞에서 택시를 타고 움직였기 때문에 편의점 카메라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왜요?”
“이들의 복장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복장?”
판사는 복장이라는 말에 그들의 모습을 유심히 봤다.
노형진은 그걸 확인하고는 다른 화면으로 영상을 바꿨다.
“그리고 이건 현장에서 찍은 게 아니라 경찰서에서 찍은 영상입니다. 그 당시 그들이 와서 조사받고 갈 때 내부에 있는 카메라에 찍힌 거죠. 뭐 바뀐 거 없습니까?”
“호오?”
판사는 단박에 알아채고 작게 탄성을 질렀다.
검사 역시 알아챘지만 함께 탄성을 지를 수는 없었다.
‘이런 씨발…….’
그 너머에 보이는 것은 헝클어지고 흐트러진 박팔관 일행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고 출발하기 전 카메라에는 멀쩡하던 모습이, 경찰에서는 왜 갑자기 흐트러지고 옷이 찢어졌을까요?”
“…….”
검사는 할 말이 없었다. 이 경우에 변명이 될 만한 이유는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저는 그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서 해당 택시의 운행 기록을 제출하는 바입니다.”
노형진에게는 그들의 목적을 확실하게 할 증거가 또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빼도 박도 못할 증거였다.
“택시 운행 기록?”
“네, 모든 택시는 운행하고 난 후 그 기록을 남기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택시 기록을 기준으로 보자면, 그날 박팔관 일행은 편의점에서 택시를 타고 난 후 경찰서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하차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게 뭐가 어때서요? 술을 깨기 위해서 한산한 공원에서 내릴 수도 있지.”
자신이 실수했음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에 검사는 불만을 표시했지만, 이미 상황은 그의 실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일단 그 시간에 그 공원에 사람이 없었다는 게 첫 번째 문제입니다. 두 번째는, 그곳에서 경찰서까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걸어서 5분 거리입니다. 하차 시간은 새벽 11시 35분, 그리고 아까 경찰서 카메라에 찍혀 있는 경찰서 입장 시간은 12시 5분입니다. 무려 30분 동안 공원해서 무엇을 했을까요? 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요.”
노형진이 물어보면서 빤히 바라보자 검사는 입을 꾸욱 다물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곳에서 자해했다는 것을 모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영상에서 봐야 하는 것은 옷뿐만이 아닙니다.”
“옷뿐만이 아니다?”
판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다시 서기에게 말해서 영상을 재생했다. 하지만 딱히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특이한 건 없어 보이는데요?”
“특이한 게 아니라 멀쩡한 게 문제입니다.”
“멀쩡한 게 문제?”
“저들은 운동한 다섯 명이 술에 취해서, 똑같이 술에 취한 두 명을 이기지 못해서 쌍방으로 싸웠다고 했습니다. 안 그런가요? 그 정도면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
그런데 현장에서 진술을 하거나 왔다 갔다 하거나 화장실을 가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박팔관의 일행 중에는 술에 취해서 흔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까 증인은 피해자 측이 술에 취해서 제대로 거동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하여 피고인 측이 공격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검사는 이쯤 되자 반쯤 포기한 건지 힘없이 대답했다.
확실히 아까 증인이 그랬다, 술에 취해서 제대로 저항도 못 하는 사람들을 공격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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