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43)
“그런데 저기 있는 피해자들은 멀쩡하게 움직이는데요?”
“아!”
경찰에 바로 신고되었고, 경찰이 출동해서 이들을 데리고 가는 데 걸린 시간은 채 20분도 되지 않았다. 또한 그들이 택시를 타고 30분 만에 왔으니 잘해 봐야 50분이다.
만일 증인의 말대로라면 저들은 술에 취해서 해롱거리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어야 정상이다.
다섯 명이 고작 두 명에게 당할 정도면 얼마나 취해야 하겠는가?
“그런데 저 안에서 움직이는 피해자들은 무척이나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입니다. 저항하지 못할 정도로 취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요. 그리고 생각해 보면 편의점에서도 포커스가 멀어서 그렇지, 그 움직임이 그다지 술에 취한 것 같지는 않더군요.”
“큭.”
아무리 술을 잘 먹는다고 해도 그사이에 이렇게 술이 깰 수는 없다.
그 사실을 깨닫자 검사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증인을 바라보았다.
진단서가 무효화되었다고 해도 증인이 있기 때문에 싸워 볼 만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위증이라니.
자기가 하면서 일을 대충 하는 것과 누군가에게 뒤통수 맞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노형진은 그 부분을 알기 때문에 증인을 몰락시키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칼날의 방향을 증인에게로 향한 것이다.
“자, 그러면 증인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증인석에 앉아 있던 증인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까 분명히 그러셨지요? 술에 취해서 거동도 하지 못하는 다섯 사람을 두 사람이 뒤에서 기습했다고.”
“…….”
“그런데 정작 술에 취한 사람은 피고인 두 사람이고, 피해자라 주장하는 다섯 사람은 상당히 멀쩡해 보이는데요?”
“…….”
증인은 어쩔 줄 몰라서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증언은 했고, 명백하게 위증이라는 증거가 나왔다.
“제…… 제가 봤을 때는…… 그랬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노형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그걸 본 증인은 바로 그곳을 벗어나려고 했다.
“어…… 증언이 끝났으면 내려가도 될까요?”
그는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듯 굴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노형진은 아직 그를 보내 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딱 한 가지만 확인해 보고요.”
“네.”
“증인, 증인은 직장에 다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그날 왜 현장에 가신 겁니까?”
“아, 친구들하고 술 약속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이 누군가요?”
“그건 사건하고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
뭔가 불안하다는 느낌을 알아채고는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증인.
하지만 노형진은 이미 그에 대해서 다 알아낸 후였다.
“그러고 보니 증인 몸이 상당히 좋습니다? 운동하셨나 봐요. 가령 유도라든가 말이지요.”
“유도?”
“유도?”
“네. 증인은 유도단증이 있지요?”
“그게…… 취미로…….”
“지금 나이가 얼마죠, 증인? 단수는요?”
“스무 살입니다. 유도 3단입니다.”
“박팔관 씨와 동갑이시네요? 그런데 취미로 유도를 한 것치고는 오래 하셨네요, 스무 살에 3단이라니. 저는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도 최소 4년은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고, 보통은 6년 걸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러면…… 대략 열네 살쯤입니다. 중학교 때쯤이네요.”
“…….”
노형진이 다 안다는 생각이 들자 증인의 얼굴은 점점 질려 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열네 살이면 중학교 들어가는 나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그때쯤 체육 쪽으로 방향을 잡기 시작해서 운동하기 시작한다.
‘내가 바보인 줄 아나?’
자신들의 증인은 차지성과 유관민의 친구라는 이유로 그 증언이 효력을 잃었다. 그러나 박팔관의 증인은 서로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효력을 가졌다.
하지만 서로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나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혹시 박팔관과 아는 사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래요?”
딱 잡아떼는 증인.
“저희는 본 적도 없습니다. 전 체대에 가지도 못했고, 고등학교도 서로 다른 학교를 나왔습니다.”
“체대에 가지 못했다는 건 증인이 체대를 목표로 운동했다는 걸 인정하는 거네요? 그런데 박팔관과 다른 학교를 나왔다니, 혹시 박팔관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알고 있는 겁니까?”
아차 싶은 얼굴이 되는 증인.
그러나 이미 판사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서로 모른다고 해서 그 증언의 효력을 인정한 것인데 서로 모르는 사이가 아닌 듯했기 때문이다.
“제…… 말은 그냥 접점이 없었다……는 정도입니다. 고등학교도, 제가 다니면서 그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고요.”
서둘러서 변명하는 증인.
하지만 이미 노형진은 그의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이런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런가요?”
“네.”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묻겠습니다. 증인.”
“네.”
“어디 체육관을 다니셨습니까?”
“네?”
“유도 체육관은 아무래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한 지역에 많아 봐야 두세 개 정도지요. 더군다나 그중에서도 입시 유도를 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체육관은 한정되어 있지요.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증인은 어느 체육관을 다니셨습니까?”
“…….”
학교와 사는 지역은 접점이 없었다고 해도, 체육관은 모든 학교에서 모이는 곳이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입시 명문이라고 하는 곳은 당연히 사람이 더 몰린다.
그래서 노형진은 그 부분을 정확하게 찌른 것인데 증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같은 체육관을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입에 떨어지고 난 후 취업했고, 박팔관은 매경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자신에게 와서 증언해 달라고 한 것이다.
‘쯧쯧.’
노형진은 그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위증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워낙 쌍방을 만만하게 보다 보니 별거 아닌 거라 생각해서 위증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증인이 다니는 공장이 화성에 있지요?”
노형진은 더 이상 끌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마지막 쐐기를 박기로 했다.
“네.”
“그러면 이 장면은 어떻게 해명하실 겁니까?”
“해명?”
“네. 화성에 있는 증인의 회사 앞 카메라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동영상을 재생하자 그 너머에서 퇴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 안에 있는 이 사람, 증인 맞지요?”
“어…….”
“회사 측에 확인해 보니 저녁 10시 50분경에 퇴근했다고 하던데요.”
“…….”
“그런데 사건이 벌어진 시간은 10시 30분경입니다. 증인은 어떻게 퇴근도 하기 전에 현장에 있을 수 있었던 겁니까?”
“그게…….”
얼굴이 사색이 되는 증인.
‘쯧쯧, 세상 만만하게 봤군.’
“하아.”
너무나도 많은 위증 혐의가 나왔기 때문에 판사는 한숨만 쉴 수밖에 없었다.
“증인, 지금 위증한 겁니까?”
“그게…… 전…… 그냥…….”
“증인, 자수하면 정상참작됩니다.”
증인은 울먹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성인이라고 하지만 스무 살밖에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라 세상이 무서운 걸 몰랐던 것이다.
“전 그냥 부탁받았을 뿐입니다. 나중에 거하게 한턱 쏜다고…….”
“누가 말입니까?”
“팔관이, 아니 박팔관에게서…….”
판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쯤 되면 자신이 봐주고 싶어도 봐줄 수가 없게 된다.
“경위, 증인을 위증죄로 체포하세요.”
“판사님! 잘못했습니다!”
그는 아차 하는 마음에 울부짖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후였다.
“박팔관은 위증 교사 혐의로 고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판사는 노형진을 보면서 허탈하게 말했다. 사실상 결론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판결 기일을 선고하겠습니다.”
* * *
박팔관은 당황스러웠다.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을 찾아와서는 합의금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나 그는 도리어 화를 버럭 냈다.
“우리는 이미 벌금을 냈고 모든 사건이 끝났는데 왜 그걸 자꾸 들추는 겁니까?”
‘이거, 완전히 적반하장이구만.’
노형진은 그런 박팔관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만.’
아마도 그는 학교에서 극심한 왕따를 당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박팔관과 그 패거리는 노형진의 예상대로 아예 사람 취급을 못 받고 있었다.
공식 행사, 비공식 행사 어느 쪽도 불러 주지 않았고, 심지어 훈련하기 위해서 가도 누구 하나 그들을 상대해 주지 않았다.
‘젠장.’
그 뒤에 상대방 변호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박팔관은 눈깔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설마 만만하게 본 사건이 이렇게 자신들의 인생을 박살 낼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염병. 그 새끼들을 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
그는 자신이 공부를 못한다는 것에 약간의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한국대 법대에 다니는 녀석들을 보고 자격지심이 폭발해서 시비를 걸었다.
그게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자꾸 들추는 게 아니라 적당히 합의하자고 하는 겁니다. 합의서가 없으면 좋을 게 없을 텐데요?”
“웃기는 소리! 누구 좋으라고!”
위계가 확실한 한국의 체육계에서 자신들의 처지가 되면 제대로 운동하는 건 글러 먹은 셈이다. 졸업이나 제대로 하면 다행이다.
다른 학교로 가고 싶어도 학연과 지연으로 파벌이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 소용 없는 것이 현실.
그런 상황이니 노형진의 말대로 합의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 리 없다.
“그러면 법대로 하고요.”
“흥! 나도 주워들은 게 있다고! 다 끝났어!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라고, 아는가 몰라!”
어디서 주워들은 걸 가지고 다 끝났다고 주장하는 박팔관.
물론 노형진의 입장에서는 재롱만도 못한 개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뭔지는 압니까?”
“뭐?”
“일사부재리의 원칙의 정확한 뜻은 아느냔 말입니다.”
“당연하지. 재판을 다시 못 한다는 거 아냐!”
대부분 이렇게 생각한다, 한번 끝난 재판은 더 이상 안 받아도 된다는.
그런데 이건 반만 아는 것이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서 두 번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이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있는 박팔관에게 천천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당신은 벌금형을 받은 걸 알고 있지요.”
딱 거기까지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는 다른 예외 조항이 있지요.”
“예외 조항?”
예외 조항이라는 말에 움찔하는 박팔관.
“증거를 조작하거나 증언을 조작하여 위계를 통하여 법원의 판결을 받아 낸 경우,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뭐라고?”
“판사가 바보입니까? 국가가 바보예요? 그걸 그냥 둘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만일 그런 논리대로라면 누구든 증거와 증인을 조작해서 일단 판결을 최대한 유리하게 받아 내려고 할 것이다.
그걸 받아 내고 난 후에는 진실이 드러나도 다시는 처벌받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증거를 조작하거나 증언을 조작하면 원칙이 성립되지 않는데,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이지 않습니까? 아니, 해당되는 말이라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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