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44)
박팔관은 움찔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신들은 스스로 옷을 찢고 자해해서 쌍방 폭행으로 꾸민 데다가 증인까지 만들어 내서 상대방이 때렸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직 소식을 못 들었나 본데, 증인으로 나왔던 박팔관 씨 친구분은 위증죄로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뭐…… 뭐라고요?”
아까와 다르게 존댓말로 바뀌는 박팔관.
안 그래도 증언 이후에 다시 연락 준다고 했던 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아서 불안해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위증죄로 법정 구속되었다니?
“그리고 본인들이 했던 자해 행위도 증명되었구요.”
“거짓말!”
“글쎄요. 공원에는 카메라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죠?”
얼굴이 사색이 되는 박팔관.
사실 공원에는 카메라가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해를 하는 장면을 찍은 카메라는 없었다.
‘하지만 이놈이 알 게 뭐야?’
어차피 거기서 자해한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사건이 길어지기 전에 합의하러 온 것이지, 그에게 의뢰받으러 온 건 아니다.
“이제 여러분들에게는 세 가지 죄목이 추가될 겁니다. 일단 첫 번째는, 형법 261조 1항의 처벌 규정에 따라서 처벌받게 될 겁니다.”
“흥, 그딴 벌금 따위,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
한번 벌금이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래 봤자 벌금이나 나올 거라 생각한 건지, 박팔관은 만만하게 비웃으면서 바라봤다.
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상황이 바뀌면서 법률의 적용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쌍방이라면 일반 폭행이지만 이 건은 애석하게도 쌍방이 아닙니다. 그러니 당연히 전에처럼 벌금은 안 나올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단체와 위험물 소지가 걸립니다. 그건 특수 폭행이지요. 단체라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지는 않으실 테고.”
노형진은 어느새 눈빛이 떨리고 있는 박팔관에게 웃으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단 다섯 명이 두 명을 일방적으로 구타했다. 그건 누가 봐도 단체다. 그러니 당연히 처벌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운동하는 분이시니 위험물 소지가 왜 성립되는지는 알 것 같은데요?”
노형진은 그 부분은 역시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게 운동, 특히 격투기를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알고 조심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무슨 뜻이냐면, 격투기 계열을 익힌 사람들 중 일정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자체가 바로 위험물로 취급된다.
특히 유도는 몸 자체를 쓰는 무술이고, 충격 방지 매트 같은 것이 없는 콘크리트 바닥이나 아스팔트 바닥 등에서 메치기 한 번이면 어지간한 흉기로 내리치는 것보다 더 강한 충격을 준다.
‘그리고 아무리 공부를 안 했어도 그 소리를 못 들었을 리 없지.’
스스로가 흉기라는 것을 감독들이 끊임없이 주의를 주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무고죄와 위증 교사까지 하셨으니 빼도 박도 못하실 테고…….”
“헉!”
설마 법의 적용이 그렇게 바뀔 거라 생각하지 못한 박팔관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마 주변에 물어보면 아시겠지만, 폭행 사건은 합의서의 위력이 생각보다 강하지요. 뭐, 안 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민사라는 좋은 제도가 있으니까요. 감옥에 갔다 오셨을 때 뭐가 남을지는 모르겠네요.”
노형진은 웃으면서 설명하고 있었지만 그 미소가 박팔관에게는 마치 악마처럼 보였다.
* * *
“정산 끝났습니다.”
변호사 비용까지 깔끔하게 털어 내고 나자 차지성과 유관민은 통장을 보면서 멍해진 기분이었다.
“깽값 한번 끝내주네요.”
“깽값?”
손채림은 그걸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듣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아, 싸워서 다친 것에 대해서 배상받는 걸 깽값이라고 해. 뭐, 법률 용어는 아니지만 흔하게 쓰는 용어이기는 하지.”
“아, 하긴…… 깽값 한번 끝내주지.”
손채림은 두 사람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특수 폭행에 무고까지 역이는 바람에 그들은 감옥에 가기 싫어서라도 합의해야 했고, 그 결과 1인당 1천만 원씩 합의금을 내야 했다.
그러니 다섯 명이 합쳐서 5천만 원. 피해자인 두 사람이 변호사비를 내고도 대략 4,600만 원이 남은 것이다.
“순순히 내주던가요?”
“안 낼 수가 없지요.”
두 가지 범죄만 해도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위증 교사까지 붙어 있는데, 위증 교사의 경우는 국가에 대한 범죄다.
“만일 세 가지가 엮이면 실형을 피할 수 없거든. 더군다나 그때는 집행유예 같은 건 안 나올 거야.”
“그렇기는 하겠네.”
그나마 특수 폭행과 무고는 합의라도 해서 형량이라도 줄일 수 있다. 만일 그게 안 되면 진짜 그들은 감옥에 갈 수밖에 없다.
“이제 알바는 그만둬도 되겠네요.”
차지성과 유관민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안 그래도 등록금 때문에 알바를 하면서 공부하느라고 고생이 심했다.
이 정도면 졸업할 때까지는 아니더라도 당분간은 알바를 하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그냥 공돈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나중에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갚아야 할 돈입니다.”
“그런가요?”
“배워서 남 주냐는 말이 있지요. 그런데 법은 남을 주기 위해서 배워야 합니다. 억울한 사람들을 돕고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변호사가 아니라 판사나 검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생각은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노형진은 후배 법조인이 될 그들에게 그렇게 말했고, 두 사람은 그 말을 곱씹으면서 돌아갔다.
“이제 사건 하나 끝났네.”
“그런데 진짜 네가 말한 대로 해결되었네?”
“뭐가 말이야?”
“애초에 실익이 없어서 보통은 항고 안 한다면서?”
“그러니까 방법을 찾는 게 우리 일이지.”
길을 찾고 그곳으로 그들을 인도하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다. 그래서 의뢰인을 구하는 것이 사명이다.
“그나저나 그들은 어떻게 될까?”
“가해자들?”
“그래.”
“뭐, 운동은 글렀다고 봐야지.”
그들은 배신자로 찍혀 있고 그러면 운동계에서는 버틸 수가 없다. 파벌 위주인 한국의 운동계에서 찍혀 버린 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초에 출전 자격 자체도 주지 않을 테니까.”
“약간은 불쌍한데?”
그들의 미래가 몰락했다는 생각에 손채림은 약간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불쌍할 거 없어. 운동을 못 한다는 게 굶어 죽는다는 건 아니야.”
“그런가?”
“그래. 그리고 그런 녀석들이 나중에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게 국가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아니. 도리어 그런 녀석들이 따오는 금메달이라면 내가 사양하겠어.”
“운동의 기본은 페어플레이야, 조작과 위증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는 녀석에게는 페어플레이의 정신이 필요한 운동은 의미가 없지.”
실제로 그들은 이 사건 이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국 학교를 그만둔다. 그리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 한국에 그들을 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은 많으니까.”
그리고 그들의 페어플레이 정신이 도리어 나라를 빛내리라는 것을 노형진은 믿고 있었다.
>5장. 술 먹으면 개>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노형진 앞에서 분노해서 날뛰는 사람은 다름 아닌 피해자의 가족들이었다.
“자, 진정들 하세요.”
노형진은 피해자의 가족들을 진정시키면서 계속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려고 했다.
“이렇게 흥분할수록 저희한테 의뢰가 늦어지고, 의뢰가 늦어질수록 저희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후우, 후우.”
남자는 애써 심호흡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진정하세요.”
오랜만에 노형진에게 배당된 사건이었다. 당연히 노형진이 인정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도대체 왜 검찰이나 판사는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겁니까?”
“억울한 부분은 저희도 잘 압니다. 하지만 형사에서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그다지 없습니다.”
“그러면 여기까지 온 게 의미가 없단 말입니까?”
“그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만족할 만한 처벌이 나오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아니, 사람 인생을 그렇게 망가트리고 처벌을 안 받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습니까!”
“압니다.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흥분만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까요. 그러니까 진정하시고 천천히 말을 하세요.”
남자는 애써 심호흡을 했다.
“여기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하고 진정하세요.”
함께 사건을 듣고 있던 손채림이 냉수를 가지고 오자 그걸 받아 든 남자는 속에서 열불이 나는 건지 멈추지 않고 한 번에 쭈욱 들이켰다. 그리고 숨을 잠시 참았다가 ‘하아.’ 하는 소리와 함께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죄송합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기가 막혀서요.”
“저도 이해합니다.”
노형진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솔직히 우리나라 법, 아니 재판부의 가장 큰 문제이기는 하지요.”
“아니, 피해자들에게 관심이나 있는 건지…….”
‘있을 리 없지.’
노형진은 안타깝게 생각했다.
애석하게도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는 철저하게 피해자를 배제한다.
물론 복수가 좋은 것은 아니다. 현행법에서도 복수는 불법이다.
그렇다면 사법부가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처벌해야 하는데, 이런 사건은 사법부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 중 하나였다.
“도대체 그 정도 폭행에 집유가 나오는 이유가 뭡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
“그게 한국이지요.”
손채림도 사실을 아는지 씁쓸하게 말했다.
“솔직히 방법이 없어서 오기는 했지만,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할 수가 있을는지.”
한참 마음을 가다듬은 남자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한준식 씨의 마음은 압니다. 솔직히 우리 변호사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네요. 잘못된 부분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들이 바로 변호사니까요.”
“큭.”
“아, 물론 우리가 쓴다는 건 아닙니다.”
노형진은 다시 발끈하려는 그를 진정시켰다.
“죄송합니다. 요즘은 너무 화가 나서 속에서 울화통이 터집니다.”
“이해합니다. 아내분은 어떠신가요?”
“자살 시도를 두 번이나 해서 병원에 가 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검사한테 읍소해서 항고하기는 했지만…….”
‘2심에 간다고 해서 바뀔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노형진은 힐끗 사건을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거참, 이것도 골치 아픈 문제야.’
애초에 노형진에게 배당된 순간부터 쉬운 사건은 아닐 거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골치 아픈 문제이기도 하다.
‘법이 잘못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걸 고칠 생각을 안 하니.’
한준식은 신혼이고, 몇 달 전 결혼했다. 그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아내가 전에 다니던 회사의 과장이라는 인간이 찾아와서는 혼자 있는 아내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했고, 그로 인해서 아내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임신 3개월이던 아내는 유산까지 했고 그건 신혼부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그런데 처벌은 집행유예라…….’
징역 2년, 집행유예 1년.
물론 엄밀하게 말하면 징역 2년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으니 처벌이 맞기는 하다. 문제는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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