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5)
“미래? 고 팀장, 뭔가 정보가 있는 건가?”
“네, 이쪽 일이라는 게 뭐, 소문으로 움직이기는 합니다만 한 가지 재미있는 소문이 있더군요.”
“소문?”
“현 회장이자 그 당시 차남이었던 이충성의 별명이 유부녀 킬러였답니다.”
“유부녀 킬러?”
“네, 가정을 숱하게 파탄 냈다고 하죠.”
“뭐, 그딴…….”
“자기가 승리자라는 일종의 시위였죠. 특히 후계자로 결정되고 난 후 집중되었는데.”
이충성이 성격은 안 좋을지언정 능력 자체는 좋았기 때문에 형제들을 제치고 후계자가 되어 회장의 자리에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승리를 자랑하기 위해 유부녀를 꼬셔서 잠자리를 끌어들이는 일이 많았기에 주변에서 심각하게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 최측근의 아내에게까지 그러는 바람에 하마터면 후계자 자리에서 쫓겨날 뻔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에 잠잠해지기는 했습니다만…….”
“흠…….”
그렇다면 확실히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잣집 도련님들이 여자들을 침대로 끌어들이는 것이나 여자를 전리품 취급하는 거야 그들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대상이 유부녀라는 것.
“사실 다른 남자들이 철저하게 주의하는데 반해서 이충성은 좀…… 난잡했지요. 기록에 따르면 막대한 배상금을 준 기록도 있고 낙태를 했다는 소문도 많고.”
“낙태?”
“네, 아무래도 골치 아픈 문제가 많으니까요.”
“그렇겠지.”
여자를 침대로 끌어들이는 걸 좋아하는 부자들이라고 하지만 실상 여자가 임신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관리한다. 임신하는 순간, 막대한 배상금을 줘야 할 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아 버리면 쓸데없는 유산 전쟁이 발발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근데 이충성은…… 승리자는 사방에 씨앗을 뿌려야 한다는 헛소리를 하면서 사고를 너무 많이 쳐서 말이지요.”
“후계자 자리를 유지한 게 신기한 인간이구만.”
“형제들이 너무 무능했습니다. 그게 문제였죠.”
다른 형제들은 착실하게 공부하고 좋은 대학을 나왔다. 문제는 너무 시키는 대로 한 덕분에 좋은 직원은 될지언정 좋은 리더가 될 수 없었다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나서서 사고를 치고 다닌 덕분에 이충성은 리더십을 키운 것이다.
“미래라니……. 이거 부담스러운데…….”
미래면 성화과 대룡을 합친 것보다 총자산이 훨씬 큰 기업이다. 특히 전 세계의 반도체 쪽은 꽉 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추정일 뿐이죠.”
“그게 문제군.”
소송을 거는 거야 쉽다. 하지만 소송을 걸고 나서 돌아오는 반응이 문제다. 진짜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을 걸어 봐야 싸움에 미래를 끼어들게 하는 꼴밖에 안 된다.
아니, 확실한 상황에서 끼어들게 해도 결국은 미래와 싸워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어쩔까…….”
노형진은 미래라는 이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은…… 지연이와 미연이가 미래의 핏줄인지 알아내야지요. 그래야 뭘 하든 할 수 있습니다.”
“음…….”
미래의 핏줄이라면 어쩌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미래?”
“그렇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끄응…… 미래라니.”
미래라는 말에 신음성을 흘리는 유민택.
“이제야 기억나는군. 미래의 이충성 그 녀석이 아내…… 아니, 그년한테 좀 집적거렸지.”
“그런가요?”
“그래…… 아무래도 나와는 나이 차가 있으니까.”
유민택의 첫 번째 아내가 불운하게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해서 두 번째로 결혼한 상대가 바로 김화자였다. 그렇다 보니 유민택이 30대 후반에, 김화자는 20대 중반이었다. 그리고 이충성은 그때 30대 초반이었고 말이다.
“그래서 한번 대판 싸운 적도 있다네. 이혼 이야기까지 나오자 잠잠해지기에 반성한 줄 알았지.”
“아닐 겁니다. 임신하고 나니 혹시라도 회장님이 의심할 가능성을 줄이고 싶었던 거겠죠.”
“젠장!”
그렇게 오래전부터 자신에 대해 철저하게 거짓말한 그녀가 생각나는지 이를 뿌드득 가는 유민택.
“어쩔 건가?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미래는 부담스럽네.”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노형진은 생각이 많아졌다.
‘미래는 회귀 전에도 강했지. 지금이야 서로 내부 싸움 중이라 우리가 나선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반격하지는 않겠지만 나중에는 어떤 식으로든 보복하려고 할 텐데 말이지. 쉽지 않군. 간단하게 가려면……. 대룡을 키워야 하는데…….’
“무슨 생각 중인가?”
“아닙니다. 해결책을 생각하는 중입니다.”
“해결책이 있기는 한 건가?”
“일단은 유상호가 누구의 아이인지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는 건데…….”
“그년을 만나 볼 건가?”
“그래 볼까 합니다.”
“만나 줄까?”
“회장님이 자리를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내가?”
얼굴을 찌푸리는 유민택. 아무리 그래도 김화자를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니요, 자리를 주선해 달라는 게 아니라 회장님이 핑계를 만들어 달라는 거죠.”
“핑계라…….”
“네.”
“어떤 핑계 말인가?”
“손해배상은 어떨까요?”
노형진은 결심을 굳히고는 서류를 꺼내 들었다.
“손해배상으로 자리를 만들어 내면 제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손해배상. 말 그래도 손해가 발생했을 때 그에 관하여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유민택은 아직 그녀에게 손해배상을 하지 않았다. 용서한 게 아니라 이름도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형진의 부탁으로 손해배상을 결심했고 노형진은 그 대리인 자격으로 김화자를 찾아갔다.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반갑다고는 못 하겠네요.”
표독스럽게 자신을 노려보는 김화자를 보면서 노형진은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날 아는군.’
하긴, 알 수밖에 없다. 뒤에서 조종한 것까지는 몰라도 그때 미친놈처럼 뛰어서 성화의 직원들을 몽땅 구속시킨 인물인 건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이번엔 협상하러 왔습니다.”
“협상은 없습니다. 끝까지 가죠.”
“진짜로 그러실 생각입니까?”
“어차피 소송하나 안 하나 그쪽과 우리 쪽은 함께 가지 못한다는 거, 자네도 잘 알 텐데?”
아예 반말로 대꾸하는 김화자.
“그래도 이건 전혀 다른 문제라서요. 어찌 되었건 김화자 님께서 바람을 피우신 건 사실이고.”
“웃기는 소리.”
“그럼 그 아이는 어디서 태어난 겁니까?”
“유전자 검사가 잘못된 거야.”
“세 번이나 했습니다만?”
“시끄럽군. 그쪽과 합의할 생각이 없으니 나가도록.”
노형진에게 떨어지는 축객령.
‘이런, 이런.’
적대적일 거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렇게 대놓고 말하지 않으려 할 줄은 몰랐다.
‘이래서는 누군지 알아볼 틈도 없잖아?’
김화자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지 바로 인터폰을 눌러서 비서를 불렀다.
“비서관, 이 인간 끌어내.”
“네, 사장님.”
안으로 들어오는 비서관.
노형진은 벌떡 일어났다.
‘이렇게 되면 별수 없다.’
천천히 알아보는 게 아니라면 대놓고 찔러 보는 수밖에.
“김화자 사장님.”
“뭐야! 놔! 이게 무슨 짓이야!”
다짜고짜 노형진이 팔을 잡자 화를 버럭 내는 김화자. 그런 노형진을 끌어내기 위해서 남은 한쪽 팔을 끌어당기는 비서들. 노형진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그럼 유상호, 아니 상호의 진짜 아버지는 누굽니까?”
“뭐라고?”
“김화자 사장님이 바람을 피운 상대는 누구냐고 묻는 겁니다.”
“뭐? 이런 개 같은 새끼가!”
짝!
엄청난 속력으로 날아오는 따귀에 팍 돌아가는 고개.
“이 미친 자식을 봤나? 야, 밟아!”
비서관도 날카로운 질문에 화가 났는지 그대로 노형진을 쓰러트리고는 미친 듯이 밟기 시작했다.
“으아악!”
십여 명에게 두들겨 맞으면서 노형진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끄응…….”
“미친 거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면…….”
“하하하.”
결국 병원 응급실로 실려 온 노형진이었다. 성화의 비서관은 ‘깽 값’이나 하라면서 100만 원짜리 수표 여섯 장을 놓고 갔다. 애초에 반성할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뭐,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하니 마음이 다급해져서 말이지요.”
“끄응.”
송정한은 안타깝다는 듯 신음성을 흘렸다.
“그래서 누군지 알아낼 방법이 없던가?”
“솔직히 말하면…… 제대로 대화도 못 해서요.”
“대화도 못 했다? 그럼 방법이 없군.”
“네…… 그리고…… 이게 더 큰 문제인 것 같은데…… 보니까 김화자도 애아버지를 모르는 눈치입니다.”
“뭐?”
순간 멍해지는 송정한.
“김화자도 애아버지를 누군지 모른다는 거야? 도대체 몇 놈이나 되는 사내새끼들하고 붙어먹었기에?”
“그건 모르겠습니다……. 긴가민가하는 눈치더군요.”
“왜?”
“그게 말이죠……. 하아…… 그냥…… 눈치가 그랬습니다.”
“끄응, 그럼 처음부터 다시인가?”
“뭐, 가능성을 따라가야지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노형진은 속으로는 말할 수 없는 어떤 사실로 인해 어이가 없는 상태였다.
‘그 여자, 미친 거 아냐?’
그가 송정한에게 말한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애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건 사실이지만 미래의 핏줄인 건 확실했다. 문제는 그 미래의 핏줄에 대한 기억 중에 다른 사람인 이경만에 대한 것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충성과 이경만의 관계다. ‘충’ 자는 이충성의 형제의 돌림자다. 그리고 ‘경’ 자는 이충성의 아버지 형제의 돌림자다. 즉, 이경만은 이충성의 아버지라는 뜻이 된다.
‘미친년이구만.’
동일한 시점에 김화자는 아버지인 이경만 그리고 아들인 이충성과 놀아났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두 사람은 모르는 모양이지만.
‘돌겠네, 진짜. 자기가 무슨 초선이야?’
초선은 삼국지에서 여포와 그 양아버지인 동탁의 사이를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서 이간질했다. 그런데 최소한 그 둘은 양아들과 양아버지 사이이기라도 하지, 이경만과 이충성은 부자 관계가 아닌가?
‘일이 점점 막장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노형진은 진심으로 발을 빼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거 이거…… 장난 아니게 되는데…….”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유상호가 누구의 아들이냐에 따라서 상황이 극단적으로 바뀌게 된다.
유상호가 현 회장인 이충성의 아들이라면 지연과 미연은 이경만을 기준으로 증손녀가 된다. 그리고 증손녀라면 아직은 전면에 나서는 시점이 아니거니와 그 세대의 숫자도 많아서 아주 큰 문제까지는 아니게 된다.
하지만 이충성이 아닌 이경만의 아들이라면 자매는 이경만의 손녀가 되는 셈인데, 미래 그룹의 현재 경영 1선으로 점점 나서는 것이 바로 그 손자 세대다.
즉, 재산 분쟁의 한복판에 던져지는 셈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당연히 그 재산상의 분배 금액은 터무니없이 높아진다.
“이걸 말할 수도 없고…….”
말하면 미래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묻어 버리려고 할 것이다. 재산도 재산이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여자와 놀아났다는 그 추문을 감당할 수는 없으니까.
“그 여자도 미친년이지, 진짜.”
김화자는 성화에서 자신의 지분이 제일 작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충성을 꼬셨다.
그러다가 난데없이 정략결혼으로 유민택과 결혼하게 된 것이다. 결혼했으면 이충성과의 관계는 끊어야 하는데 유부녀 킬러인 이충성은 더욱더 끊임없이 손을 뻗었고 그녀 역시 그걸 끊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이경만까지 그녀에게 흑심을 보이자 돈 욕심에 모른 척 넘어가 준 것이다. 혹시나 유산이라도 남겨 줄까 해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한 여자의 욕심 때문에 성화와 미래 그리고 대룡은 뭐라고 할 수가 없는 묘한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걸 가지고 가면 일이 커질 텐데.”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일단은 확실한 증거를 모아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노형진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미래에서 반박하지 못할 정도로 확실한 증거. 그래야 반발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
‘그럴 만한 증거를 가진 사람…….’
문제는 그 증거를 가지고 있을 만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걸 잘 아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진짜입니까?”
“네.”
“끄응…….”
고문학은 생각지도 못한 정보에 솔직히 당황했다.
고문학은 원래 정보 쪽에 있는 사람이었고 노형진도 그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새론으로 영입한 인물이었다. 정보 분야에 몸담은 사람답게 무척이나 입이 무거워서 이런 일을 맡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네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을 사람이 있다 한들…….”
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이런 문제라면 다들 철저하게 비밀을 지키기 마련이다.
“그런데 김화자는 도대체 왜 그런 겁니까?”
“머리는 나쁜데 돈 욕심은 난 거죠.”
“하긴…… 재벌 3세 이상을 넘어가면 그게 심각한 문제죠.”
누리기만 했지, 스스로 뭔가를 해 본 적이 없다. 물론 재력에 기대어 뭔가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싸움 대상이 동종 업계 사람이라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라고 하지, 쓰는 법을 몰라서.’
한국 부자들은 돈을 제대로 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 덕분에 다음 세대가 되면 기업이 흔들리는 것이다.
“가지고 있을 만한 사람이 정말 없나요?”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을 만한 사람이라…….”
고문학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는 한참 생각하다가 뭔가 기억난 듯 갑자기 일어나서 철로 된 캐비닛을 뒤적거렸다.
“어쩌면 이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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