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59)
* * *
“의외인데?”
“뭐가?”
“아니, 저렇게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영화에서 보면 의리니 어쩌니 하면서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지고 빵에 가겠다고 말하고 그러잖아?”
손채림은 가게에서 나오는 영상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듯 노형진에게 말했다.
가게에 들어갔던 녀석들이 누더기가 되어서 나왔다. 서로 주먹질을 하면서 싸웠다는 뜻이다.
“아, 그거?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자연스러운 현상?”
“그래, 수명이 다한 거지.”
“수명이라니?”
“의리라는 것은 결국은 돈과 관련된 문제거든.”
조폭들이 의리를 따질 때는 그저 돈이 될 때뿐이다. 철모르는 애들이나 의리를 믿지, 그들의 의리는 의리도 아니다.
“일단 사건 자체가 다른 것과 규모가 많이 다르잖아. 마약이 끼었거든.”
한국의 법이 약한 편이긴 하지만 마약이 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론 그렇다곤 해도 외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약하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넘는 처벌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최소 5년은 살고 나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최소 5년간 조직이 지탱되느냐는 거야.”
더군다나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다. 아마도 사건이 진행되면 자신들이 찾아내지 못한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될 게 뻔한데, 그렇게 되면 피해자는 분명히 이백 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영화에서처럼 가족을 부탁하고 감옥에 들어가는 건 저들 조직에는 불가능한 상황이거든.”
그런 행동이 가능하려면 일단 조직이 기업화되어 가족을 맡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 한다.
하지만 저들은 그냥 토착 폭력 조직이지, 기업화된 조직은 아니다. 그리고 기업화시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걸렸다고 의심되는 상황에서 기업화로 전환될 리 없다.
“그리고 단순 폭행도 아니고 이런 대규모 사건의 경우라면 그 책임을 질 만한 직급의 사람이 가야 해. 문제는 김치파의 조직원들이 고작 스무 명이라는 거지.”
“중간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겠네?”
“그렇지. 업소 네 곳에서 동시에 마약을 이용한 범죄 행위가 벌어졌는데, 그게 고작 중간에 있는 행동대장쯤 되는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수백 명씩 인원이 되는 과거의 조직들이었다면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들에게는 불가능하다.
고작 스무 명밖에 되지 않는 조직이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유지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한 그 시간 동안 가족들을 챙겨 줄 여력도 되지 않는다.
‘가족들과 어차피 담을 쌓은 녀석들이라는 점은 빼고서라도 말이지.’
“성장할 수도 있잖아?”
확실히 성장하면서 지원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소리일 뿐이다.
“그렇지. 이번 사태를 벗어나고 나면 성장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때는 다른 녀석이 있겠지.”
한 명이 책임지고 감옥에 가면 과연 그 자리를 비워 둘까?
그럴 리 없다.
“성장했다고 쳐. 그러면 그때 있는 놈은 5년 만에 감옥에서 나와서 선배라고 거들먹거리는 놈을 인정할 것 같아?”
“안 하겠구나.”
“그렇지. 안 하지.”
규율이 완성된 조직에서도 그게 쉬운 게 아니라서 자기들끼리 세력 싸움을 하는 게 현실이다.
감옥에 간 놈은 자신을 개국공신쯤으로 생각할 테지만, 그 후에 들어온 놈은 그 녀석을 굴러들어 온 돌로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완성이 안 된 조직이 과연 받아 줄까?”
당연히 받아 줄 리 없다.
“결국 누군가는 그 독박을 쓰고 가야 한다는 거지. 자기 혼자 책임지고 말이야.”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감시 마이크가 설치된 안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누가 갈지는 아직 결정이 안 되었지만 말이야.”
누구도 가고 싶지 않을 것이 뻔했다.
>3장. 알카포네도 실수했다>
“이런 조또…….”
조강필은 매일매일 똥줄이 탄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고 있었다.
소장과 상대방이 들고 있는 증거는 자신의 인생을 확실하게 망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걸 가지고 온갖 변호사들에게 찾아가 봤지만 그 누구도 이걸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기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씨발…….”
“왜 그래?”
“몰라서 물어요?”
조강필은 자신과 같은 처지인 김동성이 묻자 화를 버럭 냈다.
“형님은 화도 안 납니까?”
“화가 나지. 하지만 큰형님께서 해결해 준다잖아.”
“지금 그 말을 믿어요?”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하란 말인가? 이미 증거는 상대방에게 간 지 오래다. 당장 경찰이 수사를 안 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민사에서는 자신이 벗어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무려 2억 3천입니다. 2억 3천. 제가 무슨 돈이 있다고…….”
“그거, 형님 앞에서는 푼돈이잖아.”
‘개소리하지 말라고 해요.’
자신들이 조폭이니 어쩌니 하면서 모가지에 힘주고 거들먹거리면서 다니기는 하지만 1인당 수억씩 주는 집단이 아니다.
사실 이렇게 영업해서 돈을 번다고 해서 자기네들이 다 먹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일단 건물을 빌렸으니 그 돈도 나가야 하고 자기들을 보살펴 주는 사람들에게 인사 겸 뇌물도 바쳐야 한다. 거기에다 위에서도 챙길 만큼 챙겨야 하니 그러고 나서 남은 게 내려오는 게 현실이다.
‘뭐, 껌값? 지랄한다.’
그게 껌값이면 이미 해결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형님이라는 작자는 조만간 해결한다면서 도무지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씨발…… 씨발…….’
“걱정하지 마. 설마 형님이 우릴 버리겠냐?”
김동성은 그런 그를 보면서 어깨를 다독거렸다.
“얀마, 우리 형님 알잖아? 덕배 형님이 의리 빼면 시체야, 시체.”
“그거야 알지만…….”
조폭들에게 제일 중요한 게 의리라는 것은 조강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아지면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것이 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형님이 알아서 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김동성은 어깨를 다독거리면서 웃고 있었고 조강필은 어쩐지 그게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안 도와줄 겁니다.”
노형진은 조강필을 보면서 확실하게 못을 박아 줬다.
“네놈이 우리 형님을 어떻게 보고!”
“조폭으로 보고 있지요. 그리고 조강필 씨도 이 바닥에서 5년이나 굴러먹었으면 충분히 사정을 알 텐데요?”
“뭐라고?”
“자, 자, 두 분 다 진정하세요. 오늘은 조정하러 온 거지,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
재판이 진행되고 난 후에도 여전히 조정은 진행되고 있었다. 사실 재판에 들어가면 일단 조정부터 시키려고 하는 게 대한민국 법원이다. 그러니 조정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결렬된 거지만.’
노형진이 조강필을 가장 늦게 고소를 넣은 이유가 있다. 자신이 노리는 것은 단순히 돈을 돌려받는 수준이 아니라 그 뒤를 청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기본 규칙은 가장 많은 손해를 입는 사람을 자극하는 거지.’
만일 그게 비슷하다면 자신이 가장 많은 손해를 입을 거라는 느낌만 만들게 하면 된다. 이런 범죄 조직이 의리를 중시하는 이유는 그 내부에서 한 명만 입을 열면 몰락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모든 책임은 누가 질 것 같습니까? 당신의 형님이라는 그 사람? 아니면 함께 고소당한 사람들?”
“우리 형님들은 날 안 버려!”
“그래요?”
피식하고 비웃음을 날리는 노형진.
그는 조강필에게 차근차근 그가 가장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 드릴까요? 함께 고소당한 분은 두 분이 더 계십니다. 아시죠?”
“…….”
당연히 안다. 자신과 함께 고소당한 두 사람이 더 있다.
“그런데 그분들은 빠져나갈 구멍이 있거든요.”
“뭐?”
“일단 삐끼를 하던 분을 생각해 볼까요? 그분은 말 그대로 손님을 데려다주는 역할만 했습니다. 그 후에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지요. 문제는 법적으로는 마약이 투약된 시점이 그 후라는 겁니다. 즉, 본인은 일당을 받고 일한 것이다, 난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같은 식으로 변명이 가능합니다. 다른 한 분은 그렇게 약을 취한 피해자들을 모텔로 데려다준 역할을 했지요. 그런데 그가 약을 주사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도 우기기에 따라서는 그냥 손님이 술에 취해서 모텔로 데려다준 거지, 마약 하는 줄은 몰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에게는 뭐가 있지요?”
“뭐?”
“당신은 피해자들의 카드를 들고 은행들을 돌아다니면서 수차례 돈을 꺼냈습니다. 당신 나름대로 방어한다고 헬멧을 쓰기는 했지만 도리어 그 헬멧이 특징이 되어 버릴 줄은 몰랐겠지요. 거기에다가 당신이 쓴 그 카드에 당신 지문까지 남아 있습니다. 카드에서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당신은 어쩔 수 없이 그 피해자들에게 가까이 가야 합니다.”
“내가 한 게 아니라고!”
“그래요? 그럼 다른 누가 했나요?”
“그거야…….”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무는 조강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건 형님과 조직들을 팔아먹는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모른다니까.”
“그래요. 모르겠지요. 하지만 저쪽은 잘 알 것 같은데요.”
“뭐라고?”
“당신이 그 사람들에게서 마약을 주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비밀번호를 알았다고 하겠습니까? 그리고 말입니다, 그 후에 당신이 직접 통장을 들고 다니면서 돈을 꺼냈잖아요. 안 그런가요?”
“그거야…….”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노형진의 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서 카드를 받아서 지문을 조사했는데 그의 지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사건의 주범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데요.”
“난 아니라니까!”
“그러면 그 비밀번호는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거야…….”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는 조강필.
“뭐, 생각해 보세요. 오늘 조정은 여기서 끝내는 게 좋겠네요.”
노형진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스윽 그를 바라보면서 말하는 노형진.
“아마 당신에게 책임지라는 말이 나올 겁니다. 그 후에 어떤 선택을 하든 당신은 버려질 테고요. 아마 당신은 조만간 날 찾아오게 될 겁니다. 후후후.”
노형진의 그 말 한마디가 조강필에게 묵직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 * *
“확신해?”
“그럼.”
노형진은 조강필이 결국은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나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배신 안 할 수도 있잖아?”
“안 할 수는 없지. 조강필의 신분은 애매하거든.”
“애매하다?”
“그래, 조강필은 폭력 조직에서 5년을 버텼어. 문제는 아직도 막내 수준이라는 거지.”
지역 폭력 조직은 그다지 조직원을 많이 모으려고 하지 않는다. 조직원을 모으는 거야 쉽다. 학교에 가서 일진이라는 녀석들을 자극하면 조직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조강필도 그런 과정으로 들어온 놈이고.”
“그런데?”
“조직원이 많아지는 게 결코 좋은 건 아니야.”
조직원이 많아지면 경찰의 관심도 많아지고 수익이 많이 발생하지만, 그만큼 그 조직원들에게 나눠 줘야 하는 분배금도 많아진다.
“지금 약 타서 받아 간 돈이 많은 것 같지? 아니야.”
당장 김치파의 조직원은 스무 명이다. 그리고 조폭으로서의 소위 말하는 가오라는 것을 잡으려면 못해도 한 명당 200만 원은 줘야 한다.
“그러면 한 달에 4천이라는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