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60)
거기에다 자신들을 모른 척하는 뇌물과 임대료 그리고 윗선에서 가지고 가는 돈까지 생각하면 적지 매달 고정금은 적지 않다.
“에? 임대료는 주지 않을 수도 있잖아?”
폭력 조직이 순순히 임대료를 주려고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리야. 그 건물 주인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시의원이야.”
“아!”
시의원이면 국회의원과 대화할 수 있는 계급인데, 국회의원이 경찰에 한마디만 하면 말 그대로 탈탈 털어 낼 수 있다.
“그래서 돈은 안 줄 수는 없지. 어찌 되었건 중요한 건 그가 막내로서 오래 있었다는 거지.”
오랫동안 막내 노릇을 하면서 쌓인 불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가뜩이나 자신에게만 가해지는 압력.
“거기에다가 이런 경우 폭력 조직의 행동 패턴은 뻔하거든.”
“뻔하다고?”
“그래, 왜 돈을 걷어 오는 작업을 막내한테 시킨다고 생각해?”
“응?”
생각해 보니 그렇다. 돈을 걷어 온다는 것은 결국 직접 돈을 만진다는 소리다. 이는 즉, 일반적으로 믿을 만한 녀석이 아니면 빼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왜 그러는데?”
“내 돈이 아니니까.”
“아!”
돈을 가지고 오라고 할 때 몇십만 원 빼돌려도 상관없다. 하지만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그 혼자뿐이다.
“그러면 과연 조직에서는 뭐라고 할까?”
* * *
“네가 한번 갔다 와라.”
“네?”
조강필은 멍해진 얼굴로 김덕배를 바라보았다.
“네, 형님?”
“네가 책임지고 한 3년만 살다 와라. 내가 변호사 붙여 줄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님?”
조강필을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애써 말했다. 하지만 김덕배의 말은 확실했다.
“네가 한번 책임지고 들어갔다 와라.”
“형님?”
“짭새들이랑 이야기 다 끝났다. 3년 안에 끝나게 해 준단다.”
‘뭐라고?’
짭새들이랑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이 다 진행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자신이 뭐라고 하든 자신을 보내겠다는 뜻이고.
‘니미 씨발.’
단순히 보내는 게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그 후까지 여기가 있을까?
‘있을 리 없잖아?’
당장 손님을 끌고 오면 귀신같이 데려가서 소송을 걸게 만들기 때문에 손님도 못 끌고 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반 영업이라도 해 보려고 하는데, 애초에 자리 자체가 그런 목적으로 얻은 자리가 아니라서 말 그대로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가 그때까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너, 나 알지? 내가 모든 걸 책임져 줄게.”
‘좆 까고 있네.’
자신을 믿으라면서 가슴을 탕탕 치는 김덕배. 그러나 그가 자신을 버리려고 한다는 것은 조강필은 알고 있었다.
‘내가 그 꼴을 한두 번 본 줄 아나?’
이런 건 보통은 그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큰 조직에서 하지, 고작 스무 명짜리 작은 조직에서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설사 해 준다고 해도 자신을 책임져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조강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가족은 내가 책임질게.”
“…….”
가족까지 운운하는 그를 보면서 자신을 압박하는 김덕배를 보면서 조강필은 구역질이 났다.
자신은 집을 가출해서 벌써 5년째 이 바닥에서 굴러먹었기에 가족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가족을 책임진다?
‘이 새끼가 증말.’
그들이 죽든 말든 자신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형님, 하지만 다른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드러난 게 너뿐이지 않느냐?”
“네?”
“한 명은 그냥 데리고 온 것뿐이고, 한 명은 술 취한 사람을 그냥 데려다준 것뿐이잖아.”
‘큭.’
노형진이 말했던 대로 대꾸하는 보스를 보면서 조강필은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서, 저보고 3년만 살다 나오라고요?”
“그래.”
“그러면 민사는요?”
“걱정하지 마. 내가 먹여 살릴게. 네가 거지인데 그 새끼들이 뭘 어쩌겠어?”
확실히 민사는 상대방이 아무것도 없으면 받아 낼 방법이 없다. 그러니 조강필을 김덕배가 먹여 살린다면 받아 낼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의미가 있었다.
‘딱 먹여만 살리겠지.’
조강필은 김덕배를 보면서 속으로 이를 갈았다. 확실히 먹여는 살려 줄지도 모른다. 문제는 딱 먹여 주고 재워 줄 것이라는 것이다. 유흥이나 노후 따위는 챙겨 줄 리 없다.
애초에 그 정도로 조직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쯤은 5년간 굴러먹은 조강필도 알고 있다. 그 정도 되려면 규모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의 규모로 키우려고 하면 경찰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구라고 하는 조직들은 정치권에까지 선이 닿아 있는데 김덕배는 그럴 만한 위인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잠깐 생각 좀 해 보겠습니다.”
“가능하면 빨리 생각해. 출두일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뭐라고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출두일까지 정해졌다는 말에 조강필은 입을 쩍 벌렸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형님?”
“말 그대로다. 그냥 시간만 끌어 봐야 좋을 게 없잖아?”
“이…….”
“내가 방 정리할 시간은 뒀으니 걱정하지 말고.”
조강필은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이미 늦었다는 것을 느꼈다.
* * *
‘이런 씨발 놈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들.
하지만 과거에 동료를 보는 그 눈빛이 아니었다. 자신을 감시하는 그 눈빛.
‘빌어먹을.’
저들은 자신이 도망갈까 봐 감시하는 것이 확실했다. 자신의 자취방 앞에도 들어갈 때면 한 명이 지키고 있다. 창문 쪽에도 다른 사람이 있는 게 확인되었으니 도망갈 길이 없는 것이다.
‘개자식들.’
물론 이해는 한다. 일이 커지기 전에 자수하는 형태로 일을 끝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에게 조사가 들어오지 않는다.
형사 고소는 들어갔지만 그동안 관리해 온 경찰들이 필사적으로 사건을 묻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희생양 하나만 투입하면 모든 것은 없는 일이 된다.
‘하지만 난…….’
저들은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인생은 박살 난다는 걸 아는 그로서는 절대로 그냥 그들 말대로 끌려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도망가는 게 문제가 아니다. 말로는 좋게 부탁한다고 했지만 사실 자신이 자수하지 않으면 보복이 들어올 게 뻔하다. 그 보복은 최소한 병신이 되는 것일 게다. 최악의 경우 죽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난…….’
그렇게 죽고 싶지 않은 조강필은 가슴이 답답했다.
그런 그에게 하늘에서 내린 기회가 온 것은 며칠 후였다.
“이건?”
법원에서 나온 명령문. 두 번째 조정 기일이 잡혔으니 출석하라는 말이었다. 그러자 조강필의 눈이 반짝거리면서 빛나기 시작했다.
* * *
“3년요?”
노형진은 ‘풋.’ 하고 웃었다. 조정 직전에 노형진을 만난 그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조폭들이 자신을 감시한다고 해도 법원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니까.
그리고 노형진은 그에게 느긋하게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었다.
“고작 그거밖에 안 나올 거라 생각합니까?”
“고작?”
“7년은 나옵니다, 최소한.”
“뭐라고요? 난 그렇게 많이 안 해 먹었는데…….”
“그거야 당신 입장이죠. 그런데 자수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십니까?”
“제가 모든 죄를 뒤집어쓴다는 거겠지요.”
“네, 모든 죄이지요, 모든 죄. 우리가 고소한 것이 아닌 다른 모든 죄요.”
조강필은 소름이 쫙 돋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은 최근에 벌어진 모든 것이 아니라 그곳이 생기고 벌어진 모든 일이라는 뜻이 된다.
“페해액이 얼마나 될까요? 최소한 10억은 넘을 것 같은데.”
“…….”
피해액이 10억이 넘고 피해자는 수백 명은 넘을 것이다. 그게 고작 3년 만에 끝날 리 없다.
“더군다나 이 사건은 마약까지 껴 있지요.”
“헐.”
“마약은 전혀 다른 범죄입니다.”
“그게 무슨…….”
“당신한테는 그저 갈취 부분만 이야기했나 본데, 아마 들어가면 마약까지 뒤집어씌울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최소한 10년간은 세상 구경을 못 할 겁니다.”
“하지만…….”
“설마 마약은 다른 사람이 뒤집어쓸 거라 생각하신 겁니까? 순진하시네요. 이 사건에서는 마약을 빼고 이야기가 진행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마약 빼고 갈취만 했다? 말도 안 되죠.”
부정할 수가 없었다.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은 벗어나려고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마약을 뺄 리 없다.
애초에 마약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기절한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갈취했다는 것은 자신이 마약을 먹였다고 인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쯧쯧, 멍청하긴.’
보아하니 단순 갈취만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그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다. 제대로 법적인 지식이 없는 그로서는 갈취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 그러면 전 어쩌란 말입니까!”
조강필은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이 벗어날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간단하죠. 자수하면 됩니다.”
“하지만 자수하면…….”
그러면 어마어마한 손해배상과 기나긴 형량이 기다리고 있다.
“그건 정해진 놈에게 자수할 때의 이야기고요.”
“정해진 놈?”
“네, 말씀은 안 하셨지만 보통은 이미 이야기가 끝난 사람이 있을 텐데요?”
“…….”
맞는 말이다.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경찰은 이미 준비되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수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에?”
“당신은 그저 일당을 받고 일한 거다. 그러면 손해배상 책임은 상당히 감경됩니다. 그리고 조직원들 전부가 그 책임을 나누게 되죠.”
“배신을 하라는 겁니까!”
전에는 반말했지만 절박하다 보니 절로 존댓말이 나오는 조강필이었다.
“어차피 저쪽에 배신당한 건 당신 아닙니까?”
“…….”
“그리고 저쪽이 모든 책임을 지면 당신은 감옥에 안 갈 수도 있지요.”
“감옥에 안 간다?”
그게 가능할 거라고는 그는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이미 수사 중이라서 어차피 자수해도 다시 그쪽으로 갈 텐데요?”
이미 뇌물을 받은 녀석이 수사 중인 사건이다. 그리고 그 사건에 관해서 자수해 봐야 다시 원점으로 그에게 배당될 것이 뻔한 일.
“그렇지요. 하지만 다른 이유로 자수하면 됩니다.”
“어떤 거 말이지요?”
노형진은 싱긋 웃었다.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뇌물을 줬다는 것에 대한 자수 같은 거 말이지요.”
“뇌물?”
“네, 그들이 공짜로 당신들을 지켜 주고 있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그게 무슨…….”
“당신이 뇌물죄로 자수하면 그 경찰들은 사건에서 손을 떼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수사하게 되지요.”
“아!”
그렇게 되면 그들의 약속은 의미가 없게 된다. 자신에게 뒤집어씌우지도 못하고, 조직도 자신을 감방에 보내지 못한다. 거래한 형사들이 감옥으로 갔을 테니까.
‘나도 그 녀석들을 아니까…….’
정확하게 그들을 아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지난 몇 년간 수차례 업소에 와서 술과 돈 그리고 여자를 접대받았다. 대충 이름을 알고 있고, 설령 이름을 모른다 해도 얼굴은 알고 있다.
“그 후부터는 일사천리입니다.”
그들이 없으면 그들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시행될 테고 사건은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당신 같은 경우는 처벌받을 수도 있지만…… 자수라는 건 상당한 감경 사유가 되거든요.”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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