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64)
당장 유민택이 성화제과를 무너트리기 위해서 수입 과자를 판매하면서 전보다 좀 덜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질소를 사면 과자를 준다는 오명은 못 벗어나고 있었다.
“다른 기업들이 과연 바뀔까요?”
“글쎄…….”
유민택은 씁쓸하게 웃었다. 자신이 각 기업의 회장들과 사장단을 다 안다. 그런데 자신이 아는 그들을 판단하자면 그들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아니, 바뀔 수가 없다.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바뀐단 말인가?’
자신도 나락으로 떨어지고 난 후 자식이 모조리 죽고 기업이 무너지기 직전까지 가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나마도 손자가 생기지 않았다면 그대로 무너졌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다른 기업들이 바뀐다?
‘그게 쉬울 리 없지.’
수십 년간 잘 해 처먹어 왔으니 바뀔 리 없다. 설마라는 생각에 그들은 여전히 국민을 등쳐 먹을 뿐이다.
“물론 그들도 처음부터 대기업과 싸울 것 같지는 않더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들이 새로이 진출하는 부분이 발표되었는데 식품이더군.”
“식품요?”
식품이라고 하면 가장 많이 진출하는 부분이기도 하며 또한 대기업들도 많이 진출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진입 장벽이 낮은 부분이기도 하다.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한국에도 식품 회사가 많지 않습니까? 그리고 입맛이라는 게 쉽게 변하는 게 아닐 텐데요?”
“그건 그렇지.”
사실 대룡이 수입 과자를 싼 가격에 뿌림에도 불구하고 대룡이 한국의 과자 시장을 석권하지 못하는 것은 입맛 때문인 것도 있다. 물론 원래보다 훨씬 더 넓은 시장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특히 식품의 경우는 호불호가 갈려서…….”
만두만 해도 한 가지 만두만 나오는 게 아니다. 각 브랜드마다 나오고 또 새로운 브랜드의 만두도 적지 않게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류는 정해져 있다.
“정보에 따르면 그들이 진출하려고 하는 건 떡볶이와 튀김 시장이라고 하네. 분식집이지.”
“네에?”
노형진은 순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분식집요?”
“그래.”
‘아…… 그렇지.’
아직은 대기업들이 분식집에 진출할 상황이 아니다.
원래 미래에는 돈 되는 건 다 한다고 대기업들이 작은 슈퍼마켓이나 분식집까지 진출해서 골목 상권을 작살내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그건 4세대가 기업을 물려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4세대의 입장에서는 외부의 자수성가형 거대 기업들과 싸울 실력은 안 되고, 그렇다고 기업을 물려받는 입장에서 실적이 없으면 제대로 승계가 안 되니 가장 만만한 게 한국의 이런 작은 소상공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4세대가 전면에 나설 시점이 아니다. 간간이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만두 파동 때처럼 분식 쪽을 싹 쓸어버리겠다, 이건가요?”
“그런 듯하네.”
‘역사가 달라졌다.’
자신의 지식과 다른 일이 벌어진 점이 우려되어 노형진은 얼굴을 찡그렸다.
“왜 그러나?”
“아닙니다. 그냥 우려가 되어서요. 그들이 진출한다면 골목 상권은 못 버틸 텐데요?”
“그렇지. 하지만 그들로서는 가장 확실한 공략 아닌가?”
“그렇지요.”
아직 그쪽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은 없으니 거의 저항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더군다나 시장 자체를 몰락시킨 후 그걸 집어삼킨다는 그들의 전략을 구사하기 딱 좋은 대상이기도 하다. 소상공인들이 싸워 봤자 얼마나 싸우겠는가?
“김일성의 솜씨입니까?”
“아니, 김일성은 이런 짓을 하는 놈은 못 된다네. 그 녀석은 뇌물과 비리를 통해서 큰 거 한 방을 노리지. 그 자식들도 말이야. 아마도 이번에 새로 부임한다는 일본계 부사장의 짓일 거야. 요시 히무로라고 하더군.”
“요시 히무로요?”
“아는가?”
“아니요.”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노형진이 회귀해서 한국과 미국의 역사와 사람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활한 곳이고 조국이어서 알고 있는 것뿐이지, 일본은 그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이거 골 때리는데.’
지금까지 싸우는 방식에서 유리할 수 있었던 것은 노형진이 역사의 흐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본의 방식은 전혀 모르고 있다.
물론 거대한 흐름이야 기억하고 있어서 투자하기도 하지만 개개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
“그런데 왜 부사장입니까?”
“공식적으로 한국계 기업으로 위장하려고 하는 거지. 사장은 김두만일세.”
“김두만은…….”
“성화제과를 운영하던 녀석이지.”
그는 성화제과가 몰락하고 난 후 대만으로 쫓겨났다.
단순히 피해를 입거나 매출이 감소되어 기업 자체가 무너진 건 아니었지만, 그 당시 김두만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서 공급 라인 자체가 붕괴되었고 그걸 복구하기 위해서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40% 가까이 점유하던 한국에서의 점유율은 그 2년 사이 3%도 안 남았고, 성화제과 자체가 사실상 붕괴 상태가 되면서 그 책임을 지고 쫓겨난 것이다.
“대만으로 간 녀석이 왜…….”
“그 녀석은 어찌 되었건 식품 쪽에 있던 녀석이니까. 그 경험 때문이겠지. 그리고 성화의 자식이라는 상징적인 부분도 있고.”
“골치 아프게 되었군요.”
대룡과 노형진에게 당해서 대만으로 쫓겨났던 김두만이다. 대만은 한국과 수교국도 아니니 당연히 한국에 비해서 그 판매량이 터무니없이 낮다. 그 당시 성화의 과자 판매량을 보면 제주도에서 팔리는 양이 대만보다 많았을 정도로 버려진 곳이다. 그런 곳으로 쫓아 보냈다는 건 단 하나, 퇴출이었다.
‘그런데 돌아왔으니…….’
아마 엄청나게 이를 갈고 있을 게 뻔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김두만은 복수심 말고는 그다지 조심할 게 없습니다. 사실상 허수아비 사장일 테니까요. 하지만 요시 히무로라는 자가 걸리는군요.”
일본에서 파견된 부사장. 하지만 실권을 쥐고 있는 놈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대동에서 그저 그런 놈을 보낼 리 없지.’
한국 진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대룡과의 싸움을 해 나가야 하는 것이 바로 요시 히무로다. 더군다나 그들도 성화와 합작할 정도면 김두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정보가 전혀 없습니까?”
“아직은. 알아보고 있지만 진짜 정보가 없더군.”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사실 지금 벌어진 일도 충격적인데 대룡에서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중요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들이 한국 시장, 특히 분식점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대룡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도 고민되기는 하네. 분식집이라는 라인이 참 애매하거든.”
저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성화의 김씨 일가를 앞세운 의미는 명확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대룡과 일전을 치르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성화 역시 그런 조건을 달았을 게 뻔하고 말이다.
‘하지만 분식 쪽은 영 진출하기 애매하단 말이지.’
애초에 분식이라는 쪽은 서민들의 영역이다. 그로 인해 미래에 무차별적으로 대기업들이 분식과 슈퍼마켓에 진출할 때 얼마나 욕을 먹었는가? 그래서 정부에서는 몇몇 업종을 정해서 아예 대기업 자체가 진출하지 못하게 못을 박아 버리기까지 했다.
‘아직은…… 그게 없단 말이지.’
그러니 성화, 아니 대동에서 진출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그렇다고 그들을 막자고 대룡이 진출한다?’
그건 영 좋은 생각이 아니다. 일단 서민들의 장사에 대룡이 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지에 좋지 않다. 대동 역시 진출하지만 그들은 일본 기업이고 이미지 타격이 그다지 크지 않다. 그에 반해서 대룡은 한국의 기업이고 한번 무너진 이미지는 복구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그냥 두자니…….’
한국의 분식점 시장이 영세한 건 다 아는 사실이고 결과적으로 대동의 자본력을 이길 수 있는 집단은 없다. 그러면 대동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테고 그 후에 이를 바탕으로 점점 대룡과 충돌하게 될 것이다. 그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요시 히무로라……. 머리가 좋은 놈이군.’
자신들은 들어갈 수 없는데 대동은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시장.
그리고 적지 않은 규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대기업들이 진출하지 않은 시장.
말 그대로 대기업들에는 블루오션.
“솔직히 자네가 말해 준 방법을 써 볼까도 생각해 봤네.”
“어떤?”
“영화관 말일세.”
“아!”
노형진은 작은 영화관들을 묶어서 성화의 영화 시장 진출을 막은 적이 있다. 그러니 대룡으로서도 그 방법을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더군.”
“그렇지요.”
영화관은 각 지역당 하나 또는 두 개 정도로 한정된 숫자가 있기 때문에 제휴 형태로 흡수해서 운영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식집은 각 지역에 수백 개씩 있다. 당장 학교 앞 같은 경우는 다섯 군데 이상 있는 것이 분식집이다. 그들을 다 흡수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단가 문제도 있고 말이야.”
영화관이야 기존 단가가 워낙 높아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분식집에서 파는 물건의 단가는 뻔하다.
“우리가 리모델링을 해 주고 수익의 일부를 가지고 가면 그들 보고 굶어죽으라는 소리밖에 안 되네.”
“그 방법도 못 쓰겠군요.”
“그러니 자네가 좀 도와줬으면 하네.”
“제가요?”
“그래, 우리는 전면에 나설 수가 없어.”
명백하게 대룡에 대해서 대동이 적대적 행동을 하고 있지만 지금의 대룡은 그들의 행동에 저항할 수가 없다.
“우리와 상관이 없기는 하지만 미래의 적들이 성장할 걸 두고 볼 수는 없지.”
“정식 의뢰인가요?”
“정식이네. 하지만 비공식적인 의뢰이지.”
“끄응…….”
노형진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 * *
“정식인데 비공식이라…….”
그 뜻이 뭔지 아는 송정한은 한숨을 쉬었다. 이건 진짜 어려운 의뢰이기 때문이다.
“대룡이 전면에 나서는 건 안 된다는 거죠. 눈 가리고 아웅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대룡의 이름이 없으면 분식집을 하는 사람들이 모일까?”
“그럴 리 없죠.”
유민택의 요구는 대룡이 나서지 않는 형태를 취하면서도 노형진이 이번 사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게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동은 이미 자기네 분식점인 ‘마약김밥’을 론칭했습니다. 이미 체인점들을 오픈할 투자자들이 모이고 있고요. 메뉴도 나왔습니다. 쉽지 않겠더군요.”
“그래?”
“네, 튀김은 일본의 유명 전문가가 개발한 것이고, 떡볶이는 한국 유명 호텔의 조리장이 개발한 걸 소스 형태로 제공해 만듭니다. 떡도 기존 떡볶이 떡이 아니라 자체 개발 상품이고요. 그나마 유일하게 똑같은 건 라면 정도일 겁니다.”
심지어 속칭 오뎅이라 불리는 어묵도 시중에서 파는 사각 어묵이 아니라 일본에서 직수입하는 형태로 공급한다고 한다.
“그런데 가격은 그다지 차이가 안 날 거라 한답니다. 1인분 기준으로 대략 500원 정도 더 비쌀 거라 하더군요.”
“못 이길 싸움이군.”
튀김이야 일식집에서 나올 만큼 일본은 튀김의 종주국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하고, 어묵은 애초에 일본 음식이다.
그리고 호텔의 주방장이 개발한 소스라면 그냥 고추장과 설탕을 섞어서 맛을 내는 기존 시장은 절대로 버티지 못한다. 가격이 살짝 비싸기는 하지만 맛의 차이가 워낙 극명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