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66)
물론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지만 성화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불매운동으로 싸울 대상이 아닙니다. 그들은 단순히 한국 시장만 노리는 게 아닙니다. 분식집을 내는 거야 자유이지만 그 후에 그 많은 가게들이 모두 몰락할 걸 생각하면…….”
“걱정하지 마. 절대로 우리는 안 망해. 망할 수가 없지. 안 그래? 하하하.”
“그럼요. 하하하.”
대표가 웃자 똑같이 웃는 사람들.
그걸 보고 노형진은 기가 막혔다.
‘웃어?’
물론 사람이 무조건 웃지 말라는 법은 없다지만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웃음이 나오기는 애매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다른 곳에서 업무를 하기 위해서 정식으로 회의하는 와중에 보여 준 그의 행동은 노형진으로서는 이상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저런 행동은 상대방보다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할 때 하는 행동인데?’
하지만 자신들이 딱히 다급하게 매달리는 상황은 아니다. 대룡의 의뢰이기는 하지만 저들이 싫다고 하면 자신들도 그다지 신경 쓸 만한 일도 아니거니와 아직 대룡이라는 존재는 드러내지도 않았다.
‘자기들이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테고……. 그러면 아예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는 건데.’
그것도 또 말이 안 된다. 지금 저들이 뭉쳐서 대책을 세운다고 조직을 만들고 있지만 저들에게 어떤 경험이나 실질적인 대책이 현재로서는 있을 리 없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니고 변호사 집단의 도움을 거절한다?’
공식적으로 돈을 받기는 하지만 대룡에서 은밀하게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받는 돈은 최소 금액인 300만 원이다. 다른 곳이라면 못해도 3억 이상은 줘야 도움이 된다.
‘뭔가 이상한데?’
노형진은 그들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꼬나 봐?”
그런 노형진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드는 듯 반말로 도발하는 상대방. 일반적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
‘이들은 이 협상이 깨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할 리 없다.
실제로 송정한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욕만 듣지 않았을 뿐이지, 자신을 이렇게 모욕하는 인간들과 일하고 싶겠는가?
‘기억을 읽어 봐?’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서로 대화하는 테이블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상대방에 손을 댈 수도 없다.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다가가자니 자신의 구역도 아니니 무리다.
‘악수는 받아 줄 생각도 없고.’
아까 들어왔을 때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었지만 그들은 그걸 바라보고는 코웃음만 쳤다. 명백하게 노형진과 송정한을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그렇다면…….’
노형진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 생각이 없다고 하신다면 저희는 일어나겠습니다.”
“노 변호사?”
송정한은 그런 노형진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이건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온 게 아니다. 은밀하지만 대룡의 부탁을 받고 온 것이다. 그런데 그냥 가겠다니?
“뭐, 멀리 안 갈 테니 나가 봐.”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드는 남자.
노형진은 그들을 보고 송정한에게 빨리 나가자고 손짓했다.
“저쪽에서는 의뢰를 맡길 생각이 없어 보이니 그냥 가도록 하지요.”
“뭐라고?”
“우리가 꿀릴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의뢰는 자고로 상대방이 맡기고 싶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하기 싫다는데 뭐라고 하겠습니까?”
“음…….”
“그냥 가시지요.”
송정한은 잠깐 고민하다가 노형진을 따라서 바깥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 비대위 사람들은 배웅조차 하지 않았다.
건물 바깥으로 나오고 난 후에 송정한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아니, 그 상황에서 나가면 어쩌자는 건가? 이러면 우리한테 절대로 안 맡길 텐데?”
“아마도 거기에 더 있었어도 안 맡길 겁니다.”
“무슨 소리야?”
“이 건물, 너무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응?”
“이 건물 말입니다. 소상공인들이 모여서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거 만들기에는 너무 좋다는 뜻입니다.”
“그거야 아무래도 성화의 본사에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두려고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겠지.”
“그러니까 문제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성화의 본사가 있는 여기가 어떤 자리인지.”
“그거야…….”
송정한은 그제야 노형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기는 한국에서 제일 비싼 땅 중 하나이자 기업들이 잔뜩 몰려 있는 장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무리 성화와 가까이에서 대책을 세우려고 한다고 해도 노형진의 말마따나 비쌀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쉽게 자리가 나는 곳이 아니니 원한다고 바로 구할 수 없다.
“때마침 비대위에서 쓸 만한 자리가 난다? 이해가 갑니까?”
“음…….”
“거기에다 비대위라는 건 말 그대로 비상사태를 위한 겁니다. 성화와 이야기할 필요는 있겠지만 성화와 가까이 있을 이유는 없지요.”
“이상하기는 하군.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황당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글쎄요……. 확인해 볼 게 있습니다.”
“확인이라니? 어이, 잠깐! 노 변호사! 그건 쓰레기통 아닌가?”
“네, 가끔은 쓰레기통에 쓸 만한 게 있거든요. 후후후.”
노형진이 쓰레기통을 뒤지자 당황한 송정한.
하지만 노형진은 자신의 양복이 더러워지는 것은 신경도 안 쓰고 쓰레기통을 뒤질 뿐이었다.
* * *
“성화와 거래하는 회사네요.”
“뭐라고?”
손채림의 말에 송정한은 당황했다.
노형진은 오자마자 그곳에서 봤던 화분들에 적혀 있던 이름을 찾아보라고 한 것이다.
“성화와 거래한다고?”
“네, 맞아요. 노형진 변호사가 말한 기업들은 모두 성화와 관련된 회사였어요.”
“그게 무슨…….”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송정한.
“역시.”
“자네는 어떻게 안 건가?”
노형진은 그곳에 갔을 때 가장 이상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화분이었다.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사태를 위해서 만들어지는 조직이다. 오래 유지될 조직도 아니고, 또 분위기상 화분이 그렇게 많을 조직도 아니다.
“그런데 그곳에 화분이 많더군요. 그리고 비대위라는 조직이 너무 잘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회귀 전에 수십 개의 비대위를 봤다.
대부분의 비대위는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런 곳이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조직 구성은 아직은 없어야 한다. 이름이야 있지만 체계나 계급도 나뉘어 있지 않다. 더군다나 파티션으로 공간을 나눠 쓴다? 그건 말도 안 된다.
“너무 전문적인 것 같아서 쓰레기통을 뒤진 겁니다. 그 후에는 송 대표님도 아시는 대로 나온 거고요.”
그곳에서 개업 화분에서 많이 보이는 축하 말이 쓰인 것들이 줄줄이 나온 것이다.
“거기 있는 화분들은 대부분 그런 쪽으로 많이 나가는 화분들이었고요.”
그리고 그 이름을 적어 와서 추적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중 몇 곳이 성화와 거래 관계에 있는 곳이었다.
“아니, 왜 성화가 거기에 나타난단 말인가?”
“당했군요.”
“당해?”
“네, 이거 완전히 조직적으로 상대방을 말살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송정한뿐만 아니라 손채림도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노형진은 이들에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야 할 듯하여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용노조라고 아십니까?”
“어용노조? 그거야 알지. 사용자들이 만드는…… 아!”
송정한은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바로 알아차렸지만 손채림은 아직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그게 뭔데?”
“말 그대로 가짜 노조야.”
기본적으로 노조라는 것은 노동조합의 약자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용자와 협상하며 노동운동을 하는 집단이다.
“그런데 그런 집단은 아무래도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영 껄끄럽거든.”
그들은 노동자를 위해서 일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반갑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그들은 노조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꼼수를 쓰지.”
“꼼수?”
“그래, 바로 직접 노동조합을 만드는 거야.”
자신이 직접 노동조합을 만들고 그 후에 자신과 관련된 사람을 조합장으로 앉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협상하는 척하면서 이권을 챙기는 것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를 위해서 일하지.”
“그거랑 이거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야?”
“어용노조라고 없는데 어용비대위라고 없을까?”
“뭐?”
“결국 노조나 비위대나 대응 방식은 똑같아. 상대방과 대척점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거지.”
“아!”
그제야 손채림은 노형진이 말하는 게 뭔지 알아차렸다.
“그래. 저들은…… 비대위를 만든 거야. 그것도 어용비대위를…….”
노형진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갔다. 상대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 * *
“이게 무슨 말이냐!”
“분식집 진출을 철회하라! 철회하라!”
매일같이 성화의 앞에서는 분식 비상대책위원회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을 뿐이었고, 막장에 몰린 성화가 그런 그들의 행동에 반응할 리 없었다.
“저 행동에 반응할 거라고 생각하나?”
노형진은 몰려서 소리를 꽥꽥 지르는 사람들을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표정은 좀 너무하다.”
“뭐가?”
“바보를 보는 듯한 시선이잖아?”
“틀린 말은 아니잖아?”
“저들도 몰라서 당하는 거야. 누가 비대위가 어용이라고 생각하겠어? 솔직히 나도 그런 소리는 처음 들어 봤다. 아니, 이런 방법 자체를 처음 들어 봤어.”
피켓을 들고 소리를 지르고 싸워 봐야 저들에게 바뀌는 것은 없다. 아직 법적으로 저들이 성화와 대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 정권이 친대기업 정책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비대위가 성화와 결탁한 이상 절대로 뭔가 벌어질 리는 없다.
“도대체 이렇게 시위할 거라면 성화는 왜 비대위를 만든 거야?”
“그거야 눈 가리고 아웅이니까.”
“눈 가리고 아웅?”
“그래, 어차피 자신들의 계획이 드러나면 저항 세력이 나타나게 되어 있어. 그들을 막기 위해선 적지 않은 돈이 들지. 법적으로 안 된다고 해도 여론은 좋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만든 거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서 다른 집단을 만들게 하는 건 어때?”
“일단 증거가 없다는 게 문제야. 우리가 가진 것은 의심일 뿐이고 말이야. 쓰레기는 이미 버려졌으니까. 그리고 다른 집단이 만든 비대위는 솔직히 오래갈 수가 없어.”
“뭐? 왜?”
“그들은 대부분 영세하거든.”
잠깐 여기 와서 시위하는 거야 가게에 타격이 없겠지만 몇 달씩 비우면서 시위할 수는 없다. 결국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그에 대항하기 위한 위력도 줄어든다.
“지금이야 다급해서 다들 나오지만 절대 이런 시위는 오래갈 수가 없어. 몇몇 골수 시위파가 남아서 천막을 치고 있을 수는 있지만 결국 거기까지이지. 문제는 그 천막을 치는 사람들이 성화 놈들이라는 거야.”
“흠…….”
그들이 아무리 천막을 치고 살아 봐야 성화나 대동이 눈이나 깜짝할 리 없다.
“더군다나 다른 집단을 만들면? 그들도 집행부를 만들어야 해. 그런데 그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 같아?”
손채림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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