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76)
“공장이 없다는 건 그들은 음식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한국의 여러 업체에서 공급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지요? 그렇다면 여러분이 그걸 공급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가능해?”
노형진의 말에 사장단의 뒤쪽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대화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음식을 공급하지 않는다? 그건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방법이었다.
“어차피 그들은 공장을 세울 건데 무슨 의미가 있어요!”
누군가 따지듯이 하는 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잖습니까? 공장이 있나요?”
“그거야…….”
없다. 아직까지는 공장이 없다. 그리고 공장이 없으면 식료품의 공급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애초부터 여러분이 공급을 안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애초부터 여러분들이 공급하지 않으면 가게는 오픈하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가게를 오픈하지 못하면 여기서 고민할 이유가 없지요. 분식점주분들에게도 위협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
간단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공급이 없으면 수요도 없는 법이니까.
“중요한 건 그겁니다. 그들이 오픈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렇지만 우리가 안 한다고 해도…….”
모든 식자재 공장이 비대위에 속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그들을 찾아서 공급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실제로도 비슷한 상황이나 파업할 때 그들을 아무도 안 도와주는 경우는 드물다. 다른 조직이 도와주거나 눈앞의 돈만 보고 공급하는 경우는 흔하디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못할 겁니다.”
“아니, 왜요?”
“규모가 다르거든요.”
“뭐라고요? 규모가 다르다니?”
노형진은 이쯤에서 이들에게 핵폭탄을 던질 생각이었다. 지금까지의 위협은 그저 추상적인 위협이라면 지금 발표는 그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 뻔했다.
“그들이 계약한 식당의 숫자 아십니까?”
“글쎄요? 한 백 개 되지 않습니까?”
“아니요. 오백 개입니다. 그것도 1차만 말입니다.”
“뭐라고요!”
“오백 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 그 숫자는 그만큼 위협적인 숫자였다.
“그게 사실입니까?”
“네, 대부분은 영문을 모르는 퇴직자들이기는 합니다만 어찌 되었건 정식으로 오백 개 업체가 공급된다는 건 확정적입니다. 그나마도 이게 1차분이죠. 2차분은 얼마나 늘어날지 모를 일입니다.”
“그, 그런…….”
“한 번에 오백 개라니…….”
사색이 되는 분식점주들. 한 번에 그 정도 오픈한다는 것은 자신들을 말려 죽이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서 사장들은 다른 생각이 있는 듯했다. 눈이 반짝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는 걸 보니 말이다.
‘혹시나 성화에 붙으면 자기는 잘 먹고 잘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럴 수도 있다. 오백 개 체인점에 음식으로 공급하면 그 공급량이 얼마나 많겠는가? 분명히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가 그걸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아?’
그냥 충격만 주기 위해서였다면 벌써 오백 개라는 숫자를 공개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배신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서 지금까지 그 숫자를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몇몇 분들은 그쪽에 붙을 생각인 것 같은데요.”
“아니, 누가!”
“난 아니야!”
노형진이 날카롭게 찌르자 찔끔하는 일부 사장단.
“성화에서는 자체 공장을 건립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려야겠군요.”
“아…….”
오백 개이라는 숫자에 순간 혹해서 잊고 있던 부분.
“애초에 오백 개쯤 되는 곳에 공급하려면 자체 공장을 안 세우는 게 이상한 거지요.”
“…….”
“그러면 그때 여러분들은 어떻게 될까요?”
“후우, 망하겠지요. 오백 개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장을 키워야 하니까요.”
오백 개 체인점에 음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급 회사 자체도 커야 한다. 당연히 그걸 맞추기 위해서 기계를 사고 사람을 고용하고 규모를 키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공장이 완성되면 당연히 버려질 겁니다.”
그러면 기계를 들여오고 사람을 고용했던 모든 돈은 의미가 없게 된다. 사실상 그때는 기계를 팔고 싶어도 동종 업계가 몰락의 과정에 있을 테니 제대로 팔릴 리도 없고, 한꺼번에 사람들을 자르자니 적지 않은 퇴직금이 한꺼번에 나갈 것이다.
“그리고 성화와 거래하는 곳은 다른 곳과 거래가 끊어질 수밖에 없지요.”
분식 업계가 성화에 이렇게 분노하는데 그들과 거래하는 곳을 받아 줄 리 없다.
애초에 분식 업계는 그 때문에 대룡과 손잡은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 후에 성화에 팽당하고 나서 다시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분식 업계가 그냥 받아 줄 리도 없거니와 대룡에서 그걸 구경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그때는 여러분들은 성화에 버림받은 채로 대룡과 싸워야 합니다. 자신 있으신가요?”
부르르 떠는 사람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대기업인 성화를 몰아붙여서 중견 기업으로 떨어트린 게 대룡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과 전쟁이라니.
“큭…….”
“여러분의 방법은 간단합니다. 공급을 안 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들은 오픈하지도 못할 테고, 그러면 분식 업계 쪽이 대룡과 손잡을 이유가 없지요. 대룡이 돈이 안 된다면 이쪽으로 올 이유도 없고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그건 그냥 식자재를 공급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자, 어찌하시겠습니까?”
노형진은 씩 웃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미리 알고 있던 차덕수는 마치 수긍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방법은 하나뿐인 것 같네요.”
* * *
“뭐?”
김두만은 다급하게 들어온 보고에 당황해서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 있는 식품 공급 업체들이 마약김밥과는 거래하지 않겠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미친 새끼들이 왜 거래를 안 한다고 해?”
“그게 버려질 걸 알면서 거래하는 놈이 어디 있느냐고…….”
“버려져?”
“네, 얼마 전에 우리가 자체 공장을 세운다는 기사를 본 모양입니다.”
“뭐라고!”
김덕만은 화가 끝까지 났다. 확실히 그런 기사가 나기는 했다. 자신은 별 의심 없이 그냥 지나갔는데 그게 이런 일을 불러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이런 미친 새끼들! 그러면 다른 곳에 알아봐! 일단 식당에 공급할 건 있어야 할 거 야냐!”
몇몇 업소들은 이미 리모델링에 들어갔고 계약상 자신들은 그들에게 음식을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업체들이 공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몇 군데 응한 곳이 있었는데 갑자기 나중에 말을 바꿨습니다.”
그나마 작은 곳 중 몇몇은 죽기 살기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비대위에 속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작은 곳이라서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대룡에서 조용히 방문하고 난 후에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미친.”
김두만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 * *
“계약자들이 왜 갑자기 이 난리야?”
성화의 앞에서는 여전히 시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위하는 사람들이 분식점주들이 아니라 성화와 마약김밥 체인을 계약한 사람들이었다.
“갑자기 체인 오픈을 미룬다고 하니까 그러는 거지, 뭐.”
분식업을 쉽게 생각하고 있던 마약김밥은 갑자기 공급 라인이 막혀 버리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얼마 후면 가게를 오픈해야 하는데, 음식이 없어서 팔지 못하게 되면 무슨 창피란 말인가?
당연히 일괄적으로 오픈을 미루도록 했는데, 당연히 오픈 준비를 하던 사람들이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왜?”
“저들이 가게를 오픈하는 곳은 자기 건물이 아니니까. 고정 지출이라는 게 있거든.”
체인점을 오픈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건물주 같은 사람이 아니라 은퇴 후에 먹고살기 위해서 장사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자신이 가진 빌딩이나 상가가 있을 리 없으니 빌려서 해야 한다. 리모델링비는 일단 한번 나가면 안 나가는 거니 빠진다고 쳐도 임대료는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분식집류가 될 만한 장소에 있는 가게는 못해도 월 200만 원에서 300만 원은 나가야 한단 말이지.”
“아!”
오픈이 미루어진다고 해서 그 월세가 안 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일반인에게 돈이 들어오는 게 없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200만 원에서 300만 원이 고정 지출로 나간다고 생각해 보라, 사실상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빚으로 막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도 돌려받을 수 없는.
“눈 안 돌아가면 이상한 거네.”
그 정도면 한 사람의 월급이다. 그것도 정규 직급의 월급.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나온 사람들에게는 두 달 치 월급이 될 수도 있는 큰돈.
“그런데 난데없이 오픈을 미루라고 했으니 화가 안 나겠어?”
그게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본사에 찾아와서 항의하는 것.
“그런데 이건 임시방편 아니야? 일단 언젠가는 오픈할 거잖아?”
“쉽지는 않을 거야.”
한꺼번에 일반적으로 분식점에 들어가는 음식은 한두 개가 아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다 만들어서 공급하는 공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단 오백 곳에 음식을 공급할 수 있는 공장을 세우려면 못해도 6개월은 걸려. 거기에다 저쪽은 2차 모집까지 하고 있으니 가게는 더 늘어날 거야. 당연히 공장을 더 크게 지어야지. 당장 급한 대로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면 당연히 1년 이상의 대기 시간이 걸린다.
“1년씩 기다려 줄 사람은 없지.”
한 달에 300만 원씩 손해 보면서 1년씩 기다려 줄 계약자는 없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큰 문제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식은 남아 있잖아?”
마약김밥의 본체는 성화이지만 그 뒤에는 대동이 있다.
기존 분식들과 싸우기 위해서 차별성을 둬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일본의 음식들. 그게 들어오면 일단은 오픈은 할 수 있다. 한식을 못 할 뿐 일식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이미 준비 중이야. 대룡에서 그걸 협상하러 갔지.”
“협상하러 갔다고?”
“그래.”
대룡이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지, 그렇다고 성화와 싸우지 않겠다는 소리를 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성화는 지금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당연히 살짝만 흔들면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데 대룡이 움직이지 않을 리 없다.
“기다려 봐. 아마 조만간 소식이 올 거야. 후후후.”
* * *
“뭐라고요?”
일본 식품 업체의 사장인 사토는 눈앞에 있는 남자의 말에 깜짝 놀라서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본의 공장에 찾아간 사람은 다름 아닌 조종수 과장, 아니 조종수 부장이었다. 다만 달라진 것은 그의 소속이 성화의 마약김밥에서 대룡으로 바뀌었다는 것.
기자회견을 해서 폭탄을 던진 그는 가뿐하게 사표를 내고는 성화에서 대룡으로 옮겨 온 것이다. 그리고 일본어 실력을 인정받아 일본 무역상들과의 협상을 담당하게 되었다.
“일본의 냉동식품과 레토르트식품을 수입하고 싶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 재고가 넘쳐서 자리 없는 걸로 아는데요?”
“누가 그런 말을…….”
“제가 마약김밥에 있다가 나왔습니다. 마약김밥이 오픈을 미뤄서 재고가 넘칠 텐데요?”
“끄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