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82)
“그런데 법원에 포경수술의 정당성이 올라갔고, 의미가 없다고 법원에서 판단하면 어떻게 되겠어?”
“미친…….”
기자인 성미나는 눈치가 빨랐다. 당연히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금방 알았다.
이미 언론에 나가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법원을 통해서 그게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당연히 사람들은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매년 500억 이상의 시장이 갑자기 사라지는 셈이야.”
그렇게 되면 포경수술을 하던 의사의 입장에서는 당장 망할 수도 있게 된다.
“완전히 당했구나.”
“호호호.”
“망할, 망할. 어쩐지 선배들이 쓸 만한 사건인데도 전혀 관심을 안 보이더라니.”
이런 사건은 잘못하면 자신이 욕먹는다는 것을 그녀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잖아.”
“좋은 점?”
“그래. 일단 기자로서 이름은 널리 알렸잖아?”
성미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맞다. 기자로서 확실하게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주제다.
‘그리고 이거라면…….’
자신은 확실하게 정규직이 될 수 있다.
물론 잠깐은 고달플 것이다. 그러나 정규직만 될 수 있다면…….
“좋아, 그러면 다음 계획 좀 말해 봐.”
“뭔 계획?”
“야, 야! 확실하게 못을 박으려면 후속 보도를 해야 할 거 아냐! 여기서 손 털라고? 그렇게는 못 한다. 빨리빨리 입 좀 털어 봐. 현기증 나니까.”
그 모습에 손채림은 미소를 지었다.
* * *
“언론에는 확실하게 터져 나갔고…….”
성미나를 시점으로 수많은 언론사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들의 행동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쪽에서는 포경수술의 좋은 점을 찬양하는 반면, 반대쪽에서는 그 점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왜 이런 거야?”
“포경수술에 대한 홍보는 예전부터 계속되어 왔거든.”
과거에는 진짜 포경수술을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 조금씩 그런 것이 줄어들었다.
“특히 목욕 문화도 바뀌었고 말이야.”
“목욕 문화?”
“그래.”
과거에는 집집마다 목욕탕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 동네 목욕탕에 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남자들이 거기에 갔는데 다 포경했는데 자기만 포경 안 한 상태라고 해 봐. 왠지 창피하잖아? 한국은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니까.”
“그런데?”
“그런데 지금은 샤워실이 다 있고 또 욕조까지 있는 집이 얼마나 많아. 목욕탕에 안 가니까 비교할 이유도 없지.”
“아!”
그렇다 보니 과거에 비해서 포경수술에 대한 그런 맹목적인 추종이 약해진 상황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부작용에 대해서 아는 사람도 많아졌고.”
“그래서 홍보를 해야 한다?”
“그래. 너도 알다시피 기자들도 적당히 찔러주면 우호적인 기사도 많이 써 주고 그러잖아?”
“그렇지.”
그러고 보니 우호적인 기사들을 써 준 신문사들은 알게 모르게 공신력에 문제가 있는 곳들이었다.
“의사들에게 있어서는, 포경수술이 사실 그리 필요 없다는 사실이 판결을 통해서 알려지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은 거지.”
“흠…… 그러면 어쩔 거야?”
“어쩌긴. 바뀌는 것은 없어. 그 대상이 부모가 아니라 의사들이 된 것 외에는.”
“의사라…….”
“가끔은 대상이 엉뚱한 곳으로 튀기 마련이거든.”
부모는 그냥 수술만 막으면 된다.
물론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아동 학대 가능성이 있는 집에서 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일단 수술을 막는 것.
“뭐, 이건 뭐 꼼수를 부릴 만한 사건도 아니고.”
이건 법적으로 꼼수를 부리거나 누군가 뒷조사를 할 사건도 아니고 사실과 사실이 부딪치는 논리의 싸움.
“간만에 법원에서 혀 좀 놀려야겠네.”
“너의 세 치 혀에 또 몇 명이나 썰려 갈는지.”
“원래 세 치 혀가 칼보다 무섭다고들 하잖아.”
손채림의 말에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 * *
작은 사건이다.
하루에 사건이 한두 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재판은 그만큼 벌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법원은 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사건과 다르게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둘 중 하나네. 기자 아니면 의사.”
분노에 찬 얼굴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의사고 호기심으로 가득한 사람들은 기자다.
“한국 최초로 포경수술이 대상이 된 재판이니까.”
포경수술을 하고 난 후 수술 중 실수에 대해서 몇 번 소송이 벌어진 적은 있다.
가령 수술 중 귀두의 일부가 절단된다거나 하는 사건들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는 그게 아니라 그냥 수술 자체가 올바른 것이냐에 관한 재판이다. 그러니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개정하겠습니다.”
드디어 재판이 시작되고 노형진은 공격에 나섰다.
“친애하는 재판장님, 본 사건은 원고들의 신체에 관련된 사건입니다. 대상이 된 부모님들께서는 포경수술을 강제로 시키려 하고 있지만 사실상 포경수술은 그 효과가 확실하게 검증도 되지 않은 신체적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원고들은 그러한 영구적 상해를 막기 위해서 변호사를 선임하여 상해에 대한 방어를 위해서 나선 것입니다.”
노형진의 공격이 시작되고 그 말이 길어질수록 의사들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피고 측, 하실 말씀 있습니까?”
노형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피고 측으로 배턴을 넘기는 판사.
그리고 앞으로 나서는 변호사를 보면서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최식환이라……. 아무래도 부모들이 선임한 건 아닌가 보군.’
최식환은 대법원 출신의 변호사다. 당연히 그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일반인이 저 사람을 고용했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지.’
큰돈이나 일생이 달린 것도 아니고, 고작 포경수술 하나 달려 있는 재판에 대법관 출신의 전관을 쓴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무리 못해도 5억은 필요한데 두 사람이 반으로 나누면 한 사람당 2억 5천이다.
그것만 해도 일반적인 변호사들의 여든 배가 넘는 가격이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했다라…….’
아니, 애초에 이건 가벼운 사건이고 해프닝에 가까운 사건이다. 이런 걸 최식환이 나서서 할 이유는 없다.
자기 자존심 때문에라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남은 건 하나뿐이네.’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서 분노한 시선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의사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이군.’
최식환을 선임한 사람들은 부모가 아니라 의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부모가 수천만 원이나 하는 최식환의 선임료를 내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의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이번 재판은 단순히 수술하느냐 마느냐가 달린 게 아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수술의 여부가 아니라 포경수술의 정당성이다.
그동안 당연하게 이루어져 온 남성에 대한 포경수술.
그 의학적 가치를 법원에서 판단하는 사건인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지면 곤란한 것은 의사들이고.’
그러니 의사들은 자기 돈 들여서 비싼 변호사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부모들이야 남이 좋은 변호사 해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고 말이다.
“이번 사건에 관하여 피고 측인 아이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수술이라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식환은 수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정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흔하게 넘치는 정보들이 나오고, 그걸 익히 들어 온 판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번에는 고정관념이 문제겠군.’
아마도 저 판사도 포경수술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안에 있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것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일종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재판의 관건은 그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재판장님, 피고 측 변호인의 말은 일방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년간 같은 방식으로 의료 업계는 포경수술에 대해서 주장해 왔고 지금도 같은 논리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전혀 아닙니다. 이건 전문 의사들의 소견입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사례를 가지고 판단해 왔고, 그에 기반하여 포경수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 의사들의 소견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문제는 그 전문가라는 집단이 포경수술로 인한 수익을 얻는 대상자라는 것입니다.”
“수익 대상자?”
“그렇습니다, 재판장님. 일반적으로 포경수술의 비용은 30만 원 선입니다. 그리고 명백하게 비급여 수술입니다.”
“그래서요?”
“생각을 해 보십시오. 대한민국의 남성이 몇 명인지 그리고 그들이 모두 수술을 하면 얼마나 많은 돈이 수술비로 지급될지. 대한민국의 남성들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매년 500억 이상의 수술비가 전문가라는 집단에 지불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그 수술이 무의미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흠…….”
“어…….”
“그렇게 많아?”
듣고 있던 기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냥 무심하게 생각했을 때는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수술이 진행되는 경우 그 수익이 적지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성인이 된 후에 포경수술을 하게 되면 일반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80%라는 것도 학생 시절을 기준으로 판단하니까요. 그렇게 되면 최소 90% 이상이 수술을 하게 됩니다. 그 돈이 수백억이고 수익을 얻는 것은 바로 전문가라는 집단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과연 그 수백억을 포기하고 그 수술이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할까요?”
노형진이 갑자기 정곡을 찌르자 의자에 앉아 있던 의사들은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헹, 자기들한테 갑자기 칼을 돌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겠지.’
분명히 아버지 쪽만 생각하고 왔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들을 공격하자 그들은 당황해서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최식환은 대법원 판사까지 한 사람이다. 이 정도로 당황할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일부 그게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그러나 어떤 학설이나 의료 행위에도 논쟁이라는 것은 있습니다. 그 논쟁 때문에 꼭 필요한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아 질병이 발생한다면 그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포경수술은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수술입니다.”
지금까지 논의되어 온 반대 근거에 대해 슬쩍 논쟁으로 치부해 버리는 최식환.
이쪽의 의견을 그냥 몇몇 반골 기질을 가진 의사들의 주장으로 몰아붙이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럴 줄 알았지.’
어떻게 해서든 수술의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하니 그에 반대하는 사상을 낮게 보려고 하는 수작이다.
“단순 논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우리나라 의료 체계는 그런 논쟁에 상관없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구성되어 있지요.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세계적인 수준이지요.”
왠지 모르게 자부심으로 가득한 얼굴로 노형진을 바라보는 최식환.
그러나 그게 실수였다.
“그런데 왜 포경수술은 의료보험이 해당되지 않습니까?”
“에…… 뭐라고요?”
“현행법상 의료보험은 국민들의 필수적인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질병이나 기타 염증 등 의료적인 문제를 막기 위해서 질병에 대해 조사하고 치료하는 비용을 지원합니다. 그렇지요?”
“그렇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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