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887)
“또한 성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에게도 유리한 점을 가집니다.”
“유리한 점?”
“이 자료는 포경수술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에 대한 자료입니다. 여성학에 정식으로 발표된 자료이며, 이 자료에 따르면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여성이 더욱 성적인 흥분을 느꼈다고 합니다. 즉, 남성 성기의 표피는 단순히 덮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성적 관계에서 일종의 감각기관 역할을 함과 동시에 여성의 흥분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의학적으로 포경수술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1% 미만이고, 대부분은 그 이유가 없지요. 위생학적으로 치구라고 하는 이물질이 끼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건 깨끗하게 씻음으로써 해결이 가능합니다. 대한민국이 물이 없어서 씻지 못하는 아프리카나 중동 같은 곳도 아니니 충분히 씻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성기 크기의 감소와 성적인 만족감의 하락, 상대방에 대한 성적 기여도 등을 포기하고 굳이 수술을 해야 할까요? 이익보다는 불이익이 더 많은 수술은 사실상 상해입니다. 아무리 부모라고 할지라도 자녀의 성적인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해 행위는 허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노형진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렸을 때 충격을 받은 것은 임만춘이나 판사만이 아니었다.
상당수 남성 기자들이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는 딱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의사들은 길길이 날뛸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긴 자신들이 감추고 싶었던 것이 모조리 드러났으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성적 감각은 안 줄어들어! 익숙해지면 다시 살아나!”
뒤에 있던 임만춘이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요? 증인,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소리는 제가 수술하기 전에 들었습니다.”
“그런데요?”
“안 살아납니다, 절대로.”
“네놈이 관리를 잘못한 거고!”
임만춘은 항의했지만 이미 대세는 굳어지고 있었다.
“포경수술을 하고 나면 귀두 부분의 각질화가 진행됩니다. 쉽게 말해서 감각이 있는 부분이 두꺼워지면서 일종의 굳은살이 박이는 셈이지요. 또한 촉촉해야 하는 부분이 건조해지면서 감각도 상실됩니다. 표피 복구술이라는 것도 진짜 잘린 표피를 복구하는 게 아니라 굳어 버리고 말라 버린 귀두 부분에 표피를 제공함으로써 귀두의 죽어 있던 감각을 살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지기는 하지만 절대 과거로는 못 돌아가지요. 이 논문에 따르면 비수술자의 느낌이 10이라고 하면 포경수술을 한 사람의 감각은 1까지 떨어지고, 표피 복구술을 하면 3~4까지 올라간다고 하더군요. 결국 아무리 복구해도 절반도 안 되는 겁니다. 아닌가요?”
“말도 안 되는 개소리! 그건 의학적으로도 말이 안 돼!”
“그래요? 그럼 의학적으로 말씀해 보십시오, 증인. 아니, 임만춘 씨. 죽어 버린, 아니 사라져 버린 신경이 복구된 적이 있습니까? 표피에 있던 신경이 사라지면서 성적인 감각 역시 하락한 것인데, 존재하지 않는 신경이 복구되면서 그 감각이 살아나는 것이 가능한가요, 의학적으로? 전 신경이 복구가 되었다는 뉴스는 들어 본 적이 없어서요.”
“그, 그게…….”
임만춘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끊어진 신경도 아니고 사라진 신경이 복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포경으로 감각이 사라진 남성의 성기가 과거의 느낌은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졌다…….’
자신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화를 내다가 나가떨어져 버리는 임만춘을 보면서 최식환은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전관의 힘으로 판결에서 이길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다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미 기자들은 흥분과 절망 그리고 분노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성적인 부분에 관하여 무척이나 관심이 많지.’
또 은근히 그런 걸 추구하기도 한다.
그러니 다시는 진짜 남자로서의 성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기자들을 소위 말하는 ‘빡 치는’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상입니다.”
노형진이 말을 마치고 물러나자 누군가 의사들을 향해서 고함을 질렀다.
“내 거시기 돌려줘!”
* * *
“결국 이겼네.”
손채림은 피식거렸다.
상당히 ‘19금’적인 사건이었는데도 용케 이긴 것이다.
“기자들이 언론에 터트렸으니 아무리 전관이라고 해도 뒤집을 수가 없지.”
물론 전관으로 이길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이 문제를 따지는 상황에서 전관으로 재판을 뒤집으면 의심받기 딱 좋고, 도리어 나중에 전관을 받기 힘들어진다. 집중 관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전관예우는 불법이니까.
“그러니까 가뿐하게 포기하고 더 큰 건을 노리겠다 이거지. 내가 노린 게 그거고.”
결국 최식환은 더 이상 엮이기 싫다면서 손을 털었고, 줄줄이 예약되어 있던 포경수술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그동안 포경수술로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였던 의사들에게 차가운 빙하기가 왔음을 알려 주었다.
“다 끝났네.”
아이를 구타했던 주명훈은 형사 고발이 되었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아동 학대에 관해서는 용서해 줄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는 집요하게 조사를 받는 중이었고, 양육권은 박탈되지 않을 테지만 이제 손대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남은 건 하나뿐이네.”
“남은 거? 남은 일이 있어? 이번 사건은 끝난 것 같은데?”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예 판결에서 다 끝났고 딱히 손해배상을 받을 일도 아닌데 뭐가 남았단 말인가?
“아주아주 중요한 게 남았지.”
“뭔데?”
“너 그래서 잡았어, 안 잡았어?”
“뭘?”
“고래.”
“고래?”
“그래, 고래.”
손채림이 히죽거리면서 말하자 노형진은 씩 웃더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대고 작게 중얼거렸다.
“노코멘트. 진실은 언제나 저 너머에 있지, 후후후후.”
>4장.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 나는 법>
“거지냐?”
감지 않아서 떡 진 머리, 후줄근한 추리닝 그리고 그 머리를 감춘 모자까지.
누가 봐도 백수의 자태를 풀풀 풍기는 사람은 다름 아닌 손채림이었다.
“너도 만만치 않은데?”
손채림은 노형진을 보면서 히죽 웃었다.
하긴 노형진도 그다지 나은 상황은 아니었다. 추리닝만 아닐 뿐,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하고 온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야, 쉬는 날인데 왜 불러?”
“골방에서 혼자서 죽치고 데굴거리면서 미드나 보고 있을 네 모습이 선해서 맛있는 거나 사 주려고 불렀지.”
“윽.”
정곡을 찔린 손채림은 순간 움찔했지만 바로 반격해 들어왔다.
“그러는 넌 뭐 다르냐? 뻔하지. 걸 그룹 음악이나 틀어 놓고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 보내겠지.”
“윽.”
이번에는 노형진이 할 말이 없었다. 그 역시 정답이기 때문이다.
“무서운 뇬.”
“무서운 놈.”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너무 잘 안다는 사실이 왠지 한심한 두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넌 데이트도 안 하냐?”
“귀찮아.”
“혹시 고자?”
“귀찮은 것뿐이야.”
“그걸 보통 고자라고 하지.”
“그게 왜 고자냐?”
투덕거리던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밥이나 먹자고.”
“어디 갈 건데?”
“글쎄, 일단은 내가 잘 아는 레스토랑 갈까?”
“지랄.”
손채림은 노형진의 농담에 피식 웃었다.
애초에 두 사람 다 레스토랑에 갈 복장이 아니다.
자신이야 그냥 데굴데굴 구르다가 편하게 나왔으니 이런 복장이라고 하지만 노형진이 이런 상태라는 건 레스토랑에 갈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단골이라고 해도 드레스 코드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근처에서 대충 때우자. 저기 백화점에 푸드 코트 가자. 레스토랑은 귀찮아.”
“그러자.”
애초에 레스토랑은 그저 농담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푸드 코트로 향해서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나저나 살 만하냐?”
“뭐, 그럭저럭 살 만해. 솔직히 새론이 월급이 적은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손채림 같은 사회 초년생에게 월 250만 정도를 주는 회사는 드물다.
물론 세금을 빼고 나면 줄어들기는 하지만, 요즘은 88세대라고 해서 기본급이 세금 빼고 88만 원인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까.
“착실하게 적금도 가입했고, 음악 쪽도 간간이 공부하고 있어.”
“그래?”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왠지 미안해졌다.
자신이 회귀하면서 인생이 가장 많이 변한 사람이 그녀다. 승자에서, 어찌 보면 패자로 말이다.
“집에 안 들어가?”
“또 그 소리 한다. 안 간다니까.”
돈가스를 입으로 욱여넣으면서 얼굴을 찌푸리는 그녀.
“들어가 봐야 제대로 사람대접을 받기는 힘들 텐데, 뭘. 그리고 나는 팔려 가기 싫거든.”
“그런가?”
“그래.”
아버지가 원하는 법률가의 길이 아닌 음악의 길로 가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을 때 아버지에게는 의절당했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눈치를 보면서 도와주지도 못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집에 있으면서 소위 맞선이라는 이름으로 가진 놈들에게 몇 번이나 끌려간 경험이 있었다.
“거기에 가면 풍요롭기는 하겠지.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난 내 삶이 있어. 그냥 어디 좋은 집에 시집가서 사모님으로 살다가 죽고 싶지는 않다고.”
“다른 여자들은 그런 거 좋아하는데.”
“그렇게 안 살아 봐서 그렇지. 사모님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데.”
손채림은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사모님이다. 하지만 결코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언제나 가면을 써야 했으며, 편하게 생활하지도 못했다.
심지어 품격을 지키라는 아버지의 압력에 집에서도 소위 말하는 ‘풀 세팅’으로 기다려야 했다. 집에 언제 손님이 올지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돈이 많으면 뭐해. 사람이 사는 게 사는 게 아닌데.”
사모님이라는 이름은 엄밀하게 말하면 남편에게서 기인한 호칭이다. 즉, 남편이 높은 자리에 있고 돈이 많으면 사모님이 되는 것이다.
‘난 그래서 사모님이 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손채림은 그런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보다 낮은 자리라 할지라도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살고 싶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뭐, 할 수 없고.”
“뭐야, 집에서 널 닦달하디?”
“그건 아니고. 알잖아, 너희 집에서 나 싫어하는 거. 나한테 뭐라고 하겠냐? 다만 너도 여기서 일한 지 좀 되잖아. 그래서 힘든가 해서 물어본 거지.”
“할 만해. 그리고 보낼 생각 마라.”
“알았다.”
“그나저나 우리 부모님은 왜 널 그렇게 싫어하는 건지 몰라.”
“그러게 말이다.”
어려서는 몰랐지만 나이 먹고 생각해 보면 그녀의 집안은 노형진을 유난히 싫어했다. 부모님 간에 일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접점이 없는데.’
아버지는 그저 직장인일 뿐이고 어머니는 가정주부다. 성공한 삶을 사는 그 집과 접점이 없었다.
‘자세하게 알아봐?’
만일 알아보려고 한다면 알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잘 먹었다.”
배를 퉁퉁 두들기면서 행복한 얼굴이 되는 손채림.
“자, 그러면 불러온 요건을 말해 봐. 들어가라고 날 부른 건 아닐 테고.”
“그냥. 너 생일이잖아?”
“생일? 아, 맞다.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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