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02)
>1장. 보호받지 못한 자들>
“우리 오빠가 탈영이라니요! 그럴 리 없어요!”
노형진에게 배당된 사건.
그건 일반적인 사건과는 전혀 달랐다.
일반적으로 법무 법인을 찾는 사람들은 소송을 위해서 오지만, 이 경우는 소송을 위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 자! 진정하시고.”
노형진은 발끈하는 여자를 애써 진정시켰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억울한 듯 노형진이 건넨 휴지로 눈물을 계속 닦았다.
“우리 오빠는 탈영을 할 사람이 아니에요. 군대 가기 전에 가족들을 위해서 그 힘들다는 노가다만 3년을 뛴 사람이에요. 나 하나 대학 보내겠다고 3년을 죽은 듯이 일만 하던 사람이라고요!”
그녀의 오빠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했다.
공부를 못하는 자신 대신에 공부 잘하는 여동생을 대학에 보낸다고 노력했고, 그 덕분에 그녀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랬던 그녀의 오빠가 군대에서 탈영했다.
군대에서는 탈영한 사람을 내놓으라고 수사한다고 찾아왔다가 갔지만, 그녀의 오빠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군대에서는 그냥 탈영 처리하고 오빠가 사라진 것에는 관심도 안 가져요.”
“그 후에 연락이 온 적이 없나요?”
“전혀요. 우리 오빠는 절대로 탈영한 사람이 아니에요. 설령 누가 괴롭혀서 탈영했다고 해도, 최소한 우리한테 연락 한 번은 할 사람이라고요.”
송하민은 눈물을 가까스로 참으면서 말했다.
“매년 헌병이라는 녀석들이 오빠 잡으러 왔다면서 우리 집에 와요. 그런데 우리 오빠는 없어졌다고요.”
“경찰에는 신고해 봤습니까?”
“해 봤지요. 그런데 수배가 떨어진 상황이라 신고 접수가 안 돼요.”
“그렇겠지요.”
더군다나 군인의 신분으로 탈영했으니 헌병대 관할 건이다. 그러니 일반적인 경찰서에서 그걸 접수해 줄 리 없다.
“그런데 오빠 되는 분은 연락도 없으시다…….”
“네.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어 하시는데요. 찾으려고 전국을 다 돌아다니셨어요.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곳, 조금이라도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소리가 들리는 곳은 일일이 다 확인하면서 오빠를 찾아다녔다고요. 그런데 아무 데도 없어요.”
“그래서 저희를 찾아오신 거군요.”
“네. 흥신소도 실패했고, 다른 변호사님들은 자기들이랑 관련이 없다고 해서요.”
‘그건 그렇지.’
사람을 찾는 것은 보통은 흥신소에서 하는 일이지, 변호사들이 하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변호사는 이런 일을 맡기면 누굴 심부름꾼으로 아느냐고 화를 낸다.
“솔직히 아빠랑 엄마도, 오빠가 살아 있다는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네?”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수십 년 동안 가장 가까이에서 봐 온 게 남매인데.”
그녀는 오빠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문제는 오빠의 시신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서 부모님은 헛된 기대를 하면서 전국을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아, 이게 문제지.’
차라리 죽었다면 가슴 아파할지언정 포기는 하게 된다.
그러나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다면 어디에선가 그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평생을 그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죽었다는 확신이 드시는 이유가 뭡니까?”
“그냥…… 느낌요.”
아랫입술을 깨무는 송하민.
사실 느낌이라고 하는 것이, 뭐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는 하다.
“하여간 우리 오빠는 가출할 사람이 아니에요. 같이 갔던 사람들도 그랬고요.”
“같이 갔던 사람들?”
“네. 오빠는 동반 입대한 거거든요.”
대한민국에서는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 한다.
그렇기에 그러한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적응하기 위해서, 형제나 친구가 동반 입대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는 즉, 일반적으로 같은 곳에 배치해서 훈련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는 뜻이다.
심적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생활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준이 오빠 말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대요.”
“가혹 행위 같은 것도 없었고요?”
“네.”
“흠…… 혹시 그분이 폭행 같은 것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은?”
“성준 오빠가 제대한 지가 1년이 넘었어요.”
그랬다면 그때에는 무서워서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지금쯤이면 말을 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실제로 그런 것이 없었다는 뜻.
“사이코야 한 놈이 있기는 했지만.”
“사이코요?”
“어딜 가나 사이코는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리고 부대 내부에서도 그 녀석을 싫어했대요.”
“그래요?”
“네.”
그렇다면 그 녀석이 누군가를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무리다. 그러는 순간 자신이 집중 공격당하기 때문이다.
“나올 때도 같이 나왔고 들어갈 때도 같이 들어가기로 했는데…….”
“그런데 복귀할 때 안 왔다?”
“네.”
휴가를 나왔다고 매일 같이 다닐 수는 없다.
그들은 복귀 시간에 버스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송하민의 오빠인 송석민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대에서는 바로 탈영 처리를 했어요. 하지만 우리 오빠는 절대로 탈영할 사람이 아니에요.”
“흠…….”
노형진은 그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탈영은 무척이나 흔하게 벌어지는 사건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가족들은 탈영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거야 흔하게 있는 일인데.’
문제는 시간.
탈영은 결과적으로 군 생활을 회피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머리가 식으면 자수하기 마련이다.
상식적으로, 2년도 안 되는 군 생활을 피하기 위해서 평생을 도망 다니는 것은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 오빠는 상병 휴가를 나온 거예요.”
“상병 휴가요?”
“네, 그것도 5개월 만에.”
“네에?”
노형진은 어이가 없어졌다.
일반적으로 휴가는 각 계급별로 한 번씩 있다고 보면 된다. 이등병 때는 100일 휴가라는 것이 존재하고, 일병과 상병 때 한 번씩, 그 후에 병장이 되면 말년 휴가가 존재한다.
‘그런데 상병 휴가 중에 탈영한다?’
일반적으로 부적응으로 인한 탈영은 일병 때 가장 많이 벌어진다.
100일 휴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를 때이기 때문에 단순 공포에 의한 탈영이라서 쉽게 자수하는 편이다.
하지만 일병 때 가장 바쁜 게 군인이다. 오죽하면 ‘일만 해서 일병’이라는 소리를 할 정도다.
‘하지만 상병 5호봉이면…….’
소위 꺾인다고 해서, 편해지는 시기다.
그때부터는 직접적으로 뛰어다니기보다는 시키는 시기라고 봐야 한다. 조금 있으면 병장이 되니 말이다.
‘이상한데?’
그때의 탈영은 군 생활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개인적인 문제, 여자 친구가 바람을 피웠다든가 누군가와 심각하게 충돌한다든가 하는 등의 일이 벌어졌을 때 많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졌을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일단 누군가와 충돌했다면 같이 군 생활을 하는 친구가 모를 리 없다.
그리고 송하민의 말에 따르면 송석민은 여자 친구가 없었다고 했다.
“그 후에 연락이 없다는 거죠?”
“네.”
“흠…….”
그 부분도 이상한 점이다.
탈영을 하게 되면 가족들에게는 말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단 돈이 없어서 도망 다니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힘들어서 도망친 건데 가족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헌병한테 연락 안 왔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랬다면 자신을 찾아올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송하민이 요구하는 것은 진실 규명 그리고 명예 회복이다. 사실상 송석민의 사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한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
세상 누가 변호사에게 거짓말을 해 가면서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은 걸로 처리하려고 하겠는가?
“저는 오빠한테 생긴 일이 뭔지 알고 싶어요.”
그녀는 이번 일을 의뢰하기 위해서 대학을 다니면서 오랜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뛰어 변호사 비용을 마련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이런 사건은 흥신소에나 가 보라면서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데.’
그냥 앉아서 서류 검토만 해도 충분히 벌 수 있는 돈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은 직접 발로 뛰면서 추적해야 하는데, 그 시간에 비해서 그다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건을 맡아서 법적인 공방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변호사들이 도대체 왜 거절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런 진실 규명류의 사건은 사건 자체는 힘든데 보수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재판들이 많지 않아 힘든 것도 있지만, 그걸 하는 변호사들이 적어서 그렇기도 합니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도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움직이려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다.
“그런데 개인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고, 때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왜요?”
“기록이 없으니까요.”
역사적 사건들은 역사적 기록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개인 사건은 없다. 증인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말이다.
“하지만 저희 새론은 이런 사건을 하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발 우리 오빠의 명예를 찾아 주세요.”
“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단순 탈영은 아닌 것 같네요.”
같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무태식은 기록을 뒤적거리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네. 저도 짬밥을 먹은 인간이 아닙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탈영 안 하죠.”
“그렇지요?”
무태식은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전에 군대에 갔고 병으로 제대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이상하다는 것을 기록만 보고도 알아차렸다.
“뭐, 가혹 행위나 트러블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인적 사태가 벌어진 것도 아니고, 적응 기간은 끝나서 사실상 부대 왕고이고…….”
거기에다 과거처럼 군 생활이 긴 것도 아니다. 그러니 몇 달만 더 버티면 세상으로 나오는데 탈영을 한다?
여러모로 말이 안 된다.
“부대 내에서 왕따나 기수열외 같은 것도 없다고 했죠?”
“그렇다네요.”
“그러면 나올 이유가 없는 건데.”
무태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무슨 사건에 휘말렸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글쎄요. 그랬다면 어디든 연락이 갔어야 하지 않나요?”
“그렇지요?”
송하민의 말에 따르면 송석민은 군복을 입고 실종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무슨 사고를 당했다면 일단 국방부에 연락이 되었을 거라는 뜻이다. 그리고 국방부에서는 당연히 신분 확인 과정을 거쳤을 테고.
“더군다나 아침에 나가는 그 순간까지 이상한 일은 없었다고 하니까요.”
마지막 행적은 군대에 복귀한다고 아침에 군복을 입고 나간 것.
그런데 군대에서는 복귀하지 않았다고, 그냥 탈영으로 처리해 버린 것이다.
“진짜 탈영할 가능성은 없나? 여자인 내가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상식적인 경우 말고도 탈영할 이유는 많잖아?”
“그건 그렇지.”
손채림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실제로 본인만 아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건 아는데, 난 표종욱 일병 사건을 걱정하는 거야.”
“표종욱 일병 사건? 그게 뭔데?”
노형진의 말에 무태식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뭔가요? 처음 들어 보는데.”
“정부에서도 쉬쉬하는 병신 짓거리 중 하나죠. 강릉 무장 공비 사건 때 벌어진 일이라서요. 보안이라는 이름하에 묻혀 버린 사건입니다. 희대의 병신 짓이거든요.”
“보안? 묻혀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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