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08)
군인들이 너무 많으면 그중 하나를 고르는 게 쉽지 않다. 그러니 적당한 숫자가 있는 시기를 고를 것이다.
‘시간은…….’
실종된 사람들의 자대 위치와 기타 여러 가지를 분석한 결과, 시간은 대략적으로 11시쯤이었다.
그 이후에는 복귀에 쫓기는 군인들이 도와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11시쯤이면.’
그런 사람들은 일찍 출발하는 사람들이고 시간에도 여유가 있다. 그리고 혼자서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
‘후우.’
노형진은 적당히 주변을 보면서 계속 걸어 다녔다. 누가 봐도 어리어리한 군인이구나 할 정도로 말이다.
몇몇 군인들은 그런 노형진을 무심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나마 같은 마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형진에게 관심도 없었다.
‘혼자 움직이고, 일찍 출발하며, 선해 보이는 인상.’
그게 피해자들의 공통점이다.
그리고 이 시간에 몇몇 군인들이 그런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노형진은 감춰진 마이크로 작게 물었다.
자신만 대기할 수 없어서 여기에는 수많은 정보 팀원들이 손님처럼 숨어 있었다.
-군인들을 살피고 있는데 그다지 특이한 동향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휴가철이 아니니까요.
“하긴, 지금은 동계 훈련 기간이니까요”
동계 훈련 기간, 속칭 혹한기 기간이다 보니 휴가를 내보내는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병장급이었다. 그들은 느긋하게 말년 휴가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짐이 많거나 약해 보이는 사람을 주시하세요. 젊은 여자는 아닐 겁니다.”
-네? 왜요?
“젊은 여자가 짐을 들고 도와 달라고 하는 것은 왠지 이상하니까요. 시선이 갈 겁니다. 응당 그럴 만한 약한 사람일 겁니다.”
-복잡하군요.
“복잡하지요.”
노형진은 그렇게 터미널을 두 시간쯤 돌았다. 그의 마음은 다급해지고 있었다.
‘안 나타나면 안 되는데.’
너무 오래 터미널에 대기하고 있으면 자신의 신분을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갈 수도 있다.
직원들이 다른 군인들을 주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군인들을 모두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
‘오늘은 일단 철수해야 하나.’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익히기 전에 일단은 철수해야 하나 생각하는 그때였다.
“이보게, 젊은이.”
“네?”
“미안한데 이것 좀 도와주겠나?”
노형진은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돌렸다.
나이 먹은 노인 한 명이 빠진 이를 드러내면서 웃고 있었다.
“네?”
“이게 짐이 너무 무거워서 말이야, 차에 가지고 가야 하는데…….”
노형진은 직감적으로 그가 자신들이 찾던 녀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빠진 이, 후줄근한 옷이라…….’
전형적인 약자로, 절대로 의심받지 않을 구색을 갖추고 있다.
더군다나 척 봐도 나이가 팔십은 되어 보이는 노인을 누가 의심하겠는가? 거기에다가 한 손에는 지팡이까지 짚고 있다.
“짐요?”
“그래. 이 호박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무거워서 말이지.”
보자기에 담겨 있는 커다란 호박.
그건 건장한 사람도 들기 제법 무거워 보였다.
“뭐, 원하신다면야.”
노형진이 약속어를 말하자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지금은 호박이 나오는 시점이 아니지.’
그런데 호박을 들고 왔다? 그건 말도 안 된다.
물론 어찌어찌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차에 실어야 한다는 것은 차가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노인을 도와줄 다른 운전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주변에 보이지 않았다.
‘걸렸구나.’
노형진은 애써 침착하게 호박을 짊어졌다.
“이거 제법 무겁네요.”
“고맙네.”
히죽 웃는 노인.
노형진은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나섰다.
“어디로 가면 되나요?”
“저쪽에 차가 있네. 거기까지만 가져다주면 돼.”
노형진 앞에서 휘적휘적 걸음을 옮기는 노인.
노형진은 그 발걸음을 보면서 히죽 웃었다.
‘멀쩡하구만.’
지팡이를 쓰는 사람은 나름의 몸놀림이 있다. 그런데 그는 지팡이를 쓰는 게 무척이나 어색했다.
즉, 평소에는 지팡이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소리다.
“먼저 가세요.”
“고마우이, 젊은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노인의 느린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따라가는 노형진.
아니나 다를까, 노인은 그를 데리고 예상했던 그 골목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기인가요?”
“그래. 저 앞에 차가 있다네.”
“네.”
골목의 끝에 보이는 주차장.
그러니 대부분의 군인들은 그다지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뻔하게 주차장이 보이니까.
“고마우이.”
노형진이 따라오는 것을 확인한 노인은 천천히 앞으로 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안으로 들어갔을 때, 누군가가 반대쪽에서 나타났다.
“실례합니다.”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뭔가 바쁜 일이 있는 듯 이쪽으로 오다가 노형진을 피해서 옆으로 비껴갔다.
‘이런, 다른 사람이 있으면 범인이 안 나타날 텐데.’
노형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을 돌려 마주 피해 주었다. 그래야 빨리 지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가 지나가자 다시 앞으로 향하는 노인.
“저기 보이지?”
“네.”
“저기에 두면 된다네.”
“거의 다 왔…….”
그 순간 목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느낌.
노형진은 아차 하는 생각에 재빨리 호박을 던지고 몸을 돌리려고 했지만 이미 몸은 무서울 정도로 느려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노형진은 말을 하려고 하고 있지만 몸은 이미 마비되고 있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흐려지는 그의 눈에 보이는 갈색 하이힐.
‘당했다.’
설마 추종자 중에 여자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노형진은 그대로 무너졌다.
* * *
“당장 가서 잡아야죠!”
“아직 안 됩니다. 저 녀석들이 다인지 확실하지 않아요.”
손채림은 당장이라도 가서 노형진을 구하자고 난리를 피웠지만 무태식은 진중하게 말하면서 말렸다.
“저런 자들은 쉽게 꼬리를 내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자가 노형진을 트렁크에 집어넣었잖아요!”
몰래 감추어 둔 카메라. 그 카메라에는 모든 장면이 찍히고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추종자가 한 명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벌써 두 명이나 나타났어요. 얼마나 더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노 변호사 아직 살아 있습니다.”
원격 측정기에서는 노형진의 심장 신호가 꾸준하게 나오고 있었다.
“뭔지 모르지만 마취제 계열인 듯하군요.”
“…….”
“이해합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 하지만 무려 100구에 가까운 시체를 처리한 놈들입니다. 본거지를 찾아야 해요.”
만일 자신들의 생각보다 더 체계적으로 완성된 곳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
“노 변호사도 다 알고 한 겁니다. 충분히 준비했고요.”
“하아.”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차량이 따라가고 있으니까요.”
무태식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손채림만큼이나, 그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잘될 겁니다.”
그는 그 말을 마치 주문처럼 계속 중얼거렸다.
* * *
“으으으…….”
노형진은 힘겹게 눈을 떴다.
무거운 눈꺼풀. 그리고 나른한 몸. 그냥 자고 싶은 느낌.
‘전신마취인가.’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전신마취를 한 후 깨어났을 때 딱 이런 느낌이었다.
“으우…….”
어떻게 해서든 그 느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몸에 힘을 주는 그 순간 뭔가가 노형진의 배로 날아들었다.
퍽.
“쿨럭.”
그 순간 숨이 턱 막히면서 몸이 반사적으로 굽혔다.
“망할 새끼.”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
노형진은 어떻게 해서든 고개를 들어서 그쪽을 바라보려고 했다. 하지만 연이어 날아들어 오는 발길질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끄륵…….”
“이 개 같은 새끼.”
또다시 날아온 욕설. 누군가 상당한 원한을 가진 듯했다.
하지만 그 발길질 덕분에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
고통 때문에 정신이 약물을 이기기 시작한 것이다.
“읍읍?”
누구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입에서 나오는 것은 읍읍거리는 소리뿐.
그리고 그제야 노형진은 자신이 묶여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손과 발은 케이블 타이로 묶여 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읍읍!”
“입 닥쳐, 이 군바리 새끼야! 군바리 냄새 나니까!”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
하지만 고개를 들 수가 없어서 그 여자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두 사람은 볼 수 있었다.
자신을 유인했던 노인과, 자신을 지나갔던 그 여자였다.
“선생님…… 저기…….”
“뭐! 왜!”
“아…… 아닙니다, 선생님.”
노인은 뭔가 원하는 것이 있는 듯,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여자는 뭔가 알아차린 듯 피식하고 비웃음으로 가득한 말을 던졌다.
“그렇지, 너희 같은 버러지 녀석들이 원하는 게 다 그렇지.”
그러면서 몸을 돌려서 나가는 여자.
노형진에게 보인 것은 그 여자의 뒷모습뿐이었다.
“문 잠가 두고, 따라와.”
“네, 선생님.”
노형진을 힐끗 바라본 두사람은 지체 없이 그녀를 따라나섰고, 홀로 남은 노형진은 주변을 둘러봤다.
“으으으…….”
사방이 회색의 차가운 벽이었다. 창문도 없고, 완전히 막혀 있는 공간.
“크으…….”
조금씩 기운이 돌아오자 몸을 바로 하는 노형진.
그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에는 백열등 하나만이 덜렁 걸려 있었다.
“끄응…… 죽겠구만.”
노형진은 얼굴을 찡그리고 몸을 비틀었다. 묶여 있어서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들립니까? 들려요?”
몸 안에 감춰 둔 작은 마이크로 말을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이어폰은 멀쩡했지만 아무래도 통신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몸수색은 안 한 모양이네.”
노형진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더듬어 봤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예상대로 남은 게 없었다.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도, 지갑도 남아 있지 않았다.
“끄응…….”
노형진은 몸에서 약 기운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면서 지금의 상황을 정리했다.
자신은 분명 노인을 따라가다가 뒤에서 기습을 받았다. 그리고 그 후에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트렁크에 던져졌다.
그 후의 기억은 없다.
“최소 네 명인가.”
적지 않은 수다.
아무리 그라도 해도 상대하기 까다롭다.
특히나 마지막에 자신을 트렁크에 태운 녀석은 남자다. 그것도 상당한 덩치를 자랑하는.
그러니 그 녀석과 싸우는 건 영 무리다.
“일단은…… 이것부터 풀어야 하나.”
뭘 하려는지 모르지만 노형진은 여기에 조용히 잡혀 있을 생각이 없었다.
핸드폰이 안 터지는 지점인지 아니면 콘크리트 벽 때문에 안 터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냥 있다가 당할 수는 없는 노릇.
“그나마 군사훈련을 안 받은 놈들이라서 다행이네.”
사람을 묶어 둘 때는 절대로 손을 앞으로 해서 묶어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일견 묶여 있는 것 같지만 자유롭기 때문이다.
딸깍.
군화의 뒷굽을 당기자 작은 칼이 그곳에서 나왔다. 노형진은 그걸 가지고 자신을 묶어 둔 케이블 타이를 끊어 버렸다.
그 후에 반대쪽 뒷굽을 당기자 그 안에서는 작은 핸드폰이 나왔다.
“이게 아직도 있는 줄은 몰랐는데.”
나온 지 벌써 20년이 넘은 초소형 핸드폰.
핸드폰이 극단적으로 소형화될 때 잠깐 나왔던 모델인데, 너무 작아서 도리어 망했다. 그나마 아직도 2G이다.
노형진은 그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면 역시나 전화가 되지 않았다.
“이 벽이 문제인가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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