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1)
“그런데 왜 경매에 넘긴 거야?”
“상속세를 피하는 게 목적이라고 하더군요.”
“상속세라…….”
만일 저 땅이 개발에 들어가게 된다면 못해도 몇백억 원대의 재산이 된다. 그리고 그걸 아들에게 넘긴다면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니까 경매로 아들에게 넘겨서 세금을 포탈하고 그 부족분은 분묘와 나무로 배상을 청구한다?”
“네.”
재개발에 들어가게 되면 정부에서는 땅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는 무덤이나 과일나무에 대한 보상도 해 줘야 한다. 경매했을 때 내야 하는 세금은 생각보다 적다. 손실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왕창 심어 놓은 나무들로 인해 그 배상금만으로도 상당한 금액이 나올 테니, 결과적으로 원래 주인은 아들에게 별 손실 없이 재산을 넘겨주고 더불어 정부에서 막대한 돈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끝내주는군.”
변호사들이나 세무사들은 말한다, 탈세가 아니라 절세라고.
‘내가 욕할 건 아니지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도 군대에 있을 때 어떤 장교의 편의를 봐주기는 했다. 그러나 그건 세금을 안 내는 정도였던 거지, 사기를 통해서 돈을 받아 낸 것은 아니었다.
“어쩐다?”
다른 곳도 아니고 청계가 상대다. 더군다나 이 정도라면 청계에게 못해도 10억 이상은 준 큰 건수일 가능성이 높다.
“청계라니 부담스럽군…….”
심지어 남상주 변호사 역시 그렇게 중얼거렸다. 청계는 법을 이용해서 범죄 행위를 도와주고 돈을 받는 곳이다.
물론 과거에 청계와 부딪친 적은 있다. 하지만 그때는 노형진이 이곳에 속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그 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그렇지 않다. 금액도 크고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다.
“노 변호사, 어떻게 생각해? 청계에서 손을 털까?”
“그럴 리가 없습니다. 돈을 위해서라면 부모라도 팔아 버릴 녀석들이 청계 놈들인데 손을 뗄 리가 없죠.”
“끄응, 노 변호사도 힘들겠구만. 왜 노 변호사는 가는 곳마다 그놈들과 부딪치는 건지……. 이제 와서 포기할 수도 없고.”
“법적으로는 저 녀석들이 맞습니다. 저 나무도 주민들이 심지 않았을 게 뻔하지만 저들이 심었다고 주장하면 법적으로 증명하는 게 쉽지 않을 테구요. 무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렇게 말한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하긴…… 회귀 전에도 청계 녀석들이 문제였지.’
가진 자들이 주로 이용하면서 점점 커진 그들은 나중에 대법관 출신을 영입하여 실질적으로 법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그들은 소위 윗선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약점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오죽하면 대한민국은 청계가 지배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청계에 로비를 부탁하면 어지간한 경우 대부분 통과되었고, 그렇게 청계는 점점 커져 갔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상대방은 청계였잖아?’
자신이 죽었던 그 사건 당시 상대방, 즉 두한의 변호는 청계가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을 죽인 그 인간의 마지막 말이 꺼림칙했다. 그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각하를 지킨다.’라고. 하지만 당시 소송 대상은 두한이었지, 대통령이 아니었다. 즉, 대통령의 사돈일지언정 대통령이 위험하게 될 사건은 아니었던 것이다.
‘설마…….’
찝찝해지는 기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이제 알 수 없는 일이니까.
“이제는 물러날 수도 없어요. 제가 물러나면 아예 공짜로 먹으려고 덤빌걸요?”
노형진의 말에 씁쓸한 얼굴이 되는 사람들.
“하지만 이건 자네 개인 땅이지 않나? 우리가 도와줄 수야 있겠지만 청계라니 좀 거북스럽군.”
“뭐,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알아서 한다고?”
“네.”
어차피 청계에서 작전을 쓴다고 한들 자신 역시 안 하는 것일 뿐,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제 문제이니 제가 알아서 하지요. 그냥 도와줄 사람 한 명만 보내 주세요.”
노형진은 상대방이 누구든 뒤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여기란 말이지?”
“여기에 와야 해요?”
무덤 가까이 다가가자 왠지 으슥한 기분이 드는 건지 이은영 변호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긴 오밤중에 무덤 근처로 가는 게 기분 좋을 리가 없다.
“확실하게 하고 가야 할 게 있어서요.”
“확실하게라니요?”
“그렇지 않습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제 개인 사건인데 거기서 지면 무슨 망신이에요?”
지난번에 왔을 때 노형진은 무덤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다들 무덤이라는 존재를 곧이곧대로 생각했는데 자신이 보기엔 아무리 봐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봉분이 있긴 한데 말이지요.”
노형진이 봤을 때 무덤은 무척 허술한 상태였다. 일견 오래되어 보이도록 만들어졌다. 여기저기 무너지고 죽어 가는 잔디도 있고 말이다.
“뭐가 이상해요? 척 봐도 관리를 하지 않아서 여기저기 무너진 것 같은데.”
죽어 가는 잔디. 그리고 여기저기 무너진 봉분. 누가 봐도 오래된 무덤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다.
“그래서 이상한 겁니다.”
“뭐가요?”
“혹시 성묘 같은 거 안 해 보셨습니까? 주변을 보세요, 이 주변에만 있는 이상한 게 없는지.”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보는 이은영.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이상한 차이점은 느낄 수가 없었다.
“도무지…….”
“아마 그래서 그쪽도 같은 실수를 한 걸 겁니다. 경험이 없으니 자기가 모르는 거겠지요.”
“네?”
노형진은 무너진 봉분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저…… 저기.”
남의 무덤 봉분위에 올라가서 둘러보는 노형진을 보고 깜짝 놀라는 이은영.
“저기, 그러면…….”
“아, 걱정 마세요. 무너트리려는 건 아니니까.”
내려온 노형진은 다시 무덤 앞에 서서 그걸 바라보았다.
“도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여기는 관리되지 않은 오래된 무덤입니다. 그렇지요?”
“네.”
“근데 잡초는 어디 있습니까?”
“네?”
순간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이은영.
“잡초 말입니다. 주변을 보세요. 여기저기에 잡초가 무성합니다. 아예 잡초가 없다면 씨앗도 날아오지 못하는 아주 특이한 곳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이 부근은 잡초투성이입니다. 그런데 딱 이 무덤 주위에만 잡초가 없지 않습니까?”
“아!”
그제야 이은영은 잔디가 아닌 다른 풀들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잡초는 엄청나게 잘 자랍니다. 달리 잡초같이 질긴 목숨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이 주변만 잡초가 없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그거야 잘 관리하면…….”
“이 무덤이 관리되고 있는 놈으로 보입니까?”
확실히 이 무덤은 관리된 게 아닌 오래된 무덤이다. 문제는 그게 이상하다는 거다. 관리되지 않는 오래된 무덤에만 잡초가 없다? 그건 말도 안 된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무덤을 관리했는데.’
누나가 일본에서 아이들과 죽고 난 후 시체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노형진은 박살이 난 누나의 집에서 유품을 가져다가 장례를 치러야 했다.
그 후 힘들 때마다 그곳에서 술 한잔하며 푸념을 떠는 것이 그의 습관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갈 때마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잡초 제거였다.
“하지만 저희 집은 성묘를 가도 잡초가 안 보이던데요?”
“당연하죠. 성묘를 가는 곳이 공원묘지죠?”
“네.”
“성묘할 때가 되면 공원묘지 측에서 사람을 고용해서 제초기로 풀들을 싹 정리합니다. 그래서 성묘철에는 깨끗하게 보이지요.”
하지만 일반적인 때에 가면 잡초가 무성하다. 그렇기에 잡초는 묘지에서 무척이나 골칫덩어리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정성으로 모시는 분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조상님 산소에 가셔서 잡초 제거 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정성으로 관리했다고 보기에는 여기 무덤이 너무 허술하지 않나요?”
“그러네요.”
여기저기 무너진 봉분. 그리고 죽어 버린 잔디. 일견 오래된 무덤같이 보이기는 한다.
“그리고 위치도 이상합니다.”
“이상해요?”
“네, 330기나 되는 분묘가 2만 평 전역에 있더군요.”
노형진은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서 그걸 펼쳤다. 거기에는 여기저기 붉은색 동그라미와 함께 작게는 다섯 개, 크게는 열 개가 넘는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분묘의 숫자는 330기. 그런데 위치는 대략 쉰 개입니다. 주로 도로와 근접해서 개발하기 쉬운 곳에 있지요.”
“그래서요?”
“그 덕분에 무려 아홉 번이나 유찰된 겁니다. 이런 땅은 개발하기 더럽거든요.”
“근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분묘야 당연히 접근하기 쉬운 데에 만들겠죠?”
“그거야 그렇지만 330기 정도의 분묘라면 개인 무덤은 아닐 테고 종중이나 한 가문의 무덤일 텐데 그게 2만 평이나 되는 대지에 사방에 퍼져 있다는 게 이해됩니까? 선산이라는 말, 안 들어 보셨나요?”
“아!”
선산. 즉, 가문의 어른들이 돌아가시면 장례를 치르는 일종의 가문의 공동묘지다. 그리고 보통 그런 곳은 한곳에 있기 마련이다. 풍수적으로 지리가 좋은 곳을 이용하자는 의미도 있거니와 그래야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면 사방으로 성묘하러 가야 하는데 그러면 의미가 없죠.”
“하지만…… 가족이 다르잖아요? 그럼 관리 책임도 다른 사람이 지는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하는 말입니다. 분묘가 330기면 상식적으로 같은 가문이라 해도 다른 가정의 분묘도 속해 있는 것이니 관리 책임은 땅의 원래 주인한테 없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분묘의 자식이 관리하니까요. 그런데 땅 주인이 다 철거하든가 안 하든가 하라고 했잖습니까? 그럼 자기가 관리 책임자라는 건데 이해가 가십니까?”
“확실히 이상하네요.”
무덤의 위치도 그렇고 합의 과정도 그렇고, 어딘가 이상한 일이었다.
“아마도 저 무덤들은 가짜 분묘일 겁니다.”
“가짜?”
“네, 나무와 마찬가지로 재개발을 시작하려면 분묘에 대해서도 이장비를 줘야 합니다. 그러니 막대한 수익을 만들어 낼 수도 있죠. 그리고 일반적으로 분묘 1기당 4평이니 330기면 1,320평이 됩니다. 그런데 제사를 지내야 하는 공간도 확보해 줘야 하니 다 합치면 2천 평 정도 될 겁니다. 더군다나 위치를 보세요. 절묘하게 주요 지점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누가 산다고 한들 일단 2천 평을 포기해야 하는 데다가 실질적으로 여기저기 있는 분묘들 때문에 뭔가 개발하는 것도 불가능할 겁니다.”
“아!”
“이러면 여러모로 대비가 되죠.”
일단 개발이 시작되면 그 무덤에 대한 이장비를 요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조건으로 사방에 무덤이 있는 땅은 누구도 사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마을 사람들이 깽판을 친다고 이 탐나는 땅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주인이 안 나타났다는 건 이 무덤이 골 때리는 놈이라는 거죠.”
당장 땅을 거래할 때 무덤이 두어 개만 있어도 가치가 확 떨어진다. 뭘 만들든 치워야 하는 데다가 안 치우고 만든다 해도 무덤이 그곳에 있으면 찝찝할 텐데, 그곳에 누가 들어오겠는가?
“그걸 어떻게 아신 거예요?”
“그냥 청계가 끼어들었다는 말에 문득 생각난 겁니다. 분묘기지권만큼 골치 아픈 것도 없거든요.”
분묘기지권이란 땅에 분묘가 있는 경우 그 땅을 새로 매입한 사람은 그 분묘, 즉 무덤을 없앨 수 없다는 법률이다.
“아무리 청계라고 할지라도 땅을 경매로 주고받는 위험한 도박은 하기 힘듭니다. 그럼 누군가 땅을 사지 못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죠. 분묘기지권에 농작물의 소유권까지 생각하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땅은 안 삽니다. 그러니까 아홉 번이나 유찰하면서 가격이 폭락한 거죠.”
그러나 그걸 모르는 노형진의 아버지는 아무런 생각 없이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냉큼 사 버린 것이다.
“그렇군요.”
이은영은 새삼스럽다는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 규정이 있다는 건 배우기야 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적용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가짜인 걸 확신하시나 봐요?”
“네.”
“어떻게요?”
“그냥요.”
“그냥?”
물론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노형진은 무덤들을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기억을 읽어 냈다. 혹시라도 원래 무덤을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면 거래를 통해 이전시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단 말이지.’
부모를, 형제를 잃어버리면 엄청난 충격과 심리적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 기억은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저 무덤들에서는 아무런 느낌도 없어.’
당연히 무덤이라면 그런 사람들의 감정과 고통이 전해져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읽히는 것이라고는 일하는 사람들의 투덜거림뿐. 물론 그걸 증거로 내세울 수는 없지만.
‘그리고 아무리 생각 없는 일꾼이라고 해도 고인과 유가족 앞에서 그런 쌍소리를 하면서 일하지는 않지.’
기억 속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끊임없이 투덜거리면서 일하고 있었다. 유가족이 빤히 보고 있는데 그럴 놈은 없다.
즉, 그들이 일할 때 이곳에 유가족이 없었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무덤을 새로 만들든 이장을 하든 작업할 때 유가족이 없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일꾼들의 얼굴이 똑같아 보였단 말이지?’
몇 개의 산소들을 확인한 결과, 일하는 일꾼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 말인즉슨, 이 무덤을 만들 때 같은 일꾼들이 한 번에 여러 개를 만들었다는 건데 대규모 이장이 아닌 이상에야 그럴 리가 없다. 삼백서른 명이나 되는 사람이 한꺼번에 죽으면 세상이 발칵 뒤집힐 테니까.
설사 대규모 이장을 한 거라 할지라도 흩어진 분묘를 모으는 작업을 하지, 분묘를 여기저기로 흩어 버리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
“근데 그걸 어떻게 증명하죠?”
“그게 문제군요.”
가짜 무덤인 걸 확신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직접 무덤을 파헤칠 수는 없다. 그건 불법이고,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는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도리어 자신들이 처벌받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더군다나 저쪽에서 가묘라고 해 버리면 대책이 없지.’
실제로 가묘를 쓰는 사람도 많다. 가묘, 즉 가짜 무덤을 만들어 두면 오래 산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몇 개 팠는데 그걸 가묘라고 해 버리면 대책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330기를 몽땅 파낼 수도 없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저 마을 사람들이 문제잖아요.”
“그렇지요.”
과일나무의 숫자는 무려 2천 그루. 상식적으로 과수원을 하기에는 너무 조밀한 식생이다. 더군다나 저들의 주장대로 말하면 40억이나 되는 돈이라는 건데 이곳의 땅값이 10억이 안 된다.
‘이런 식이니 유찰될 수밖에.’
청계가 확실히 똑똑하기는 하다. 물론 이런 비리는 걸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청계에서 관리하는 사람을 통해서 압력을 한번 넣으면 그것도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죠?”
“일단…… 분묘 쪽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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